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20. Verdi, Giuseppe (베르디) [1813-1901]-라 트라비아타

정준극 2007. 7. 5. 11:22

 

주세페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타이틀: La Traviata (The Fallen Woman. 타락한 여인: 춘희). 전3막. 알렉산더 뒤마(Alexander Dumas)휘스(아들)의 소설 La dame aux camelias(카멜리아꽃을 단 여인)을 바탕으로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가(Francesco Maria Piave)가 대분을 썼다. 피아베는 베르디의 리골레토와 ‘운명의 힘’의 대본도 썼다. 일본에서는 동백꽃을 단 여인이라는 의미에서 타이틀을 춘희(椿姬)라고 번역했다.

초연: 1853년 베니스 훼니체극장(Teatro La Fenice)

주요배역: 비올레타 발레리(고급 창녀), 플로라 브르부아(비올레타의 친구), 아니나(비올레타의 하녀), 알프레도 제르몽(비올레타를 사랑하는 청년), 죠르지오 제르몽(알프레도의 아버지), 뒤폴남작, 그렌빌(의사), 쥬세페(비올레타의 하인)

음악 하이라이트: 알프레도와 비올레타의 브린디시(축배의 노래), 파티의 히로인으로서의 비올레타 테마음악, 간청하는 아버지 제르몽의 테마음악(프로방스), 2막에서 비올레타와 제르몽의 대화 장면 음악, 2막에서 비올레타가 희생키로 한데 대한 음악,

베스트 아리아: Ah, forse è lui...Sempre libera[아,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은 그 사람일 것이야](S), Di Provenza il mare, il suol[프로방스, 그 바다와 그 땅](B), Parigi, a cara[파리를 떠나서](S+T), De'miei, bollenti spiriti[환희속에 불타는 나의 꿈](T), Brindisi Libiamo[모두 마시자](T+S), E tardi...Addio del passato(S), Un Di Felice[어떤 행복한 날](S)

사전 지식: 라 트라비아타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의 하나가 되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우수에 넘친 전주곡은 마치 비올레타의 죽음을 예견하는 것과 같다. 곧이어 활기에 넘친 축배의 노래(Brindisi, Libiamo)가 뒤따른다. 라 트라비아타에는 Brindisi 이외에도 주옥과 같은 수많은 아리아와 듀엣, 합창이 전편을 수놓고 있다. 알프레도의 아버지인 죠르지오 제로몽의 아리아 Di Provenza il mar, il soul은 바리톤 아리아중 가장 감동적인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스페인 무곡등이 나와 인생의 양면을 표명해 준다. 라 트라비아타는 사실주의의 요소를 지닌 수작이다. 

 

 영국 글린드본 음악제 공연. 비올레타 역의 마리 맥로린(Marie MacLaughlin)

알프레도의 비난과 모욕을 참으면서 듣고 있는 비올레타

 

에피소드: 밤이면 밤마다 파리의 5대 극장 중 특별석에 나타나서 한 달의 25일 간은 흰 동백꽃, 나머지 5일간은 붉은 동백꽃을 가슴에 꽂음으로서 돈 많은 호색한들에게 자기의 생리일을 대담하게 표시해 온 리미트(On-limit)와 오프 리미트(Off-limit)를 밝혔던 고급 창녀가 1850년 전후, 파리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마리 듀프레시스라고 불리는 그 창녀는 시골, 가난한 홀아비의 맏딸로 태어나 열 살 때, 한 접시의 수프와 처녀를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는 열두 살 때 맨발에 누더기를 걸치고 파리로 올라왔다. 호색의 거리 파리에서 자기의 육체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마리는 1년에 10만프랑의 생활비를 탕진하는 고급 창녀가 되었다. 이 창녀를 한때 열렬히 사랑한 사람이 ‘삼총사’와 ‘몬테 크리스토 백작’으로 유명한 ‘알렉산더 뒤마’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아들 뒤마가 아버지와 함께 반년 동안 스페인 여행을 하고 돌아와 보니 안타깝게도 마리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당시 24세였던 뒤마 피스(아들이란 뜻)에게는 그의 지금까지 생애에서 그보다 더 슬프고 회한에 넘치는 날은 없었다. 그는 울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La dame aux camelias였다. 소설은 가히 폭풍적인 인기를 끌어 만인의 주목을 받았다. 뒤마 피스는 소설을 다시 극으로 고쳐서 상연했다. 마침 파리에 갔던 베르디는 이 극을 보고 감명을 받아 La Traviata라는 타이틀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La Traviata는 방황하는 여자, 타락한 여자, 버림받은 여자라는 뜻이다.

