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필견의 33편

토스카 - 푸치니

정준극 2007. 12. 4. 17:58

토스카(La Tosca)

G. Puccini


로마를 ‘영원한 도시’(Eternal City)라고 부른다. 고대 로마제국으로부터의 찬란한 문화유산이 역사의 흥망성쇠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시간에도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는 도시 전체가 유구한 역사의 현장이며 살아 숨쉬는 야외박물관이다. 바티칸 공국의 성베드로 성당과 바티칸박물관은 물론이고 콜로세움, 카타콤, 포폴로 광장,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 등등...유서 깊은 건축 조형물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을 발하고 있는 도시가 바로 로마이다. 그중에서 거장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La Tosca)의 무대가 되고 있는 건축물들이 있어서 음악애호가들의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제1막의 무대는 ‘성안드레아 델라 발레’(Sant' Andrea della Valle)성당이다. 아름답고 장엄한 성당이다. 성당은 어떤 곳인가? 자유가 보장되는 곳이며 핍박받는자의 피난처가 되는 곳이다. 제2막의 무대는 화르네세(Farnese)궁전이다. 16세기에 화르네세 추기경이 살던 호화로운 로코코 형식의 건물이다. 화르네세는 25세의 젊은 나이로 추기경이 된 인물이다. 그의 여동생이 알렉산더6세 교황의 공식적인 정부(情婦)였기 때문에 추기경이 되었다고 한다. 궁전은 어떤 곳인가? 일부 왕족과 귀족들의 부귀와 영화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부귀와 영화를 누리려면 다른 많은 사람들을 억압하고 지배해야 한다. 이 오페라에서는 왕당파 경시총감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현재는 로마주재 프랑스대사관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2막은 권력과 욕망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제3막의 무대는 카스텔 산탄젤로(Castel Sant' Angelo: 천사의 성)이다. ‘천사의 성’을 소개하기 전에 오페라 토스카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는 것도 이 오페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이다.

 

카스텔 산탄젤로(천사의 성)


때는 1800년대. 공화제를 내세운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유럽 제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왕정제도를 고수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연합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던 때였다. 이탈리아에서도 왕정을 타파하고 공화제로의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내건 투쟁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이러한 때에 진행되고 있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이탈리아 연합군의 전투는 왕정제가 계속될 것인지 또는 공화제로 탈바꿈 할것인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면 제1막의 성당은 자유와 평등을 내세운 공화제를 대변하는 것이며 제2막의 궁전은 왕정제를 고수키 위한 권력과 탄압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면 제3막의 ‘천사의 성’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나폴레옹군과 오스트리아-이탈리아 연합군의 전투 (마렌가 전투장면). 루이 프랑수아 르쥬느 작.


제3막의 무대인 ‘천사의 성’은 당시 사상범이나 정치범들을 수용하고 있는 형무소로 사용되었다. 극한에 처하여 있는 죄수들이 자유와 해방을 얻을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죽음뿐이다. 푸치니는 이 오페라에서 두 사람의 주인공이 죽음을 통하여 영원한 자유와 진정한 사랑을 완성하는 것을 그렸다. 오페라 ‘토스카’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천사의 성’에 대하여 잠시 설명을 덧붙여 본다. ‘천사의 성’은 로마의 중심지역 티베르(Tiber)강이 내려다 보이는 나지막한 언덕위에 장엄하게 서 있는 고성이다. 원래 이 건물은 기원후 2세기경 히드리안(Hydrian) 로마 황제가 자기의 묘소로 건조한 것이다. 그후 아울레리안(Aurellian) 황제가 요새로 개축하여 로마시를 방비하는 목적으로 사용했다가 중세때부터는 감옥으로 사용했고 현재는 무기박물관 및 역사박물관이다. ‘천사의 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성으로 들어가는 다리 난간에 천사 조각상들이 도열하듯 세워져 있으며 또한 성의 맨 꼭대기에도 천사상이 우뚝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천사의 성’은 로마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중세이후부터 중요 인사들이 여기에 투옥된 일이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클레멘트7세 등 교황의 피난처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천사의 성’을 방문하면 중세의 소름끼치는 감방으로부터 화려하게 장식된 교황의 임시 거처까지 관람할수 있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왕년의 명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에 나오는 강변의 선상 무도회장은 바로 ‘천사의 성’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카바라도시가 그림을 그렸던 로마의 산탄드레아 델라 발레 교회의 내부

 

