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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메피스토펠레 Edouard de Reszke (에두아르 드 레즈케)

정준극 2008. 3. 5. 12:41
 

이상적인 메피스토펠레 Edouard de Reszke (에두아르 드 레즈케)

 

에두아르 드 레츠케

‘그는 이상적인 메피스토펠레이다. 악마의 근성을 들어내 보이는 장면이거나 세상을 풍자하는 장면이거나 어느 순간에도 적합한 인물이다. 그의 대사는 연기를 빛나게 해주며 그의 음성은 대사를 빛나게 해준다. 그는 노래로서 웅변을 대신한다. 그는 순간순간 관중들을 웃음으로 몰아넣는 비상한 재주도 있다.’ 이상은 유명한 평론가 마이클 스콧이 폴란드 출신의 베이스-바리톤 에두아르 드 레즈케가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를 맡은 것을 보고 감동하여 적은 글이다.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에두아르는 잘 아는 대로 위대한 테너 장 드 레즈케의 동생이다. 형제는 용감하다는 말처럼 장과 에두아르가 함께 오페라 무대에 등장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마스네의 르 시드,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로엔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리고 마이에르베르의 오페라에서 형제가 함께 공연하여 찬사를 받았다.

 

 '신들의 황혼'에서 하겐(Hagen)역할을 맡은 에두아르 드 레츠케


에두아르의 성악적 재능을 발견한 사람은 바로 그의 형 장(Jean)이었다. 장은 동생 에두아르에게 정식 성악수업을 받도록 했다. 특히 파리에서 죠반니 스브릴리야(Giovanni Sbriglia)로부터 받은  레슨은 중요한 경험 이었다. 에두아르의 첫 오페라 데뷔는 1876년 파리 그랑 오페라에서 ‘아이다’의 파리 초연 때 파라오 역할을 맡은 것이었다. 이후 그는 이탈리아에서 마스네의 ‘라호르의 왕’(Le Roi de Lahore)등에 출연하였다. 코벤트 가든 데뷔도 역시 ‘라호르의 왕’에서 인드라(Indra)였다. 그의 레퍼토리는 대단히 폭이 넓다. 그만큼 그의 재능은 뛰어났다. 대표적인 역할로는 위그노의 생 브리와 마르셀, 몽유병자의 로돌포,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돈 바질리오, 시몬 보카네그라의 수정본 초연에서의 휘에스코(라 스칼라), 실바(Silva), 알비세(Alvise), 청교도의 죠르지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랭 신부, 에로디아드에서 바누엘(Phanuel), 루빈슈타인의 ‘악마’(The Demon)에서 구달(Gudal)왕자, ‘방랑하는 화란인’에서의 달란트(Daland), 아쑤르(Assur), 루크레지아 보르지아의 알폰소, 헨리왕, 예언자에서의 스카랴(Zacharias), ‘아프리카의 여인’에서 돈 페드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마크왕, 로엔그린의 하인리히, 지그프리트의 방랑자, ‘라인의 황금’과 발퀴레의 보탄(Wotan), 하겐(Hagen), 한스 작스(뉘른베르크의 명가수), 플런케트, 레포렐로(돈 조반니), 라크메의 니칼란타, 햄릿에서 독살당한 왕의 혼령, 그리고 가장 유명한  메피스토펠레 등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역할들인가!

 

마스네의 '르 시드'(Le Cid)에서 돈 디에고 역할을 맡은 에두아르 드 레츠케 (1899 메트로)


 

에두아르는 파리뿐만 아니라 메트로, 코벤트 가든, 라 스칼라 등 수많은 무대에서 정상의 인기를 누렸다. 그는 과연 거물이었다. 그의 음성은 강력하며 공명이 잘되어 널리 울려 퍼지는 것이었다. 다만 예술적인 센스, 세련미, 관중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재능은 형보다 부족하였다.

 

 구노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 역할을 맡은 에두아르 드 레츠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