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필견의 33편

박쥐 - 요한 슈트라우스

정준극 2007. 11. 6. 13:59
박쥐 (Die Fledermaus)

J. Strauss, Jr(요한 슈트라우스 2세)
 

합스부르크 제국의 영화가 깃들여 있는 음악의 도시 빈(Wien: Vienna)에는 Wien의 첫 글자인 W를 빌어서 세 개의 W가 또 다른 빈을 상징해주고 있다. 즐겁과 화려한 원무곡인 왈츠(Waltz)의 W,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을 뜻하는 Weib의 W, 그리고 향기로운 포도주를 뜻하는 Wein의 W가 그것이다. 빈에서 성숙하여 빈에서 영근 빈의 꿈은 빈의 여인들을 아름답게 가꾸어 준다. 빈에서 꽃을 피운 빈의 왈츠는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로맨스를 살포시 엮어준다. 그리고 새로 빚은 포도주(Heurige라고 함)의 핑크빛은 왈츠의 스텝에 미끄러지듯 춤을 추는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로맨스를 부드럽게 감싸준다. 이 세가지 W가 매력에 넘친 비엔나 기질의 오페레타를 태어나게 했다. 그리하여 1860년대부터 세기말까지 칼 밀뢰커, 프란츠 폰 주페, 프란츠 레하르, 칼 젤너, 엠리히 칼만, 그리고 저 유명한 요한 슈트라우스등이 영화에 젖어 있는 비엔나의 만춘(晩春)에 화려한 라일락꽃을 일제히 피우듯 오페레타의 꽃을 피웠다. 이 시대를 비엔나 오페레타의 황금시대라고 부른다. 이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가 요한 슈트라우스(1825-1899)이며 그의 대표적인 오페레타가 ‘박쥐’(Die Fledermaus)이다.

 

슈타츠파르크의 요한 슈트라우스 황금 기념상


요한 슈트라우스는 비엔나가 세계에 자랑하는 ‘왈츠의 황제’이다. 그의 대표적 왈츠인 An der schönen und blauen Donau(아름답고 푸른 다뉴브)는 오스트리아 제2의 국가(國歌)라고 할 정도로 모든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곡이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헤아릴수 없이 많은 왈츠와 폴카를 작곡했다. 그러나 오페레타는 약 20편을 작곡했다. 오페레타 ‘박쥐’는 세기말에 인생을 엔조이하는 비엔나 사람들의 기질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화려했던 지난날의 영화를 회상하며 추억에 젖는 데에는 비엔나 오페레타만큼 좋은 것이 없으며 그 중에서도 박쥐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요즘도 비엔나에서는 해마다 오페라 시즌이면 박쥐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비엔나 사람들은 너무 여러번 보았기 때문에 눈을 감아도 환히 알수있는 박쥐의 무대를 그래도 계속해서 찾아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기말의 비엔나 유한층들은 낮에는 한가롭게 소일하다가 밤만 되면 무도회와 파티를 찾아다니며 왈츠와 샴펜으로 인생을 즐기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런 생활이 바로 박쥐의 생활과 흡사하기 때문에 오페레타 '박쥐'는 더욱 공감을 주는 작품이다. '박쥐'의 대본은 칼 하프너(Karl Haffner)와 리샤르 르네(Richard Renne)가 공동으로 제공했다.

 

뮌헨의 바이에른 란데스테아터 무대. 오를로프스키 공자 저택에서의 송년회 파티.

 

해마다 12월말. 송년의 시간이 다가오면 바엔나의 폭스오퍼(Volksoper)를 비롯한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극장에서는 전통적으로 박쥐를 공연한다. 박쥐의 무대가 송구영신의 12월 31일과 새해 첫날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송년 전통은 세계의 다른 모든 나라에까지 전파되어있다. 송년 파티가 열리는 주무대는 바드 이슐(Bad Ischl)에 있는 러시아 공자의 화려한 저택이지만 새해 첫날 아침을 맞는 무대는 죄수를 가두어 두는 썰렁한 감옥이다. 어뚱한 무대설정이 아닐수 없지만 코믹한 분위기에 절로 흥이 솟는다. 이 오페레타(또는 오페라)의 제목은 흡혈귀를 연상케 하는 기분 나쁜 박쥐이지만 내용은 감미롭고 코믹하다. 박쥐에는 화려한 허세와 속고 속이며 즐거워하는 인생의 유머가 감칠듯이 스며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박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랑과 화해와 형제애이다. 그래서 통상 비극적으로 끝나는 여느 오페라와는 달리 박쥐에는 사랑의 기쁨과 삶의 환희가 담겨 있으며 형제애를 바탕으로한 밝은 미래가 그려져 있다.