왕정제와 공화제의 갈림길에 서 있는 긴박한 시대적 배경. 그리고 성당과 궁전과 ‘천사의 성’이 무대를 압도하고 있는 극적인 배경...이쯤되면 이 오페라의 긴장감 서린 면모를 충분히 일별할수 있는 일이다. 오페라 주인공들의 설정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기막힌 배려가 아닐수 없다. 여주인공 플로리아 토스카(Floria Tosca: Sop)는 미모가 뛰어난 오페라 가수이다. 오페라에 오페라 가수를 주인공으로 등장토록 한것도 상당히 이색적인 설정이다. 어쨌든 토스카는 아름답고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여인이지만 반면 질투심과 함께 격정적인 성격도 지니고 있는 인물로 부각되어 있다. 토스카의 머리칼 색깔이 고동색의 브루네트인것도 간과할수 없는 사항이다. 이 오페라에서는 주인공들의 머리칼 색깔, 의상, 부채와 같은 소도구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인 마리오 카바라도씨(Mario Cavaradossi: Ten)는 화가이다. 화가는 캔버스에 자신의 이상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화가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열정적이고 탐미적인 인물이라고 할수 있다. 오페라 가수인 토스카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주인공들이 둘 다 예술가라는 것은 푸치니의 또 다른 걸작인 ‘라 보엠’과 흡사한 점이다. 어쨌든 이들은 사랑에 살고 예술에 사는 사람들이다. 제2막에 나오는 토스카의 아리아 Vissi d'arte, vissi d'amore(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로: 우리나라에서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라고 번역)는 이들 예술가들의 사랑과 삶에 대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며/ 남에게 해를 끼친 일은 없었어요/ 항상 진심으로 성자 앞에 기도했고/ 항상 진심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주었어요/ 슬픔에 괴로운 지금/ 주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성모님 위해 보석을 바치고/ 저 하늘 높이 거룩한 노래 불렀건만/ 슬픔에 괴로운 지금/ 주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이 아리아를 통하여 우리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피치 못할 부조리를 느낄수 있다.

 

토스카의 마리아 칼라스

                           

또 다른 주인공인 스카르피아(Scarpia: Bar)남작은 로마의 치안을 책임 맡고 있는 경시총감이다.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치고 야비하고 악랄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법이다. 그의 이름에서도 얼핏 느낄수 있듯(스카르피아와 전갈을 뜻하는 스코르피온은 비슷한 느낌의 단어) 그는 뱀과 같이 차갑고 전갈과 같이 독하며 돼지처럼 탐욕스럽고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잘하는 인간이다. 다시 말해서 권력의 시녀로서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세자레 안젤로티(Cesare Angelotti: Bass)라는 사람도 등장한다. 공화제를 위해 혁명을 기도하는 청년 운동가이다. 정치범으로 체포되었다가 가까스로 탈옥하여 피난처를 찾아 성당으로 숨어 들어온 사람이다. 마리오 카바라도씨와는 친구 사이이다. 이렇듯 이 오페라는 주인공들의 면모를 통하여 선과 악, 자유와 억압, 사랑과 증오, 탐욕과 희생에 대한 가치관의 잣대를 보여주고 있다.

                           

소프라노 질 가드너. 리릭 오페라 볼티모어

                                                                     

토스카의 원작은 당시 희곡의 귀재로 알려진 빅토리안 사르도우(Victorien Sardou: )가 쓴 것이다. 1887년 파리의 무대에 올린 드라마이다. 사르도우는 극의 내용을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희곡 토스카는 사르도우가 유명한 여배우 사라 베른하르트(Sarah Bernard: 1844-1923)를 위해 쓴 5막짜리 비극이다. 사르도우는 The Divine Sarah(여신 사라)라고 불린 사라 베른하르트를 깊이 연모하여 토스카를 썼다. 그는 사라 베른하르트가 토스카로서 가장 적격이라고 믿었다. 사라 베른하르트의 연극 토스카를 푸치니가 1887년 10월의 어느 날 밤, 밀라노(일설에는 피렌체)에서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오페라로 작곡키로 결심했다. 당대의 사르도우가 쓴 원작에 당대의 푸치니가 음악을 입혔으니 과연 걸작이 되지 않을수 없다.

 

연극 토스카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전설적인 여배우 사라 베른하르트


밀라노에서 사라 베른하르트의 토스카를 본 푸치니는 악보출판가인 줄리오 리코르디(Giulio Ricordi)에게 즉시 사르두로부터 원작을 오페라로 만드는 판권을 사도록 했다. 그러나 협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사르두는 푸치니의 요청이 있는지 6년후, 엉뚱하게도 알베르토 프란케티(Alberto Franchetti)에게 판권을 양도하였다. 프란케티는 오페라 토스카를 작곡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우선 루이지 일리카(Luigi Illica: 1857-1919)에게 대본을 부탁했다. 이듬해 10월 리코르디, 프란케티, 일리카, 그리고 주세페 베르디가 사르두를 만나 대본에 대한 최종 협의를 하였다. 사르두는 베르디가 토스카를 작곡하여 줄것을 은근히 바랐다. 하지만 베르디는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서 만일 사르두가 마지막 장면을 수정한다면 작곡할 의향도 있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사르두가 그렇게 할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토스카의 원작자인 빅토리안 사르두

