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207. Poulenc, Francis (풀랑크) [1899-1963]-퍼레이드

정준극 2007. 7. 4. 14:58

 

프랑시스 풀랑크

 

퍼레이드


타이틀: Parade. 타이틀은 퍼레이드라고 붙였지만 실은 세 사람의 작곡가에 의한 연작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제1편 퍼레이드(Parade)는 에릭 사티(Erik Satie)가 작곡했다. 제2편 레 마메유 드 티레시아(Les Mamelles de Tirésias: 티레시아의 유방)는 프란시스 풀랑크의 작품이다. 제3편 랑팡 떼 르 소르틸레즈(L'Enfant et les Sortilèges: 어린이와 마법)는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작품이다. 그러나 풀랑크가 맡은 부분이 중심되는 내용이므로 편의상 풀랑크를 대표 작곡가로 간주하고 있다. 제1편 퍼레이드는 발레가 중심을 이루지만 내용은 장 콕토 원작에서 발췌한 것이다.

초연: 연극은 1917년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제1차 대전의 막바지에 독일군과의 전선이 파리에서 불과 1백마일 떨어져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초연되었다. 오페라는 1947년 6월 3일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에서 초연.

주요배역: 테레세와 그의 남편, 경찰관

사전지식: 초연에서는 안무를 유명한 레오니드 마씨느(Leonide Massine)가 담당했으며 무대 설계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맡아 화제를 뿌렸었다. 퍼레이드는 극장에서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흥을 돋우기 위해 공연되는 광대들의 해학극이다. 약간 유치한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의외로 유치한 것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있다. 극장 밖의 길거리에서 공연되기도 하며 극장안의 본 무대 옆에 마련된 사이드 무대에서 공연되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실험적 오페라라고 보면 된다.

에피소드: '티레시아의 유방'은 초현실주의적 작품으로 귀욤 아폴리네어(Guillaume Apollinaire)의 동명 희곡을 풀랑크가 2막의 오페라 부프(Opera boufe)로 만든 것이다. 원작 희곡은 이찍이 1903년에 발표된바 있다. 플랑크는 원작에 흥미를 가지고 1930년부터 오페라로 만들기로 생각했으나 정작 완성된 것은 1944년이었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거의 14년이 걸린 것이다. 풀랑크는 오페라 부프로 만들면서 무대를 아프리카 잔지바르(Zanzibar)의 어떤 섬으로부터 아폴리네어의 어린 시절 고향인 프랑스령 리비에라 인근 몬테 칼로 옆의 잔지바르라는 상상속의 마을로 옮겼다. 오페라는 근엄하고 딱딱한 명령으로 막을 내린다. O Francais: faites des enfants이다. 번역하면 오, 프랑스인들이여, 아기를 만들어라! 이다. 이러한 캠페인이 성공을 거둘것이라고 예상했었던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우선 이 오페라의 초연에서 여주인공으로 선정된 성악가가 연거퍼 임신하는 바람에 초연 출연을 포기해야 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러므로 과연 이 오페라가 전후의 베이비 붐에 기여했는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피카소가 그린 커튼 그림


줄거리: 제2편 Les Mammelles de Tirésias(티레시아의 유방)의 줄거리부터 살펴본다. 제1막. 연미복을 차려 입은 극장 매니저가 무대의 막 앞에 나와 이제부터 도덕 개혁을 목적으로 한 연극을 공연하겠다고 소개하며 이어 이 쇼는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으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아이들을 낳으라고 격려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한다. 무대 한 복판에서 테레스(Thérèse)가 흥분된 목소리로 자기는 사랑이란 것을 거부하며 남녀평등주의를 환영한다고 주장한다. 테레스는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거부하며 집을 나가 군인이 되어 남녀평등을 실천하겠다고 내세운다. 그러면서 테레스는 블라우스를 벗어 던지고 풍선과 같이 솟아오른 젖가슴을 당당히 내보인다. 풍선은 테레스의 가슴에서 떨어져 나가 멀리 날아가 버린다. 그런후 놀랍게도 테레스의 얼굴에서 수염이 돋아나 남자와 같은 모습이 된다. 테레스는 남편에게 자기는 더 이상 그의 부인이 아니라고 선언하고 이후로부터는 이름도 티레시아(Tirésias)라고 바꾸니 그렇게 알아 달라고 말한다. 이어 테레스는 남편에게 여자 옷을 입힌후 줄로 묶어 달아다지 못하다록 한다. 두 명의 술주정꾼 - 프레스토(Presto)와 라쿠프)Lacouf)가 카페에서 나와 서로 다투더니 결투를 하는 바람에 두 사람 모두 죽는다. 남자처럼 스마트하게 옷차림을 한 테레스/티레시아가 등장한다. 반면 그의 남편은 지저분한 일반 서민 가정주부 차림이다. 테레스/티레시아와 여장의 남편은 마을 사람들을 불러 술주정꾼 두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도록 한다. 프랑스의 경찰관(Gendarme라고 부름)이 현장에 도착하여 조사를 하는 척 하면서 실은 테레스/티레시아와 여자 차림인 그의 남편과 시시덕거리기만 한다. 잔지바르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테레스/티레시아를 보고 장군이라고 하면서 경례를 부친다. 테레스(티레시아 장군)는 세상을 정복하러 간다고 하면서 마치 장군처럼 보무도 당당하게 행진하여 사라진다. 남편은 경찰관에게 만일 잔지바르의 여자들이 아기 낳기를 거부한다면 자기가 대신 아기를 낳겠다고 말하며 오늘 저녁때까지 얼마든지 낳을수 있다고 약속한다. 죽었던 프레스토와 라쿠프가 어느덧 살아나서 다시 나타난다. 이들은 남편의 아기 제조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지만 걱정도 앞선다. 만일 프랑스에서 여자들이 아기 낳기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는 걱정이다. 남자들은 앞으로 임무가 바뀔 것에 대비하여 자기 부인들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며 친절을 베푼다. 사람들은 성전환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한다. 막이 내리며 모두 막 뒤로 사라지지만 카페에서 노래 부르는 여가수의 다리만이 무대 밖으로 삐죽하게 나와 있다.

