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필견의 33편

휘델리오 - 베토벤

정준극 2007. 12. 13. 09:31

휘델리오

(Fidelio)

L. van Beethoven


루드비히 반 베토벤(1820년 Joseph Karl Stieler의 그림)


우리는 휘델리오(Fidelio)라는 이름에서 부부간의 성실한 사랑이라는 뜻의 Fidelity(성실, 정절)라는 단어를 연상한다. 오페라 휘델리오는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죽음을 눈앞에 둔 남편을 용감하게 구하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칼을 휘두르고 폭약을 장치해서 감옥을 깨트린후 남편을 구한다는 것은 아니다. 비록 형무소 간수로 위장취업을 했지만 남편을 죽이려는 마수에 당당하게 맞서서 남편을 구한다는 것이다. 휘델리오는 악성(樂聖)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이다. 작품번호로 따지면 72번이다. 원작은 프랑스의 작가 겸 혁명정치가인 장-니콜라스 부일리(Jean-Nicolas Bouilly: 1763-1842)가 쓴 레오노레(Leonore)이다. 이를 요셉 존라이트너(Joseph Sonnleithner)가 오페라 대본으로 완성했다. 베토벤은 작품을 완성할 때 무한한 투쟁으로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휘델리오도 성공을 이루기까지 여러번의 수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오페라 휘델리오는 베토벤의 이른바 ‘중기’ 작품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것으로 당시 강조되었던 영웅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스타일의 오페라를 ‘구원(救援)오페라’(Rescue Opera)라고 불렀다. 난관에 처하여 있는 사람이 나중에 정의의 힘에 의해 구원받는다는 내용이다. 장-니콜라스 부일리 원작을 바탕으로 케루비니가 작곡한 Les deux journees(이틀간의 사건)도 ‘구원 오페라’의 전형이다. 베토벤은 부일리의 레오노레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베토벤이 추구하던 정치적 해방과 뜻을 같이 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베토벤이 활동하던 당시의 유럽에서는 정치적 해방이 깊은 관심사였다.


레오노레의 원작자 장-니콜라스 부일리


오페라 휘델리오는 베토벤의 다른 성악곡에서 볼수 있는 것처럼 성악가들에게 호의적인 것이 아니었다. 특히 주역인 레오노레와 플로레스탄(Florestan)은 내적 감정을 응집하여 표출하기 위해 대단한 성악적 기교를 보여야 했고 이와 함께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 그래야만 갈채를 받을수 있는 역할이었다. 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는 ‘죄수들의 합창’이다. 정치범들이 부르는 자유의 송가(頌歌)이다. 플로레스탄은 레오노레가 천사처럼 하늘로부터 내려와 그를 구원해 주는 환상을 본다. 그리고 마침내 그 환상이 현실로 변하여 실제로 구원을 받을 때의 장면은 대단히 멜로드라마틱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레오노레의 용감함이 다른 솔리스트들과 합창으로 치하를 받는 장면도 매우 감동적이다. 오페라 휘델리오는 1805년 11월 20일 비엔나의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에서 초연을 가졌다. 당시의 타이틀은 레오노레였다. 전3막의 레오노레는 초연 이후 단 두 번에 걸친 추가 공연이 있었을 뿐이었다. 공연이 부진했던 것은 당시 프랑스군이 비엔나를 점령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레오노레의 초연에는 주로 프랑스 장교들이 참석하였으며 이들은 억압에서의 자유를 갈구하는 내용에 대하여 별로 기분 좋아하지 않았다. 더구나 전3막이기 때문에 공연시간도 길었다. 베토벤의 친구들은 2막으로 단축하라고 강권했다. 베토벤은 이들의 강권을 거부했지만 나중에는 마지못해 2막으로 줄이기로 하고 서곡도 다시 작곡했다. 레오노레 서곡 3번이었다. 단축한 레오노레는 이듬해인 1806년 4월 10일 같은 극장에서 무대에 올려졌다. 이번에는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극장주와 베토벤 사이의 분규 때문에 4월 10일 한 차례의 공연만 끝내고 더 이상 공연되지 않았다 .

  

빈강변극장(테아터 안 데어 빈)의 파파게노토르 옆에 설치되어 있는 베토벤 명판. 베토벤이 이 건물에서 1803년부터 1804년까지 살았으며 이곳에서 '휘델리오'와 교향곡 제3번, 크로이처소나타 등의 작곡을 준비했다고 적혀 있다.
                              