                                       

그로부터 몇 달후 프란케티는 자기로서는 오페라 토스카를 작곡할 능력이 안된다고 하며 주저 앉았다. 악보출판가인 리코르디는 기왕에 사르두로부터 판권을 양도받았으므로 어쨌든 오페라를 작곡해야 했다. 리코르디는 푸치니에게 매달렸다. 푸치니는 그때까지도 기분이 썩 내키지 않은 형편이었다. 베르디가 푸치니를 만나 ‘당신만이 토스카를 오페라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시켰다. 푸치니는 대선배인 베르디의 권면에 순종하여 라 보엠을 완성하고 난 후인 1896년부터 토스카의 작곡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한숨을 돌린 리코르디는 대본가 주세페 지아코사(Giuseppe Giacosa: 1847-1906)와 루이지 일리카가 합작하여 토스카의 대본을 완성토록 주선했다. 라 보엠의 대본을 협력하여 완성했던 경험이 있는 지아코사와 일리카는 토스카의 대본을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은 나중에 나비부인의 대본도 함께 만들었다. 푸치니, 지아코사, 일리카는 서로 개성이 강했던지 대본을 가지고 상당히 다투기도 했다. 예를 들면 제3막에서 나폴레옹의 승전소식이 전해질 때 대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라틴 승전가를 넣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푸치니는 이들을 겨우 설득하여 18 운률로 된 Trionfal로 대체하였다.

 

  

대본가 루이지 일리카(왼쪽)와 주세페 지아코사


3년에 걸친 우여곡절의 협력 끝에 마침내 1899년 오페라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 초연은 로마가 무대이므로 로마에서 갖기로 했다. 코스탄치극장이 주선되었다. 토스카를 완성할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논란도 많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로마시민들은 토스카의 공연을 손꼽아 기다렸다. 소프라노 하리클레아 다르클레(Hariclea Darclee: 180-1939)가 타이틀 롤을 맡았고 테너 에밀리오 데 마르키(Emillio de Marchi)가 카바로도씨를 맡았다. 1899년 1월 13일 코스탄치극장에서의 초연에는 이탈리아의 마르게리타왕비, 펠룩스(Pelloux)수상, 작곡가로서는 피에트로 마스카니, 프란체스코 칠레아, 알베르토 프란케티등이 참석하였다. 오페라 토스카는 드라마 자체가 라 보엠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지만 대성공이었다.

 

토스카가 초연된 코스탄치 극장 (현 로마 오페라극장: 테아트로 델로페라 디 로마)


오페라 토스카는 무대를 위압하는 듯한 인상적인 비극스타일의 음악으로 시작한다. 푸치니의 다른 오페라의 도입부보다 더 어둡고 무겁다. 그러나 푸치니는 코믹한 인상을 주기위해 바소 부포(Basso buffo)인 성직자(성당의 성물함등을 관리하는 사람)를 활용하였다. 푸치니는 아무리 조연이라도 세심한 배려를 하는 스타일이다. 성물함 관리자가 카바라도씨에게 조롱 섞인 농담을 건네는 것은 나중에 카바라도씨의 아리아 Recondita armonia(오묘한 조화)를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아리아는 성악적으로 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에 이어지는 스토리를 연결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카바라도씨의 첫 아리아는 신부가 부르는 대칭 멜로디에 의해 윤택하게 된다. 이어서 세자레 안젤로티(Cesare Angelotti: Bass)가 등장한다. 안젤로티는 로마가 공화국일때 집정관(consul)이었다. 그의 등장은 음악적으로 무거운 어두움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거움은 토스카가 등장하여 카바라도씨와 Non la sospiri la nostra casetta라는 듀엣을 부름으로서 가벼워진다. 마치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요소와 흡사한 표현이다. 안젤로티가 숨어 있다가 다시 등장할 때에도 푸치니는 비극적 분위기를 십분 살렸다. 안젤로티가 스카르피아보다 더한 비극적인 음악으로 표현되고 있음은 주목할 일이다. 스카르피아의 등장은 어둡고 모호하다. 그러나 파워가 있다. 푸치니는 악독한 독재자, 재판관, 고문자로서 스카르피아의 면모를 표현하기 위해 그의 대사마다 악센트를 주었다. 스카르피아의 성격 설정은 비교컨대 오텔로의 이아고(Iago)와 흡사하다. 카바라도씨가 심문당하는 장면은 대화체 스타일을 표방하였다. 이를 diegetic(극적인 대사인지 노래부르는 것인지 분명치 않은 대화)라고 한다. 토스카가 칸타타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토스카의 칸타타는 일견 바로크 스타일을 생각하게 한다.

