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하우스/유명 오페라극장 1

10.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Opera Comique)

정준극 2007. 9. 3. 11:09
 10.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Opera Comique)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극장

 

누구든지 오페라 코미크의 건물을 보면 그 당돌하면서도 위엄 있는 모습에 압도당하기 마련이다. 무척 아름다운 건물이면서도 주위와는 관계없이 어딘지 엉뚱하다는 이미지를 던져 주는 그런 모습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건물을 기차역이라고 불렀다.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파리인의 생활’ 1막에 파리 서부역이 배경으로 나오는 것은 오페라 코미크를 염두에 둔 풍자였다고 한다. 오페라 코미크에는 여러 에피소드가 있지만 반면 이곳만큼 파리 시민들의 자부심이 뭉쳐있는 오페라극장도 찾아보기 힘들다. 1875년 비제의 카르멘이 이곳에서 초연을 가졌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환영받는 오페라중의 하나인 카르멘이지만 오페라 코미크에서의 초연은 실패였다. 관중들의 야유와 평론가들의 비난은 지나칠 정도였다.

 

비제의 '카르멘'에서 피날레 장면

 

오페라 코미크의 연혁은 17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극적인 무거운 오페라가 아니라 가벼운 희극적인 오페라를 전문으로 하는 새로운 오페라극장이 필요해서 만들어졌다. 그보다도 당시 파리의 오페라 무대를 주도하고 있던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응하여 순수 프랑스 코믹 오페라를 공연할 극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다른 곳에 있던 ‘코미디 이탈리아느’극장과 통합하여 오페라 코미크가 탄생하게 되었다. 나중에 오페라 코미크 앞의 광장은 플라스 부엘듀(Place Boieldieu)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위대한 작곡가 앙리 부엘듀를 기리기 위해 나중에 붙인 거리 이름이다. 오페라 코미크에서는 1825년 아드리앙 부엘듀(Adrien Boieldieu)의 La Dame Blanche(하얀 옷의 여인)이 초연되었다. 프랑스 역사상 최고의 코믹 오페라인 ‘하얀 옷의 여인’은 초연 이래 1862년까지 거의 40년동안 1천회 이상의 공연을 기록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활동했던 작곡가로서는 오버, 알레비, 베를리오즈, 비제 등이다. 보슈사(Bochsa)는 특별한 작곡가였다. 원래 하프주자였던 보슈사는 작곡에도 재능을 보여 7편의 오페라가 이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오페라 코미크의 화려한 회랑

 

이후 오페라 코미크는 파리 중류시민들이 오페라를 즐기는 장소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1887년 오페라 코미크는 화재로 파손되었다. 그후 10년이란 기간의 재건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극장의 이름이 오페라 코미크라고 해서 코믹 오페라만이 공연된 것은 아니었다.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가 이 곳에서 초연된 것은 좋은 예이다. 1846년 초연된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은 악평을 받았다. 이로 인하여 베를리오즈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거의 회복되지 못할 정도였다. 1902년 드빗시의 ‘플레아와 멜리상드’가 초연된 것도 기록에 남을 일이었다.

 

오페라 코미크의 오디토리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