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오백년의 발자취/고대 그리스-21세기

아리아의 출현

정준극 2008. 3. 4. 17:02

 아리아의 출현


원조 오페라의 줄거리는 성경말씀에 근거를 둔 것이 대부분이며 그 후 르네상스 시대의 오페라는 그리스 신화나 목가적인 민화를 줄거리로 삼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어떤 메시지의 신화였는가? 권선징악, 해피엔딩이 중심을 이루는 것이었다. 절대 절명의 최후 순간에 영웅이나 신이 등장하여 악마나 악한을 물리치고 착한 사람을 구하여 준다는 내용이다. 이건 할리우드의 서부영화, 또는 터미네이터의 줄거리나 다를 바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악을 싫어하고 선을 좋아한다. 나쁜 짓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착한 일을 했으면 복을 받아야 한다. 오페라의 내용이 이러한 사람의 기본 심성을 다룬 것이라면 그 오페라에 대하여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수 없는 일이다. 이 시대 오페라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처음으로 오페라에 아리아(Aria)라는 것을 도입하였다는 것이다. 그 당시까지 오페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사, 즉 스토리였다. 그러나 몬테베르디는 노래를 통하여 대사를 전달하는 변화를 처음으로 시도하였다. 예를 들어서 ‘집에 가다가 어여쁜 아가씨를 만났네!’라는 대사가 있다면 그 때까지는 대사가 중요했기 때문에 이 대사에다가 음악을 붙여 주면 되었으나 몬테베르디는 음악에 대사를 맞추었던 것이다.

            

모차르트의 '여자는 다 그래'. 글린드본 페스티발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집에 가다가 어여쁜 아가씨를 만났네!’라는 대사를 노래로서 전달토록 한 것이니 그런 경우에는 대사가 반복될 수도 있고 하나의 단어를 마음대로 길게 또는 짧게 만들어서 노래 부를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다. 즉, 대사를 공중에 높게 띄어서 멜로디와 함께 보낸다는 것이니 아리아(Aria)라는 단어가 이탈리아어로 공중(Air)이라는 뜻임을 보면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던 아리아의 경우에는 대사를 ‘지이베~~ 가다가~~~, 어여쁘은~~ 아가~~씨를 만나았네~~’ 라고 전달토록 하였으니 대중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멜로디가 듣기 좋았고 내용도 잘 알아 들을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로부터 이탈리아 오페라에서는 아리아가 빼 놓을 수 없는 특선메뉴가 되었다.


베르디의 '아이다'에서 라다메스와 아이다. 메트로폴리탄


당시 무대에서 아리아를 부를 때에는 일정한 격식이 있었다. 발레의 제3포지션을 취하는 자세로 아리아를 불렀다. 즉, 마치 남자들이 여인에게 청혼할 때처럼 한쪽 무릎을 꿇는 것과 같은 자세로서 노래를 불렀다. 무대 위에서 아리아를 부르는 주인공의 위치는 항상 중앙이었다. 다른 출연자들은 남녀고하를 불문하고 모두 아리아를 부르는 솔리스트(Soloist 라고 부르기도 함)에게 무대위의 중앙특석을 양보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아리아를 부르는 주인공은 무대에서의 역할과는 상관없이 화려하고 고급스런 의상을 입었다. 아무리 하찮은 목동의 역할을 맡은 출연자라고 해도 주인공이라면 체면상 귀족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우아하게 무대 중앙에서 어슬렁거려야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페라를 후원한 왕족 및 귀족들은 오페라의 주인공이 자기를 표현한 역할이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었다. 오페라의 내용은 대체로 신화적인 것이나 영웅담 등이므로 주인공은 전지전능하거나 위대한 영웅이었다. 왕족이나 귀족들은 손님으로 초청한 관객들에게 오페라를 통해 자기의 거룩하고 위대한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주인공은 극중에서의 역할과는 상관없이 왕족이나 귀족처럼 분장을 해야 대접을 받았다.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의 한 장면. 소프라노 사이미르 피르구


레시타티브와 아리아

오페라(주로 Opera seria)의 대사 중에서 어떤 대사는 레시타티브(Recitative)가 되고 어떤 대사는 아리아가 되는 것일까? 간단하다. 일반적인 대화는 레시타티브로 처리되기가 일반이며 시의 형태로 되어있는 대사는 아리아로 격상된다. 레시타티브의 반주는 주로 하프시코드(Harpsichord)가 맡아 한다. 때로는 첼로와 같은 저음 현악기가 맡기도 한다. 성악가는 하프시코드의 코드(화음 반주)에 맞게 마음 내키는 대로 대사를 읊으면 된다. 레시타티브 대사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시(自由詩)라고 보면 된다. 오페라의 대사가 음률에 맞는 시의 형태로 되어있으면 아리아로 작곡되는 경우가 많다. 5행시(소네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소한의 단어로 최대한의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드리아나 르쿠브러'의 무대


오페라 부파(Opera buffa: 희가극)에서의 레시타티브나 아리아는 좀더 어렵다. 사실 코미디 연극에서는 대사의 전달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배우가 웃기는 행동을 하면 관객들이 즉시 반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페라에서는 음악으로 대사를 전달해야 되기 때문에 웃기는 얘기라고 해도 전달에 어려움이 있을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억양이다. 타이밍은 템포를 말하며 억양은 음정을 말한다. 순간적으로 짧게 지나쳐야 할 웃기는 대사를 엿가락처럼 길게 늘려 아리아로 부르도록 한다든지, 격앙되어 있는 내용의 대사를 사랑스런 멜로디로 처리한다면 실감이 나지 않는다. 특히 두 사람이 말다툼하듯 주고받는 대화에서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오마하 오페라의 '아그리피나' 현대적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