 

토스카로서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한 레나타 테발디


제1막. 막이 열리면서 무대는 성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의 내부가 펼쳐 보인다. 성당 안에는 아티반티(Attivanti) 후작 가문의 전용예배실이 있다. 아티반티 후작부인의 오빠인 안젤로티는 공화파이다. 왕정제도의 타파를 외치다가 경시청에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안티반티 후작부인은 오빠 안젤로티의 석방을 기도하러 가끔씩 성당안의 예배처를 찾아왔다. 화가인 마리오 카바라도씨는 간혹 성당을 찾아와 간곡히 기도하는 아름다운 아티반티 후작부인의 모습을 보고 그가 그리려는 막달레나(막달라 마리아) 초상화의 모델로 삼는다. 그러던 며칠후 안젤로티가 탈옥하여 성당 안으로 숨어든다. 이곳으로 숨어들면 여동생을 만날 수 있고 그러면 어떻게 해서든지 멀리 탈옥할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 성물함 관리자와 함께 카바라도씨가 성당 안으로 들어온다. 안젤로티는 아티반티 가문의 전용 예배처로 몸을 숨긴다. 카바라도씨는 주머니에서 작은 메달을 꺼내어 본다. 사랑하는 토스카의 초상화가 있는 메달이다. 카바라도씨는 화폭에 그려지고 있는 미지의 여인과 토스카를 비교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서로 비슷하단 점이 있음을 느끼고 감탄한다. 이 때 부르는 카바라도씨의 아리아가 Recondita armonia(절묘한 조화)이다.


‘흔들리는 마음에 비치는 그 모습/ 그 여인은 푸른눈, 토스카는 검은 눈/ 그 여인은 금발, 토스카는 브루네트/ 누군지 모르는 그 여인, 놀라운 아름다움/ 나의 화필마저 흔들리네/ 그라나 마음에 품은 사랑은 오직 한사람, 토스가 그대뿐...’이라는 내용이다. 이 아리아는 무릇 예술가로서 통상 가질수 있는 여성찬미에 대한 적극적인 표현이라고 볼수 있다. 아름다운 여인을 예찬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푸치니 자신의 독백이라고 생각해도 무난할 것이다. 카바라도씨의 아리아에 대하여 성물함 관리자가 한마디 거든다. Scherza con i fanti e lascia stare i santi(바보와는 농담을, 성자들은 하늘에 있도록)이라는 내용이다. 

    

플로리아 토스카가 고문을 당한 마리오 카바라도시를 보고 경악하고 있다.      

 

잠시후 카바라도씨가 혼자 있게 되자 안젤로티가 모습을 보인다. 사실 탈옥수인 안젤로티와 카바라도씨는 오랜 친구이다. 카바라도씨는 성당으로 숨어 들어온 친구를 보고 기뻐하지만 왜 그런지 걱정이 앞선다. 안젤로티는 카스텔 산탄젤로(천사의 성)에서 탈출한 얘기를 한다. 두 사람의 얘기는 마침 토스카가 카바라도씨를 만나기 위해 성당을 찾아오는 바람에 중단된다. 안젤로티는 얼른 다시 몸을 숨긴다. 토스카는 오페라 가수이다. 오늘 밤 오페라 공연이 끝나고 나서 만나자는 얘기를 하기 위해 성당을 찾아온 것이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어서 얘기를 전하려면 직접 찾아와야 했다. 토스카는 성당에 들어설 때에 카바라도씨가 어떤 여인과 얘기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여 의심을 한다. 그러다가 카바라도씨가 그리고 있는 막달레나의 모델이 어디서 많이 본것 같다고 생각한다. 토스카는 그 모델이 아티반티 후작부인인 것을 알아차린다. 그런 토스카를 카바라도씨가 진정시키느라고 진땀을 흘린다. 카바라도씨는 토스카의 눈이 갈색인데 그림의 눈은 부른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자기는 세상에서 토스카의 갈색눈이 가장 예쁘다고 말한다. 이 때부르는 카바라도씨의 아리아가 Qual occhio al mondo(세상에서 그 어떤 눈동자도 그대의 눈동자와 비교할수 없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누그러진 토스카는 장난이나 하듯 막달레나의 눈동자를 자기처럼 더 검게 그리라고 주장하고 떠난다.

 

토스카와 카바라도시와 스카르피아. 원작에는 옆방에서 고문에 의한 신음소리가 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연출에서는 세 사람이 함께 있는 것으로 연출되었다.

