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필견의 33편

마탄의 사수 - 베버

정준극 2007. 11. 2. 21:58

마탄의 사수(魔彈의 射手)

(Die Freischütz)

Carl Maria von Weber


유럽 민족은 크게 라틴민족, 게르만민족, 슬라브민족으로 구분할수 있다. 로마제국의 번영과 함께 유럽대륙에 널리 퍼진 라틴민족은 유럽에서도 태양이 빛나고 땅이 기름진 곳만 골라서 자리를 잡았다. 라틴민족은 기름진 땅에서 나오는 풍요한 수확을 바탕으로 의식주에 대한 걱정이 없이 살았다.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포도주가 발달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라틴민족에 비하여 게르만민족은 춥고 어두우며 습기찬 지역에서 한군데에 정착하지 못하고 분열되어 살았다. 그러면 어떻게 식량을 구할수 있었을까? 농사짓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는 식량, 즉 짐승을 사냥해서 먹고 살 수밖에 없었다. 숲은 사냥터를 제공해 준다. 그러므로 게르만민족에게 있어서 숲은 생활의 터전이었고 존중해야할 대상이었다. 독일을 중심으로한 지역에서 숲이나 사냥에 대한 전설과 문학예술 작품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사냥이 생활의 중심이었던 게르만민족에게 있어서는 힘세고 용감한 남성이 존경을 받았다. 따라서 사냥을 가장 잘하는 사람, 즉 총을 가장 잘 쏘는 남자가 언제나 명예와 지위를 얻었다.

 

'늑대 계곡'의 장면

               

18세기의 오페라 활동에 있어서 국가 또는 민족적 구분이란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오페라가 유럽을 풍미했기 때문이었다. 이 시기에 유럽 여러 나라의 오페라는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것, 또는 국산 창작이라고 해도 이탈리아어 대본에 이탈리아 오페라 스타일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점차 각국 고유 브랜드의 오페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대두되었다. 그리하여 이른바 국민오페라가 꽃을 피우기 사작했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고유 스타일의 그랜드 오페라와 코믹 오페라, 영국에서는 발라드 오페라와 그 후의 사보이 오페라, 그리고 독일에서는 이른바 징슈필(Singspiel)이 활기를 띠게 되었다. 그러나 징슈필이 독일적인 원형 오페라이지만 초기의 징슈필을 볼수 있었던 곳은 독일이외의 지역에서였다. 오스트리아에서 무대에 올려진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후궁에서의 도주’, 그리고 슈베르트의 징슈필들이 그러했다.

 

늑대의 골짜기에서 캬스파르


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6)의 징슈필인 ‘마탄의 사수’가 초연된 것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가 처음 무대에 올려진 때로부터 꼭 30년후였다. 1821년 베를린 샤우슈필하우스(Schauspielhaus: 연극극장)에서 초연된 ‘마탄의 사수’는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최고봉이며 독일 국민주의 오페라의 본격적인 출범을 알리는 신호였다. 뿐만 아니라 ‘마탄의 사수’는 그로부터 50년후에 등장할 바그너 작품의 앞길을 예비해 준것이었다. 바그너는 독일 국민주의 오페라를 뮤직 드라마로 승화시켜서 세계 오페라 역사에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 베버가 ‘마탄의 사수’를 완성하기 까지는 3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요한 아펠(Johann August Apel: 1771-1816)의 소설 Die Jagdbraut(사냥꾼의 신부)를 읽은 베버는 이 소설이야 말로 독일 낭만주의의 전형적인 요소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고 믿었다. 당시 독일 낭만주의의 전형적인 요소는 숲과 사냥꾼, 악마와 마법, 시합에서 승리한 남자와 손을 잡게 될, 즉 결혼하게 될 아름다운 여인등이었다. 베버는 친구 프리드리히 킨트(Friedrich Kind)에게 이 소설을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하여 베버가 34세 때인 1820년 드디어 오페라 ‘마탄의 사수’가 완성되었고 이듬해에 베를린에서 초연을 갖게 되었다. 모차르트는 34세에 세상을 떠났다. 베버는 같은 나이에 ‘마탄의 사수’를 완성했다.

