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21. Verdi, Giuseppe (베르디) [1813-1901]-시실리의 저녁기도

정준극 2007. 7. 5. 11:27

주세페 베르디

 

시실리의 저녁기도

 

타이틀: Les Vepres Siciliennes (I Verpri Siciliani: The Sicilian Vespers). 전4막. 베르디의 20번째 작품이다. 라 트라비아타 다음에 발표했다. 외진 스크리브(Eugene Scribe)와 샤를르 뒤베리어(Charles Duveryier)가 공동으로 대본을 완성했다. '시실리의 만종'이라고도 번역.

초연: 1855년 파리의 Academia Imperiale de Musique(제국음악아카데미)

주요배역: 기 드 몽포르(몽포르테: 샤를르 당주[Charles d'Anjou] 치하의 시실리 총독), 나폴리의 왕, 그 시르 드 베튀느(프랑스 장교), 르 콩트 드 보데몽(프랑스 장교), 앙리(아리고: 젊은 시실리인), 쟝 프로시다(죠반니 다 프로치다: 시실리의 의사), 엘렌(엘레나: 공작부인), 니네타(공작부인의 시녀), 다니엘리(공작부인의 하인)

음악 하이라이트: 전주곡에서 대학살 장면을 암시하는 테마음악, 전주곡에서 몽프로테와 아리고의 듀엣, 타란텔라, 바르카롤레, 엘레나의 칸쪼네(볼레로), 몽포르테의 아리아, 3막에서 La primavera(봄) - 오케스트라

베스트 아리아: O patria[오, 나의 조국](B), Et toi, Palermo [그리고 그대 팔레르모](B), Au sein de la puissance[권력의 중심에서](Bar), Qaund ma bont? toujours nouvelle[언제나 새로운 나의 친절함](T), Merci, jeunes amies(Merce dilette amiche)[고맙습니다! 여러분!](S) -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돈 카를로서'의 '베일의 노래'와 함께 가장 이국적인 아리아. 시칠리아의 민요풍이며 볼레로 스타일이다.

 

피날레 장면. 시실리 사람들이 엘레나와 아리고의 결혼식을 계기로 프랑스에 대한 봉기를 일으켜 프랑스 군인들을 학살한다.

 

사전지식: 시실리 사람들의 프랑스에 대한 항거를 주제로 삼았다. 베르디의 초기 작품들에서 볼수 있는 독립심, 통일에 대한 갈구, 압정에서의 해방을 이 작품에서도 그리고 있다. 베르디는 1953년부터 몇 년동안 파리에서 생활한 일이 있다. 첫 부인을 잃은 베르디는 파리에서 소프라노 주세피나 스트레포니를 만난다. 스트레포니는 실은 베르디의 첫 오페라 Oberto의 주역으로 출연한 일이 있다. 두 사람의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로 믿어 결혼한다. 베르디는 스트레포니와 결혼한 해에 ‘시실리의 저녁기도'를 발표한다. 프랑스 군인들 이탈리아 사람들을 대학살한 내용이어서 파리에서의 공연이 큰 저항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베르디의 위대한 명성이 그런 우려를 감싸고도 남았다. Vespri(Vespers)는 저녁기도를 위해 종을 치는 것을 말하기도 하며 저녁기도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베르디의 오페라의 타이틀인 I Vespri Siciliani는 1282년 3월 30일, 부활절 다음 월요일의 저녁기도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시실리의 팔레르모 주민들이 프랑스에 대항하여 일으킨 봉기사건을 말한다. 이 항거(거사)로 시실리에 주둔하고 있는 프랑스 군인들 대부분이 학살되었다. 또한 이 항거는 전 이탈리아로 번져 나폴리와 시실리공국의 군주인 샤를르1세(Charles d'Anjou)에 항거하는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시실리는 프랑스의 앙주(Anjou)왕가가 통치하고 있었다.

