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 작곡가/이탈리아

- 나비부인의 애환

정준극 2008. 3. 11. 16:09

● 나비부인의 애환

 

초초상과 돌로레(슬픔). 초초상 역은 소프라노 얄리 마리 윌렴스.

 

‘나비를 잡아 자루 속에 넣자!’ 이것은 푸치니의 ‘나비부인’이 초연된 후 일부 비평가들이 잡지에 게재한 글의 제목이다. ‘나비부인’의 초연은 일대 실패였다. 당시 오페라 관객들은 그 날의 공연에 대하여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이었다. 재미있게 감상했으면 환호를 보내며 난리였고 재미없게 보았으면 유감없이 야유를 보냈다. 어떤 경우에는 야유꾼들을 사서 투입하는 경우가 있었다. 자기 작품이면 환호를 보내도록 하기 위해서이고 싫어하는 사람의 작품이면 야유를 보내기 위해서이다. 이런 사람들을 클레이크(Claque)라고 불렀다. 박수부대 겸 야유부대였다. ‘나비부인’의 초연에도 누가 동원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그런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관객들은 처음부터 ‘나비부인’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았다. 기모노를 입은 나비부인이 아리아를 부르기 시작하자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아리아였지만 야유 소리에 파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 누군가 ‘라 보엠 멜로디와 같네...별거 아니잖아!’라고 소리쳤다. 사랑의 듀엣이 펼쳐질 때에도 ‘미미와 로돌포의 듀엣과 다른게 뭐가 있는가?’라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클레이크: Claque. 프랑스어로 극장에 고용된 박수부대 또는 아첨 떠는 무리를 말함).

 

1904년 2월 밀라노의 라 스칼라에서의 초연에서 초초상을 맡은 소프라노 로지나 스토르키오


2막에서의 사정은 더 나빴다. 어느 장면에서 갑자기 무대의 한쪽으로부터 세찬 바람이 불었다. 아마 누가 무대 뒤편 문을 열어 놓았던 것 같다. 아무튼 이 바람 때문에 여주인공 나비부인의 기모노 자락이 휘날려 위로 올라갔다. 기모노 아랫자락이 바람 때문에 둥글게 부풀어 올랐다. 임신복을 입은 것 같이 보였다. 누군가 ‘나비부인이 애를 뱄네! 하하하’라고 소리쳤다. 다른 누가 ‘지휘자 애기야!’라고 소리쳤다. 지휘자와 그 소프라노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사실은 당시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알고 있는 소문이었다. 2막과 3막 사이에는 짧은 간주곡이 있다. 새소리가 울리는 장면이다. 새소리가 나자마자 일부 관객을 포함한 야유꾼들이 새소리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당나귀 소리, 송아지 소리, 양 소리, 염소 소리까지 흉내 냈다. 난장판이었다. 3막도 소음과 동물 소리 야유로 정신을 치리지 못할 정도였다. 이렇게 하여 ‘나비부인’의 초연은 야유와 비판으로 끝났다. 오늘날 ‘나비부인’은 그 아름다운 멜로디와 슬픈 사랑의 이야기로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비부인'을 맡은 마리아 칼라스

                                                          

‘나비부인’을 테마로 하여 얼마 전 새로운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선보인 일이 있다. ‘미스 사이공’이었다. 1900년대의 나가사키와 1970년대의 사이공으로 무대만 바뀌었지 스토리는 같았다. 가련한 나비부인과 미스 사이공을 울린 남자는 둘 다 미군 장교였다. 

 

뮤지컬 '미스 사이곤'에서 크리스와 킴이 처음 만나는 장면


푸치니는 생전에 모두 10편의 오페라를 내 놓았다. 그 중에서 마지막 작품인 투란도트는 미완성인채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밀라노의 Teatro alla Scala가 마지막 파트를 완성키 위해 공모를 하였다. 푸치니의 음악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Franco Alfano(프랑코 알파노)가 공모에 당선되었다. 완성된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세상을 떠난지 2년후 초연되어 오늘날까지 세계적 걸작으로 살아 숨 쉬게 되었다. 푸치니는 26세 때에 첫 작품을 내놓았으나 성공을 보지 못했다. 푸치니는 세상을 떠나기 6년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을 3편의 단막 오페라를 작곡했다. 요즘에는 이 세편의 오페라 중에서 Sour Angelica(수녀 안젤리카)와 Gianni Schichi(쟈니 스키키)가 단짝으로 공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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