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필견의 33편

람메무어의 루치아 - 도니제티

정준극 2007. 10. 29. 14:40

람메무어의 루치아

(Lucia di Lammermoor)

G. Donizetti


스코틀랜드의 문호 월터 스콧


17세기 말에 스코틀랜드 로우랜드에는 스테어(Stair)라는 오랜 전통의 귀족 가문이 있었다. 잘 아는 대로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특징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고집이 세다는 것는다. 대체로 고집센 성격의 사람들은 가족이나 가문의 문제에 대하여는 생각 이상으로 집요하다. 그런고로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겠지만 스코틀랜드에서는 가문의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명문 스테어 가문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스테어 경에게는 자넷(Janet)이라는 딸이 있었다. 아름답고 순수한 아가씨였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오펠리아처럼 청순하고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자넷은 우연한 기회에 러더포드(Rutherford)경이라는 젊은 귀족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이끌리어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국 장래를 약속하여 비밀리에 약혼까지 한다. 이 사실을 눈치 챈 자넷의 아버지 스테어 경은 자넷을 덤바르(Dumbar)가문의 데이빗(David)경과 어서 결혼시키려고 한다. 젊은 러더포드 경은 평소 스테어 가문과 원수지간에 있는 가문의 사람이었으므로 근본적으로 자넷과 러더포드가 맺어지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월터 스콧 경의 초판에 수록되어 있는 루치아의 모습(리토그라피)

 

한편 자넷의 아버지는 덤바르 가문이 매우 부유할 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 왕과 가까운 사이여서 잘만하면 기울어져 가는 스테어 가문을 부흥 시킬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넷은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서 데이빗 경과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해야 했다. 그러나 결혼 초야의 신방에서 자넷이 신랑 데이빗 경을 칼로 살해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방문을 부수고 들어간 사람들은 자넷이 옷에 피를 묻힌채 방 한구석에서 떨면서 미쳐있는 것을 발견한다. 1669년 8월 24일 스코틀랜드 로우랜드의 람메무이르스(Lammermuirs)라는 곳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었다. 스코틀랜드의 문호 월터 스콧(Walter Scott)이 이 사건을 소재로 하여 소설을 썼다. 제목은 Bride of Lammermoor(람메무어의 신부)라고 했다.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실제 사건과 다름이 없다. 도니제티가 월터 스콧의 소설을 바탕으로 오페라를 작곡한 것인 ‘람메무어의 루치아’(Lucia di Lammermoor: Lucy of Lammermoor)이다. 대본은 살바도레 카마라노(Salvadore Cammarano)가 썼다.

 

루치아의 오빠인 엔리코가 루치아에게 가문을 위해서 결혼하라고 말하는 장면.


도니제티의 걸작 오페라 ‘람메무어의 루치아’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오페라중의 하나이다. 미국 오페라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람메무어의 루치아’는 나비부인, 라보엠, 라트라비아타, 카르멘과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 오페라라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름다운 음악과 감동적인 스토리 때문이다. 주지하는 대로 세계적 문호의 작품을 주제로 하여 오페라를 만들 때 그 오페라가 지니는 예술적 향취는 한 층 높아지는 법이다. ‘람메무어의 루치아’는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귀재 도니제티의 50번째 작품이다. 도니제티가 37세 때에 완성하여 1835년 9월 26일 (주: 필자의 생일과 같은 날) 나폴리의 산 카를로(San Carlo)극장에서 역사적인 초연을 가진 작품이다. 당시 산 카를로 극장은 적자 운영으로 파산지경이었으나 ‘람메무어의 루치아’의 성공으로 경영난으로부터 소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초연 이후 열화와 같은 인기를 끌었다.

 

에드가르도와 루치아. 존 에브레트 밀레이스(John Everett Millais) 그림.


