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필견의 33편

노르마 - 벨리니

정준극 2007. 10. 24. 14:04

노르마

Norma

Vincenzo Bellini

 

빈첸조 벨리니


고대 로마인들은 켈트족을 갈리아(Gallia)인이라고 불렀다. 갈리아라는 말은 프랑스어의 골(Gaul)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 다르다고 생각되는 켈트족과 골족은 실상 같은 뿌리이다. 갈리아 지방은 오늘날의 북부 이탈리아로수터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서부, 네델렌드와 독일의 일부를 말했다. 라인강 서안의  거의 전 지역이 갈리아 지방인 셈이었다. 갈리아 지역중에서도 오늘날의 노르망디 지방은 갈리아의 서쪽 요충지였다. 로마제국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갈리아 지방을 평정하고 요새를 만들었다. 갈리아 지방을 로마제국의 영토로 만든 사람은 저 유명한 시저(케사르)였다. 케사르의 ‘갈리아기(記)’는 갈리아지역의 생활과 문화를 볼수 있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이다. 로마제국은 갈리아에 총독을 두어 원주민인 켈트족의 항거를 억눌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트족들은 자기들의 오랜 영토에서 로마군을 몰아내려는 민족주의적 항쟁을 끊이지 않게 추진하였다.  

 

참나무 숲에서 신의 계시를 기다리고 있는 켈트족들


 켈트족은 드루이드교(敎)를 신봉했다. 드루이드교의 특징은 영혼불멸을 믿는 것이었다. 사람이 죽으면 다시 환생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죽음의 신인 이르민술을 세상의 주재자로 여겼다. 드루이드 교도들은 무슨 중대한 사안이 생겨 신의 계시를 받고자 할 때에는 한밤에 숲속의 신전에 모여 이르민술 신에게 사람을 희생하여 바치는 의식을 가졌다.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에 나오는 노르마는 드루이드교 최고 여사제의 이름이다. 노르마는 대사제인 오로베소(Oroveso: Bass)의 딸로서 신의 계시를 직접 받는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여사제이다. 노르마는 켈트족과 드루이드교의 신을 연계해주는 매개자였다.

 

노르마의 배반을 알고 분노하는 켈트족들

 

벨리니의 노르마는 일명 L'infanticidio(The Infanticide: 어린이 살해)라고 한다. 노르마가 자기의 두 아이를 죽이려 했기 때문이었다. 오페라 ‘노르마’에 나오는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 Casta Diva(정결한 여신)은 모든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서정적인 곡으로 알려진 것이다. 최고 여사제 노르마가 달빛이 은은히 비치는 한 밤중에 숲 속의 신전에서 드루이드교의 의식을 거행하면서 부르는 신비스러운 곡이다. 켈트족들이 어떻게 하면 평화스럽게 살수 있는지에 대하여 신의 계시를 구하는 내용이다. 드루이드 교도들인 켈트족들은 노르마의 말을 신의 음성으로 믿고 복종했다. 노르마는 정결하고도 순수한 여인으로 신으로부터 절대적인 능력을 위탁받았다고 믿어지고 있다. 그런 노르마이지만 실상 그의 사생활은 로마에 항거하는 켈트족으로서는 상상조차 할수 없는 세속적인 것으로 물들어 있었다. 노르마는 이미 오래전에 로마군 사령관(또는 총독)인 폴리오네(Pollione: Ten)와 비밀결혼을 하여 두 아이까지 낳아 기르고 있는 형편이다. 드루이드교의 신성한 여사제로서 남자와 결혼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터에 더구나 켈트족들이 원수로 여기고 있는 로마군과 비밀결혼 했다는 것은 하늘이 뒤집힐 일이 아닐수 없었다. 이런 놀라운 사실은 다만 아이들의 유모만이 알고 있을 뿐, 그 어느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므로 노르마를 ‘정결한 여신’으로 부르기보다는 ‘부정한 여인’으로 부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드루이드교 최고 여사제로서의 서약을 위배하고 또한 동족을 배반한 노르마에 대하여 오히려 연민의 감을 갖게 된다.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랑의 힘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이다. 노르마를 신전의 최고 여사제가 아닌 하나의 여인으로서 보면 그렇다.

