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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적 무대 연기 Bryn Terfel (브린 터플)

정준극 2008. 3. 5. 12:39
 

카리스마적 무대 연기 Bryn Terfel (브린 터플)

웨일스의 살아있는 전설 브린 터펄(Bryn Terfel) - 베이스바리톤

 

 


브린 터펄 존스(Bryn Terfel Jones CBE)는 웨일스가 자랑하는 위대한 베이스-바리톤이다. 브터펄은 처음에 피가로 또는 레포렐로와 같은 모차르트 오페라의 역할을 주로 맡았으나 나중에는 바그너의 주인공과 같은 무거운 역할을 레퍼토리에 포함하였다. 터펄은 1965년 북부 웨일스의 팬트 글라스(Pant Glas)라는 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노래를 부르며 마을 공회당에서 피아노를 쳤다. 이를 본 아버지의 친구가 어린 터펄에게 노래공부를 가르쳤다. 아버지의 친구라는 사람은 웨일스 민요를 잘 부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린 터펄도 웨일스 민요부터 배우게 되었다. 얼마후 터펄은 웨일스에서 가수로서 잘 알려지게 되었다. 마침 당시 웨일스에는 브린 존스(Bryn Jones)라는 바리톤이 활약하고 있었다. 브린 터펄 존스는 사람들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존스라는 이름을 떼어내고 브린 터펄이라고만 부르기로 했다. 청년 터펄은 웨일스에서 열리는 각종 음악경연대회에 출전하여 여러 상을 받았다. 그러자 터펄의 가족들은 그에게 런던에 가서 본격적으로 음악공부를 할 것을 권유하였다. 19세의 청년 터펄은 런던으로 올라가 길드홀음악연극학교(Guildhall School of Music and Drama)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그는 뛰어난 성악교사인 루돌프 피어네이(Rudolf Piernay)에게 배울수 있었다. 1989년에 터펄은 최우수학생에게 주는 캐슬린 페리어(Kathleen Ferrier)기념상과 골드 메달을 받고 길드홀을 졸업하였다. 그해에 터펄은 카디프 BBC주관의 세계성악경연대회에 출전하여 오페라분야에서 2등을 차지했다. 1등은 러시아의 신예 바리톤인 드미트리 흐보로스토브스키(Dmitri Hvorostovsky)였다. 그러나 터펄은 가곡분야에서 1등을 차지하였다. 어릴때부터 웨일스 민요를 불렀던 경험이 크게 도움을 주었다.


길드홀을 졸업한 이듬해인 1990년, 터펄은 웨일스국립오페라가 공연한 ‘여자는 다 그래’에서 구글리엘모로서 오페라에 공식 데뷔하였다. ‘여자는 다 그래’에서 빛나는 찬사를 받은 터펄은 곧 이어 ‘피가로의 결혼’에서 타이틀 롤인 피가로를 맡아 격찬을 받았다. 이듬해인 1991년, 터펄은 런던으로 진출하여 ENO(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의 ‘피가로의 결혼’에 역시 피가로로서 출연하였다. 터펄의 이름은 런던 오페라계에 크게 부각되었다. 그로부터 터펄의 국제활동이 시작되었다. 같은 해에 터펄은 브뤼셀의 라모네극장에서 ‘마술피리’에 출연하였으며 미국 산타페오페라(Santa Fe Opera)의 초청을 받아 피가로를 노래하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산타페는 터펄의 미국 데뷔장소였다. 이듬해인 1992년에는 드디어 런던의 코벤트가든에 있는 로얄오페라하우스에 데뷔할수 있었다. 돈 조반니에서 마제토를 맡았다. 타이틀 롤은 당시 인기 절정의 토마스 알렌(Thomas Allen)이 맡았다. 이어 터펄은 잘츠부르크부활절페스티발의 ‘그림자 없는 여인’에서 메신저 역할을 맡았다. 잘츠부르크에서의 출연으로 터펄의 국제경력은 바야흐로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잘츠부르크에서의 성공적인 데뷔이후 터펄은 DDG(도이치 그라마폰)와 특별계약을 체결했다. 웨일스 출신의 성악가로서는 대단한 업적이었다. 웨일스가 그를 환영했다. 그는 웨일스국립오페라의 ‘활슈타프’에서 포드를 맡아 보답했다. 또한 길버트-설리반의 뮤지컬(오페라)에 출연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런던탑의 근위병’(The Yeomen of the Guard)에서 윌프레드 샤드볼트(Wilfred Shadbolt)를 맡은 것은 특별한 갈채를 받은 것이었다. 터펄은 길버트-설리반의 아리아만을 취입키로 결심했다. 이어 파리에도 모습을 보였다. 파리의 샤틀레극장에서 피가로를 맡아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로부터 피가로는 터펄의 대명사가 되었다. 1994년만 해도 터펄은 코벤트 가든, 메트로, 나폴리의 산 카를로스극장에서 피가로를 노래했다. 그는 또한 제임스 르바인 지휘의 라비니아(Ravinia)페스티발에서 말러의 교향곡 제8번에 출연하여 콘서트 바리톤으로서의 명성도 쌓았다. 그러나 그해에 척추수술을 받게 되어 2000년까지의 공연 스케줄에 어느 정도의 차질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터펄의 무대의욕은 병마도 어쩔수가 없었다. 그는 몸이 불편한 중에도 1996년 메트로에서 바그너의 볼프람(탄호이저)에 도전하였고 웨일스국립오페라에서는 스트라빈스키의 ‘난봉꾼의 행로’(The Rake's Progress)에서 닉 새도우를 맡아 레퍼토리의 폭을 넓혔다.


