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소프라노

전천후의 디바 Marcella Pobbe (마르첼라 포베)

정준극 2008. 2. 27. 15:23
 

▒ 전천후의 디바 Marcella Pobbe (마르첼라 포베)


‘제가 한 일은 모두 옳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이탈리아 빈센차(Vincenza) 근교의 몬테갈다(Montegalda)에서 1927년 태어난 마르첼라 포베는 빈센차, 피사로, 시에나에서 두루 공부하고 1948년 스폴레토에서 마르게리트(파우스트)로 오페라에 데뷔하였다. 이듬해 시즌에 그는 나폴리의 산 카를로에서 페트렐라(Petrella)의 I promessi sposa의 리바이벌에 출연하였다. 1954-55년에는 드디어 라 스칼라에 진출하여 로엔그린의 엘자를 불렀고 이어 미요(Milhaud)의 다윗(David) 세계초연에서 밧세바(Betsabea)과 아가테(마탄의 사수)를 맡아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1956년 그는 나폴리의 산 카를로에서 로셀리니(Rossellini)의 La Guerra의 세계초연에 출연하였다. 그후 포베는 베로나, 런던, 파리, 비엔나, 남미에 모습을 보였고 1958년에는 메트로에서 미미로서 대망의 데뷔를 하였다.


포베가 취입한 음반으로는 메피스토펠레, 이사보(마스카니), 뷔셰의 쟌다크(오네거), 카르멘, 진주잡이, 오텔로 등이 있으며 오페라 영화로는 아드리아나, 아멜리아(가면무도회), 토스카, 프란체스카(리미니의 프란체스카), 백작부인(피가로의 결혼) 등이다. 1959년 포베는 메트로와의 엘리자베타(돈 카를로) 출연계약을 파기했다. 같은 무대에서 테너 니콜라이 겟다와 함께 출연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당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냉전중이어서 포베가 홧김에 메트로 출연을 거절했던 것이다. 오히려 화가난 메트로는 다시는 포베를 찾지 않았다. (겟다는 여러번 결혼했던 화려한 경력이 있고 또 여자관계가 계속 복잡했지만 메트로 사건 이후에도 겟다와 포베의 관계는 끊어졌다가 다시 계속되기를 몇차례나 했다.) 포베는 여러 면에서 재수가 없었다. 예를 들면 그는 이탈리아에서 결혼한 부자 남편과 이혼했는데 다음날 그 남편이 급사하는 일이 생겼다. 포베는 어떤 사업에 잘못 투자하여 큰 낭패를 본 일도 있다.


포베의 음성은 감미롭고 밝으며 매력적이고 투명하다. 그의 음성은 마음을 끌어 당기는 힘이 있으며 10대 소녀와 같은 순수함이 있다. 포베는 이탈리아의 업셔(Upshaw)로 평가되지만 좀 더 힘있는 음성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의 음성은 제일 높은 고음에서부터 저음에 이르기까지 균등하며 어떤 음이든지 힘들이지 않고 냈다. 그의 인토네이션(억양과 음조)은 정확하며 역동적인 감정을 훌륭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돈 카를로와 일 트로바토레에서는 하이 C 음을 넘어선 하이 D 플랫을 유연하게 내서 갈채를 받았다. 포베는 지금까지 수많은 역할을 맡아 하였다. 그의 레퍼토리는 비제(Bizet)에서 찬도나이(Zandonai)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폭이 넓다. 당시의 디바들은 만일 그들의 목소리가 리릭의 색깔을 가지고 있으면 무거운 역할을 맡지 않았다. 그러나 포베는 정반대였다. 리릭이면서도 무거운 역할을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하였다. 예를 들면 베르디의 레오노라, 아멜리아, 바그너의 엘자, 에바, 베버의 아가테, 찬도나이의 프란체스카, 푸치니의 토스카, 마스카니의 이리스와 이사보, 보이토의 마르가리테 등이다. 포베처럼 리릭이면서도 드라마틱을 마음대로 요리할수 있는 오페라 아티스트로는 아마 레나타 스코토와 미렐라 프레니가 가장 대표적이다.  

 

 

                                                                   잔 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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