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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메피스토멜레 Paul Cabanel (폴 카바넬)

정준극 2008. 3. 5. 12:50
 

당대의 메피스토멜레 Paul Cabanel (폴 카바넬)


 폴 카바넬

 

대다수의 오페라 아티스트들은 그 시대에는 뛰어난 활동을 하고 찬사를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거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벨기에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베이스-바리톤 폴 카바넬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어째서 잊혀 졌는가? 적당한 레코딩을 남겨 놓지 않은 것이 하나의 이유이다. 그러나 비록 음반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폴 카바넬은 20세기 초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대단한 활동을 했으며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잊을수 없는 성악가였다. 특히 메피스토펠레라고 하면 우선 카바넬의 이름을 떠 올릴 정도로 그는 메피스토펠레 전문가였다. 그의 음성은 아름답고 부드러우며 따뜻한 검은 음색이었다. 그는 드라마틱한 역할뿐만 아니라 리릭한 역할에서도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는 완벽한 프랑스 오페라 아티스트였다.


1891년 벨기에의 오란(Oran)에서 태어난 그는 처음에 법률을 공부하였으나 방향을 바꾸어 파리국립음악원에서 본격적인 성악공부를 하였다. 1차대전중 그는 프랑스군으로서 참전하였다가 1916년 가을, 역사적인 베르뒨(Verdun)전투에서 부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1919년까지 부상을 치료하느라고 공부를 계속하지 못했다. 처음 오페라 데뷔는 카이로에서 마스네의 에로디아드 중 에로드(헤롯대왕)를 맡은 것이었다. 카이로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은 그는 마농, 타이스, 파우스트에도 출연하여 다시한번 카이로의 팬들을 열광시켰다.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데뷔는 1932년 토스카의 스카르피아였다. 이 역할로 그는 하루 아침에 파리 오페라계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듬해에 파리 그랑 오페라(Grand Opéra)에서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저주’에 출연한 것도 대단한 찬사를 받은 것이었다.


1933년 파리 그랑 오페르(Grand Oper)의 무대에 올려진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저주’에서 메피스토펠레를 맡은 것은 그의 가장 대표적인 역할이었다. 이어 그는 구노의 파우스트에서도 메피스토텔레를 맡았다. 그는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를 1천회 이상 맡아하였다. 사람들은 그를 메피스토펠레의 분신이라고 불렀다. 이 밖에도 그는 대제사장(삼손과 델릴라), 에스카미요, 토니오, 피가로, 니칼란타(라크메), 바질(Basile), 콜리네(라 보엠), ‘호프만의 이야기’의 네 악역, 파파게노, 로랑 신부(로미오와 줄리엣), ‘플레아와 멜리상드’의 아르켈(Arkel), 그리고 수많은 바그너 역할을 맡아하였다. 가장 뜨거운 찬사를 받은 공연은 1954년 브뤼셀의 라 모네(La Monnaie)극장에서 보리스 고두노프를 맡은 것이었다. 이 공연은 그의 오랜 경력을 마무리하는 뜻깊은 것이었다. 무대에서 은퇴한 그는 1942년부터 1958년까지 모교인 파리국립음악원에서 성악코치로서 활동하다가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