‘람메무어의 루치아’는 도니제티의 모든 오페라 중에서 음악적으로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리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주인공 루치아의 아리아는 벨칸토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진수를 보여주는 고난도의 것이다. 루치아가 부르는 아리아로서 특히 두 곡이 뛰어나다. 하나는 Regnava nel silenzio(이 우울한 밤에)이며 다른 하나는 Il dolce suono(아름다운 소리)로 시작하는 이른바 ‘광란의 장면’에서의 아리아이다. ‘광란의 장면’(Mad Scene)은 Eccola! Oh giusto Cielo, Par dalla tomba usita!(루치아가 온다. 오 하나님이시어, 무덤에서 나온 사람과 같은 모습!)라는 합창을 거쳐 Ah, Spargi d'amaro pianto(아, 쓰라린 눈물을 흘리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아리아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곡이다. 루치아 역할을 맡은 소프라노 성악가들이 이 아리아를 훌륭하게 부르면 그때로부터 정상의 소프라노라는 찬사를 듣게 된다. ‘광란의 장면’은 소프라노들이 tour de force, 즉 절묘한 성악적 테크닉을 뽐낼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다보니 모두들 보다 더 훌륭하게 부르기 위해 장식음을 붙이거나 악보의 일부를 자기 스타일로 변형해서 부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트릴이나 카덴짜를 만들어 부르는 것은 아예 통상적인 일이 되었다. 트릴이나 카덴짜를 만들어 붙이는 것은 벨칸토 시대의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그러나 도니제티가 작곡한 원래 악보대로 충실히 노래를 부르는 소프라노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였다. 칼라스는 작곡가의 원래 의도를 변형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래서 아주 약간의 장식음만 추가하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당시 도니제티도 아리아에 카덴짜를 덧붙이는 것을 벨칸토의 관행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리하여 장식음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다. 근년에 이르러 대표적인 장식음 추가 소프라노는 조앤 서덜랜드(Joan Sutherland)였다. 서덜랜드가 ‘광란의 장면’에서 자기 스타일에 맞는 카덴짜를 만들어 붙이는 것은 유명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하이 Eb 음을 내는 것은 대단한 역량이었다. 이밖에도 루치아 역할로 유명한 전설적인 소프라노로는 안나 모포, 레나타 스코토, 에디타 그루베로바, 비벌리 실스 등이 있다.

 

오페라 초연의 삽화. 초연은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서였다. 루치아가 결혼서약서에 서명을 마치자 갑자기 나타난 에드가르도가 사정을 파악하고 루치아의 배신을 비난하고 있다.

 

‘광란의 장면’과 함께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제2막에 나오는 6중창(Sextet)이다. Chi mi frena in tal momento?(그 누가 나의 갈 길을 막으리요! 그 누가 나의 분노를 억누르리요!)는 참으로 절묘한 조화의 6중창이다. 아마 모든 오페라 중에서 가장 위대한 6중창일 것이다. 루치아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합창곡 역시 너무나 잘 알려진 곡이다. Dimmenso giubilo(기쁨의 소리)라는 제목의 이 합창곡은 매우 힘차고 경쾌한 곡이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결혼을 축하하는 합창의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결혼식 축가가 아니라 군가와 같다.


기쁨의 소리. 널리 널리 퍼져라.

이 해안에서 저 해안으로 스코틀랜드 방방곡곡에 울려 퍼져라.

그 소리로 우리의 적에게 미리 알려라

우리에게 강한 힘을 주는 행운의 별이 다시 솟아올랐음을.

우리는 더 강해졌다. 우리를 만만하게 보지 마라.

우리의 사기는 높고 우리의 마음은 행복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일제 치하에 남궁 억(南宮 億)이란 분이 이 합창곡에 감동하여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 이 동산에 할 일 많아 사방에 일꾼을 부르니, 일하러 가세 일하러 가, 삼천리강산 위해..’라는 가사를 붙여 학생들에게 부르도록 했다. 남궁 억 선생의 ‘삼천리 반도’는 곧이어 찬송가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우리 민족의 애국심과 독립사상을 힘차게 고취하였다. 새찬송가 580장이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무한한 기쁨'라고 노래부를 때에 루치아는 에드가르도가 자기를 잊은지 오래라는 오빠의 말을 믿고 어쩔수 없이 결혼서약서에 서명을 한다.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 무대.     