 

파티에서 헝가리백작부인으로 가장한 로잘린데가 헝가리 민요를 부르고 있다.


박쥐의 무대가 되는 곳은 바드 이슐이란 곳이다. 오스트리아나 독일에는 바드(Bad)라는 단어가 붙은 지명이 여러 곳이 있다. 바드라는 단어는 온천(Spa)를 말한다. 휴양지이다. 그러므로 바드 이슐은 오스트리아에서도 이름난 휴양지이다. 잘츠부르크에서 동쪽 잘츠캄머구트(Salzkammergut)방향으로 있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이 앞에는 알프스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이 강물을 이루어 호수로 향해 치닫고 있으며 뒤에는 그림같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곳이다. 바드 이슐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서너가지가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것은 ‘황제의 별장’(Kaiser Villa)이다. 합스부르크의 프란츠 요셉 황제와 엘리자베트(씨씨) 왕비가 여름 별장으로 사용하던 집이다. 프란츠 요셉 황제와 바바리아의 엘리자베트가 1853년에 약혼한 집은 따로 있다. 이 집은 1989년부터 ‘바드 이슐 시립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황제의 별장’은 프란츠 요셉 황제의 어머니이며 엘리자베트 왕비의 이모인 조피가 이들의 결혼 기념으로 선물한 집이다. 이 별장에서 프란츠 요셉 황제는 1914년 황태자로 세운 조카 페르디난트 대공이 세르비아에서 피살되자 세르비아에 대한 선전포고를 서명하였다. 세르비아와의 전쟁은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오페레타 ‘메리 위도우’로 유명한 프란츠 레하르가 말년에 살았던 곳이 바드 이슐이다. 바드 이슐의 레하르 빌라는 1948년 레하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지냈던 집으로 현재 레하르 기념관으로 되어 있으며 ‘바드 이슐 레하르 음악축제’의 본부이다. 또 한가지는 바드 이슐 부근에 모차르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차르트의 누이 난네를(Nannerl)과 함께 살던 집이 있는 것이다. 모차르트 부모의 모습을 부조로 만든 명판이 걸려 있다. 그리고 바드 이슐이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은 오페레타 박쥐의 무대가 된 곳이라는 것이다.

 

바드 이슐의 카이저빌라.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여름 별장이었다. 현재는 호텔-식당

                                    

바드 이슐에 황제의 여름 별장이 있었으므로 한다하는 귀족들도 그곳에 별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황실에 가까이 하려 했다. 그러한 배경 때문인지 박쥐의 원작에는 러시아 왕족인 올로프스키(Orlofsky: MS) 공자의 별장도 이곳에 있는 것으로 무대를 설정했다. 극본에 따르면 돈 많고 할 일 없는 러시아의 젊은 공자 올로프스키는 이런 저런 사람들을 초청해서 파티를 여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인물로 되어있다. 오페라에서 올로프스키 공자는 남성이지만 메조소프라노가 맡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저러나 혹시 박쥐의 무대가 비엔나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면 무리가 있는 생각이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오페라 박쥐의 원작은 로데리히 베네딕스(Roderich Benedix)라는 사람의 Das Gefängnis(감옥)이란 소설을 프랑스의 앙리 메일락(Henri Meilhac)과 루도비크 알레비(Ludovic Halevy)가 공동으로 엮은 Le Reveillon(파티 소동)이란 희곡을 다시 칼 하프너(Karl Haffner)와 리샤르 제네(Richard Genée)가 오페라 대본을 만든 것임을 부연코자 한다. 한편, 오페라 박쥐의 시기는 1874년으로 못박혀 있다. 이렇듯 시기를 확정해 놓는 일도 드문 일이다. 1874년은 요한 슈트라우스가 불혹의 시대를 벗어나려는 49세 때로서 한창 인기 절정에 있을 때였다. 이 시기는 역사적으로 오스트리아가 헝가리와 통합하여 오스트로-헝가리 제국이 되어 있던 시기였고 프란츠 요셉 황제와 엘리자베트 왕비가 결혼 20주년을 기념한 때였다. 즉, 이른바 K.u.K.(Kaiser und König) 시대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젊은 시절의 프란츠 요셉 황제와 엘리자베트 왕비(프란츠 사버 빈터발터 그림)