                              

토스카가 떠나자 안젤로티가 다시 나타난다. 카바라도씨와 안젤로티는 도주 계획에 대하여 얘기를 나눈다. 안젤로티는 누이동생이 제단 뒤에 숨겨둔 여자옷을 입고 카바라도씨의 별장으로 도주하여 당분간 우물 속에 숨는다는 계획이다. 카바라도씨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친구 안젤로티를 악독한 스카르피아로부터 보호하겠다고 약속한다. La vita mi costasse, vi salvero(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대를 구하겠다)는 카바라도씨의 아리아이다. ‘천사의 성’으로부터 대포소리가 들린다. 탈옥자가 있다는 것이다. 안젤로티는 카바라도씨와 함께 급히 성당을 떠난다. 성당 관리자가 즐겁게 재잘거리는 어린이 성가대와 함께 등장한다. Tutta qui la cantoria(모두 여기 있다. 성가대석에)는 성당관리자와 어린이들이 부르는 합창이다. 잠시후 경시총감인 스카르피아(Scarpia: Bar)남작이 못된 부하인 스폴레타(Spoletta: Bass), 그리고 몇 명의 경관들과 함께 성당안으로 들어선다. 탈옥한 안젤로티가 성당쪽으로 도주했다는 첩보를 받고 수색하러 온 것이다. 한편, 성당안에 있던 어린이들과 관리인은 스카르피아 일행이 찾아온 것이 나폴레옹군대가 패배했기 때문에 감사를 드리러 온 것으로 잘못 알고 Te Deum(하나님께 대한 감사의 찬송)을 부른다. 스카르피아의 주구(走狗) 스폴레타가 아티반티 후작의 전용 예배처에서 후작부인의 부채와 화가 카바라도씨의 점심 바구니를 발견한다. 점심 바구니는 비어있다. 스카르피아가 관리인에게 누가 이곳에서 음식과 와인을 먹었느냐고 협박하듯 묻는다. 스카르피아는 성당안에서 유일하게 일하는 카바라도씨를 의심한다. 관리인은 카바라도씨에게는 이 예배처의 열쇠가 없기 때문에 들어갈수 없으며 더구나 음식을 먹거나 와인을 마시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므로 상관없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스카르피아는 분명히 카바라도씨가 안젤로티의 탈주에 관련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토스카와 카바라도시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다. 이런 연출

                  

토스카가 카바라도씨를 만나러 다시 성당 안에 들어선다. 저녁에 공연이 끝나고 나서 만나자고 했지만 칸타타 축하 때문에 만날 수 없다는 얘기를 하러 다시 온 것이다. 토스카는 카바라도씨가 어디론가 간 것을 알고 점점 의심이 더해 진다. 그러는중에 사람들이 성당 안으로 몰려 들어오고 추기경은 Te Deum(데 테움)을 준비한다.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에게 아티반티 후작부인의 부채를 보여주며 토스카의 질투심을 은근히 유발한다. 토스카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떠나려하자 스카르피아는 스폴레타에게 토스카를 미행하라고 지시한다. Tre sbirri, una carrozza(경관 세명, 마차 한 대)라는 아리아는 스카르피아가 부하들에게 지시하면서 부르는 곡이다. 이어 스카르피아는 갑자기 열정적으로 토스카에 대한 사랑을 독백하며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Va' Tosca, nel tuo cuor d'annida Scarpia(가라, 토스카, 너의 마음속에는 스카르피아가 자리잡고 있다)라는 곡도 스카르피아의 아리아이다. 사람들이 합창으로 Adiutorium nostrum(하나님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주옵소서)을 부르는 중에 스카르피아는 A doppia mira tendo il voler(나의 욕망은 두가지 목적)이라고 소리친다.


토스카역으로 이름을 떨쳤던 류바 웰리츠(Ljuba Welitsch)

 