                                                                  

잠시 등장인물에 대하여 미리 알아보기로 한다. 이탈리아 오페라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서로 비슷한 것 같아서 여간 혼란을 주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레오노라, 카를로, 알바로, 에드가르도 등이다. 그러므로 보다 확실한 오페라 이해를 위해서는 스토리에 대한 배경지식을 미리 가져야 한다. 때는 1700년대 초반이다. 역사적으로는 1669년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소설에서는 편의상 1700년대 초반으로 설정하였다. 무대는 스코틀랜드. 오페라에서는 람메무이르스라는 지명 대신에 람메무어라는 새로운 명칭을 사용했다. 스코틀랜드의 람메무어(Lammermoor)에는 오래전부터 원수로 지내고 있는 두 가문이 있다. 애쉬턴(Ashton)가와 레이븐스우드(Ravenswood)가이다. 마치 캬풀레츠(Capulets)가와 몬타규(Montagues)가, 하트필즈(Hatfields)가와 맥코이(McCoys)가의 관계와 같다. 애쉬튼가와 레이븐스우드가는 결국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애쉬턴이 승리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투 중에 애쉬턴의 영주가 레이븐스가 영주의 아들인 에드가르도(Edgardo: Ten)의 칼을 맞아 목숨을 잃는다. 에드가르도는 패망한 레이븐스우드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었다. 레이븐스우드가가 망하자 에드가르도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루치아가 아르투로와의 결혼 서약에 서명할 결심을 한다.


시간은 흘렀다. 애쉬턴가는 영주가 전투에서 세상을 떠난후 아들 엔리코(Enrico: Henry Ashton: Bar)가 영지를 다스려왔다. 얼마후 애쉬턴가는 스코틀랜드 왕에게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가세가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재산도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엔리코는 하나뿐인 여동생 루치아(Lucia: Lucy Ashton: Sop)를 부유하며 왕의 신임을 얻고 있는 버클러(Bucklaw)가의 아르투로경(Lord Arturo: Ten)과 결혼토록 하여 기울어가는 가문의 소생을 꾀하고자 한다. 운명의 여신은 이러한 일을 그대로 둘 리가 없다. 아름답고 청순한 루치아는 오빠 엔리코가 그런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어느 청년을 비밀리에 사랑하고 있었다. 그 미지의 청년은 바로 레이븐스우드가의 에드가르도였다. 루치아와 에드가르도가 만난 사연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루치아는 그날도 얼마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묘지를 찾아가 마음의 위안을 받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미친 황소 한마리가 루치아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루치아의 목숨은 경각에 달려 있을 때에 하늘이 도왔는지 마침 어떤 청년이 비호같이 뛰어 들어와 미친 황소를 물리쳐 루치아의 목숨을 구했다. 에드가르도였다.

 

루치아가 미쳐서 날뛰는 황소에 죽은뻔한 것을 에드가르도가 황소를 처치하고 구해준다.


그후 루치아는 어머니의 묘지에서 에드가르도와 몇차례 은밀하게 만난다. 두 사람 사이에는 어느덧 사랑의 싹이 트게 되었다. 얼마후 루치아는 우연히 에드가르도의 내력을 알게 된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에드가르도에 대한 루치아의 사랑은 날로 깊어만 간다. 더구나 에드가르도는 생명의 은인이 아니던가? 에드가르도도 루치아가 누구인지 알게 되지만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한다는 생각으로 루치아를 열렬히 사랑한다. 에드가르도는 금명간 시간을 내어 루치아의 오빠 엔리코를 만나 과거를 잊고 서로 도우며 살자고 화해와 용서를 청할 생각이다. 루치아와 에드가르도는 서로의 사랑을 굳게 다짐하고 절대로 변치 말자는 약속과 함께 반지를 나누어 낀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이미 비극을 잉태하고 있었다. 스코틀랜드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나 할까? 이상이 1막이 시작되기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어느덧 사랑에 빠진 루치아(마농 슈트라우스)와 에드가르도(에드바르드 이스라엘). 버지니아 오페라 무대