 

비올레타 역의 마리아 칼라스


줄거리: 제1막. 1849년대 또는 1799년대, 그렇지 않으면 제작감독이 설정하는 시기의 파리가 무대이다. 애수에 넘치는 전주로 막이 오르면 무대는 비올레타(Violetta Valéry)의 살롱이다. 사교계 사람들이 모여들어 화려한 무도회가 열리기 직전이다. 갸스통(Gaston)자작의 안내로 알프레도(Alfredo Germont)가 들어온다. 사람들은 이 새 손님을 환영하며 알프레도에게 노래를 청한다. 그는 술과 사랑을 찬미하는 ‘축배의 노래’(Brindisi)를 부른다. 그의 노래에 이어 합창이 계속되고 마지막파트는 비올레타가 받아서 부른다. 노래가 끝나고, 옆방에서 왈츠가 들려오자 모두들 춤을 추러 건너간다. 비올레타는 갑자기 빈혈을 일으켜서 혼자 남는다. 비올레타는 이미 얼마 전부터 폐렴을 앓고 있었다. 알프레도가 비올레타를 염려하여 다시 나타난다. 그는 비올레타의 방종한 생활을 충고하면서 1년 전, 아니 아주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애정을 고백한다. 비올레타는 순박한 청년의 말을 비웃는다. 그리고는 가슴에 꽂았던 동백꽃을 건네주며 자기는 지금의 분방한 생활에 만족한다는 아리아를 부른다.

 

 비올레타와 알프레도(Rolando Villazon)이 쾌락의 삶을 위해 축배를 들고 있다.

 

무도회가 끝난 살롱 안은 갑자기 한적해진다. 혼자 쓸쓸히 소파에 몸을 던진 비올레타의 가슴을 알프레도의 그림자가 밟고 지나간다. 그것이 사랑임을 깨닫는 그녀! 비올레타의 저 유명한 아리아 Ah, fors' e lui(아, 그대던가)가 불리어지는 장면이다. 자기의 뛰는 가슴을 의아해하는 레시터티브에 이어서 그것이 사랑임을 깨닫게 되면서 충만해지는 기쁨. 하지만 그녀는 곧 자기 자신의 처지와 헤어날 길 없는 생활의 사슬을 돌이켜보고 스스로 단념하려고 자기를 비웃어본다. 그러나 멀리서 들려오는 알프레도의 ‘사랑은 신비롭고 숭고한 우주의 고동’이라는 노랫소리에 항거할 힘은 없다.

 

비올레타(Kotrubas)는 자기도 알프레도(Domingo)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제2막 제1장은 파리 교외의 간소한 별장.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숨어사는 사랑의 보금자리다. 알프레도는 두 사람만의 행복한 생활을 찬양한다. 그러나 하녀로부터 생활비가 궁색해서 비올레타가 가진 것을 팔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알프레도는 돈을 마련하려고 파리로 간다. 그 뒤에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Giorgio Germond)이 찾아온다. 그는 아들에 대한 비올레타의 사랑이 순수한 것임을 알고 감명을 받지만 임박한 딸의 혼담이 아들의 스캔들로 인해 지장을 가져올 것을 말하고 비올레타에게 헤어져주기를 간청한다. 굳은 결심을 한 비올레타는 제르몽에게 자리를 뜨게 한 뒤, 희생을 각오하고 알프레도에게 전할 Dear Alfredo의 편지를 쓴다. 잠시후 알프레도가 돌아온다. 비올레타는 새삼스럽게 그와의 애정을 확인한 후 방을 나간다.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 알프레도에게 하인이 편지 한 통을 전한다. 편지를 읽은 알프레도는 절망에 빠져 한탄한다. 이때, 아버지 제르몽이 나타나서 눈물을 씻고 명예를 회복하라면서 고향 프로방스의 바다와 육지를 생각하여 옛날로 돌아오라고 간청한다. 아버지의 정이 물씬 풍기는 정감 있는 노래다. 그러나 알프레도는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아버지를 뿌리치고 비올레타의 뒤를 쫓는다. 그는 그녀의 편지만 보고 비올레타를 오해해서 복수심에 사로잡힌 것이다.