 

노르마의 마리아 칼라스

 

벨리니는 도니제티, 로시니와 함께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금자탑을 쌓은 작곡가이다. 이들 세 사람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지만 로시니가 79세까지 살았고 도니제티도 51세에 세상을 떠난데 비하여 벨리니는 34세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로시니나 도니제티처럼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의 천재성은 노르마 한편만으로도 충분히 세계의 인정을 받을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노르마는 뛰어나게 아름다운 작품이다. 펠리체 로마니(Felice Romani: 1788-1865)가 대본을 쓴 노르마는 전4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벨리니가 30세 때에, 그러니까 그가 세상을 떠나기 4년전에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 초연되었다. 극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갈채는 우레와 같았다.  

 

초연에서 노르마의 이미지를 창조한 주디타 파스타

 

라 스칼라 초연에서 노르마 역할을 창조한 소프라노는 주디타 파스타(Giuditta Pasta)였다. 주디타 파스타는 La Sonnambula(몽유병자)의 초연에서 아디나(Adina)를 맡은 일도 있다. 파스타는 물 흐르는 듯한 빠른 파사지를 마치 새가 지저귀는 것처럼 아름답게 표현하여 사람들의 감탄을 받았다. 노르마 역할은 소프라노 레게로(soprano leggero)와 소프라노 드라마티코(soprano dramatico)를 겸비한 소프라노가 맡아야 제격이다. 파스타 이후 여러 소프라노가 노르마에 도전하였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다. 노르마는 폭넓고 힘찬 음성을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하기 위해 아 템포(a tempo)로 가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면서도 가벼운 음성으로 파사지를 힘들이지 않고 소화해 내야 한다. 그런 완벽한 소프라노는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 칼라스가 무게 있는 소리와 유연성을 함께 해결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칼라스의 노르마 공연이후 칼라스에게 디바(Diva)라는 타이틀을 주었던 것이다. 노르마에서의 아리아는 모든 가사가 다이내믹해야 하지만 절제하여 아 템포로 불러야 한다. 그러면서도 톤 컬러(음색)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여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 그런 소프라노는 정말 흔치 않았다. 20세기에 들어서서 1920년대 초반에는 로사 폰셀레(Rosa Ponselle)가 가장 훌륭했으며 칼라스 이후 1950년대에는 레일라 겐서(Leyla Gencer), 버지니아 치니(Virginia Zeani)가, 1960년대에는 조앤 서덜랜드(Joan Sutherland), 그후 1960년 중반에는 몽세라 카바예(Montserra Caballe)가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현재에는 에디타 그루베로바(Edita Gruberova), 앤느 토모와-신토우(Anne Tomowa-Sintow), 갈리나 고르챠코바(Galina Gorchakova), 하스미크 파피안(Hasmik Papian), 이어서 준 앤더슨(June Anderson)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로마에 대항하여 싸우겠다고 다짐하는 켈트족들

 

무대는 고대 갈리아 지방. 켈트족 본거지이지만 로마군 사령관(총독)이 다스리는 곳이다. 시기는 기원전 50년경이다. 제1막의 첫 장면은 드루이드교의 신전이 있는 참나무 숲속이다. 로마 제국으로부터 억압을 받고 있는 켈트족들은 항쟁의 기회만 엿보고 있다. 그러나 거사를 일으키자면 신으로부터의 계시가 있어야 한다. 한밤중, 켈트족 전사들이 신단이 있는 곳으로 엄숙하게 행렬을 지어 지나가고 있다. 행렬의 맨 마지막에는 최고사제 오르베소의 모습이 보인다. 제단 앞에 모인 켈트족 전사들은 그들의 신인 이르민술에게 로마 점령군을 몰아내게 해 달라고 간구한다. 이어 이들은 언덕으로 올라가 달이 뜨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 무대를 떠난다. 달이 떠 올라와야 제사를 드릴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무대를 비우자 두명의 젊은 로마군인이 조심스럽게 등장한다. 실은 로마군 사령관(총독)인 폴리오네와 그의 친구 겸 참모인 플라비오(Flavio: Bass)이다. 폴리오네는 플라비오에게 몇 년전 아름다운 여사제 노르마를 사랑하게 되어 비밀결혼을 하였으며 지금은 두 아이까지 두었다는 말을 처음으로 털어 놓는다. 놀란 플라비오는 만일 이 사실이 알려지면 노르마가 대단히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하며 걱정한다. 실은 플라비오도 아름다운 노르마를 무척 사모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마인과 켈트족이라는 관계 때문에 일찌감치 사랑을 포기하였던 터였다. 폴리오네는 노르마에 대한 플라비오의 걱정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제 더 이상 노르마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며 대신 신전의 젊고 예쁜 여사제인 아달지사(Adalgisa: MS 또는 Cont)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노르마는 로마와의 전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킨다.