 

감옥에 갇혀 절규하는 아리고

 

에피소드: 베르디가 파리 오페라극장을 위해 쓴 최초의 오페라이다. 서곡은 생각보다 길며 3막에서는 Le quatre saisons(사계)를 주제로 한 발레가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프로치다(Procida)의 아리아 O patrie(오 나의 조국)와 Et toi, Palermo(그리고 그대 팔레르모)는 이탈리아 국민들의 애국심을 표현한 것이다. 베르디는 스크리브의 대본에서 프로치다를 평범한 음모꾼으로 만들어 놓은데 대하여 불만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프랑스 병사들이 이탈리아 백성들에 대하여 대학살을 하는 장면에서 프랑스측도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대하여 불만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 당국에 의한 검열이 심하여 제대로 수정하지 못했다.

 

아름다운 엘레나

                      

줄거리: 제1막. 1282년 시실리의 팔레르모. 술 취한 프랑스 군인들이 대광장에서 사람들을 희롱하며 제멋대로 흥청거리고 있다. 이 모습을 본 시실리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적개심이 솟아나고 있다. 젊고 아름다운 엘레나(Elena: 엘렌, La Duchesse Helene) 공작부인이 등장한다. 엘레나는 프랑스인들을 극도로 증오하고 있다. 엘레나의 오빠는 프랑스에 항거하는 모반을 꾸몄다는 죄목으로 처형당한 일이 있다. 술취한 프랑스 군인들이 엘레나를 하찮은 여자로 생각하고 ‘야, 이리 와서 노래나 한마디 불러봐!’라며 주정을 부린다. 엘레나는 모든 것을 꾹 참고 노래를 부른다. 엘레나의 노래는 시실리 사람들의 용기있는 항거를 은근히 부추기는 내용이다. 적개심에 불타고있던 군중들은 프랑스 군인들의 꼴같지 않은 행동을 도저히 참고 볼수가 없어서 프랑스 군인들에게 덤벼들고자 한다. 이때 프랑스 총독인 몽포르(Guy de Monforte)가 나타나서 군인들에게 군중들을 강제 해산토록 명령한다. 엘레나는 총독의 눈길을 피하여 사라진다. 총독은 군중속에 섞여 있는 어떤 시실리 청년을 보자 아무래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어서 앞으로 나오도록 하여 이름과 집안 내력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총독에게 적개심을 품고있는 이 청년은 반항적인 말투로 어머니는 이미 세상 떠났고 아버지는 누구인지 모른다고 대꾸한다. 한순간 총독의 얼굴에 애증이 교차하는 모습이 스쳐간다. 총독은 청년에게 프랑스를 위해 충성하면 명예와 부귀를 회복시켜 주겠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청년은 이같은 제안을 단번에 거절한다. 총독은 이 청년이 엘레나 공작부인을 좋아하는 것을 눈치 채고 청년에게 엘레나 공작부인이 반역의 의심을 사고 있으므로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당부하며 떠난다. 청년의 이름은 아리고(Arrigo: 앙리: Henri)이다.

                     

공작궁에서의 파티
                    

제2막. 팔레르모 교외의 한적한 해안이다. 시실리의 독립투사인 프로치다(Procida)가 오랜 추방생활을 벗어 던지고 비밀리에 시실리로 돌아온다. 프로치다는 엘레나 공작부인과 청년 아리고(Arrigo)를 만나 시실리에서 프랑스를 몰아내기 위한 시실리 사람들의 봉기를 지원하기 위해 스페인 함선이 무기를 싣고 온다고 말한다. 그는 이 일에 대하여 아리고를 신뢰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뜬다. 두 사람만 남게되자 아리고는 엘레나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엘레나는 자기 오빠의 죽음을 복수해 준다면 결혼하겠다고 약속한다. 이 때 총독의 사자가 나타나 아리고에게 총독궁에서의 무도회에 초대한다는 총독의 메시지를 전한다. 엘레나는 어째서 총독이 아리고만을 초청하는지 궁금해 한다. 아리고가 무도회에의 초청을 거절하자 군인들이 아리고를 붙잡아서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아리고와 엘레나와 공작과 프라시다

 