 

조르지오 제르몽이 비올레타에게 알프레도와 헤어져 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제2막, 제2장은 비올레타의 친구인 플로라(Flora Bervoix)의 호화로운 저택이다. 화려한 가면무도회가 한창이다. 여러 사람과 함께 알프레도가 나타나고 이어서 비올레타가 늙은 친구 두뽈(Duphol)남작과 함께 들어온다. 알프레도는 친구들과 도박을 시작해서 연전연승을 울린다. ‘사랑에는 패했지만 도박에는 이긴다. 돈을 따면 여자를 사서 시골로 돌아갈 테다’라고 비올레타에게 들으라는 듯이 지껄이는 말에 그녀의 가슴은 메어질 것 같다. 손님들이 식당으로 물러간 뒤 비올레타는 알프레도를 불러 제발 자기를 그냥 놓아두고 돌아가 달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는 비올레타의 배신을 추궁한다.  비올레타는 제르몽과의 약속 때문에 늙은 뒤폴남작을 사랑한다고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로 그를 단념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에 더욱 흥분한 알프레도는 큰 소리로 손님들을 불러서 비올레타를 조소한 끝에, 도박에서 딴 돈을 그녀에게 던진다. 사람들이 알프레도의 비신사적인 행동을 비난하는 중에 비올레타는 격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실신해 쓰러진다. 그 곳에 제르몽이 들어와서 알프레도를 위해 비올레타가 일부러 떠났음을 얘기해주며 아들을 몹시 책망한다. 알프레도는 자기의 추태를 뉘우친다. 한편, 비올레타는 자신의 저주스럽기만 한 처지를 애통해 한다.

 

플로라의 호화저택에서 열린 파티 장면

 

제3막은 비올레타의 병실. 때마침 거리는 카니발로 들끓고 있건만 병실에서는 침울한 죽음의 장막이 드리운 듯하다. 비올레타의 병상 옆에서 하녀가 간호에 지쳐서 졸고 있다. 왕진 온 의사는 하녀에게 비올레타의 생명이 경각에 있다는 것을 귀띔해 주고 간다. 비올레타는 하녀를 심부름 보낸 뒤, 제르몽에게서 온 감사의 편지를 꺼내서 읽는다. 알프레도가 진실을 알게 되고 오해가 풀린 것은 반갑지만 이제 죽음을 앞두고 비올레타는 모든 것이 허망하기만 하다. 거울에 비친 수척한 얼굴을 보고 비올레타는 ‘지난 날의 아름다운 꿈이여, 안녕’이라는 한없이 애달픈 노래를 부른다. 밖에서 들려오는 카니발의 흥겨운 합창은 더한층 방의 적막감과 대비된다. 이때, 하녀가 뛰어 들어오면서 알프레도를 만났다고 한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프레도가 들어와서 그녀를 포옹한다. ‘아! 나의 비올레타! 나는 죄 많은 사나이다!’.... 비올레타의 두 눈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하염없이 흐를 뿐이다. 두사람은 이제부터 다시 새로운 행복의 꿈을 맺어보자고 다짐하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었다.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의 가슴에 힘없이 쓰러진다. 달려온 제르몽은 이 모든 것이 자기의 잘못으로 생각하여 괴롭다. 죽음의 그림자가 이미 짙어가고 있는 비올레타는 마지막으로 알프레도에게 자기의 초상화가 들어 있는 목걸이를 건네준다. 마치 자기와는 사뭇 다른 착하고 예쁜 아가씨를 만나 행복하게 살라고 당부하는 듯.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울때 비올레타는 사랑하는 알프레도의 품에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