                            
잠시 사전지식을 위해 
이 오페라의 다른 출연자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알리사(Alisa: MS)는 루치아의 오랜 친구이다. 프랑스 버전에서는 루치아의 유모로 되어 있다. 라이몬도(Raimondo: Bass)는 칼빈주의 교회의 목사님이다. 루치아를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루치아의 오빠 엔리코에게 루치아가 원수 집안의 에드가르도와 연애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며 사랑으로 화해하라고 당부한 것도 라이몬도 목사님이었다. 노르만노(Normanno: Ten)는 엔리코 휘하의 사냥꾼이다. 말이 사냥꾼이지 실은 애쉬턴가의 사병으로서 엔리코에게 봉사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가끔 밤에 묘지 근처에서 어떤 수상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고 하며 그가 혹시 레이븐스우드의 에드가르도인지 모르므로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버전에는 길베르(Gilbert)라는 사냥꾼이 추가로 등장한다. 또 다른 해설에 따르면 프랑스 버전에서는 노르만노를 길베르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에드가르도와 루치아의 연락병 노릇을 하며 수고비를 받아 챙기는 인물이다. 길베르는 엔리코에게도 정보를 주어 사례를 받는다. 잘 아는 대로 ‘람메무어의 루치아’는 프랑스 버전과 이탈리아 버전이 있다. 1835년의 나폴리에서 공연된 버전이 오리지널이다. 도니제티는 이 오페라를 1839년 파리의 르네상스극장(Theatre de la Renaissance)에서 초연하기 위해 스코어를 수정하였다.프랑스 버전이다. 프랑스 버전에서는 루치아의 친구 또는 유모인 알리사(Alisa)를 삭제했다. 없어도 된다고 생각해서였다. 또한 나폴리 버전에서는 별다른 역할이 없는 사냥꾼 중에서 길베르(Gilbert)라는 사냥꾼에게 상당한 역할을 주었다. ‘람메무어의 루치아’가 미국에서 초연된 것은 1841년이었다. 뉴올리언스에서였다. 수정한 프랑스 버전이 무대에 올려졌다. 뉴올리언스는 프랑스 문화권에 속하여 있기 때문에 오페라도 프랑스에서 직수입하였다. 그러다가 오리지널인 이탈리아 버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몇 달후 이탈리아 버전을 수입하여 공연했다. 역시 뉴올리언스에서였다.  

      

유명한 '광란의 장면'. 소프라노 올가 페레티야트코 마리오티. 메트로폴리탄

 

제1막 제1장은 레이븐스우드 성 부근의 야산이다. 애쉬턴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지역이다. 엔리코 휘하의 사냥꾼들이 이곳에서 간혹 모습을 보이는 어떤 수상한 젊은이를 잡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사냥꾼들은 개인 병사이기도 하다). 사냥꾼들의 대장인 노르만노가 엔리코에게 아무래도 그 수상한 젊은이가 몇 년전 종적을 감춘 레이븐스우스가의 에드가르도인것 같다고 말한다. 엔리코는 며칠전 여동생 루치아가 밤에 어딘지 갔다 오는 모습을 얼핏 본 것이 생각난다. 오빠 엔리코는 루치아가 밤에 혼자 다니다가 수상한 사람에게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엔리코는 사냥꾼 대장인 노르만노에게 누이동생 루치아와 버클러 집안의 아르투로경(Lord Arturo)의 결혼을 서둘러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루치아는 결혼 얘기가 나올 때마다 완강히 거절해 왔다. 루치아의 가정교사이며 칼빈교회 목사님인 라이몬도는 엔리코에게 루치아가 결혼 얘기만 나오면 거절하는 것은 얼마전 사랑하는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비통한 심정이어서 그런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 말에 대하여 노르만노는 루치아가 어떤 젊은이를 은밀하게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엔리코가 주장하는 아르투로와의 결혼을 거절하는 것이라고 조소하듯 얘기한다. 그러자 라이몬도는 그 미지의 젊은이가 바로 원수 집안의 에드가르도일 것이라고 귀띰한다. 엔리코는  어서 속히 루치아를 아르투로에게 결혼시키겠다는 결심을 굳히며 한편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에드가르도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엔리코의 아리아 Cruda, funesta smania(분노에 넘쳐서)는 이때에 부르는 것이다.

