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 작곡가/영국

바우튼, 러트랜드

정준극 2008. 3. 18. 09:24
 

코랄 드라마의 개척자

러트랜드 바우튼 

 

 


오페라의 세계에 있어서 러트랜드 바우튼(Rutland Boughton: 1878-1960)이라는 이름은 별로 친숙한 이름이 아니다. 하지만 바우튼은 영국 오페라 연혁뿐만 아니라 세계 오페라 역사에 있어서 간과할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다. 바우튼의 아버지는 아일스버리라는 마을에서 작은 식료품점을 운영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음악적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음악공부에 돈을 댈만큼 넉넉한 생활이 아니었다. 바우튼은 14세 때에 음악가로 대성하겠다는 청운의 뜻을 품고 단신으로 런던에 올라갔다. 하지만 돈 한푼 없는 신세라서 독학으로 음악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식이 바우튼이 다니던 교회에 알려지자 바우튼 돕기 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후원자까지 생겨 그들의 도움으로 왕립음악대학에 들어가 작곡을 공부할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인심이 대부분 그렇듯 바우튼 돕기 운동은 일회성이었다. 그는 한동안 극심한 가난과 싸워야 했다.


역경을 참아낸 바우튼은 점차 작곡가로서 활동의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고 1905년, 그가 27세 때에는 버밍햄의 미들랜드음악학원장이 되었다. 버밍햄에서 바우튼의 재능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다재다능했던 바우튼은 합창음악 작곡가로서, 지휘자로서, 성악 교사로서, 사상가로서, 논설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사회주의와 바그너 악극의 원칙이 통합된 형태는 바우튼 음악 개발의 중요한 파트였다. 그는 영국 타입의 오페라 구성이론을 수립하여 이른바 코랄 드라마를 개척하였다. 바우튼의 오페라는 행위예술에 가깝다고 할수 있다. 첫 시도는 1914년 8월 5일에 있었다. 무대가 없었다. 그저 마을 회관이 공연장이었다. 오케스트라도 없었다. 피아노 한 대 뿐이었다. 출연진은 마을 사람들과 바우튼의 친구들이었다. 전통적인 오페라 공연과는 모든 것이 상반되는 개념이었다. 시간마저 그러했다. 그날은 8월 5일이었다. 그러나 오페라가 시작되자 출연자가 오늘은 8월 4일이니 그렇게 알라고 선언하였다. 관중들은 어리벙벙했지만 아무튼 이 실험적 오페라 공연은 성공이었고 출연자들은 대만족이었다. 오페라의 제목은 The Immortal Hour(불멸의 시간)이었다.


또 다른 성공작은 Bethlehem(베들레헴)이었다. 1926년의 작품이었다. 예수탄생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현대화했다. 출연자들의 의상은 모두 현대의상이었다. 예수탄생의 무대를 현대로 이끌어 올린다는 것은 종교적으로 있을수 없는 일이었지만 바우튼은 베들레헴에서의 예수탄생을 당시 사회상황과 결부시켜 현대적 무대로 만들었다. 동맹파업을 하던 탄광노조에 동조하기 위해서였다. 오페라에서 아기 예수는 탄광촌의 오두막집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고 헤롯왕은 자본주의 상류층 인사로 되어있다. 아서왕의 전설을 다섯 편의 뮤직 드라마로 엮은 작품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하기야 영국인들은 아서왕이라고 하면 밥 먹던 숟가락도 놓고 구경 나갈 셈이니까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서왕 이야기를 다룬 다섯편의 뮤직 드라마는 아서의 탄생, 원탁, 백합 아가씨, 갈라하드 경, 아발론이다. 이 뮤직 드라마를 위해 바우튼은 1908년부터 30여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바우튼의 오페라 수첩

● The Immortal Hour(불멸의 시간: 뮤직 드라마: 1914 글래스톤버리 마을 회관) ● Bethlehem(베들레헴: 뮤직 드라마: 1915 길거리에서 공연) ● The Round Table(원탁: 1916 글레스톤버리) ● The Birth of Arthur(아서의 탄생: 오페라: 1920 글래스톤버리) ● Alkestis(뮤직 드라마: 1922 글래스톤버리) ● The Queen of Cornwall(콘월의 여왕: 뮤직 드라마: 1924 글래스톤버리) ● The Lily Maid(백합 아가씨: 1934 스트라우드) ● The Ever Young(만년 청춘: 뮤직 드라마: 1935 베이드) ● Galahad(갈라하드경: 1945) ● The Avalon(아발론: 1945)


 아발론 섬에서 영면하는 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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