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09. Verdi, Giuseppe (베르디) [1813-1901]-에르나니

정준극 2007. 7. 5. 11:14

주세페 베르디

 

[에르나니]


타이틀: Ernani. 4막의 서정적 드라마(Dramma lirico). 대본은 유명한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Francesco Maria Piave)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희곡 에르나니(Hernani)를 기본으로하여 썼다.

주요배역: 돈 카를로(스페인의 왕), 돈 루이 고메즈 드 실바(스페인의 공작), 엘비라(실바공작의 조카 겸 약혼녀), 에르나니(아라곤의 후안, 산적), 돈 리카르도(카를로왕의 시종무관), 하고(돈 루이 고메즈의 시종무관)

음악 하이라이트: 에르나니의 카발레타

베스트 아리아: Come rugiada al cespiote[꽃봉오리에 이슬이 맺히듯](T. 에르나니의 카바티나), Ernani, Ernani, involami[에르나니, 에르나니, 내게 날아오라](엘비라의 카바티나, S), Infelice! e tuo credevi[불행! 나는 그대를 믿었도다](B), Oh de'verd'anni miei[아, 나의 젊은 시절](B)

사전지식: 에르나니가 전하고자 하는 중심 메시지는 복수와 사랑이다. 이같은 명제는 이미 서곡에 담겨있다. 1막에서 에르나니의 카바티나 Come...는 그의 사랑을 표현한다. 2막에서 엘비라의 카바티나 Ernani, involami도 사랑의 표현이다. 그 외에는 복수의 감정에 점철된 플롯이다. 그러나 결국은 용서로 결론을 맺는다. 돈 카를로 왕이 황제로 선출된후 에르나니를 용서하고 아라곤의 영토를 회복시킨 것은 좋은 예이다.

 

실바 공작

 

에피소드: 빅토르 위고의 희곡 Hernani를 바탕으로하여서는 여러 편의 오페라가 시도된바 있다. 벨리니도 에르나니의 작곡에 손을 댔으나 완성하지 못했다. 빈센쪼 가부씨(Vincenzo Gabussi)가 또 다른 에르나니를 작곡하여 파리에서 공연을 가졌다. 나부코의 대본을 쓴 도메니코 반칼라리(Domenico Bancalari)가 대본을 쓰고 알베르토 마쭈카토(Alberto Mazzucato)가 작곡한 Hernani도 있다. 이렇듯 여러 편의 에르나니 버전이 있기에 베니스 극장으로부터 새로운 작품을 의뢰받은 베르디는 이들과는 다른 작품을 쓰려고 마음먹었다. 원래 베르디는 셰익스피어를 존경했으므로 베니스의 요청에 부응하여 King Lear(리어 왕)을 오페라로 만들려고 했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바이론의 I duo Foscari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베니스의 훼니체극장장인 나니 모체니고(Nani Mocenigo)백작은 I duo Foscari를 오페라로 만든다면 포스카리가문의 후손들이 아직 생존해 있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거절했다. 베르디는 에르나니를 최종 택하였다. 나중에 에르나니 대본을 읽은 빅토르 위고는 베르디와 피아베라는 날나리들이 자기 작품을 형편없이 변형했다고 하면서 대단히 비난했다. 하지만 빅토르 위고의 비난은 날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베르디의 에르나니에 대한 인기에 파묻혀 이윽고 잠잠해지고 말았다. 아니, 오히려 빅토르 위고의 비난 때문에 베르디의 에르나니가 더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에르나니와 반도들 


줄거리: 제1막. 때는 1519년. 스페인 아라곤 지방의 산속이다. 아라곤의 영주였으나 반역죄로 추방당한 에르나니는 돈 카를로 스페인 국왕에 대하여 반기를 든 무리의 우두머리이다. 에르나니는 자기 아버지가 현재 국왕의 아버지의 손에 죽임을 당했으며 작위를 박탈당하고 영지도 몰수당했기 때문에 복수의 기회만 노리고 있다. 에르나니는 아름다운 엘비라(Elvira)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하지만 엘비라는 카를로 국왕의 보호아래 카를로 국왕의 궁성에 머물고 있다. 실은 젊은 국왕도 엘비라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에르나니는 카를로 국왕을 공격하기 전에 우선 엘비라를 구출하겠다는 의지를 자기를 따르는 무리들에게 선언한다.