  

오페라 박쥐에는 특색있는 여러명의 출연진이 등장한다. 아이젠슈타인(Gabriel von Eisenstein: Ten)은 비엔나에서 은행 일에 관여하는 사람이다. 전형적인 비엔나 중산층이다. 중산층이라고는 하지만 귀족 가문이어서 행세깨나 한다. 아직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인생을 엔조이 하는 타입이다. 여자(Weib)들을 좋아하고 술(Wein)을 좋아하며 춤추고 놀기를 좋아한다(Waltz). 팔케(Falke: Bar)박사는 아이젠슈타인의 친구이다. 팔케박사는 돈은 많지만 별로 할 일 없는 귀족들을 위해 파티를 주선해주며 자기도 즐기는 그런 사람이다. 직업이 의사인지 일반 박사인지는 명확치 않다. 그저 팔케박사로 되어 있다. 비엔나 사람만큼 호칭을 존중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그저 박사라는 호칭만 있으면 존경을 받는다. 팔케박사는 지난해 연말에 아이젠슈타인과 함께 비엔나 교외의 쇤브룬(Schönbrunn)궁전에서 열린 송년파티에 참석한 일이 있다. 쇤브룬 궁전은 오스트로-헝가리 제국의 황제가 사는 궁전이다. 그런 궁전에서 열린 송년파티에 참석했다면 상당한 저명인사가 아닐수 없다. 지난해 쇤브룬 궁전에서의 송년파티는 가장무도회였다. 팔케박사는 박쥐로 분장하고 참석했다. 그날 팔케박사는 많이 취했었다. 아이젠슈타인이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팔케박사를 집에 데려다 주어야 할 입장이었다. 그런데 아이젠슈타인은 문득 장난기가 돌았는지 또는 귀찮아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팔케박사를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광장에 그대로 두고 왔다. 아침이 되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아직도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잠들어 있는 팔케박사를 보고 ‘야! 해가 뜨니까 박쥐가 이제부터 잠을 자기 시작하네!’라면서 박장대소하며 놀렸다. 정신을 차린 팔케박사는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것이므로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중에 아이젠슈타인은 자기도 취해서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난다고 해명했지만 아무튼 그 이후로 팔케박사는 ‘박쥐’라는 별명을 얻고 내내 놀림을 당해야 했다. 이모든 것이 아이젠슈타인의 의도적인 장난 때문이었다고 믿은 팔케박사는 은연중 복수의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나 바로 오늘이 12월 31일이었다. 팔케박사는 바드 이슐에서 올로프스키 공자의 송년파티를 주선하게 되었다.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비엔나에서 바드 이슐까지 어떻게 간다는 것인가? 마차로 간다면 하루 종일 걸리는 길인데! 그렇지 않으면 모두들 미리 바드 이슐에 가서 있었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런 것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복수극의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르다스를 부르는 로잘린데

                                

대개의 경우 오페레타(오페라) 박쥐의 진행은 나라마다 특색을 살려 다르게 연출된다. 미국에서는 미국식으로 영국에서는 영국식으로....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의 공연에는 막이 오르기 전에 연회복을 차려 입은 팔케박사가 무대에 나와 지난해에 이러이러한 사연이 있어서 오늘 저녁 복수를 하게 되었으나 잘 보아 달라는 설명을 한다. 비엔나에서는 그런 설명이 필요없다. 비엔나 사람이라면 지난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올로프스키공의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는 중간에 여흥 순서가 나온다. 마치 라 트라비아타에서 파티 중간에 스페인 댄스를 공연하는 여흥 순서가 나오는 것과 같다. 이 장면이야말로 나라마다, 극장마다, 그리고 연출자마다 특색 있게 다루어진다. 영국에서는 발라드 풍의 영국 민요가 연주되는가 하면 프랑스에서는 샹송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른다. 뮌헨에서는 바바리아 지방의 민속음악아 나오고 마드리드에서는 플라멘코 댄스가 나온다. 그러나 역시 백미는 화려한 비엔나 왈츠가 무대를 압도하는 비엔나 연출일 것이다. 그것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감옥의 간수 프로슈(Frosch)의 코믹한 연기와 대사는 박쥐만이 갖는 청량제이다. 박쥐는 징슈필 형태의 오페레타이다. 그러므로 일상적인 대화체 대사가 상당부분 나온다. 프로슈는 오페레타에 출연하면서도 노래는 한마디도 부르지 않는다. 대사를 중얼거릴 뿐이다. 프로슈 역은 전통적으로 그 나라의 정상급 코미디언이 맡는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30년전 당시 시민회관(세종문화회관)에서 박쥐가 처음 공연되었을 때에는 코미디언 후라이보이 곽규석씨가 프로슈 역을 맡아했다. 그래서 3막에서는 가끔씩 객석이 웃음바다였다. 비엔나 폭스오퍼(Volksoper)에서의 박쥐 공연에서는 3막 전체가 진행되는 동안 웃음이 그칠 새가 없었다. 프로슈의 대사를 암기할 정도로 박쥐를 많이 본 사람들도 3막에서는 계속 웃음을 참지 못하는 듯 했다.
                          