1997년, 터펄은 드디어 라 스칼라에 데뷔하였다. 피가로였다. 이제 터펄은 오페라 바리톤으로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예술가곡에 대한 도전을 등한시할수 없었다. 1998년 그는 카네기홀에서 휴고 볼프, 브람스, 슈만, 슈베르트를 불러 예술가곡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였다. 터펄의 오페라 레퍼토리도 확대되었다. 1999년 그는 파리오페라에서 돈 조반니를 맡았다. 터펄은 지금까지 레폴렐로가 전문이었으나 파리에서는 돈 조반니를 정복한 것이다. 이어 시카고리릭오페라의 ‘활슈타프’에서도 종전의 포드 대신에 활슈타프를 맡아 기염을 토했다. 그해에 터펄은 런던 로얄오페라하우스의 신축개관 기념공연에서도 활슈타프를 불러 런던의 오페라 애호가들을 기쁘게 했다. 또 하나 터펄의 약력에서 기억된만한 것은 2007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몰몬태버나클합창단과 함께 몰몬태버나클의 재봉헌기념 연주를 한 것이다. 2007년 부활절의 일이었다. 이어 런던에 돌아온 그는 로얄페스티발홀에서 열린 스위니 토드(Sweeney Todd)의 콘서트 연주회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현대음악에 대한 진지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그는 로저스와 햄머슈타인의 뮤지컬 노래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CD를 내놓았다. 2007년 9월, 터펄은 코벤트 가든에서 바그너의 링 사이클에 출연키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아들이 손가락이 부러져 세 번에 걸친 수술을 받아야 하는 바람에 출연을 취소하였다. 사람들은 터펄의 공연취소가 지나치다고 하며 비난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가정적이며 인간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며 터펄을 옹호했다. 아들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터펄은 곧이어 메트로와 약속한 피가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였다. 터펄은 2007년 11월 메트로에서의 피가로를 마지막으로 피가로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사람들은 그에게 너무 조급한 은퇴라면서 계속 무대에 서줄것을 간청했다. 웨일스국립오페라가 터펄을 활슈타프에 초청하였다. 그러나 터펄은 활슈타프를 맡는 대신에 포드를 맡았다. 2009년에 터펄은 로얄오페라하우스에서 토스카의 스카르피아와 ‘방랑하는 화란인’의 화란인을 맡는 것으로 계약했다.


터펄은 어릴 때부터의 친구 겸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레슬리(Leslie)와 결혼하여 3명의 자녀를 두었다. 토모스, 모간, 데이오 시온이다. 코벤트 가든에서 링 사이클의 출연을 취소했던 것은 막내 데이오 시온(Deio Sion)의 손가락 수술 때문이었다. 터펄은 가족들과 함께 본트뉴이드(Bontnewydd)라는 시골에서 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마을에 기차역이 생기는 것이 큰 소원이었다. 터펄은 웨일스철도회사와 협상하여 마침내 본트뉴이드 마을에 기차역이 세워지도록 했다. 실제로 터펄은 철도 확장공사를 위해 기부금을 내기도 했다. 터펄은 웨일스 노숙자를 위한 자선협회의 회장이며 웨일스어린이요양원의 후원회장이다. 어린이요양원은 뇌신경에 이상이 있는 어린이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자선기관이다. 터펄은 2003년 영국왕실로부터 CBE(Command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의 작위를 받았다.


터펄은 2000년부터 웨일스의 스노우도니아(Snowdonia) 교외에서 패놀페스티발(Faenol Festival)을 시작하였다. 터펄음악제(Terfel Fest)라고도 불리는 이 음악제에서는 국제적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오페라가 공연된다. 하지만 이 음악제의 근본목적은 재능 있는 웨일스의 성악도들을 발굴하는 것이다. 웨일스를 사랑하는 터펄은 We'll Keep a Welcome이라는 웨일스 애창 민요집을 음반으로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