                               

카스파르와 악마들


베를린에서의 초연은 놀랄만한 성공이었다. 독일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성공의 불길은 독일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독일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에서도 ‘마탄의 사수’를 초청공연하였다. 비엔나 공연은 베버 자신이 지휘했다. 베버는 비엔나 공연에 대하여 일기장에 “더할수 없는 환호였다. 더 이상 이런 열광은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수 없을 것이다.”라고 썼다. ‘마탄의 사수’는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준 것이었다. 이탈리아 일변도의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우리도 할수 있다'는 자각심을 불러 넣어 준 것이었다. 그후 1830년대와 40년에 걸쳐 독일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이탈리아 오페라가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로르칭, 마르슈너 등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들이 샘솟듯이 나왔기 때문이다. ‘마탄의 사수’가 끼친 영향은 그것이 전부일까? ‘마탄의 사수’를 통해 베버가 진정으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것은 ‘사랑과 관용’이었고 ‘자연의 섭리’였으며 나아가 독일 통일에 대한 염원이었다. 일찍이 정치적 통일을 이룩한 프랑스와는 달리 독일은 아직도 각각의 제후들이 할거하는 분열의 상태였다. 분열이 있으면 반목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불열과 반목을 하나의 융합된 국민사상으로 묶으려 했던 것이 베버의 ‘마탄의 사수’였다. 제3막의 피날레 파트에서 그러한 의도가 충분히 표현되어 있다. 분열과 반목을 사랑과 관용으로 끌어안자는 것이며 모든 것을 십의 섭리에 의지하여 순수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자는 메시지이다. 다시 말하여 독일의 통일을 위해서는 과거를 문제삼지 않는 관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같은 메시지는 나중에 바그너의 로엔그린을 통하여 다시한번 강조된다. 작소니의 하인리히 왕이 여러 공국들을 통합하여 독일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것이 그것이다. ‘신의 섭리’라는 것도 결국은 ‘사랑과 관용’에 바탕을 둔 것이다. 아무리 모순되고 비합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신의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격대회에서의 마을 사람들

                            

젊은 사냥꾼 막스(Max: Ten)가 ‘사격시합에서 떨어지면 사랑하는 아가테와 결혼하지도 못하게 된다’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악마로부터 백발백중의 마탄(魔彈)을 얻게 된다는 것 자체가 공평치 않은 전제이다. 정정당당한 시합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편법과 자기 실력이 아닌 속임수로 승리하려는 발상부터가 정의롭지 않다. 그런 사람을 그대로 놓아두고서 어떻게 통일의 대업을 이루겠는가? 막스를 악마에게 안내해준 카스파르(Kaspar: Bass)의 행동 역시 일종의 배신이며 비도덕적인 것이다. 자기의 영혼 대신에 친구 막스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넘기겠다는 행위는 예수 그리스도를 팔아넘긴 가롯 유다의 행위와 무엇을 다르겠는가? 사격시합에서 우승한 사냥꾼이 마을 삼림관의 아름다운 딸인 아가테를 신부로 맞아 들일수 있다는 설정도 도덕적으로 용납할수 없는 일이다. 어찌하여 여자가 상품이 될수 있다는 말인가? 애정지상주의에 입각하여 볼때 그런 결혼은 진실한 사랑을 외면한는 것이다. 이렇듯 여러 제약이 있지만 결국 숲속의 은자(또는 신선)가 모든 일을 섭리대로 공평하게 처리해 준다. 이것은 과연 무엇을 비유하는 것일까? 역시 ‘관용’이라는 단어로 귀착된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독일 통일이라는 명제와 연계된다. 런던에서 세상을 떠난 베버의 유해는 18년후에 베버가 활동했던 드레스덴으로 옮겨졌다. 당시 31세로 드레스덴 궁정악장이었던 바그너는 조사를 통해 ‘당신 이상의 독일적인 음악가는 일찍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인들은 베버를 정당하게 평가하였고 프랑스인들은 베버의 작품에 감탄하였으나 베버를 진정으로 사랑할수 있었던 것은 독일인이었다. 바그너의 이 말은 ‘마탄의 사수’와 같은 작품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언급과 상통하는 선언이었다. ‘마탄의 사수’에 대한 그 이상의 평가는 없을 것이다.