언제나 웃음을 선사하는 프로슈. 간수 프로슈 역은 일반적으로 당대의 코미디언이 맡는다. 프로슈는 오페레타에 출연하지만 노래는 한 마디도 부르지 않아도 된다. 하노버 슈타츠오퍼.


제1막은 아이젠슈타인의 집 거실이다. 아이젠슈타인의 부인인 로잘린데(Rosalinde: Sop)는 ‘오늘 밤에 혼자서 재미있는 파티에 가야하는데 남편에게 무슨 핑계를 대고 가야하나?’라며 걱정이 태산 같다. 가까이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지나가던 사람이 노래를 부르나보다 라고 생각했지만 노래는 계속 이어진다. 산타 루치아도 나오고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도 나온다. 로잘린데가 결혼하기 전부터 쫓아다니며 사랑을 호소하던 시인 겸 오페라 테너인 알프레드(Alfred: Ten)가 이날도 로잘린데의 집안을 기웃거리며 어떻게 해서든지 로잘린데를 만나고자 한다. 알프레드가 부르는 ‘그대는 아직도 나에게 속하여 있는가?’라는 노래를 들은 로잘린데는 ‘어디서 많이 듣던 음성인데 누구일까?’라며 별로 신경을 쓰지 않다가 갑자기 알프레드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안절부절 하지 못한다. 그때 예쁘고 발랄하면서도 당돌한 하녀 아델레(Adele: Sop)가 나타난다. 아델레는 배우가 되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아가씨이다. 아델레는 댄서인 언니 이다(Ida: Sop)로부터 오늘 저녁 어떤 부자집의 송년파티에 오라는 초청장을 받고 어떻게 해서든지 가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 Das schreibt meine Schwester Ida(이다 언니가 보낸 편지)라는 아리아는 아델레의 들뜬 마음을 잘 표현해 주는 것이다. 아델레는 주인마님인 로잘린데에게 ‘숙모님이 갑자기 편찮으셔서 가봐야 한다.’고 둘러 대지만 로잘린데는 정신이 없는 중에 ‘아니, 지난번에 돌아가셨다는 분이 숙모님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그 숙모님이 아프시다는 말이냐?’며 한마디로 거절한다.

 

아이젠슈타인은 자기 부인인 로잘린데도 알아보지 못하고 속아 넘어간다.


속이 상한 아델레가 불쌍한 처지라는 인상을 더 주기 위해 눈물을 떨구면서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알프레드가 다시 사랑의 노래를 부르며 로잘린데를 만나려고 한다. 로잘린데의 마음은 어느덧 옛애인 알프레드의 집요한 사랑고백 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마침 남편 아이젠슈타인이 집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로잘린데의 혼란했던 마음은 잠시 진정된다. 아이젠슈타인은 몹시 화가 나있다. 2주동안 감옥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세무서 직원을 발로 차버렸기 때문이다. 때맞추어 찾아온 팔케박사는 로잘린데가 잠시 자리를 다른 방에 간 사이에 아이젠슈타인이게 오늘밤 기막힌 파티가 있으니 감옥에 가기 전에 잠시 들려 예쁜 아가씨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와인도 마시자고 제안한다. 아이젠슈타인으로서는 귀가 번쩍 뜨일 일이었다. 2주 동안 감옥에서 썩어야 하는데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오늘 밤의 즐거움을 상상하면서 Kommt mit mir zum souper(저녁 만찬에 함께 갑시다)라는 유쾌한 듀엣을 부른다. 두 사람의 유쾌한 춤과 노래는 로잘린데가 나타나자 뚝 그친다. 그러면서 아이젠슈타인은 사랑하는 아내를 혼자 집에 두고 감옥 가는 일을 짐짓 너무 괴로워한다.  
                                       

독토르 활케(파울로 초트)와 로잘린데(수잔나 필립스). 메트로폴리탄.