 

에드가르도와 루치아가 밀회하고 있다. 그 사실을 눈치 챈 루치아의 오빠 엔리코는 에드가르도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


장면은 바뀌어 애쉬턴 성 부근의 정원이다. 루치아 어머니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오빠 엔리코의 강압적인 결혼 재촉에 마음이 불안해진 루치아는 이 날도 어머니 무덤 근처에 있는 분수에서 에드가르도를 기다리고 있다. 루치아는 에드가르도와의 사랑이 어쩐지 비극으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이다. 이때 부르는 루치아의 아리아가 유명한 Regnava nel silenzio(우울한 밤에)이다. 마음이 불안해 질수록 사랑에 대한 집념은 강해지는 것인가 보다. 루치아는 에드가르도가 나타나자 마음속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기뻐한다. Ah, Quando, rapito in estasi, Del piu cocente ardore(그의 불타는 사랑에 잡혀 기쁨에 있을 때)는 루치아의 아리아이다. 에드가르도는 정치적 임무를 띠고 곧 프랑스로 가야한다고 얘기하면서 그 전에 엔리코와 만나 두 집안간의 쌓이고 쌓인 원한 관계를 끝내고 화해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야 루치아와 결혼할수 있다는 설명이다. 루치아는 오빠 엔리코가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의 결혼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당분간 자기들의 사랑을 비밀로 간직하고 있자고 얘기한다. Ah, Verranno a te sull'aure(아, 그대는 나의 한숨소리를 들을 것이니)는 루치아와 에드가르도의 아름답고 애절한 듀엣이다.

 

'광란의 장면'. 엘레나 모수크. 달라스 오페라 무대


제2막의 제1장은 애쉬턴 성안에 있는 어느 작은 방이다. 에드가르도가 프랑스로 떠난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다. 루치아는 에드가르도의 편지를 기다리지만 일자 소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은 엔리코가 에드가르도가 보내는 편지를 모두 가로채고 전달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루치아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있다. 이 날도 에드가르도로부터의 편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루치아에게 오빠 엔리코가 드디어 한 통의 편지를 전해준다. 편지에는 루치아를 더 이상 사랑할수 없다고 적혀 있다. 엔리코가 노르만노와 함께 조작한 편지였다. 그런줄도 모르는 루치아는 순간 절망에 빠져 얼굴이 창백해진다. 오빠 엔리코는 루치아에게 가문을 위해 아르투로와 즉시 결혼할 것을 강요한다. 루치아는 죽음만이 이 번뇌에서 자유를 얻게 해줄수 있다고 믿는다. 루치아가 I pallor funesto, orrendo(만일 내가 창백하고 불행하게 보인다면)이라는 아리아를 부르며 괴로운 심정을 어찌할줄 모른다. 엔리코는 A ragion mi fe' sepietato(너무나 무자비한 요구였던가)라는 아리아를 부르며 루치아에 대한 일말의 미안한 감을 나타내지만 에드가르도에 대한 증오심에는 변함이 없다. 엔리코가 방에서 나가자 라이몬도 목사님이 들어와 루치아에게 이제 어쩔수 없으니 그만 마음을 돌리라고 말하면서 그것이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Di tua speranze, L'ultimo raggio tramonto!(마지막 한줄기 빛인 그대의 희망은 사라졌도다)는 라이몬도의 아리아이다.

 

엔리코와 아르투로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풍물.