 

결혼을 앞둔 아가테와 마을 처녀들 

  

‘마탄의 사수’에는 신비한 독일적 전통과 게르만 민족의 자존심이 사랑의 감동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 오페라의 서곡은 이 모든 것을 융합한 모델이다. 도입부에서 호른이 표현하는 조용하고도 성스러운 테마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멜로디가 본 편에 나오는 것을 따온 것이다. 그래서 이 오페라의 서곡은 단순히 멜로디의 종합이 아니라 완성된 형태의 악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는 마치 베토벤의 교향곡에서 제1악장이 나머니 악장들의 메시지를 집약하여 보여주는 형태와 같은 것이다. 서곡에 나오는 호른의 연주는 우리나라 새찬송가 549장 ‘내주여 뜻대로 하옵소서’로 편곡되어 우리에게 친밀한 멜로디이다. 그런가하면 ‘마탄의 사수’에 나오는 아리아들은 프랑스 그랜드 오페라의 아리아에 필적하는 웅장한 스케일의 것이다. 한편, 주인공 아가테(Agathe: Sop)의 아리아 Leise, leise, formme Weise!(조용히! 조용히! 경건한 멜로디여), 그리고 아가테의 친구인 앵헨(Änchen: Soubrette)의 아리아 Kommt ein schlanker Bursch gegangen(날씬하게 키가 크로 멋진 남자요 이리오라)는 독일 전통 민속음악을 기본으로 한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제1막 마지막 장면에서 카스파르(Kaspar)가 부르는 Der Hölle Netz(누군가를 끌어 들여야)는 다분이 이탈리아 스타일의 아리아이며 제1막 중간부분에 막스가 부르는 Durch die Wälder(숲에서 숲으로)는 프랑스 스타일의 자연주의적 아리아 스타일이라고 볼수 있다. 막스의 Durch...와 아가테의 Leise, leise...를 비교해 보면 막스의 아리아가 화려하고 극적인데 비하여 아가테의 것은 베토벤적인 솔직함과 열정이 깃들여 있다고 하겠다. 한편 아가테와 앵헨의 아리아를 비교해 보면 두 사람이 각각 다른 신분이기 때문에 그 신분에 맞는 음악을 도입한 것으로 생각할수 있다. 이 점은 제2막 첫 장면의 듀엣에서도 확인할수 있다.

 

아가테

                        

‘마탄의 사수’에는 독일 민속음악이 간헐적으로 등장한다. 제1막에서의 Bauern Marsch(농부들의 행진), 제2막에서의 Jägerchor(사냥꾼의 합창)와 결혼식에서 신부 들러리들의 합창은 누가 보더라도 독일 민속음악에 기본을 둔 것이다. 이렇듯 민속음악을 오페라에 활용하는 것은 당시로서 별로 시도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떤 오페라든지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는 장면은 제2막의 피날레이다. ‘마탄의 사수’에서는 ‘늑대 골짜기’의 장면이 이에 해당한다.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것은 독일 낭만주의 예술작품의 바탕이다.


아가테 역의 전설적인 엘리자베트 그루머(Elisabeth Grummer)

 

무대는 보헤미아의 어느 삼림지대. 때는 30년 전쟁(구교와 신교와의 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되는 17세기. 이 지방의 영주 오트카르(Ottokar: Bar) 후작이 주관하는 사격대회 바로 전날이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면 이 지방 삼림감독관 쿠노(Kuno: Bass)의 자리를 인계받게 될뿐만 아니라 그의 아름다운 딸 아가테와 결혼할수 있는 행운을 차지하게 된다. 농부들이 그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듯 즐거운 합창과 춤을 춘다. 오스트리아 농부들이 즐겨하는 란들러(Landler) 형식의 아름다운 무곡이다. 이 합창의 제목은 ‘농부들의 행진곡’이라고 되어 있지만 독일-오스트리아 지역에서는 행진곡(Marsch)이 무곡을 뜻하기도 하므로 어색할 것이 없다. 이 지방의 젊은 사냥꾼인 막스(Max: Ten)는 오래전부터 삼림관 쿠노의 딸 아가테(Agathe: Full lyric sop.)를 사랑하여 서로 장래를 약속한 사이이다. 하지만 내일 사격대회에서 우승해야 결혼할수 있다. 만일 우승하지 못하면 우승자가 아가테와 결혼하게 된다. 막스로서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모멘툼이다. 막스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오늘 있었던 예선대회에서는 사냥꾼이 아닌 마을 농부보다도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가테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삼림보호관 자리가 아니던가? 순박하고 근면한 막스의 마음속에 어느덧 악마의 속삼임이 슬며시 자리를 잡는다. 막스는 사격대회에서 우승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아가테에 대한 애절한 심정이 엇갈려 유명한 아리아 Durch die Wälder(숲을 지나서)를 부른다. 막스는 불안감 때문에 신에 대해서까지 회의를 가진다.

