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41. Wagner, Richard (리하르트 바그너) [1813-1883]-로엔그린

정준극 2007. 7. 5. 11:40

 

리하르트 바드너

 

[로엔그린]


타이틀: Lohengrin. 전3막의 낭만적 오페라. 대본은 작곡자 자신이 썼다. 로엔그린은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되어야 했던 왕자의 이름이다.

초연: 1850년 독일 바이마르공국의 대공궁전극장(Grossherzogliches Hoftheater)에서 바그너가 스위스로 피난간 기간중에 리스트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주요배역: 엘자(브라반트의 공주), 로엔그린(백조의 기사), 프리드리히(브라반트의 백작), 오르트루트(프리드리히의 부인), 하인리히왕(들새사냥꾼 하인리히라는 별명의 앤트워프왕)

음악 하이라이트: 결혼 행진곡, 성배 모티프, 오르트루트의 모티프, 엘자의 모티프

베스트 곡: 혼례의 합창(Choir), Einsam, in trüben Tagen[고통의 날에 혼자서](S), Euch Lüften, die mein Klagen so traurig oft erfüllt[나의 슬픔에 대답을 해준 그대 미풍이여](S)

 

로엔그린과 엘자의 결혼식. 현대적 연출

      

사전지식: 상당히 긴 3막짜리 오페라이다. 이것이 바그너이다. 삭제하지 않은 공연이라면 네 시간의 저녁시간을 꼼짝없이 보내야한다. 바그너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강렬하고 흥미로운 음악이 넘쳐흐른다. 라이트-모티브는 이 오페라의 중심적 구성이다. 모두 38개의 라이트-모티브가 등장한다. 각각의 주인공들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라이트-모티브는 바그너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필수의 것이다. 서곡에 나오는 라이트-모티브는 성배에 대한 것이다. 오늘날 결혼식에서 빠짐없이 연주되는 ‘신부의 합창’(딴 딴따다..)은 3막의 전주곡으로 나오는 너무나 유명한 혼례의 합창이다. 스토리는 독일의 전설에 기본을 둔 것이다. 오페라 로엔그린을 파르지팔(Parsifal)의 후속편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성배(聖杯)의 기사 파르지팔의 아들 로엔그린이 펼치는 모험과 사랑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바그너는 이 오페라를 13년간의 스위스 정치추방 기간에 썼다. 프란츠 리스트가 로엔그린의 홍보담당자로 활동했다. 그 결과 로엔그린은 독일에서 날이 갈수록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독일 사람들의 구미에 꼭 맞는 스토리와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후, 바그너가 아직도 스위스에 머물러 있을 때에 그는 사람들에게 ‘로엔그린의 공연을 객석에서 보지 못한 독일인은 아마 나 혼자일 것’이라고 한탄하듯 말한바 있다.

 

 로엔그린과 엘자의 결혼장면


줄거리: 제1막. 앤트워프(Antwerp)의 왕 하인리히(Heinrich: 헨리)는 이웃나라 브라반트(Brabant)공국을 오스트리아(어떤 대본에는 헝가리)가 침공했다는 소식을 듣자 이웃나라를 돕기 위해 궁정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한다. 대책회의에는 브라반트(Brabant)공국 사람들도 참석했으나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브라반트공국은 최근 영주가 죽은 후 후계자 문제 때문에 가족 간에 복잡한 문제로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브라반트공국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정말 알고 싶다면 다음의 간략한 설명을 읽어보면 된다. 브라반트대공은 딸 엘자(Elsa)와 아들 고트프리트(Gottfried)를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며칠 되지 않아서 고트프리트왕자가 종적을 감추었다. 엘자가 영주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동생인 고트프리트왕자를 죽였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런 소문이 돌자마자 엘자와 결혼키로 한 프리레데릭(Frederick: 어떤 대본에는 Friedrich)백작은 돌연 오르트루트(Ortrud)라는 간악하게 생긴 여자와 결혼했다. 소문에 의하면 오르트루트는 가끔씩 마법을 행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마녀였다. 그런지 얼마후 프레데릭백작은 하인리히왕이 브라반트공국을 방문하여 궁정회의를 개최할 때에 참석하여 헨리 왕에게 엘자를 살인죄로 처형해 달라고 청원한다.