그로부터 8년후인 1814년, 베토벤은 레오노레를 다시 수정하였다.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트라이츠케(Georg Friedrich Tretschke)의 도움으로 대본도 추가하였다. 다시 태어난 작품은 그해(1814) 5월 23일 비엔나의 캐른트너토르테아터(Kaerntnertortheater)에서 초연 아닌 초연을 가졌다. 그리고 베토벤은 타이틀을 레오노레가 아닌 휘델리오로 바꾸었다. 당시 17세였던 프란츠 슈베르트는 입장권을 사기 위해 가지고 있던 책을 팔아 관람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슈베르트는 베토벤을 무척 숭배하였다. 그때 베토벤은 청각에 심각한 이상이 있었다. 캐른트너토르극장에서의 휘델리오 초연은 베토벤이 직접 지휘했지만 그의 뒤에서 미하엘 움라우프(Michael Umlauf)가 보조 지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미하엘 움라우프는 훗날 베토벤의 교향곡(합창) 제9번의 초연에서도 베토벤을 위해 같은 역할을 맡아 했다. 최근 나온 영화인 Coping Beethoven(베토벤의 악보 필사)에서는 교향곡 제9번의 초연에서 안나라는 악보 필사하는 여인이 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이에 숨어서 지휘하면 베토벤이 이를 따라서 지휘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지만 그건 영화일 뿐이다.

 

테아터 안 데어 빈 공연. 플로레스탄을 만난 레오노레

 

캐른트너토르극장에서의 휘델리오 초연(세번째)은 대성공이었고 이후 휘델리오는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중요한 레퍼토리가 되었다. 초연에서 피짜로(Pizzaro)를 맡았던 요한 미하엘 보글(Johann Michale Vogl)은 슈베르트와 협동하여 많은 활동을 했던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휘델리오는 첫 번째 버전, 두 번째 버전, 세 번째 버전 모두 작품번호 72번으로 기록되고 있다. 한편 베토벤은 장-니콜라스 부일리의 원작 레오노레를 바탕으로 당사까지 나와 있던 다른 오페라 작품들, 즉 페르디난드 페르(Ferdinande Paer: 1771-1839)의 La Leonore(레오노레), 시몬 마이르(Simone Myre: 1763-1845)의 L'amore coniugale(부부애), 그리고 피에르 가보(Pierre Gaveaux: 1760-1825)의 휘델리오(또는 부부애)와 자기의 휘델리오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음 심정에서 오페라의 타이틀을 레오노레에서 휘델리오로 바꾸었다는 얘기도 있다.


 

휘델리오 포스터


베토벤의 휘델리오의 서곡을 위해 끝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 휘델리오의 서곡은 네편이나 작곡되었다. 1805년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에서의 초연에 사용한 서곡은 오늘날 ‘레오노레 서곡 제2번’으로 알려진 것이다. 베토벤은 이듬해 전3막의 휘델리오를 전2막으로 단축하면서 새로 서곡을 만들어 붙였다. 이것이 ‘레오노레 서곡 제3번’이다. 제3번 서곡은 오늘날 전체 4편의 서곡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제3번은 대단히 드라마틱한 이 오페라를 압도할 만큼 격정적인 것이 되지 못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비교적 가볍다는 얘기였다. 이에 따라 베토벤은 이듬해인 1807년 프라하에서의 공연을 위해 제3번을 수정했다. 이것이 ‘레오노레 서곡 제1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연된지 8년후인 1814년, 캐른트너토르극장에서의 초연을 위해 또 하나의 서곡을 작곡했다. 이것이 현재의 ‘휘델리오 서곡’으로서 네편의 서곡중 가장 유명한 것이다. 지휘자로서도 탁월했던 구스타프 말러는 오페라 휘델리오를 지휘할 때에 제2막의 1장과 2장 사이에 ‘레오노레 서곡 제3번’을 추가로 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날에도 말러의 관례를 따라 제2막의 1장과 2장 사이에 제3번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방금 전 있었던 구원의 장면에 대한 음악적 보상이라고 보면 된다.