제2장은 성안의 큰 홀이다. 엔리코를 비롯한 사람들이 루치아의 신랑이 될 아르투로를 영접하고 있다. 사람들은 Ah! Per te d'immenso giubilo, tutto s'avviva intorno(당신을 존경하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모여)를 합창하며 루치아와 아르투로의 결혼으로 애쉬턴 가문이 소생할 것을 기대한다. 아르투로는 애쉬턴 가문의 영화를 되찾아 주겠다고 약속하며 한껏 기분이 고조되어 있다. 엔리코는 아르투로에게 루치아가 아직도 어머니의 세상 떠남을 슬퍼하고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말한다. 잠시후 비탄에 빠져 있는 루치아가 하얀 면사포를 쓰고 시녀들과 함께 억지로 끌려 오듯 홀 안으로 들어온다. 오빠 엔리코의 강요에 의해 결혼 서약서에 자포자기하듯 서명을 마쳤을 때 갑자기 에드가르도가 홀 안으로 뛰쳐 들어온다. 며칠전부터 프랑스에서 어떤 이상한 예감이 들어 급히 돌아온 에드가르도는 루치아가 이미 결혼서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믿고 비통함과 분노로 어찌할줄 몰라 한다. 그토록 변치 않겠다고 약속했던 루치아가 아니던가! 에드가르도는 이 모든 일이 엔리코의 음모와 조작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칼을 빼어 엔리코를 죽이려 한다. 라이몬도 목사님이 가로 막는다. 에드가르도, 엔리코, 아르투로, 루치아, 라이몬도, 알리사가 부르는 극적인 6중창이 시작된다. 에드가르도가 Chi mi frena in tal momento?(그 누가 나의 길을 막으리오?)로 시작되는 훌륭한 곡이다.

 

이별의 장면. 라 스칼라 무대


에드가르도는 루치아를 아르투로에게 강제 결혼토록 한 엔리코를 극도로 증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도 루치아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에드가르도는 ‘루치아는 나와 결혼키로 약속했다’고 말하자 라이몬도 목사님이 ‘아, 그 불행한 사랑은 잊으시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루치아가 서명한 서류를 보여준다. 루치아는 거의 미칠듯한 심정에서 절망에 빠져 있다. 더구나 오빠 엔리코가 에드가르도의 편지를 모두 가로챈 사실을 알게 되자 에드가르도를 배신하고 아르트루와 결혼키로 마음을 굳힌 자기 자신을 증오한다. 엔리코는 누이동생 루치아를 비극으로 이끌어간데 대하여 자책하는 심정이지만 원수에 대한 복수의 심정을 버리지 못한다. 유모 알리사와 라이몬도 목사님은 루치아에 대한 동정심을 억제하지 못한다. 신랑 아르투로는 이 모든 불상사에 대하여 심히 분개하고 있다. 이 6중창이야말로 비탄과 번뇌가 교차되는 숨막히는 곡이다. 엔리코는 Esci(이곳에서 떠나라)라면서 에드가르도에게 어서 속히 이 자리에서 떠나라고 명령한다.  에드가르도는 루치아에게 결혼서약서에 진정으로 서명했느냐고 묻는다. 루치아는 그렇다고 힘없이 대답한다. 그러자 에드가르도는 사랑을 맹세하며 서로 바꾸어 가졌던 반지를 빼어 바닥에 던진다. 그러면서 루치아를 저주하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비탄의 루치아는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유명한 6중창. 사라소타. 루치아에 캐슬린 킴

                                            
제3막 제1장. 사람들은 조금 전의 뜻하지 않았던 소동을 잊은 듯 결혼축하 합창을 부른다. D'immenso giubilo(기쁨의 소리)로 시작하는 힘차고 활발한 합창곡이다.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결혼 서약이 정식으로 끝났으므로 피로연이 진행되려는 참이다. 사람들은 서로 얘기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축제 분위기는 라이몬도 목사님이 황급히 뛰어 들어오며 전하는 소식에 단번에 공포가 전율하는 분위기로 바뀐다. 라이몬도 목사님이 말에 따르면 신랑신부에게 축복기도를 해주기 위해 신방에 들어가 보았더니 루치아가 신랑 아르투로를 칼로 찔러 죽이고 방 한구석에서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었다는 것이다. 라이몬도 목사님은 루치아가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것 같다는 말도 덧 붙였다. Dalle stanze ove Lucia(루치아의 방으로부터)라는 아리아는 라이몬도가 사람들을 불러 모아 방금 전에 보았던 상황을 설명하는 곡이다. 잠시후 루치아가 붉은 피가 물들어 있는 드레스를 입은채 홀 안으로 미친듯이 나타난다.

