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한 음성 Anna Caterina Antonacci (안나 카테리나 안토나치)
이탈리아의 안나 카테리나 안토나치는 놀랍도록 신비한 소프라노이다. 그에게는 상식적인 성악의 분류가 적용되지 않는다. 안토나치가 레퍼토리를 선정하는 것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토나치는 소프라노인가 메조소프라노인가? 안토나치는 그러한 구분을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볼로냐음악원에서 공부한 안토나치는 볼로냐에서 단역 또는 대역을 맡아 오페라의 세계에 발을 내딛기 시작하였다. 첫 역할은 나비부인에서 케이트였다. 말하자면 이름없는 역할이었다. 그러던 그가 1980년대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 개의 성악경연대회, 즉 부세토의 베르디 경연대회, 필라델피아의 ‘파바로티 경연대회’, 그리고 이제는 개최되지 않는 ‘마리아 칼라스 경연대회’를 모두 휩쓸자 세계는 그의 뛰어난 역량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중에서도 ‘마리아 칼라스 경연대회’는 안토나치의 이름을 크게 높여준 것이었다. 왜냐하면 전 이탈리아에 중계방송 되었기 때문이었다.
세미라미데
1980년대는 전세계적으로, 특히 이탈리아에서 벨칸토 성악가들이 대거 출현한 이른바 벨칸토의 르네상스 시대였다. 이와 함께 로시니의 작품들이 새로운 조명을 받게 되어 유명 오페라 극장들은 앞을 다투어 로시니를 공연코자 하였다. 그중에서 문제는 이사벨라 콜브란(Isabella Colbran)만한 소프라노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하이 메조소프라노라고 부르는 콜브란은 당시 높은 소리에 무리가 생겨서 더 이상 로시니를 부르기가 어려운 형편이었다. 여러 소프라노들이 콜브란의 역할을 맡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였지만 고음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중음이나 저음에서 일관적인 소리를 내지 못하였다. 안나 카테리나 안토나치의 등장은 콜브란을 대신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로부터 안토나치는 이탈리아에서 로시니의 역할을 거의 독점하였다. 도르리스카(토르발도와 도를리스카), 아나이데(모세), 세미라미데(Semiramide), 엘리자베타(영국여왕 엘리자베타), 엘레나(호수의 여인), 첼미라(Zelmira), 엘치아(이집트의 모세) 등이었다.
엘리사베타
안토나치는 특별히 잘 알려지지 않은 오페라의 공연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는 공부를 하였다. 예를 들면 파이시엘로(Paisiello)의 엘프리다(Elfrida), 마이르(Mayr)의 '백장미와 홍장미'(La Rosa Bianca e La Rose Rossa), 만프로체(Manfroce)의 에쿠바(Ecuba), 그리고 에르미오네(Ermione) 등이다. 특히 로시니의 걸작중의 하나인 에르미오네는 안토나치의 음성과 드라마틱한 재능이 융합된 최고의 연주였다는 평을 들었다. 이들 오페라는 안토나치에 의하여 모두 레코딩되었다. 그러나 안토나치의 음성은 레코딩이 아니라 공연을 보아야 한다. 강한 카리스마와 눈부신 아름다움을 직접 보고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토나치는 놀랍도록 재능있는 배우이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빠져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물론 어느 때는 고음이 약간 집중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비평가들로부터 그런 얘기가 나오면 안토나치의 팬들은 앞 다투어서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라고 나선다. 자기의 모든 역량을 다하여 혼신으로 노래하고 연기하는 성악가가 바로 눈앞에 서있을 때에 고음에서 약간의 무리가 있다고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라는 주장이다. Ecco un'artista! (이 예술가를 보라!). 아무런 죄도 없는 이 예술가를 보라! 왜들 그러는가!
포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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