 

암스테르담 뮤직극장 공연 장면


1805년 11월 20일의 최초 공연에서의 출연진은 정치범인 플로레스탄(Florestan: Ten)에 프리드리히 뎀머(Friedrich Demmer), 그의 부인인 레오노레(Leonore: Fidelio: Sop)에 안나 밀더(Anna Milder: 1785-1838), 형무소장인 돈 피짜로(Don Pizzaro: Bass-Bar)에 세바스치안 마이어(Sebastian Mayer), 형무소 간수인 로코(Rocco: Bass)에 로테(Rothe), 로코의 딸 마르첼리네(Marzeline: Sop)에 루이제 뮐러(Louise Mueller), 왕의 특사 겸 장관인 돈 페르난도(Don Fernando: Bass)에 봐인코프(Weinkopf)등이었다. 이들은 이듬해의 단축된 휘델리오 초연에서도 플로레스탄 역만 제외하고 모두 출연하였다. 또한 레오노레(휘델리오) 역의 안나 밀더도 그 사이에 결혼하여 안나 밀더-하우프트만(Anna Milder-Hauptmann)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단축된 두 번째 휘델리오(레오노레)는 앞에서도 설명한대로 단 2회의 공연만 하고 더 이상 공연되지 않았다. 여주인공인 레오노레는 영어권 국가에서 간혹 레오노라(Loenora)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있지만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휘델리오의 초연에서 레오노레를 맡은 안나 밀더(Anna Milder)


이제 스토리로 들어가보자. 무대는 스페인의 세빌라(세빌리아), 시기는 18세기이다. 형무소의 수위실이다. 간수장 로코의 딸인 마르첼리네가 빨래를 하고 있다. 보조간수인 하키노(Jaquino: Ten)가 마르첼리네에게 구혼코자 노력한다. 하키노의 아리아가 Jetzt, Schätzchen, jetzt sind wir allein(자, 나의 사랑, 이제 우리 두 사람만 입니다)이다. 하지만 마르첼리네는 하키노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마르첼리네의 마음은 아빠 로코의 조수로 새로 들어온 휘델리오라는 젊은이에게 있다. 누가 하키노를 부르기 때문에 자리를 뜨자 마르첼리네는 혼자서 휘델리오와 결혼하는 상상을 하며 기쁨에 젖어 있다. 마르첼리나의 아리아가 Oh wär' ich schon mir dir vereint(아, 어서 당신과 함께 있으면)이다. 새로 들어온 조수 휘델리오가 보급품을 준비해서 등장한다. 이런 휘델리오를 보고 간수장인 로코는 저런 똑똑한 조수를 두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칭찬한다. 이 모습을 본 하키노는 ‘저 녀석이 일부러 간수장님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여 결국은 마르첼리네와 어떻게 해 보려고 그런다’라고 생각하며 공연히 질투한다.


휘델리오(레오노레) 역의 에바 마튼


그런데 사실 휘델리오라는 청년은 세빌리아의 귀부인인 레오노레이다. 정치범으로 체포되어 감옥 어디에선가 쇠사슬에 매여 있을 남편 플로레스탄을 구할 목적으로 남장을 하고 간수장의 조수로 형무소에 들어온 것이다. 그런 휘델리오를 간수장 로코는 아예 사위로 생각하고 있다. 휘델리오, 마르첼리나, 로코, 하키노의 4중창이 Mir ist so wunderbar(너무 멋있다)이다. 로코는 휘델리오와 미르첼리나 두 사람에게 돈이 사랑만큼 중요하다고 충고를 한다. 로코는 Hat man nicht auch Gold beineber(만일 돈일 없다면)이라는 아리아를 부르며 자기도 모르게 ‘밥을 주지 않아 거의 굶주린 죄수 하나가 감옥 저 밑의 방에 갇혀 있는데’라고 중얼거린다. 이 말을 들은 휘델리오는 그 죄수가 혹시 사랑하는 남편인 플로레스탄이 아닌가라고 의심한다. 휘델리오는 로코에게 감옥을 순찰하는데 함께 가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깊숙한 감옥에 있다는 죄수가 누구인지 알아 볼 기회이기 때문이다. 로코는 비록 형무소장인 돈 피짜로가 중죄인이 갇혀 있는 지하 감옥에는 간수장 이외에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휘델리오를 데리고 가기로 한다. 이때의 트리오가 Gut, Schonchen, gut(좋아요, 믿을 만한 사람이여! 좋아요)이다.