 

'광란의 장면'의 안나 네트렙코


루치아는 지금 이 순간을 에드가르도와 정원에서 사랑을 맹세했던 그 때라고 착각한 듯, 그리고 자신이 마치 에드가르도와 결혼한 것으로 믿는 듯 저 유명한 ‘광란의 아리아’를 부른다. 이 장면이야 말로 이 오페라 전편에서 가강 핵심되는 파트이다. 이 아리아는 그야말로 아름다우면서도 비통에 넘친 것이며 억제된 공간에서 격정적인 감정이 빠져 나갈 돌파구를 찾는 것과 같은 곡이다. “달콤한 음성, 부드러운 그의 음성을 듣네, 아 얼마나 듣고 싶어 했던 음성이던가! 가슴에 와 닿는 그 음성, 나를 구해 주었네, 에드가르도! 아! 사랑하는 에드가르도!...”(Il dolce suono, Mi colpi di sua voce! Ah, quella voce, M'e qui nel cor discesa! Edgardo! Ah! Edgardo mio!)로 시작하는 ‘광란의 장면’은 Ah! no, non fuggir, Edgardo! Spargi d'amaro pianto(아, 멀리 떠나가지 마세요, 에드가르도! 그대의 쓰라린 눈물을 흘려주세요!)의 구절로 거의 10분에 이르는 위대한 아리아의 대미를 장식한다.


아, 멀리 떠나가지 마세요, 에드가르도!

그대의 쓰라린 원한의 눈물을 뿌려 주시오

나의 보잘것없는 시신 위에!

그러나 나는 하늘 저 위에서

그대를 위해 기도하리!

그대가 하늘 위로 올때까지!

하늘의 뜻에 따라!


이렇듯 루치아가 정신을 잃고 미쳐서 방황하며 횡설수설 할 때에 이 소식을 들은 오빠 엔리코가 뛰어 들어온다. 처음에 엔리코는 분노하여서 아르투로를 살해한 루치아를 질책하고 심판하려 했으나 사랑하는 누이동생이 에드가르도의 이름을 부르며 미쳐 있는 모습을 보고 동정심과 함께 후회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다. 잠시후 루치아는 급기야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세상을 떠난 것이다.  슬픔과 비탄에 젖은 사람들이 할말을 잊고 모두 퇴장한다.

 

루치아의 죽음. 웰쉬 내셔널 오페라 무대


제2장은 레이븐스우드가의 집안 묘지가 있는 곳이다. 에드가르도가 홀로 있다. 에드가르도는 Tombe degli avi miei,l'ultimo avanzo, D'una stripe infelice(조상들의 묘지시여, 이제 마지막 불행한 가족을 받으소서)라는 아리아를 부르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한다. 에드가르도는 이곳에 새로운 무덤이 생길 것이며 그것은 자기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잠시후 사람들이 애쉬턴 성으로부터 걸어 나온다.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즐거움은 찾아 볼수 없고 반면 슬픔에 넘친 모습이다. 사람들은 Fur le nozze(이 불행한 결혼)이라는 합창을 부르며 걸어 나온다. 사람들은 에드가르도에게 결혼식을 치룬 루치아가 신랑 아르투로를 죽이고 미친 나머지 거의 죽어가고 있다고 말해준다. 사람들은 루치아가 에드가르도의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다고 전한다. 그제야 에드가르도는 루치아의 진심을 깨닫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애쉬턴 성안에서는 마침내 루치아가 죽었음을 알리는 조종(弔鐘)의 소리가 울려 나온다. 라이몬도 목사님이 나와서 에드가르도에게 ‘불행한 그대여, 루치아는 이제 더 이상 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네!’라고 전한다. 에드가르도는 루치아와의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노래를 부른다. Tu che a Dio spiegasti l'ali(하나님이 보는 앞에서 그대의 날개를 펼치라)라는 말로 시작하는 아리아이다. 에드가르도는 천국에서 루치아와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하며 단검을 꺼내어 가슴 깊숙이 찌른다. 막이 내린다.

 

피날레. 메트로폴리탄.


[한마디] 월터 스콧의 소설에 나오는 루치아는 16세의 꽃같은 여인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오페라에서는 10대의 완성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를 구할수 없기 때문에 항상 노련한 정상급 성악가가 루치아 역을 맡아한다. 지금까지 가장 완벽한 루치아 역은 마리아 칼라스, 조앤 서덜랜드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아는 대로 조앤 서덜랜드는 거구이다. 역사적으로 루치아의 이미지를 그래도 가장 완벽하게 보여준 소프라노는 아름다운 아델리나 패티(Adelina Patti)였다. 그러나 그의 음성이 어떠했는지는 녹음으로 남아 있지 않아서 알수가 없다. 