 

 로엔그린 역의 플라치도 도밍고


하인리히왕은 전능하신 하나님만이 엘자의 유죄 여부를 결정할수 있다고 하면서 프레데릭백작과 엘자가 각각 지명한 기사가 결투를 벌여 유죄여부를 가리도록 했다. 누가 엘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결투를 해 줄 것인가? 상대방 프레데릭백작은 무술 실력이 뛰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갑자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찬란한 갑옷을 입은 어떤 기사가 백조가 이끄는 배를 타고 미끄러지듯 나타난다. 그 기사는 결투로서 엘자의 결백을 입증하겠으며 자기가 승리하면 엘자와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엘자에게는 행운이 겹쳐 일어난 셈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기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것만해도 기막힌 행운인데 잘 생기고 늠름하며 스마트하고 사려 깊게 생긴 그 기사가 청혼까지 하였으니 말이다. 다만, 그 기사는 엘자에게 결혼의 조건으로 절대로 자기 이름을 묻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요청한다. 하인리히왕의 직접 주관하는 결투에서 당연히 로엔그린(이 오페라가 끝날 때까지 그 기사의 이름은 비밀에 싸여 있어야 할 터인데 줄거리 소개 때문에 로엔그린이라는 이름을 밝히게 되었으니 조금은 미안한 노릇)이 프레데릭백작을 쓰러뜨리고 만인 앞에서 엘자의 결백을 입증한다. 스토리가 여기에서 끝난다면 해피엔딩이겠지만 이야기에는 반전과 비극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엘자 역의 레나타 테발디(Renata Tebaldi)


제2막. 영명하신 하인리히왕은 사악한 프레데릭히백작과 그의 부인 오르트루트를 추방한다. 두 사람은 수치를 참지 못하여 얼굴을 싸매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사라진다. 하지만 사악하고 못된 두 사람은 만만히 물러설 인간들이 아니다. 오르트루트는 엘자가 마법을 썼기 때문에 그 미지의 기사가 결투에서 이긴 것이고 그 기사가 자기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은 마법의 힘 때문이며 이름이 알려지게 되면 마법이 사라진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오르트루트는 엘자에게 신랑인 그 기사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내라고 다그친다. 이름을 밝히지 못한다면 마법에 의해 승리한 것으로 간주하여 결투 자체를 무효로 해야하며 고트프리트왕자를 살해했다는 누명도 벗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엘자 자신도 호기심 때문에 자기신랑이 될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다.

 

 엘자 역의 전설적 소프라노 로테 레만


제3막. 엘자와 미지의 기사와의 결혼식이 올려진다. 아름다운 신부 엘자가 시녀들과 함께 나타난다. 유명한 ‘결혼 합창곡’이 흘러나온다. 딴 따다단...행복한 신랑신부는 사랑의 듀엣을 부른다. 하지만 엘자의 마음속에는 오르트루트의 집요한 다그침이 도사려 있다. 그리하여 엘자는 그렇게도 묻지 말아 달라는 기사의 당부를 무시하고 ‘사랑하는 당신이여, 그대의 이름은 도대체 무엇이나이까?’라고 묻는다. ‘남편 X'가 무슨 대답을 하려는 직전에 마침 그 방에 몰래 숨어들어와 복수하려던 프레데릭백작이 발각되어 남편 X의 칼에 그만 목숨을 잃는다. 엘자는 기절한다. 남편 X는 신부 엘자가 자기의 이름과 신분을 알기 전에는 결단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눈치 챈다. 그는 하인리히왕과 모든 신하들이 모인 가운데 자기의 이름은 로엔그린으로 성배의 기사 파르지팔의 아들이라고 밝힌다. 파르지팔의 아들이라는 말에 모두들 놀라며 무릎을 꿇어 경의를 표한다. 이어 로엔그린은 매년 한 번 성배의 비들기가 자기를 찾아와 악의 힘을 물리치는 능력을 새롭게 해주고 있으며 그러한 능력은 자기의 이름이 비밀에 감추어진 상황에서만 가능하다는 설명을 한다.

 

 로엔그린의 환상적인 무대


이제 모든 것을 밝힌 로엔그린은 영원히 떠나기 위해 자가기 타고 왔던 백조를 부른다. 그런데 실은 그 백조야 말로 엘자가 살해 했다고 누명을 쓴 고트프리트 왕자였다. 마녀 오르트루트가 백조로 만들었던 것이다. 오르트루트가 나타나 저 백조는 마법이 씌어진 왕자라고 말하고 자기가 살아 있는 한 마법 때문에 절대로 다시 왕자로 변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로엔그린의 능력이 오르트루트의 마법보다 더 강했다. 로엔그린이 기도를 하자 성배의 비둘기가 나타나 백조를 왕자로 다시 변화시킨다. 브라반트공국의 올바른 통치자를 찾아 준 로엔그린은 성배의 비둘기가 이끄는 배를 타고 슬픈 마음으로 저 멀리 떠난다. 엘자가 ‘나의 남편이여, 나의 남편이여!’라고 울면서 외치지만 로엔그린이 탄 배는 점점 멀리 사라진다. 엘자는 자기 동생인 고트프리트의 팔에 안겨 숨을 거둔다. 왜 엘자가 그 시점에서 죽어야 하는지 알수 없다. 아마 로엔그린의 정체를 알고 나면 죽어야만 하는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엘자(레지나 제스니크)가 오르트루트(리타 고르)의 사악함을 비난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