 

테아터 안 데어 빈 무대


형무소의 마당에 병사들이 모여 있다. 전령이 들어와 피짜로에게 내무장관인 돈 페르난도(Don Fernando: Bass)가 형무소를 감찰하기 위해 오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피짜로는 정치범인 플로레스탄이 발견되면 곤란하므로 장관이 오기 전에 플로레스탄을 처형하기로 결심한다. 피짜로는 플로레스탄을 개인적으로 증오하고 있다. 피짜로의 아리아가 Ha welch ein Augenblick(아, 이 기회!)이다. 파짜로는 부하 대위에게 망루에 있다가 돈 페르난도가 가까이 오면 나팔을 불어 알려 달라고 말하고 로코에게 플로레스탄을 처형하라고 지시한다. 로코가 죄수를 처형하는 것은 자기의 할 일이 아니라고 거부하자 피짜로는 화를 내며 그러면 지하 감옥에 무덤을 파 놓으라고 명령한다. 피짜로는 자기가 직접 플로레스탄을 처형할 생각이다. 피짜로의 아리아가 Jetzt, Alter, jetzt hat es Eile!(자, 어서 서둘러라!)이다.

플로레스탄의 로버트 딘 스미스와 레오노레 역의 발트라우트 마이어


이런 소리를 우연히 엿들은 휘델리오(레오노레)는 지하 감옥에 있는 정치범이 남편 플로레스탄인 것을 확신하고 비열하고 잔혹한 피짜로를 저주하며 남편을 구할 기회가 오기만을 안타깝게 기도한다. 휘델리오의 아리아가 Abscheulicher! wo eilst du hin?(잔혹한 인간! 어디로 그리 급하게 가는가?)이다. 이럴 때는 연약한 여인이다. 그러나 잠시후 간수장 로코가 돌아오자 휘델리오는 자기가 남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남자답게 행동한다. 휘델리오는 로코에게 지하 감옥에 있는 죄수들이 잠시라도 신선한 공기를 마실수 있도록 밖으로 데려나와 산책을 시키자고 부탁한다. 밖에 나온 죄수들은 환한 빛에 정신을 잃은 듯, 그러나 자유의 순간을 만끽한다. 죄수들의 합창 Oh welche Lust!(오, 얼마나 바라던 것인가?)이 감동적이다. 그러나 휘델리오(레오노레)가 찾는 남편은 그들 사이에 없다. 잠시후 피짜로가 등장하여 죄수들이 햇빛을 쪼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척 화를 내며 당장 감옥으로 돌려보내라고 한다. 죄수들은 슬픈 모습으로 햇빛에서 멀어져 간다. 휘델리오(레오노레), 마르첼리네, 하키노는 이들을 동정하며 Leb' wohl, du warmes Sonnenlicht(고맙습니다. 따듯한 햇빛이여)라는 트리오를 부른다. 그러나 로코는 자기가 할 일을 생각하고 몸을 치떤다.

 

현대적 연출의 휘델리오


제2막 1장.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 쇠사슬에 묶여 있는 플로레스탄은 사랑하는 아내 레오노라가 천사가 되어 자기를 구하러 오는 환상을 본다. 플로레스탄의 우울한 아리아가 Gott! welch' Dunkel hier!(하나님, 이곳은 어찌하여 이렇게 어둡나이까?)이다. 플로레스탄의 비전은 절망으로 변한다. 어두움이 가시지 않고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는 절망속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로코와 함께 무덤을 파기 위해 지하 감옥으로 들어온 휘델리오(레오노레)는 어둠 속에 한 사람의 죄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저런 사람은 플로레스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쌍한 저 죄수만은 구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플로레스탄이 천천히 깨어난다. 레오노레의 이름을 부르는 플로레스탄! 휘델리오(레오노레)는 귀에 익은 그 목소리를 듣고 거의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순간 자기의 정체를 밝혀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플로레스탄은 간수장 로코를 보자 세빌리아에 있는 아내 레오노레에게 편지를 쓰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리고는 물 한 모금을 달라고 부탁한다. 휘델리오(레오노레)가 빵 한조각을 건네주면서 믿음을 잃지 말라고 속삭여 준다. Euch werde Lohn in bessern Welten(그대들은 보다 좋은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은 세 사람이 부르는 트리오이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발 무대

 