제2막은 화르네세 궁전. 경시총감 스카르피아의 집무실이다. 스카르피아가 혼자서 저녁을 먹고 있다. 아래층 넓은 홀에서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연합군이 나폴레옹 군대를 물리친 전승축하 무도회가 열리고 있다. 스카르피아는 하인을 불러 토스카에게 가서 연주가 끝나면 자기에게 들리도록 전하라고 한다. 스카르피아는 무엇이 기쁜지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무척 냉소적이다. Ella verra per amor del suo Mario(토스카는 마리오에 대한 사랑으로 올것이야)와 Ha piu forte sapore la conquista violenta(폭력으로 정복하는 것은 나의 취향)이라는 노래이다. 토스카가 그의 권세에 굴복하리라는 짐작으로 부르는 노래이다. 충견인 스폴레타가 안젤로티 대신 카바라도씨를 체포하여 들어온다.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씨에게 안젤로티의 행방을 대라고 하며 집요하게 추궁하지만 카바라도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한 때에 토스카가 들어선다. 놀라는 토스카! 카바라도씨는 기회를 엿보아 토스카에게 귓속말로 안젤로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하라고 말해준다. 악랄한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씨를 데리고 나가 고문토록 지시한후 그제서야 토스카에게 눈을 돌린다. 이때 스카르피아가 부르는 아리아 Ed or fra noi parliam da buoni amici(자 이제 우리 서로 친구처럼 얘기나 나눕시다)이다.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에게 애인 카바라도씨가 고문으로 얼마나 고통당할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마침내 옆방에서는 카바라도씨가 고문에 못이겨 절규하는 소리가 들린다. 순간 토스카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하지만 토스카에게는 카바라도씨를 도와줄 아무런 힘이 없다. 겁에 질린 토스카가 마침내 안젤로티가 숨어 있는 곳을 밝힌다. 의기양양한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씨를 데려 오도록 한다.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씨에게 이젠 안젤로티가 어디 숨어 있는지 알고 있으니 당신같은 비겁자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카바라도씨는 고통과 모욕중에서도 토스카의 배반에 대하여 토스카를 몹시 비난한다.

                                        

화르네세 궁전 (현 프랑스 대사관)


이때 헌병인 스키아로네(Sciarrone: Bass)가 황급히 들어와 조금 전의 소식은 잘못된 것이며 나폴레옹 군대가 마렌고(Marengo)전투에서 왕정군을 패배시켰다고 전한다. 이 소리를 들은 카바라도씨는 자기도 모르게 Vittoria(승리!)를 외친다. 화가 치민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씨를 다시 감옥으로 데려가라고 지시한다. 토스카가 카바라도씨를 따라가려 하지만 스카르피아가 뒤에서 붙잡는다. 토스카가 흥분하여 스카르피아에게 카바라도씨를 석방하는 대가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스카르피아는 마치 그말을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 Mi dicon venal(나를 매수할수 있을것이다)라고 싸늘하게 말한다. ‘그의 증오에 찬 눈길이 오히려 나의 욕정을 미치도록 흔들어 놓았다’는 아리아이다. 내용이야 치사하지만 아리아 자체는 훌륭한 것이다. 스카르피아는 음흉한 말씨로 토스카를 오래전부터 좋아했다고 말하며 그대의 몸을 원한다고 말한다. 마침 창문 너머로 총살대로 끌려가는 죄수들의 행렬 소리가 들린다. 토스카는 너무나 기가 막혀 몸을 떨면서 Vissi d'arte, vissi d'amore(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부르며 자기에게 이러한 잔혹함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신에게 묻는다. 그러자 스카르피아는 Sei troppo bella, Tosca, e troppo amante(토스카! 그대는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사랑스럽기 때문이다)라고 대꾸한다. 스폴레타가 들어와 안젤로티가 카바라도씨의 별장에 있는 우물 속에 숨어 있었으나 경찰들이 들이 닥치자 자살했다고 전한다.

 

테 데움의 장면


카바라도씨를 구할 아무런 대안이 없음을 느낀 토스카는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키로 결심한다. 그러자 만족한 모습의 스카르피아는 스폴레타에게 카바라도씨의 사형집행을 거짓으로 거행토록 지시한다. 토스카가는 스카르피아에게 자기와 카바라도씨가 이 나라를 안전하게 떠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고 요구한다. 스카르피아가 통행증을 써주려고 할때 토스카는 탁자위에 있는 단검이 있음을 본다. 토스카는 뱀보다도 싫은 스카르피아에게 능욕 당하느니 차라리 그를 죽일 결심을 한다. 통행증을 다 쓴 스카르피아가 토스카를 포옹하러 다가오자 토스카는 단검을 들어 그를 찌른다. 토스카의 외침! Questo e il bacio di Tosca(이것이 토스카의 키스)이다. 토스카는 죽어 넘어진 스카르피아의 손에서 통행증을 빼앗은후 시신을 마치 매장할 때처럼 반듯하게 눕혀 놓고 가슴위에 십자가를 얹어 놓는다. 토스카의 독백 E avanti a lui tremava tutta Roma(로마의 모두가 그의 앞에서 벌벌 떨었었다)가 그나마 위안을 준다. 토스카는 멀리 북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토스카와 스카르피아