 

퍼레이드


제2막. 막이 오르기 전, 몇 사람이 무대위 막 앞에서 가보트 춤을 추고 있다. 무대 안에서 아기들이 '파파'라고 합창하는 소리가 들린다. 춤추던 사람들은 그 소리에 방해를 받아 더 이상 춤을 추지 않는다. 막이 오르자 무대는 유모차들로 넘쳐있다. 남편의 프로젝트는 놀랄만한 성공을 거두어 단 하루만에 4만명의 아기들을 낳았다. 정확하게는 4만 49명이다. 파리에서 신문기자들이 몰려와 인터뷰한다. 신문기자들은 이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먹여서 기를것인지 묻는다. 남편은 기자들에게 아기를 많이 낳으면 낳을수록 더 부자가 된다고 얘기해준다. 아기들이 나중에 훌륭한 예술가들이 되어 돈을 많이 벌어다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남편이 낳은 아기들중 어떤 아기는 소설을 써서 벌써 60만부나 팔았다. 신문기자가 돈좀 빌려달라고 하니까 남편은 그 신문기자를 발로 차서 쫓아 버린다. 경찰관이 나타나 남편을 고발하겠다고 위협한다. 갑자기 4만명이나 되는 인구를 새로운 주민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잔지바르의 시민들은 모두 기아로 죽었기 때문에 인구가 생긴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는 것이냐면서 걱정이 대단하다. 남편은 점쟁이가 점칠 때 쓰는 카드(타로)로 식량 배급표를 만들수 있으므로 아기들을 먹여 살리는 데에는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 베일을 쓴 점쟁이 여인이 들어와 경찰과 다툰다. 경찰은 점쟁이 직업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점쟁이 여인은 화를 내며 경찰관을 목 졸라 죽인다. 점쟁이 여인이 베일을 벗는다. 놀랍게도 테레스였다. 이번에는 여자의 모습이다. 테레스는 남편과 다른 사람들을 인도하여 사랑과 부모의 역할을 찬미토록 한다. 테레스는 관객들에게 아기를 많이 만들라고 간곡히 권유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마지막으로 전체 출연진이 무대 앞에 나와 다음과 같이 외친다.

 

Ecoutez, o Francais, les lecons de la guerre

Et faites des enfants, vous qui n'en aisiez guerre

Cher public: faites des enfants!

 

(들으시오 프랑스인들이여, 전쟁의 교훈을

그리고 아이를 만드시오 당신들은 거의 만들지 않았지 않소

관중들이여 아이를 만드시오)



제3편. L'Enfant et les Sortiléges는 라벨의 작품편에서 다시 소개하므로 여기서는 간단히 설명한다. 엄마가 말 안듣는 아들에게 제발 착한 아이가 되라고 간곡히 당부한다. 이 아이는 엄마가 나가고 혼자 있게 되자 한동안 못된 장난을 하다가 지쳐서 푹신한 의자에 앉자 의자는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 사실 가구란 가구는 모두 이 소년에게 반항하고 있다. 소년은 겁에 질려서 오돌오돌 몸을 떤다. 눈물방울이 동화책에 떨어진다. 소년이 가장 좋아하던 동화속의 공주가 책 페이지에서 일어나 나온다. 그러나 소년은 공주를 책 속으로 다시 눌러서 들여보낸다. 놀라운 것은 산수(수학)가 늙은이 모습으로 변하여 숫자들과 회의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서로 말을 한다. 소년은 고양이를 따라 정원으로 나간다. 개구리, 나무들, 잠자리, 박쥐들이 밤하늘을 신나게 날아다니며 즐겁게 얘기를 나누다가 소년을 보자 맹공격한다. 소년의 못된 버릇을 혼내주기 위해서이다. 소년은 이들의 공격을 피하여 무조건 숲속으로 도망가다가 길을 잃는다. 이들은 소년을 계속 따라가서 혼내주려고 하다가 소년이 상처를 입은 다람쥐를 붕대로 감아주는 모습을 보자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황량하게 내버려진 소년은 자기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듯 엄마를 부르며 엉엉 운다. 동물들이 이 소년을 엄마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준다. 줄거리는 라벨편의 ‘어린이와 마법’과 조금은 차이가 있지만 원래 드라마라는 것이 사정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니만치 별로 신경쓸 일이 아니다.


의상 디자인은 피카소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