 

달이 떠오르자 켈트족 전사들이 신전으로 되돌아 온다. 폴리오네와 플라비오는 급히 자리를 피한다. 켈트족 전사들이 무대에 다시 등장할 때에 연주되는 곡이 유명한 ‘종교행진곡’이다. 성스럽고도 단호한 의지가 엿보이는 장엄한 곡이다. 모두들 모이자 드디어 흰옷을 입은 최고 여사제 노르마가 다른 여사제들을 거느리고 등장한다. 노르마는 전사들에게 로마 정복자를 몰아내야 하는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로마의 운명은 신의 손에 달렸으며 로마의 종말은 외부의 공격에서부터가 아니라 내부의 쇠약함으로부터 이루어 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달이 중천에 떠올라 사방을 환하게 비친다. 노르마가 참나무 가지를 꺾는 것으로 드루이드교의 의식에 시작된다. 이때 부르는 노르마의 아리아가 Cast Diva(정결한 여신)이다. 의식이 끝날 때쯤 노르마는 언제 항쟁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그때 가서 신의 계시를 전해주겠다고 말한다. 노르마로서는 되도록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켈트족 전사들과 다른 사제들은 제일 먼저 처치해야할 로마인은 교만하고 포악한 폴리오네 사령관(총독)이라고 외친다.  

 

아달지사 역의 마리아 굴랭(Maria Gulin)

 

모두 무대를 떠나고 제단 앞은 텅 비어 있다. 이 때 젊은 여사제인 아달지사가 나타나 제단 앞에 엎드려 기도를 올린다. 자기를 사악한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기도이다. 이어 로마군 사령관인 폴리오네가 등장한다. 그는 아달지사에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자기와 함께 로마로 도망가자고 간청한다. 아달지사는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고 하면서 거절하지만 폴리오네의 끈질긴 설득에 당하지 못하고 운명이 어찌 되든 그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함께 가겠다고 약속한다. 이때에 부르는 아리아가 Vieni in Roma(가자, 로마로)이다. 폴리오네는 아달지사에게 내일 밤 같은 시간에 이속에서 만나 멀리 도망가자고 말한다. 두 사람이 열정적인 사랑의 듀엣을 부르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바르샤바 무대

 

제2막은 장면이 바뀌어 노르마의 집이다. 노르마가 두 아이와 유모와 함께 들어온다. 노르마는 아이들의 장래 때문에 걱정이 되어 죽을 지경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아버지인 폴리오네가 로마로부터 소환령을 받아 곧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노르마는 폴리오네가 아이들은 물론 자기까지 버리고 그대로 로마로 돌아갈것 같아 걱정이다. 노르마는 요즘들어 폴리오네가 자꾸 멀어지는 느낌을 갖는다. 노르마는 두 사람의 비밀결혼이 언젠가는 탄로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신을 거역하고 켈트족을 배신한데 대하여 무서운 보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노르마는 유모에게 아이들을 얼른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도록 한다. 나타난 사람은 아달지사였다. 아달지사는 폴리오네를 사랑하는 것이 여사제로서의 서약을 위반하는 것이고 동족을 배반하는 것임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지만 사랑을 위해 과감히 결심하고 떠나기에 앞서 이 사실을 노르마에게 알리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아달지사는 폴리오네와 노르마와의 관계를 알지 못하고 있다. 아달지사는 노르마에게 자기가 어떤 로마 군인을 사랑하여 함께 먼 곳으로 오늘밤 함께 도망가기로 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깊은 용서를 구한다. 이 얘기를 들은 노르마는 자기도 한때 그와 같은 번민 속에 빠져 있었으나 결국 사랑의 힘으로 비밀결혼을 했고 지금까지 행복했었음을 회상하며 아달지사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격려한다. 노르마의 아리아 Ah, si, fa vore e abbraccia(아, 용기를 가져라! 울지 말고)는 아름다운 곡이다.