 

'광란의 장면'. 툴사 오페라. 사라 코번. 아무래도 오래 서 있으려니 다리가 아프므로 의자에 앉는 것으로 연출.

                              

[한마디 더] -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와 루치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루치아가 처음 공연된 것은 개관 이튿날이었다. 메트로는 1880년대에 독일 오페라에 치중하였으나 그런 시기가 끝나자 이탈리아 오페라로 돌아 왔으며 이후 루치아는 빼 놓을수 없는 단골 레퍼토리가 되었다. 메트로에서 루치아을 역을 맡아 오페라의 역사에 길이 남게 된 빛나는 이름들은 상당히 많다. 19세기말, 메트로에서 루치아를 맡는 것은 소프라노로서 가장 높은 명예였다. 1890년대에 그런 사람은 넬리 멜바였다. ‘광란의 장면’(매드 씬)에서의 프륫 반주로 이어지는 멜바의 카덴짜는 가히 필설로 형언할수 없는 대단한 것이었다. 멜바의 매드 씬 카덴짜는 메트로 역사상 가장 열렬한 박수를 받은 것이었다. 그 기록에 도전한 것은 페르난도 드 루치아(Fernando de Lucia)가 당시 새로 선보인 오페라인 팔리아치(레온카발로)에서 막이 오르기 전에 격정적으로 부르는 아리아뿐이었다. 멜바의 매드 씬은 너무나 유명했기 때문에 그 장면이 끝나면 오페라의 막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에드가르도의 죽음 장면을 계속하는 것은 루치아의 매드 씬의 감동을 떨어트리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19세기말 당시 메트로에서는 보통 하루 저녁에 두편의 오페라를 함께 공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루치아와 함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같은 짧은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 고로 루치아의 매드 씬이 끝나후 에드가르도의 죽음 장면은 시간 절약상 삭제하였다. 새로운 오페라에 대한 인기를 높이기 위해 멜바의 매드 씬이 연주되는 경우도 있다. 당시 새로 나온 푸치니의 라 보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라 보엠의 전막이 끝난후 이어서 멜바의 매드 씬을 별도로 연주토록 했던 경우도 더러 있었다. 사람들은 멜바의 매드 씬을 보기위해서라도 라 보엠을 보았다.

 

엔리코(챨스 카스트라노보)와 루치아(리제트 오로데사). 로열 오페라 하우스


마르첼라 셈브리히(Marcella Sembrich)는 1883년 메트로에서의 루치아 초연에서 타이틀 롤을 맡았다. 이후 1900년대 초반까지 마르첼라 셈브리히는 메트로를 주도하는 루치아였다. 셈브리히 이후에는 루이자 테트라찌니(Luisa Tetrazzini), 프리다 헴펠(Frieda Hempel), 마리아 바리엔토스(Maria Barientos) 등이 이어 받았다. 그중에서 마리아 바리엔토스는 ‘더 이상 찾아 보기 힘든 역사상 최대의 콜로라투로 소프라노’라는 찬사를 받았다. 1920년대의 루치아는 아멜리아 칼리-쿠르치(Amelia Galli-Curci)가 주름 잡았으며 릴리 폰스(Lily Pons)는 1930년대로부터 40년대까지 메트로 최고의 루치아였다. 1950년대에는 파트리스 문젤(Patrice Munsel), 로베르타 피터스(Roberta Peters), 그리고 마침내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가 레종 데트르(Raison d'etre)를 차지하였다. 이후 1960년대와 70년대의 루치아는 안나 모포(Anna Moffo), 레나타 스코토(Renata Scotto), 비벌리 실스(Beverly Sills)가 차지하였다. 특기할 것은 이들 모두가 메트로에서 루치아로 데뷔하여 마침내 세계 정상의 성악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루치아. 브렌다 래(Brenda Rae). 산타페 오페라.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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