 

에르나니와 엘비라 


 

운명은 복잡한 방향으로 달려가기 마련이다. 엘비라는 자기의 삼촌이 되는 늙은 실바(Silva)와 결혼하기로 약속되어있다. 엘비라를 아끼는 카를로 국왕도 이같은 사실을 은근히 싫어하고 있다. 어느날 밤, 카를로 국왕은 엘비라를 늙은 실바 백작과의 결혼으로부터 탈출시키려고 여자 갑옷을 입고 엘비라를 찾아와 그를 데리고 자기 궁성으로 데려 가려고 한다. 엘비라가 함께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을 때 에르나니가 엘비라를 구출하러 들어온다. 그러나 에르나니는 곧 국왕의 병사들에게 포위되어 잡힐 입장이 된다. 이 때 늙은 실바가 나타나 어떤 기사(騎士)와 에르나니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수상히 여겨 칼을 빼어 든다. 카를로 국왕의 시종장이 나서서 이 기사분이 실은 국왕이라고 밝힌다. 실바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 에르나니는 실바 때문에 위기를 모면하고 목숨을 건진다.

 

엘비라를 저주하는 실바


제2막. 실바의 궁성이다. 엘비라와 실바의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에르나니가 변장을 하고 실바의 궁성을 찾아온다. 에르나니는 자기를 따르는 무리와 함께 국왕을 공격하였으나 패배하여 순례자 복장을 하고 도피중이다. 실바가 에르나니를 알아보지 못하고 순례자로서 환대한다. 잠시후 에르나니는 그 늙은 귀족이 엘비라와 곧 결혼식을 올린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한다. 에르나니는 실바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에르나니를 추격하여 온 카를로 국왕은 실바에게 도망자 에르나니를 내 놓으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원래부터 카를로 국왕에 대하여 감정이 좋지 않았던 실바는 오히려 에르나니를 감추어 준다. 카를로 국왕은 성채를 샅샅이 뒤졌으나 에르나니를 찾지 못하자 대신 엘비라를 강제로 데려간다. 에르나니와 실바는 자기들이 공통의 원수가 바로 카를로 국왕인 것을 알게 된다. 실바는 병사들에게 명령하여 잠시 에르나니를 살려두도록 한다. 두 사람이 합세하여 국왕에 대한 복수부터 하기 위해서이다. 에르나니는 실바에게 자기가 원수를 갚게 된다면 이는 실바의 덕분이므로 그 이후의 자기의 삶은 실바의 손에 맡긴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그 약속의 증표로 뿔나팔을 주며 언제든지 이 뿔나팔 소리가 울리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약속한다.

 

           

 전설적인 에르나니 역의 아프릴 미요(Aprile Millo)


제3막. 유명한 샬레마뉴 황제의 무덤이 있는 성당 안이 무대이다. 새로운 서유럽 황제를 선출하는 날이다. 실바, 에르나니 그리고 휘하 무리들이 카를로 국왕을 살해하기 위해 지하에서 기다리고 있다. 무리들은 누가 카를로를 칼로 찔러 죽일 것인지 제비를 뽑는다. 에르나니가 뽑힌다. 실바는 에르나니에게 에르나니의 목숨을 가지는 대신 자기가 대신 그 일을 맡겠다고 말한다. 에르나니가 거절한다. 카를로 국왕이 황제로 선출되어 대관식을 갖게 된다. 대관식장에는 엘비라의 모습도 보인다. 엘비라는 카를로 국왕에게 황제로 추대 되었으니 지금까지 적대관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용서해 달라고 간청한다. 이에 감동한 카를로 국왕이 대사면의 영을 내린다. 그리고 관대하게도 에르나니와 엘비라의 결혼을 허락한다. 그리고 에르나니에게 귀족의 작위와 영지를 되돌려 준다. 사람들이 샬레마뉴 황제의 후계자로 선출된 카를로 신임 황제를 칭송하는 합창을 부른다. 하지만 실바는 기쁜 마음이 아니다. 카를로에 대한 복수의 일념을 더 불태운다.

 

메트로에서의 공연


제4막. 에르나니의 성이다. 이제 그는 아라곤의 영주이다. 엘비라와 에르나니의 결혼식이 진행된다. 그 때 하인이 들어와 어떤 검은 옷을 입고 복면한 사람이 성을 배회하여 침입코자 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잠시후 뿔나팔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를 들은 에르나니는 얼굴이 창백해진다. 실바가 모습을 드러낸다. 에르나니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한다. 에르나니가 실바를 설득하여 제발 지난 일은 모두 잊자고 간청하지만 실바는 듣지 않는다. 나팔소리에 대한 내용을 안 엘비라도 실바에게 간청하지만 역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에르나니로서는 약속을 지킬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에르나니는 명예를 위해서 칼을 들어 자기의 가슴을 찌른다. 

 

 에르나니 역의 플라치도 도밍고와  엘비라 역의 미렐라 프레니의 환상적인 콤비. 1982. 밀라노 스칼라 극장. 베르디의 다섯번째 오페라인 에르나니는 풍부한 화음과 아름다운 멜로디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