 

노르마와 켈트족의 전사들. 버지니아오페라.


노르마는 아달지사를 측은하게 생각하여 그의 사랑이 결실을 맺도록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노르마는 아달지사의 여사제 서약을 풀어주고 뒷일은 감당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사랑을 따라 떠나라고 말한다. 노르마는 자기의 처지가 생각난듯 아달지사에게 누구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바로 그때 폴리오네가 아달지사를 만나기 위해 나타난다. 아달지사는 무의식중에 ‘바로 저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순간 노르마는 너무나 큰 충격으로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된다. 무서운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잠시후 노르마는 폴리오네에 대한 참을수 없는 증오심으로 아달지사에게 ‘저 사람은 자기 부인과 아이들을 속였을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젊은 켈트 여인까지 속였다’고 절규한다. 사태를 알아차린 아달지사의 놀라움도 말할수 없을 정도이다. 아달지사는 노르마에게 ‘이제 더 이상 저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 사람에 대한 모든 감정은 바람에 실려 버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 폴리오네는 아달지사에게 제발 자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애걸한다. 아달지사는 폴리오네의 손을 뿌리치며 마치 노르마의 보호를 구하는 듯 노르마의 품안으로 뛰어 든다. 노르마는 폴리오네에게 ‘어서 나의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소리친다. 이 장면에서 노르마가 부르는 아리아가 Vaune, si, mi, lascia, indegno(가라, 떠나라, 형편없는 인간아!)이다.

 

2막의 피날레 장면

 

제3막은 노르마의 침실. 아이들이 곤히 잠들어 있다. 노르마는 단검을 꺼내 들고 아이들을 바라본다. 노르마는 아이들을 죽이고 자기도 함께 죽을 생각이다. ‘로마에 가서 노예로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이다. 오페라 노르마의 또 다른 제목이 ‘어린이 살해’(L'infanticidio)인 것은 노르마가 자기가 낳은 두 아이를 죽이려 했기 때문에 생긴 타이틀이다. 그러나 노르마는 자기가 낳은 아이들을 차마 칼로 찌르지 못한다. 노르마는 아달지사를 불러 ‘이 아이들을 아버지인 폴리오네에게 데려다 주라’고 당부한다. 아달지사는 노르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으로 생각하여 제발 그리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노르마가 최고 여사제로서 명령을 하자 아달지사는 ‘최고 여사제의 지시이니 듣겠나이다!’라며 이제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폴리오네를 만나러 가겠다고 대답한다. 아달지사는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고 더구나 두 아이를 위해서도 아니며 다만 폴리오네가 노르마에게 다시 돌아올수 있도록 설득하기 위해 가겠다는 생각이다. 이같은 아달지사의 마음을 안 노르마는 아달지사를 폴리오네에게 보내지 않겠다고 마음을 바꾸지만 아달지사가 간곡히 요청하는 바람에 할수 없이 승낙한다. 두 여인은 매우 아름다운 듀엣인 Mira o Norma(보라, 오 노르마)를 부른다.