 

사냥대회의 아침. 사냥꾼들의 합창이 명랑하게 울려퍼진다.


                    

보헤미아 지방의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얘기가 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면 백발백중의 마법의 탄환을 얻을수 있다는 얘기다. 막스의 친구인 카스파르(Kaspar: Bass)는 3년전에 악마 자미엘(Samiel: Bass)에게 자기의 영혼을 팔고 마법의 탄환을 받았다. 그 마탄으로 카스파르는 사격대회에서 우승하였다. 어느덧 3년이란 세월이 흘러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만일 카스파르가 오늘 밤 자정까지 영혼을 대신 팔아줄 사람을 데려오지 않는다면 카스파르의 영혼은 악마의 것이 된다. 음흉한 카스파르가 막스에게 접근한다. 카스파르는 막스가 내일의 사격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카스파르는 막스에게 백발백중의 탄환을 주선해 줄수 있다고 유혹한다. 막스는 카스파르의 유혹에 자기도 모르게 빠진다. 막스는 자정에 ‘늑대의 골짜기’에서 카스파르를 만나 마법의 탄환을 받기로 하고 헤어진다.  

 

결혼준비를 하고 있는 아가테

 

제2막의 첫 장면은 삼림관 쿠노의 집이다. 쿠노의 딸 아가테는 내일 사격대회에서의 우승자와 결혼해야 하는 처지여서 마음이 착잡하다. 아가테는 사랑하는 막스가 우승할 것으로 믿고 마음을 안정시키려 하지만 벽의 그림이 떨어져서 상처를 입는 등 어쩐지 불길한 징조가 보여 불안하다. 아가테의 사촌인 앵헨이 그런 아가테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명랑한 노래를 부른다. Kommet ein schlanker Bursch gegangen(날씬하게 키가 크고 멋진 남자여 이리오라)이다. 아가테는 앵헨과 함께 ‘신랑으로서 손색이 없는 남자’라는 듀엣을 부른다. 아가테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발코니에 나가 달 빛 아래에서 Leise, leise, fromme Weise(조용히, 조용히, 경건한 멜로디여)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깊고 고요하며 경건한 나의 노래/아득한 저 하늘 별나라로 날아가 다오/나의 기도가 높이 올라가서/주님의 전당까지 이르게 되소서/처음과 마지막이신 주님이시여/우러러 기도하오니 보호하여 주옵소서...”라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독일 여자들은 참으로 순종적이다. 결혼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운명에 맡기기 때문이다. 

 

나쁜 꿈을 꾸고 있는 아가테

 