                             

남편 아이젠슈타인이 오늘 밤부터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로잘린데는 내심 기쁜 마음이다. 실상 로잘린데가 받은 오늘 밤의 가장무도회 초청장은 팔케박사가 은밀하게 보내준 것이다. 팔케박사는 로잘린데에게 오늘 밤 남편 아이젠슈타인이 감옥에 가야 하므로 집에서 혼자 지내지 말고 멋진 가면무도회가 있으니 오라고 비밀스럽게 연락했었다. 로잘린데는 옛날 애인 알프레드가 창문 밖에서 자꾸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문득 남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남편이 들어와서 오늘 밤부터 감옥에 가야 한다며 난리를 피자 ‘옳다 됐구나! 팔케박사가 초청해준 파티에 가야지!’라며 마음을 작정한다. 로잘린데는 얼핏 집에 하녀 아델레가 남아 있으면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델레를 불러 ‘어떤 숙모님이신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숙모님이 아프시다니 어서 병문안을 갔다 오라’고 친절을 다하여 말한다. 아델레는 뜻밖의 외출 허가에 기뻐서 죽을 지경이지만 내색을 할수 없으므로 슬픈 얼굴로 ‘자비로우신 마님!’이라면서 감사의 뜻을 표한다.

 

로질린데(Neomi Nadelmann)와 아델레(Claudia Rohrbach)...서로 속셈이 다르다. 두 사람 모두 팔케박사의 송년파티 초청장을 받았다. 쾰른 오페라.

  

아이젠슈타인이 로잘린데에게 감옥에 가겠다고 하며 작별을 고한다. 로잘린데는 ‘몰라, 몰라, 나 혼자서 어떻게 지내란 말야!’라면서 상당히 슬퍼한다. 아이젠슈타인은 ‘아니 이 여편네가 웬 일이지? 갑자기 슬퍼하니! 내가 너무 했나?’라며 딴에는 로잘린데를 위로하며 잘 있으라고 말한다. 모두들 딴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가자 집밖에서 서성이던 알프레드가 기다렸다는 듯이 용기백배하여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로잘린데로서도 오랜만에 옛날 애인을 만나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운지 반가운 표정이다. 로잘린데가 자기를 박대하지 않고 반기자 알프레도는 ‘그러면 그렇지!’라면서 마치 이 집의 주인이나 되는 듯 스스럼없다. 알프레드는 우선 아이젠슈타인이 벗어 놓은 까운을 걸치고 아이젠슈타인이 피던 시가를 물고 아이젠슈타인을 위해 탁자위에 차려놓은 식사를 먹기 시작한다. 로잘린데는 어서 파티에 가고 싶은 생각 때문에 알프레드를 적당히 돌려보낼 구실만 생각하고 있다.

 

오를로프스키 공자 저택에서 이다와 아델레

 

그때 아이젠슈타인을 감옥까지 동행하기 위해 감옥소장(형무소장)이 간수 두어명과 함께 들어선다. 감옥소장 프랑크대령(Colonel Frank: Bar. 또는 Bass)은 아이젠슈타인이 그래도 신분이 있는 사람이므로 모시러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은 그도 팔케박사로부터 오늘 밤 올로프스키 저택의 파티에 초청을 받았기 때문에 아이젠슈타인을 수감하는 일을 빨리 해치우고 어서 파티에 갈 심산으로 일부러 아이젠슈타인의 집까지 찾아왔던 것이다. 감옥소장 프랑크는 마침 가운을 걸치고 식사를 하고 있는 알프레드를 아이젠슈타인으로 알고 막무가내로 데려간다. 하기야 로잘린데로서도 천연덕스럽게 밥먹고 있는 알프레드를 남편이 아니라고 말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질 것이므로 알프레드에게 작별의 키스를 나눈후 감옥소장에게 어서 데려가라고 한다. 누가 보던지 영락없는 부부사이이다. 알프레드는 로잘린데가 갑자기 자기에게 다정하게 굴며 키스까지 해주고 이별을 슬퍼하자 ‘좋다! 까짓것! 아무 죄가 없으니 감옥까지 갔다가 풀려나면 그만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순순히 따라 나선다. 로잘린데는 어쨌든 알프레드를 보냈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더구나 감옥에는 이미 남편이 가서 있으므로 알프레도가 풀려 날것은 시간문제이므로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감옥소장 프랑크는 아이젠슈타인을 일찌감치 수감하게 되어 기분이 좋다. 알프레드는 로잘린데가 아직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기분이 좋다.

