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오백년의 발자취/고대 그리스-21세기

(1930-1995) 전통 존중하기: 한스 베르너 헨체

정준극 2008. 3. 5. 10:04

(1930-1995) 전통 존중하기: 한스 베르너 헨체


[역사의 팁: 그때 그 당시]

1928: 미키 마우스가 최초로 등장했다. 하얀 장갑을 끼고 검은 귀를 한 쥐를 의인화한 캐릭터였다. 쥐라고 하면 질겁을 하던 사람들도 미키 마우스와 그의 여자친구 미니 마우스에 대하여는 귀여워서 죽으려고 했다.

1942: 미국에서는 White Christmas(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영국에서는 White Cliffs of Dover(도버의 흰 단애)가 온 동리 사람들의 인기를 차지하였다. 전쟁중 고향 생각, 가족 생각을 저절로 나게 만드는 노래여서 대단히 히트했다.

1989: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이를 기념하여서 별별 음악회가 다 열렸다.


한스 베르너 헨체


많은 작곡가들이 현대라는 기치아래 새로운 사조를 향해 치닫고 있는 마당에 ‘자연으로 돌아가자!’라는 운동과 마찬가지로 ‘고전을 알자!’라는 운동이 오페라계의 일각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고전!’이란 생각에서였다. 2차대전후, 독일의 한스 베르너 헨체(Hans Werner Henze: 1926-2012)는 한창 기치를 높이고 있는 아방가르드 그룹과 함께 활동했었다. 이 그룹에는 슈톡크하우젠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헨체의 마음은 아방가르드에 있지 못했다. 그는 전통주의자였다. 전통주의자(Traditionalist)이므로 반드시 고대 스타일로 작곡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의 오페라는 끊임없는 개혁의 길을 걷고 있었다. 형식은 고전이지만 현대적인 반짝임이 담겨있는 것이었다. 그의 첫 오페라인 Boulevard Solitude(고독한 대로: 1951)는 Manon(마농)의 스토리를 재해석한 것이다. 헨체는 이 작품에서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을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표현에 댄스, 드라마, 그리고 심지어 영화적인 요소까지도 종합하였다. 특히 19세기 오페라의 형태를 도입하였기에 일반으로부터 별다른 거부감을 받지 않았다. 대표작인 Der junge Lord(젊은 공자)는 로시니의 작품을 모델로 한 것이다. 그래서 제2의 르네상스가 아니냐는 성급한 진단까지 나왔었다. 아무튼 헨체를 비롯한 몇몇 작곡가들은 고전주의에 뿌리를 두지 않고서는 관객을 끌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느꼈던 것 같다. 

 

헨체의 '젊은 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