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의 얼굴, 만의 재능 Leonie Rysanek (레오니 리자네크)
1998년 3월 7일, 세계의 음악계는 역사상 가장 사랑받았던 디바중의 하나인 레오니 리자네크가 그가 태어났고 활동했던 비엔나에서 영원한 이별을 고하였다. 이날의 장례식에서는 비엔나 슈타츠오퍼 합창단의 조가에 이어 비엔나 슈타츠오퍼 현악4중주단의 바흐 연주, 그리고 가장 가까운 친구였으며 동료였던 힐데가르트 베렌스가 바흐의 ‘나의 곁에 있는 당신’(Bist Du Bei Mir)을 불렀다. 세기를 풍미하였던 뛰어난 디바의 서거에 비엔나는 애도에 파묻혀 있었다. 1926년 비엔나에서 태어나 72세로 세상을 떠난 리자네크는 세상 떠나기 직전까지도 비엔나 음악활동의 중심에 있었다. 리자네크의 죽음은 젊은 음악도들에게 불행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거의 반세기에 걸친 세계 유명 오페라 무대에서 디바로서 놀랄만한 갈채를 받은 리자네크의 경험과 경륜을 배울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리자네크는 70세가 되던 해인 1996년, 연주활동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하였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정부와 비엔나시 당국은 리자네크가 비엔나의 음악계를 위해 계속 기여할수 있다고 생각하여 4개월후 그를 비엔나음악제의 총감독(Curator)으로 임명하였다. 비엔나음악제의 총감독 직위는 문화부장관 다음으로 높은 명예로운 직분이었다. 1996년의 비엔나음악제는 그해 5월 비엔나시청(Rathaus) 광장에서 개막되었다.
리자네크는 비엔나 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첫 오페라 데뷔는 1949년, 그가 23세 때에 인스브루크에서 아가테(마탄의 사수)를 맡은 것이었다. 리자네크의 출현은 전후 오페라 디바에 갈급하여 있던 수많은 오페라 팬들에게 시원한 청량제와 같은 것이었다. 리자네크는 처음부터 주역으로 출발하였다. 아무튼 인스브루크 출연으로부터 그의 찬란한 경력은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1957년 당대의 디바 로테 레만은 신문 인터뷰에서 리자네크를 젊은 세대 소프라노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많은 특출한 인물이라고 서슴없이 지명하였다. 그만큼 리자네크는 주목받는 소프라노였다. 리자네크는 위대한 소프라노이면서 한편으로는 위대한 배우였다. 그는 노래뿐만 아니라 무대 연기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었다. 평론가들은 그런 리자네크를 ‘천의 얼굴을 가진 성악가’라고 서슴없이 지칭하였다.
리자네크는 몇십년동안 독일과 이탈리아 오페라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역할을 하나하나 정복하였다. 그는 드라마틱한 집중력과 폭넓은 음역, 그리고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음색으로 이들 역할들을 소화하였다. 1951년 바이로이트에서 부른 지글린데(Sieglinde)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뛰어난 공연이었다. 말할 나위도 없이 그는 엘자, 젠타, 레오노레, 엘리자베트, 데스데모나, 쿤드리, 돈나 안나, 아이다, 아라벨라에서 어느 누구도 추종하지 못하는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러한 그는 후반기에 보다 어두운 색깔의 역할에서 더욱 큰 성공을 거두었다. 리자네크는 비엔나는 물론, 뉴욕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대단한 갈채를 받았다. 그는 생전에 50개 역할로서 3천회의 오페라에 출연하였다. 이같은 기록은 지금까지 극소수의 디바만이 이룩한 놀라운 기록이었다.
리자네크에게 있어서 비엔나의 슈타츠오퍼는 대단히 특별한 장소(1950년이래 약 5백회의 공연을 가졌음)였던 반면에 뉴욕의 메트로는 그의 오페라 인생에 있어서 고향이나 마찬가지였다. 리자네크의 메트로 첫 데뷔는 1959년 레이디 맥베스였다. 원래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기로 되어 있었던 역할이었으나 그해에 칼라스가 오나시스때문에 남편과 이혼하는 바람에 출연할수 없게 되어 리자네크가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리자네크의 레이디 맥베스는 전설적인 공연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그는 메트로에서 레이디 맥베스로만 3백회 이상의 공연을 했다. 마지막 공연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전인 1996년 차이코브스키의 ‘스페이드의 여왕’에서 백작부인을 맡은 것이었다. 이 오페라의 막이 내려지자 관중들은 모두 기립하여 끊임없는 박수를 보냈다. 리자네크는 남편 에른스트-루드비히 가우스만(Ernst-Ludwig Gausman)과 함께 무대에서 열광하는 관중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해 가을, 리자네크는 잘츠부르크에서 엘렉트라로서 팬들과 영원한 이별을 고하였다. 그는 팬들의 박수에 답하여서 자기의 삶이 음악 때문에 아름다웠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가 메트로와 잘츠부르크에서 마지막 공연을 했을때는 70세라는 나이였다. 그는 1998년 72세로 비엔나에서 세상을 떠났다. 리자네크는 로테 레만으로부터 가장 뛰어난 브륀힐데에게 전해주는 ‘레만의 반지’를 물려받아 세상 떠날때까지 간직하였다. 레오나 레즈니크는 비엔나 중앙공동묘지의 음악가 묘역에 안장되었다. 이곳은 베토벤, 모차르트,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 슈베르트와 같은 세기적 음악가들이 안장되어 있는 역사적인 곳이다. 레지나 레즈니크를 무한히 사랑했던 비엔나는 그를 이곳에 안장하여 높히 추앙하였다.
레오노라 아리아드네
마샬린(장미의 기사) 레이디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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