 

노르마와 아달지사


제4막의 첫 장면은 신전 부근의 바위동굴이다. 켈트족 전사들이 로마군대를 축출하기 위한 전투를 위해 비밀 장소에 모여 있다. 대사제인 오로베소가 이들의 앞에 나선다. 대사제는 현재의 총사령관인 폴리오네가 로마로 곧 돌아가게 되었으며 새로 부임하는 사령관(총독)은 폴리오네보다 더 잔혹하고 독재적인 인물이라는 소식을 전한다. 그러면서 신의 계시가 내릴 때까지 은인자중하고 있을 것을 당부한다. 장면은 바뀌어 이번에는 이르민술 신전의 내부이다. 노르마가 폴리오네에게 간 아달지사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폴리오네를 설득하러 간 아달지사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오히려 폴리오네에게 잡혀서 강제로 로마로 끌려 갈뻔 했으나 가까스로 도망하여 신전으로 도망하여 들어 왔다.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노르마는 절망과 분노에 넘쳐 신전안에 걸려 있는 커다란 방패를 세 번 울린다. 곧 모든 켈트족 선사들과 사제들이 모여 들었다. 노르마는 이들에게 ‘이제 때가 되었으니 로마군을 치라!’고 선포한다. 켈트족 전사들은 Guerra! le Galliche selve!(압박자에게 전쟁을)이라고 외치면서 로마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대사제 오로베소가 전사들 앞에 나와 ‘큰 일을 앞두고 우리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자’고 말한다. 인간제사를 말한다. 이 말을 들은 노르마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제물이 곧 준비될 것이니 전사들은 어서 나가 로마군을 무찌르라고 명령한다. 

 

폴리오네를 죽이려는 노르마. 현대적 연출


갑자기 밖에 소란하더니 켈트족 전사들이 폴리오네를 결박하여 끌고 들어온다. 폴리오네가 거룩한 켈트족의 신전을 엿보고 있기에 잡아 왔다는 것이다. 폴리오네는 아달지사를 찾아 데려가려고 신전까지 쫓아 왔다가 붙잡히게 된 것이다. 폴리오네를 본 노르마는 인신제사를 지낼때 사용하는 칼을 높이 치켜들고 폴리오네를 죽여 제물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노르마는 차마 폴리오네를 내리치치 못한다. 노르마는 사람들에게 잠시 신전에서 나가 있으라고 명령한다. 사람들이 물러가자 노르마는 폴리오네에게 다시는 아달지사를 찾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살려 보내겠다고 제안한다. 이때 부르는 노르마의 아리아가 In mia man alfin tu sei(결국 당신은 나의 손에 달렸다)이다. 의연한 결심을 보여주는 당당한 아리아이다. 폴리오네는 그렇게 할수 없다고 거절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미워서 두 아이를 죽이고자 했다면 아이들 대신 자기의 목숨을 가져가라고 말한다. 그러자 노르마는 신에게 바칠 제물로 아달지사를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폴리오네의 마음은 변치 않는다. 아달지사를 죽이려면 대신 자기를 죽여 달라고 소리친다.

 

노르마(휘오렌차 체돌린스)와 아이들.

 

분노한 노르마는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신에게 바칠 제물로 젊은 여사제를 택하였다고 선언한다. 노르마는 그 여인은 여사제로서의 서약을 어기고 로마군과 내통하여 사랑을 나눈 사람이므로 마땅히 죽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분노하여 그 여사제가 누구인지 어서 밝히라고 말한다. 이에 노르마는 자기가 바로 그 사악한 여사제라고 말한다. 노르마는 마지막으로 폴리오네를 바라보며 자기는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으며 무덤 속에서라도 계속 사랑하겠다고 말한다. 노르마의 이 말에 깊은 감동을 받은 폴리오네는 이제야 비로소 자기의 눈이 떠지게 되었으며 아달지사에 대한 미혹된 감정은 영원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노르마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다시 소생하였다고 말한다. 오로베소를 비롯한 드우이드교 사제들과 켈트족 전사들은 놀라움에 말을 잊고 있다. 몇 사람이 노르마에게 ‘지금까지 말했던 것은 그저 정신없이 내뱉은 허황된 것일뿐’이라고 말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노르마는 자기야 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사악한 죄인이라고 말하면서 아버지인 대제사장에게 아이들을 부탁한후 폴리오네와 손을 잡고 제물을 태우기 위해 활활 불을 붙여 놓은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사제들이 무거운 합창으로 노르마에게 작별을 고할 때에 막이 내린다. 

 

신의 계시를 기다리고 있는 노르마. 드디어 전쟁을 선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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