 

 알프레도와 로잘린데

                                                                        

제2막은 올로프스키의 저택이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흥에 겨워 마시고 떠들며 들떠있다. 그러나 정작 올로프스키는 심심하다는 표정이다. 그런 오롤프스키에게 팔케박사가 오늘 밤 이곳에서 정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이니 잠시 기다려보라고 말한다. 잠시후 아이젠슈타인이 등장한다. 팔케박사가 오롤프스키 공자에게 아이젠슈타인을 프랑스의 르나르(Renard) 후작이라면서 소개한다. 아이젠슈타인은 이것도 가장무도회의 일환이려니 생각하며 즐거워한다. 올로프스키는 르나르 후작이란 사람이 나타난 것이 무슨 재미있는 일이냐고 의심하면서 아이젠슈타인에게 독한 보드카를 권한다. 팔케박사로서는 아이젠슈타인이 술에 취하면 취할수록 미리 짜 놓은 각본대로 잘 될것 같으므로 아이젠슈타인이 술마시는 것을 은근히 기뻐한다. 아이젠슈타인이 얼핏 한쪽을 보니 하녀 아델레가 와서 있는 것이 아닌가?

 

독토르 활케와 오를로브스키 공자. 시카고.

 

깜짝 놀란 아이젠슈타인은 술도 한잔 먹었겠다 아델레에게 가서 ‘아니 여긴 어떻게 왔는가?’라면서 평소 집에서 하던 식으로 아델레의 히프를 풀썩 친다. 아델레도 아이젠슈타인을 보자 깜짝 놀랐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이 건달 같은 사람의 집에서 하녀로 일한다는 사실이  탄로 나면 창피를 당할 것이므로 ‘어머머, 누구신데 제 히프를 감히....여보세요 후작님! 사람 잘못 보셨어요! 저로 말씀 드리자면 배우 겸 가수 지망생인 올가(Olga)랍니다.’라고 대꾸한다. 이때 부르는 아델레의 아리아가 Mein Herr Marquis(여보세요 후작님)이다. 사람들은 아델레가 연기와 함께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르자 ‘과연 훌륭한 배우가 될 사람’이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젠슈타인은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는가?’라면서 의심을 누그러트린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올로프스키가 슬며시 흥미를 느낀다. 아이젠슈타인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지만 예쁜 아가씨들이 있고 술이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는 심정으로 그저 들떠있다. 하녀 아델레를 파티에 초청한것도 팔케박사의 계략에 의해서였다.

 

샴펜의 노래. 비엔나 폭스오퍼.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정도로 웃기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정작 지금부터이다. 팔케박사의 별도 초청을 받은 감옥소장 프랑크가 등장한다. 아이젠슈타인이란 사람을 감옥에 넣고 오느라고 조금 늦었다. 팔케박사는 감옥소장 프랑크를 프랑스의 바스티유(Bastille) 공작이라고 소개한다. 공작이라고 소개된 감옥소장 프랑크는 ‘가면무도회라는 것은 원래 이런 것이야!’라면서 역시 들떠 있다. 팔케박사는 아이젠슈타인을 프랑크 감옥소장에게 르나르 후작이라고 소개한다. 두 사람은 남들이 보는 앞이니만치 프랑스의 귀족으로서 프랑스어로 얘기를 나누어야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프랑스어라고는 고작 단어 몇 개밖에 모르는 입장이다. 그러니 이들의 프랑스어 대화가 얼마나 웃기겠는가? 어쨌든 가칭 르나르 후작과 바스티유 공작은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금방 친해진다. 몇 시간후면 감옥소에서 만알 수밖에 없는 사이인데도...한편 아델레는 감옥소장 프랑크가 진짜 바스티유 공작인줄 알고 배우로 출세하고 싶은 생각에 프랑크에게 은근히 접근한다. 프랑크도 젊고 예쁜 아델레가 싫을리 없다.

