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229. Ravel, Maurice (라벨) [1875-1937]-스페인의 시간

정준극 2007. 7. 4. 17:37

 모리스 라벨

 

[스페인의 시간]


타이틀: L'Heure espagnole (The Spanish Hour). 1막의 코미디 뮤지칼(Comédie musicale). 볼레로(Volero)로 유명한 모리스 라벨의 첫 오페라 작품. 대본은 프랑크 노엥(Franc Nohain)이 썼다.

초연: 1911년 파리의 오페라 코믹극장. 이어 1919년 런던 코벤트 가든에서 공연되었고 이듬해에는 뉴욕 렉싱튼극장에서 공연되어 관심을 끌었다.

주요배역: 토르케마다(시계장이), 콘셉시온(그의 부인), 라미로(노새몰이꾼), 곤잘베(시인), 돈 이니고 코메즈(은행가)

사전지식: 어머니가 스페인 계통인 라벨은 이 오페라에서 그가 어려서부터 익숙해 있던 스페인 음악을 바탕으로 사용했다. 과연 여러군데에서 스페인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라벨의 아버지는 스위스 계통이었다. 오페라에서 시계가 재깍재깍 움직이는 소리를 도입한 것은 부계의 영향을 받아서인듯 싶다. 라벨은 ‘스페인의 시간’을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에 비유하였다. 오페라 부파는 위트가 있고 우아하며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멋있는 음악극이다.

 

콘셉시온. 비엔나 캄머오퍼.


줄거리: 시기는 18세기, 무대는 스페인의 고도 톨레도이다. 토르케마다(Torquemada)라는 얼빠진 시계장이의 또 하나 역할은 마을의 공동시계를 보살피는 것이다. 바로 오늘이 그날이다. 토르케마다가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있어야 하는 날이기 때문에 이 날은 그의 아내 콘셉시온(Concepcion)에게 있어서 노마크 챤스로 애인들과 정사를 벌일수 있는 날이다. 시계장이가 집을 나가려는데 노새몰이꾼인 라미로(Ramiro)가 자기 시계를 고치기 위해 온다. 콘셉시온은 이 반갑지 않은 손님 때문에 신경질이 난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시계장이가 나가면서 노새몰이꾼 라미로에게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가게에서 기다리라고 말한 것이다. 속이 상한 콘셉시온은 이 반갑지 않은 손님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한다. 라미로는 가만히 앉아 있기가 심심해서 가게 한쪽에 있는 무겁고 커다란 벽시계를 콘셉시온의 방으로 옮겨다 주겠다고 자청한다. 라미로는  토르케마다가 이 시계를 옮기려 했지만 힘이 부족해서 못했던 것을 잘 알고 있다.

 

콘셉시온과 라미로. 비엔나 테아터 안 데어 빈.


라미로가 큰 시계를 방으로 옮기는데 콘셉시온의 애인인 곤잘베(Gonzalve)가 나타난다. 곤잘베는 자기보다 먼저 누가 와서 있는 것을 알고는 가게 한쪽에 있는 커다란 벽시계 안에 숨는다. 라미로는 큰 벽시계를 옮겨야 하는데 다른 것을 잘못 옮긴 것을 알고는 바로 그 곤잘베가 숨어있는 벽시계를 다시 콘셉시온의 방으로 힘들게 옮겨 놓는다. 바로 이때에 은행가 이니고(Inigo)가 가게로 들어서며 이어 바람둥이 같은 청년이 들어온다. 이들은 들어오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차례로 큰 괘종시계 속에 숨는다. 먼저 온 사람이 콘셉시온과 즐기고 나오면 괘종시계 속에 숨어 있던 다음 사람이 나가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시간차 데이트인 것이다. 콘셉시온은 라미로가 그 무거운 벽시계를 옮기는 것을 보고 정신이 팔려서 애인들이 벽시계 속에 숨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 못한다. 콘셉시온이 라미로에게 ‘아유, 어쩜! 참 힘도 좋으시네요. 어쩜!’이라고 칭찬하자 라미로는 공연히 기가 나서 다른 방에 있는 무거운 물건도 옮겨 주겠다고 나선다. 라미로가 콘셉시온과 함께 방에 있는 때에 시계장이가 가게로 돌아온다. 시계장이는 벽시계 속 두 명의 바람둥이들이 낙담해서 기운 없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아직 차례가 되지 않았나? 처음 온 친구가 너무 시간을 끄는구먼!’이라고 중얼거린다. 콘셉시온과 라미로가 웃으면서 방에서 나오자 남편은 ‘어, 벽시계는 두 개 뿐인데 이 사람은 또 무엇이지? 예비시계인가?’라면서 의아해 한다. 오페라는 샴페인처럼 반짝이는 5중창으로 막을 내린다.

 

콘셉시온과 곤잘베와 이니고와 라미로 등등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