잠시후 간수장 로코가 휘파람을 분다. 무덤을 다 팠다는 신호이다. 곧이어 피짜로가 나타난다. 휘델리오(레오노레)는 재빨리 어둠속으로 몸을 숨긴다. 피짜로는 플로레스탄을 조롱하며 단검으로 플로레스탄을 찔러 죽이려 한다. 이때의 쿼텟이 Er sterbe!(그가 죽는다)이다. 이 모습을 본 휘델리오(레오노레)가 피스톨을 손에 들고 급히 어둠 속에서 뛰어나와 플로레스탄의 앞을 막아서며 소리친다. 휘델리오(레오노레)는 ‘그를 죽이기 전에 먼저 그의 부인부터 죽여야 할것이오!’라고 소리친다. 이 말에 로코, 피짜로, 그리고 플로레스탄가 마치 강력한 전기를 만진듯 놀란다. 휘델리오가 레오노레였다니! 그 때 망루에서 나팔소리가 들린다. 돈 페르난도 장관이 도착한 것이다. 계획이 틀어진 피짜로, 그리고 로코가 황급히 자리를 뜨자 레오노레와 플로레스탄은 서로 얼싸 부등켜 안고 감격의 재회를 한다. 두 사람의 듀엣이 O namenlose Freude(오 이루 말할수 없는 기쁨)이다. (이후 간혹 레오노레 서곡 제3번이 연주되는 경우가 있다.)

 

해피엔딩의 피날레. 테아터 안 데어 빈
 

2장. 돈 페르난도 장관이 모두를 위한 정의를 선포하자 형무소의 마당은 환호하는 죄수들로 넘쳐흐른다. 햇빛이 마당을 환하게 비춘다. 돈 페르난도는 죽었다고 생각하는 플로레스탄이 살아 있는 것을 보고 기뻐한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서로 친한 친구사이였다. 간수장 로코가 레오노레의 영웅적인 행동을 모든 사람들에게 자세히 설명한다. 어안이 벙벙하여 휘델리오(레오노레)를 바라보는 마르첼리나! 이렇게하여 마르첼리나와 하키노는 다시 마음을 주고받게 된다. 피짜로는 체포되어 어디론가 끌려간다. 아마 지하 감옥일 것이다(필자의 생각임). 돈 페르난도는 레오노레에게 열쇠를 주며 남편 플로레스탄의 쇠사슬을 직접 풀도록 한다. 모든 사람들은 너무나 감동하여 O Gott! welch' ein Augenblick(오 하나님이시여. 이 얼마나 귀중한 순간인가)라고 소리 높여 합창한다. 이제 자유를 찾은 죄수들은 Wer ein solches Weib(이런 아내가 어디 있겠는가)라며 레오노레를 찬양하는 중에 막이 내린다.      

 

플로레스탄과 레오노레


 

[한마디]

또 다른 휘델리오들

베토벤(1770-1827)의 최고 걸작(opus magnum)인 휘델리오의 스토리는 베토벤 혼자만의 등록상표가 아니다. 그렇다고 우연히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사실은 당시에 활동했던 다른 두 명의 저명 작곡가들도 같은 스토리의 작품을 썼으며 베토벤은 이들 작품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았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다른 두 작품이 모두 베토벤의 휘델리오보다 먼저 공연되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페르디난도 패르(Ferdinando Paer: 1771-1839)가 이탈리아의 조반니 슈미트(Giovanni Schmidt)가 쓴 대본으로 레오노레(La Leonore)라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레오노라는 부일리(Bouilly)의 원작소설 레오노르 또는 ‘부부애’에서 스토리를 가져온 것이다. 패르의 레오노라는 1804년 드레스덴에서 초연되어 대단한 갈채를 받았다. 이탈리아의 시모네 마이르(Simone Mayr: 1763-1845)가 이탈리아어 대본으로 1805년에 라모레 콘유갈레(L'amore conjugale: 부부애)라는 오페라를 작곡했다. 역시 부일리의 작품에 기본을 두었으나 내용은 보다 가볍게 만든 것이다. 프랑스의 피에르 가보(Pierre Gaveaux: 1760-1825)가 프랑스어의 휘델리오를 작곡한 것은 이미 설명했다. 제목은 레오노르(Léonore) 또는 라무르 콘주갈(L'amour conjugal)이었다. 원작은 역시 부일리의 소설이었다. 1798년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레오노레와 플로레스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