 

파티 초청장을 받고 좋아하는 아델레

                               

잠시후 드디어 진짜 주인공인 로잘린데가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로잘린데를 알아본 팔케박사는 사람들에게 로잘린데를 헝가리 백작부인이라고 소개한다. 아이젠슈타인을 자기 부인인줄도 모르고 팔케박사로부터 소개받은 헝가리 백작부인에게 그만 홀딱 반하고 만다. 로잘린데는 감옥소에 갔다는 남편 아이젠슈타인을 이곳에서 뜻밖에 만나게 되어 대단히 놀랬지만 그렇다고해서 가면을 벗고 ‘여보! 나요 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몸이 아파서 집에 있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아이젠슈타인은 헝가리 백작부인으로부터 환심을 사기 위해 멋있는 회중시계를 꺼내 들고 자랑한다. 당시로서 회중시계를 가지고 다닌다는 것은 대단한 멋쟁이 부자가 아니면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로잘린데는 남편의 시계를 빼앗다시피 하고서는 돌려주지 않는다. 나중에 남편 아이젠슈타인이 ‘이니, 당신 아파서 집에 있겠다고 하더니 여긴 웬 일이요?’라고 야단하면 얼른 회중시계를 꺼내 보이며 ‘아니, 당신 이건 도대체 어떤 여자에게 준 것이요?’라고 따질 속셈에서이다. 로잘린데는 내친김에 자기가 진짜 헝가리 백작부인이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헝가리 민속곡인 차르다스를 기막히게 멋있게 부른다. Klange der Heimat(고향의 노래)라는 곡이다. 모두들 박수를 보내며 더 이상 가면 쓴 이 여자의 정체에 대하여 의심치 않는다.

 

파티에 참석한 아델레. 대단하다. 캐나다오페라단. 미레이유 아슬랭(Mireille Asselin).
                                         

팔케박사로부터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대충 얘기를 들은 올로프스키공은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술잔을 높이 들고 포도주의 왕인 샴페인에게 건배하자고 제안한다. 이 때 부르는 올로프스키의 명랑한 아리아 Im feuerstrom der Reben(불꽃같은 포도송이)은 샴펜을 찬양하는 노래이다. 모두들 기분이 들떠 있는 상태이다. ‘사랑’이나 ‘형제자매’라는 단어가 나오면 공연히 감격해 질 것같은 분위기이다. 그런 분위기를 놓칠 리가 없는 팔케박사이다. 그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우리 모두 ‘형제여, 자매여!’라고 부르자고 제안하며 Brüderlein und Schwsesterlein(브뤼더라인 운트 슈베스터라인)을 선창하자 너나 할것 없이 로맨틱한 기분에 빠져 함께 노래한다. 올로프스키의 ‘샴펜 송’과 ‘브뤼더라인 운트 슈베스터라인’은 오페라 박쥐의 하이라이트이다. 여인과 사랑과 샴펜, 그리고 왈츠! 더 이상 바랄것이 없는 비엔나(바드 이슐) 생활의 엣센스이다. 모두들 기분이 고조되자 팔케박사는 한술 더 떠서 서로를 Du(두)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비엔나에서 Du라는 단어는 프랑스어의 Tutoyer(투토예)와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자기야!’라고나 할까? 이럴 때에 아침 여섯시를 알리는 시계 소리가 들린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벌써 1월 1일의 아침 여섯시가 되었다. 아이젠슈타인과 프랑크는 깜짝 놀란듯 황급히 자리를 뜬다. 어서 속히 감옥소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아이젠슈타인이 속아넘어가자 웃으워 죽겠다는 활케 박사와 아델레와 로잘린데. 비엔나 폭스오퍼.