제3막. 모든 것을 차지한 총독이지만 오래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있다. 그러한 때에 우연히 아리고를 만난 총독은 그가 자기 아들인 것을 확신한다. 아리고가 군인들에게 끌려서 총독 앞에 선다. 총독은 자기가 아버지인 것을 밝히고 자기를 사랑해 줄것을 요청한다. 이 말을 들은 아리고는 충격을 받는다. 프랑스의 앞잡이인 총독이 자기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었던 것이다. 아리고는 그러는 한편, 언뜻 자기와 엘레나와의 사랑에 장벽이 생길 것을 걱정한다. 아리고는 자기가 총독의 아들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하여 절망한다. 아리고는 총독에게 어머니를 죽게한 장본인이라면서 극렬하게 비난하며 아버지로서 인정할수 없다고 말한다. 장면은 바뀌어 무도회장이다. 몇 몇 사람들은 초록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다. 총독 제거의 음모에 가담한다는 비밀 표식이다. 의사이며 독립투사인 프로치다(Giovanni da Procida: Jean Procida)가 아리고의 가슴에 리본을 달아준다. 아리고의 마음은 혼돈스럽다. 아버지를 배반할수 없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동료들을 배반할수 없다는 생각도 일어난다. 총독이 아리고에게 다가와서 가슴에 매달린 초록색 리본이 이상하다는 듯 떼어준다. 이를 신호로 하여 엘레나를 비롯한 비밀 결사요원들이 총독을 암살하기 위해 에워싼다. 하지만 총독은 순간적으로 이들의 포위를 무사히 빠져나간다. 총독은 군인들에게 저들을 모두 체포하라고 명령한다. 다만, 아리고는 자기를 구해준 사람이므로 체포하지 말라고 지시한다. 시실리 비밀결사 요원들은 아리고의 배신에 격분하며 복수를 선언한다.

 

피날레 장면

                       

아리고는 아버지 총독에게 간청하여 지하 감옥의 죄수들을 만날 수 있는 통행증을 얻는다. 아리고의 마음은 이들 시실리의 독립투사들과 함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아리고의 말을 들어줄지이다. 아리고를 만난 엘레나는 불쾌함을 표시한다. 마침내 아리고가 총독과의 관계를 밝히자 엘레나의 마음은 혼란스럽다. 아리고는 동지들과 한 마음임을 강조한다. 아리고의 본심을 안 엘레나는 아리고에 대한 자기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군인들에게 잡혀 들어온 독립투사 프라치다는 엘레나에게 무기를 실은 스페인 함선이 방금 접선 장소에 도착했다고 귀속 말로 전해준다. 엘레나와 함께 있는 아리고를 본 독립투사 프라치다는 아리고가 적극적으로 총독 암살에 가담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도 배신자라는 생각을 씻지 못한다. 이 때 총독이 들어와 자기를 암살하려는 모든 죄수들을 처형하라고 명령한다. 이 소리를 들은 아리고가 총독에게 만일 저들을 처형하겠다면 자기도 함께 죽여 달라고 말하며 풀어줄것을 간청한다. 총독은 아리고에게 자기를 아버지로 인정하고 순종한다면 죄수들을 처형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아리고는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총독의 제안을 수락한다. 총독은 아들 아리고와 엘레나의 결혼을 프랑스와 시실리와의 화해의 증표로서 허락한다고 말하고 곧 결혼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독립투사 프로치다가 엘레나에게 ‘오빠를 죽게한 원수를 생각하라’고 슬며시 말해준다.

 

현대적 연출. 결혼식 장면

                                                 

제4막. 산토 스피리토 성당 앞에서 사람들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다. 오늘의 신부 엘레나가 제단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자기의 행복함을 노래한다. 제단앞에 이르기 전에 프로치다가 엘레나에게 다가와서 복수의 기회가 왔다고 얘기해 준다. 결혼식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스페인이 보내준 무기로 무장한 군중들이 프랑스 군인들을 공격하도록 되어있다는 것이다. 엘레나는 결혼 서약을 하지 않음으로서 아리고를 배신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결혼 서약을 해서 대학살의 신호로 삼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엘레나가 결혼 서약을 주저하자 총독이 엘레나를 제단 앞으로 이끌고 와서 강제로 서약을 진행시킨다. 때를 맞추어 성당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무장한 시실리아 사람들이 성당안으로 몰려 들어와 닥치는 대로 프랑스 군인들을 학살한다. 이것으로 막이 내린다. 아리고와 엘레나가 어떻게 되었는지, 총독이 피살되었는지, 봉기에 참여한 시실리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감옥에 갇힌 엘레나와 그를 구하려는 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