제3막. ‘천사의 성’ 꼭대기 층이다. 카바라도씨를 총살에 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성당의 종소리가 아침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멀리 목자들이 로마 방언으로 스토르넬로(Stornello)라는 노래를 부른다. 긴장속의 묘한 평온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카바라도씨는 간수에게 그가 끼고 있던 반지를 주고 마지막 부탁으로 편지 한 장을 토스카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카바라도씨가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로 시작하는 내용이다. 편지의 마지막 소절 E non ho amato mai tanto la vita(지금처럼 삶을 사랑했던 일은 없었다)을 쓴 카바라도씨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잠시후 토스카가 숨가쁘게 뛰어 들어온다. 스폴레타와 경찰 한명이 따라 들어온다. 토스카는 카바라도씨에게 통행증을 보여주면서 우리 서로가 살기 위해 스카르피아를 죽였다고 말한다. 이때 부르는 토스카의 아리아가 Il tuo sangue o il mio amor colea(그는 당신의 피, 그렇지 않으면 나의 사랑을 원했어요)이다. 이어서 토스카는 총살이 집행될지라도 가짜이므로 그저 총소리가 나면 죽은척 해 달라고 부탁한다. 두 사람은 마치 승리를 쟁취한 것처럼 기분이 고양되어 앞으로의 꿈에 대하여 노래한다. 처음에는 Senti, l'ora e vicina(들어보셔요, 시간이 다가왔어요)로 시작하여 카바라도씨가 Amaro sol per te m'era il morire(오로지 당신 때문에 죽음이 괴로웠다)라고 하자 토스카는 Amore che seppe a te vita serbare(나의 사랑이 당신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어요)라고 화답한다. 두 사람은 마지막 듀엣으로 Trionfal...di nova sepme(승리. 새로운 희망으로)라고 소리 높여 노래한다.

 

감옥에 갇혀 있는 카바라도시

                                      

총살을 집행하는 경관들이 총을 쏜다. 마리오가 쓰러진다. 토스카는 카바라도씨가 미리 얘기한대로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여 Ecco un artista(여기 훌륭한 배우가 있다)면서 아직도 사태를 모르는 듯 오히려 즐거운 기분이다. 총살 집행자들이 떠나자 토스카가 카바라도씨에게 달려가 일어나라고 말한다. 반응이 없다. 그제야 토스카는 사실을 깨닫는다. 스카르피아는 원래부터 카바라도씨를 살려줄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스카르피아는 스폴레타에게 진짜로 사형을 집행하라고 명령했던 것이다. 그때 스카르피아의 죽음을 발견한 스폴레타가 경관들을 이끌고 나타나 토스카를 보고 범인이니 잡으라고 한다. 스폴레타가 토스카를 붙잡고 감옥으로 데려가려고 하자 토스카는 그를 떨쳐내며 갑자기 성벽위로 올라가 절규하듯 O Scarpia, avanti a Dio!(오 스카르피아,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만나게 되리!)라는 아리아를 부른후 티베르강으로 몸을 던진다. 이때 주머니에서 손수건이나 클리넥스를 꺼내지 않는다면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다.

 

카바라도시의 처형 장면

                                             

[한마디] 작품에 대한 푸치니의 완벽성은 당할 재간이 없다. 1막에서의 Te Deum 행진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그는 악보출판가인 리코르디에게 부탁하여 사람 하나를 밀라노에서 로마로 보내어 Te Deum 행진을 고증하기 위한 모든 자료를 찾아보도록 했다. 로마에 간 리코르디의 직원은 골동품 상점, 도서관, 박물관들을 샅샅이 뒤졌으나 Te Deum 행진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찾을수 없었다. 그러던중 우연히 어떤 수도사를 만나 Te Deum 행렬을 자세히 그린 그림을 얻을수 있었다. 그림에는 행진에 참가하는 각자의 역할과 들고 있어야 하는 깃발 등에 대하여 정확히 그려있었다. 모두 18장이나 되었다. 정말 행운이었다. 푸치니는 로마에서의 초연에서 이 고증자료를 토대로 Te Deum 행진을 재현하였다.


[한마디 더] 제3막의 오프닝에서는 ‘천사의 성’ 종탑에서 종을 울리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토스카를 초연할 당시에는 ‘천사의 성’에 있는 종이 어디론가 사라진 후였다. 푸치니는 ‘천사의 성’ 종의 소리가 정확히 어떤 음이었는지를 파악해야 했다. 다행하게도 ‘천사의 탑’ 종을 제작한 기록은 찾을수 있었다. 푸치니는 어떤 신부에게 그 기록을 기본으로 ‘천사의 탑’의 종소리가 어떠했는지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랜 연구 끝에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 있는 종의 소리와 같은 소리일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성베드로 성당의 종소리는 정확히 샵이나 플랫이 붙지 않은 제자리의 미(E)음이었다. 그래서 코스탄치 극장에서의 초연에서 그 음을 재현할수 있었다.