제3막은 시립 감옥소. 고참 간수인 프로슈(Frosch)는 제멋대로의 성격에 말단이면서도 큰소리를 치는 습성이 있으며 날이면 날마다 술병과 함께 지내는 인물이다. 그의 붉은 코와 비틀거리는 걸음은 그가 이 세가지 요소에 얼마나 오랫동안 길들어져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유머와 풍자는 새로 담은 포도주와 같다. 어떤 때는 기분이 상쾌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씁쓸할 때도 있다. 감옥소장을 비롯한 이른바 윗사람들에 대한 풍자는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며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들을 못살게 굴 때에는 기분을 씁쓸하게 만든다. 감옥소장인 프랑크가 돌아온다. 아직도 와인과 여인에 취하여 정신이 얼얼한 입장이다. 프랑크의 왈츠를 흥얼거리는 코믹한 행동 때문에 조금 전까지의 파티 기분이 한동안 이어진다. 여기에 프로슈가 가세하여 술주정 연기의 극치를 보여준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절대로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정상이다. 프랑크가 번쩍 정신을 차린 것은 아델레와 그의 언니 이다가 감옥소를 불쑥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델레는 이참에 하녀 생활을 청산하고 바스티유공작(실은 프랑크)에게 기대어 배우로서 출세할 속셈으로 프랑크의 뒤를 쫓아 왔던 것이다.

 


감옥에서 아이젠슈타인에게 시계를 내보이는 로잘린데. 그제서야 '아니 당신이..'라면서 놀라는 아이젠슈타인. 옆에는 프랑크 감옥소장


아델레는 아직도 프랑크를 대단한 인물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프랑크의 앞에서 배우 겸 가수로서의 능력을 과시한다. 시골 아가씨 역할로부터 근엄한 여왕폐하의 역할까지 연기에 노래를 곁들여 멋있게 펼쳐 보인다. 대단히 재미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아델레의 꿈은 아이젠슈타인이 감옥을 찾아오는 바람에 사라지고 만다. 아델레와 이다는 아이젠슈타인의 눈을 피해 숨는다. 프랑크는 방금 전까지도 르나르후작이라던 사람이 이번에는 자기가 아이젠슈타인이며 감옥에 들어가기 위해 왔다고 하니까 믿지를 않는다. 왜냐하면 바로 어제 저녁에 아이젠슈타인의 집에서, 더구나 그의 부인이 보는 앞에서 아이젠슈타인을 데려와 감옥에 수감했기 때문이다. 때를 맞추어 로잘린데도 등장한다. 모두들 자기가 처한 이상한 입장에서 벗어나려고 옥신각신이다. 마침내 아침 햇살이 비치듯 각자의 사정이 밝혀진다. 아이젠슈타인을 대신해서 감옥에 갇혔던 알프레드는 풀려난다. 아이젠슈타인은 다시는 한눈 팔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로잘린데로부터 회중시계를 도로 찾는다. 하녀 아델레는 여러분을 속여서 미안하지만 배우가 되려는 꿈을 버리지 않겠다고 말한다. 올로프스키공과 팔케박사, 그리고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마무리가 궁금해서 몰려온다. 올로프스키공은 이 모든 에피소드가 샴페인과 왈츠 때문이라고 하며 다시 한번 술잔을 높이 쳐들고 축배를 제안한다. 올로프스키공은 팔케박사의 복수장난으로 모처럼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고 하며 기뻐한다. 올로프스키공은 Chacum a son gout(모두 제 멋에 산다)라는 즐거운 노래를 부른다. 아이젠슈타인, 로잘린데, 아델레, 팔케박사, 프랑크, 이다 등등 무대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합창으로 화답한다. 유쾌한 비엔나 기질의 사람들은 해가 높이 뜨기 전에 어서 샴페인을 더 마시자고 하는데 막이 내린다.

 

피날레 장면. 모든 실수를 샴펜의 잘못으로 돌리는 대합창.


[한마디] 오페라(오페레타) 박쥐의 초연은 1874년 4월 5일 빈강변극장(Theater an der Wien)에서 있었다. 파리 오페라 코믹극장에서의 카르멘 초연보다 1년전의 일이었다. 비엔나에서의 박쥐 초연은 요한 슈트라우스 자신이 지휘했다. 박쥐는 초연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지만 요한 슈트라우스의 명성에 비하여 장기 공연이라는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비엔나 사람들은 그 전해부터 열리고 있는 ‘황제의 대박람회’(비엔나 엑스포) 때문에 정신이 없었으며 더구나 엑스포 이후 밀어닥친 주식파동으로 경제가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난리도 아닌 송년파티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