이때 막스가 찾아온다. 아가테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눈치이다. 그러나 막스는 끝내 아무말도 못하고 아가테와 앵헨이 말리는 것도 뿌리치고 숲속으로 사라진다. ‘늑대의 골짜기’로 가는 것이다. 장면은 바뀌어 두렵고 무서운 ‘늑대의 골짜기’이다. 사방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고 음울하다.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갈것만 같은 날씨이다.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있던 카스파르가 악마 자미엘을 부른다. 자미엘의 음성이 들린다. ‘이제 나와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대신 영혼을 팔 사람을 구했는가? 그게 누구인가?’이다. 카스파르는 사냥꾼 막스가 마탄 일곱 개를 원한고 있다고 말한다. 내일의 사격대회에서 일곱발의 탄환을 쏘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미엘은 ‘여섯발은 백발백중의 탄환을 주겠지만 나머지 한발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대답한다. 자미엘과 카스파르는 그 한발이 막스가 차지할 신부(新婦)를 쏘아 맞추게 되라고 저주의 말을 쏟아 붓는다. 남이 잘 되는 것을 못보는 것이 인간의 속성인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카스파르도 아가테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아가테가 카스파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히려 막스에게만 마음을 주고 있자 카스파르는 질투심에 불타고 있던 터였다. 막스가 나타난다. 막스는 카스파르와 자미엘 사이에 있었던 대화의 내용을 모른다. 막스는 카스파르로부터 화약을 받아 마법의 탄환을 만들기 시작한다. 탄환을 만들면서 카스파르가 외치는 소리가 골짜기에 울려 퍼진다. 천둥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진다. 오페라 중에서 이처럼 으스스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도 찾아 보기 힘들 것이다. 일곱발의 탄환을 다 만들고 난 막스와 카스파르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늑대 계곡

             

제3막. 다시 쿠노 삼림감독관의 집이다. 사냥꾼들과 삼림관들이 힘찬 합창으로 사격대회를 축하한다. 사냥하기에 좋은 날씨(Herrliches Jagdwetter)라는 내용이다. 막스와 카스파르의 모습도 보인다. 사람들의 흥겨운 기분과는 달리 아가테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어제밤의 꿈 때문이다. 꿈에서 아가테는 한 마리의 하얀 비둘기가 되어 파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막스가 나타나 비둘기를 총으로 쏜다. 비둘기가 총알에 맞았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비둘기는 아가테의 모습으로 변한다. 대신에 어떤 흑조 한 마리가 총알을 맞고 피를 흘리며 떨어진다는 꿈이다. 마을 처녀들이 들어와 오늘 결정될 아가테의 결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며 결혼식을 준비하느라고 부산하다. 독일 민요풍의 아름다운 합창이다. 모두들 기쁨에 들떠 있지만 아가테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피날레에서 비둘기를 쏘는 막스


장면은 바뀌어 숲속의 사격대회장이다. 경기가 시작된다. 막스는 마치 기적처럼 여섯발 모두를 괴녁에 맞춘다. 사람들이 환호하고 아가테의 얼굴에도 안도의 빛이 감돈다. 영주인 오토카르 후작은 마지막 한발로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하얀 비둘기를 쏘라고 한다.  이 뜻하지 아니한 소리에 아가테는 놀라움과 함께 막스를 말리려 하지만 막스는 총을 쏘고 만다. 총소리와 함께 아가테는 기절한다. 그러나 정작 총알을 맞은 사람은 한쪽에 있던 카스파르였다. 카스파르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면서 악마 자미엘을 원망한다. 모든 사실이 밝혀진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카스파르가 계약대로 죽임을 당한 것이다. 막스는 악마에게서 마법의 탄환을 받았기 때문에 이 지방에서 추방당하는 심판을 받는다. 이때 숲속에 사는 은자(隱者)가 나타나서 사람들에게 막스가 유혹에 빠져 그렇게 되었으므로 용서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요청한다. 예로부터의 독일 전설에 따르면 깊은 숲속에는 은자들이 살고 있으며 마을에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나타나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고 간다고 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은자들을 존경하여 그들의 판결을 따른다고 한다. 현대적인 해석에 의하면 이러한 은자들은 바로 ‘자연의 섭리’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막스는 추방당하지 않는 용서를 받고 1년동안 사회봉사를 한후 아가테와 결혼할수 있다는 판결을 새로 받는다. 마을 사람들이 주님의 크신 은혜와 영주 오토카르 후작의 자비하심을 찬양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기뻐하는 막스와 아가테
                  

[한마디] ‘마탄의 사수’는 마법의 탄환을 가진 사수를 말한다. 그러나 원래 제목인 Freischütz를 ‘자유의 사수’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있다. 영어로는 The Marksman 또는 The Free-shooter라고도 한다. 우리말로는 백발백중의 특등사수라고 번역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나저나 사수(射手)라는 말은 일본식 표현이라는 얘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