[또 한마디 더] 공처럼 뛰어 오른 토스카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카고의 리릭 오페라극장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토스카 역은 어떤 영국 출신의 소프라노가 맡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토스카가 ‘천사의 성’ 벽에 올라가 티베르강으로 뛰어 내려 목숨을 버리는 장면이 있다. 보통 토스카가 뛰어 내리는 장소에 매트리스를 깔아 힘들지 않도록 하는데 이 날은 소도구 담당직원이 토스카에 대한 과잉 친절로 스프링이 들어 있어서 탄력이 있는 침대용 매트리스를 깔아 놓았다. 결과는? 성벽에서 떨어진 토스카가 스프링의 반동에 의해 두어번이나 뛰어 올랐으며 그 모습을 객석에 있는 사람들이 보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버전에 따르면 깐깐하게 구는 토스카를 골탕 먹이기 위해 일부러 스프링이 있는 매트리스를 깔아 놓았었다고 한다. 그 소프라노는 영국 출신의 에바 터너(Eva Turner)였다고 한다.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현대적 연출 무대. 성당에서 범인을 잡으로 온 스카르피아


[계속 한마디 더] 샌프란시스코 전쟁기념 오페라극장에서도 웃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 아마 시카고에서 ‘공처럼 뛰어 오른 토스카’의 바로 그 소프라노였다는 후문이다. 총살장면에서 총살을 맡은 경관들은 임시고용인들이었다. 이들은 무대에 오르기 전에 무대에 나가면 서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그를 향해 총을 쏘면 될것이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무대에 올라간 이들은 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사람을 향해 총을 발사해야 할지 모르는 임시고용인들은 잠시 주저하다가 결국은 토스카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토스카는 이들이 자기에게 총을 겨누자 당황하여 ‘쉿~’하면서 저리 가라는 제스추어를 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계속 토스카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가 스폴레타가 다른 경관들과 함께 나타나자 그때서야 지시를 받고 카바라도씨를 향해 총구를 돌렸다. 이들은 또한 총을 쏘고 난후 남아 있는 사람과 함께 퇴장하면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 토스카가 성벽에서 떨어지지 이들 임시총살대원들은 토스카를 따라 성벽에서 무대 뒤로 뛰어 내렸다. 만장이 웃음 바다였다.


[또 계속 한마디 더] 역사상 가장 뛰어난 토스카중의 한사람인(아마도 마리아 칼라스와 쌍벽을 이루면서) 레나타 테발디(Renata Tebaldi)는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멜로드라마적 절규로 유명했다. 어느때 토쿄 공연에서 테발디는 마지막 장면에서 O Scarpia, avanti a Dio!를 절규하듯 외친 후에 성벽에서 아래로 점프하게 되어 있으나 이를 무시하고 총살대원들 틈을 헤치고 유유히 무대 뒤로 걸어 나갔다. 무대 위의 모든 사람들이 당황했음은 물론이다. 오직 디바만이 그런 행동을 할수 있었다.


[다시 한마디 더] 스카르피아 역을 맡은 유명한 바리톤 티토 고비(Tito Gobbi)가 마리아 칼라스와 처음으로 공연하던 날이었다. 제2막에서 토스카는 스카르피아를 단검으로 찔러 죽인후 퇴장하는 장면이었다. 죽어 넘어진 티토 고비가 슬며시 눈을 뜨고 보니 칼라스가 퇴장해야 할 출구를 찾지 못해 서성거리고 있었다. 티토 고비는 칼라스가 심한 근시안인 것을 얼핏 생각하였다. 칼라스는 리허설 때에는 안경을 썼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실제 공연에서는 콘택트렌즈를 껴서 대단히 불편한 입장이었다. 티토 고비는 슬며시 칼라스에게 출구를 손으로 가르쳐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우스워서 자기도 모르게 크게 웃고 말았다. 죽어 넘어진 스카르피아가 웃음을 터트렸으며 손을 들어 토스카에게 출구를 가르쳐 주는 모습이 객석에서 보였다. 다음날 아침, 신문들은 이구동성으로 죽어 넘어진 스카르피아의 대단한 연기에 한마디씩 했다. 그후부터 다른 공연에서는 티토 고비가 칼라스에게 출구가 어느 방향이라고 속삭여 주어 칼라스가 무난히 퇴장할수 있었다고 한다.


티토 고비는 칼라스의 불과 같이 맹렬한 연기에 대하여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어느때는 칼라스가 정말 자기를 죽이지 않을까 겁이 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정말 그러했다. 칼라스가 단검을 너무 지나치게 휘둘러서 상처를 입은 일까지 있었다. 티토 고비는 칼라스가 정말 찌르는 줄 알고 ‘아이구 하나님!’이라고 소리치며 몸을 피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