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세계의 소프라노

잠자는 숲속의 미녀 Mary Costa (매리 코스타)

정준극 2008. 2. 27. 16:09
 

▒ 잠자는 숲속의 미녀 Mary Costa (매리 코스타)


1959년 미국에서 월트 디즈니의 새 만화영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Sleeping Beauty)가 개봉되었다. 2차 대전이후 베이비붐을 타고 태어난 아이들이 어엿한 청소년이 되어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아름다운 오로라 공주가 부드럽게 노래를 부르고 감미롭게 속삭이는 모습을 보고 모두들 꿈을 심었다. 바로 그 오로라 공주 의 노래와 대사를 맡은 사람은 당시 22세의 소프라노 매리 코스타였다. 1930년 테네시주의 녹스빌에서 태어난 매리 코스타는 어릴때부터 노래에 특별한 재능을 보였다. 매리의 어머니는 딸 매리가 한시간동안 노래를 부르더라도 지치지 않고 또렷하게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샌드파일 싱거’(근성이 있는 가수: Sandpile Singer)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매리가 열 몇 살때에 식구들과 함께 LA에 있는 친척을 방문한 일이 있다. 그 친척집에 놀러온 어떤 부인이 메리의 노래를 듣고 뉴욕 보다는 LA에서 공부해서 재능을 더욱 개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적극 권유했다. 결국 매리의 가족은 딸을 위해 캘리포니아의 글렌데일로 이사갔다. 뛰어난 재능의 매리는 그곳 고등학교에서 오페레타의 주역을 맡기까지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매리는 LA음악원에 들어가 본격적인 성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평화스런 코스타의 가정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려움이 닥쳤다. 매리는 어머니와 함께 살림을 꾸려나가기 위해 기회 있는 대로 노래를 불러 사례를 받아 생활에 보탰다. 다행하게도 매리의 재능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라디오 방송에 자주 출연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라디오 쇼에서 딘 마틴, 제리 루이스, 에드가 버겐, 챨리 맥카티, 페리 코모등과 당대의 가수들과 함께 출연하게까지 되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디즈니 장편 만화 영화)


 

운명은 뜻하지 않게 변할수 있다. 특히 매리 코스타처럼 미인이며 놀랄만한 재능이 있고 또한 그 재능을 에너지로 만드는 열정이 있다면 그렇다. 어느날 매리가 전속되어 있는 에이전트의 대표가 매리와 영화감독 프랭크 타슈린을 어떤 파티에서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주었다. 음악인들이 많이 참석한 파티였다. 파티가 끝날 즈음 매리는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월트 디즈니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제작 책임자인 월터 슈만이 매리의 노래에 깊은 인상을 받아 며칠후 오디션을 받도록 주선하였다. 이렇게 하여 매리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의 음성을 맡게 되었다. 영화 제작팀은 매리의 음성에 대하여 ‘메리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색갈을 소리의 팔레트에 옮겨 놓기만 하면 되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좀처럼 남을 칭찬하지 않기로 유명한 월트 디즈니도 나중에 매리를 보고 ‘행복한 한 마리의 새’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매리 코스타는 미국 음악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의 아름답고 부드러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는 전 미국을 휩쓸었으며 그후 유럽으로 전파되어 갈채와 찬사를 받았다. 매리는 메트로를 비롯하여 코벤트 가든, 볼쇼이 극장에서 아름다운 오페라 디바로서 한없는 사랑을 받았다. 매리는 1984년 무대에서 은퇴할때까지 44편의 오페라에 출연하였다. 매리의 노래 경력은 실로 40여년에 걸치는 장기간의 것이었다. 매리의 메트로 데뷔는 1964년 비올레타로였다. 그날밤 메트로는 매리의 무대 등장으로 황홀한 아름다움에 넘쳐흘렀다. 다음으로 매리가 맡은 유명한 역할은 마스네의 마농과 사무엘 바버의 바네싸였다. 다시한번 메트로의 무대는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빛났다. 레오나드 번슈타인의 오페라 ‘캔다이드’에서는 안느 트루러브를 맡았다. 역시 아름답고 순수한 여인만이 맡을수 있는 역할이었다. 매리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베르디 디바로서 메트로의 공로패를 받았다. 매리는 1971년 케네디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한 케네디센터의 오프닝에 재클린 케네디의 특별 부탁으로 출연하여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1974년에는 닉슨대통령의 특별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연주회를 가졌으며 이어 닉슨대통령의 특별 부탁으로 일본과 러시아 순회공연을 가졌다. 2003년 4월 조지 부시대통령은 매리 코스타를 예술원 회원으로 임명하였다. 이로서 매리 코스타는 전미국을 대표하여 미국의 음악예술을 보전하고 육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매리는 음악 활동을 통하여 수많은 상을 받았다. 대표적인것은 ‘여성예술가상’(1993), 푸치니상(1999), 디즈니 레전드상(1999; 그의 손자국이 디즈니 레전드 플라자에 영구 전시되어있음), 메트로폴리탄연맹이 주는 20세기 베르디 최고 공연상(2001)이었다. 그는 오페라보다는 오페레타에 더 많이 출연했다. 아름다운 모습과 명랑하고 따듯한 성격이 오페레타에 더 잘 어울렸던 것이다. 그는 할리우드와 인연을 맺은후 두어편의 영화에 더 출연하여 팬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 1972년에 제작된 The Great Waltz는 아름다운 매리 코스타의 모습을 볼수 있는 귀중한 영화이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생애를 그린 영화로서 왈츠를 추는 매리 코스타의 모습이 한 없이 사랑스럽고 기품이 있는 영화였다. 또한 오페라 박쥐에서는 하녀 아델레를 맡은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모두들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