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식당, 카페, 커피

비엔나 음식

정준극 2008. 4. 2. 16:48

 [비엔나의 음식]

 

그라벤의 임비쓰(포장마차?). 핫도그와 같은 간단한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할수 있다. 


비엔나를 대표하는 음식은 앞에서도 간단히 설명했지만 아무래도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이다. 슈니첼이란 말은 작게 짜른 조각을 뜻한다. 그것이 변하여서 엷은 커틀레트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슈니첼은 송아지 고기를 팬케이크처럼 얇게 저민후 연하게 하기 위해 두들기고 이것에 계란 풀은 것과 빵 가루를 두른 후 맑은 버터 기름에 튀겨내는 음식이다. 요즘에는 쇠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식당들이 많다. 비엔나 스타일의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는 거의 모두 슈니첼을 서브한다. 비엔나에 가면 슈니첼은 한번쯤 먹어보아야 비엔나에 갔다가 왔다고 말할수 있으니 삼시세끼 한국식당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또 하나의 비엔나 특별 음식은 타펠슈피츠(Tafelspitz)이다. 얇게 저민 소고기를 삶은 것이다. 프란츠 요셉 황제가 매일 먹었다는 음식이다. 타펠슈피츠는 일반적으로 감자 요리와 젠프(Senf)와 함께 서브된다. 젠프는 우리 식으로 보면 연겨자 소스이다. 예전에는 젠프를 각자 집에서 애써서 만들었는데 요즘에는 빌라(Billa)나 슈파르(Spar) 같은 수퍼마켓에서 마치 치약처럼 생긴 튜브에 담은 여러 종류의 젠프를 쉽게 구할수 있다. 감자는 삶아서 으깬 후 기름에 튀기는 것이 보통이다. 아펠크렌(Apfelkren)은 사과에 겨자와 크림을 섞은 음식이며 슈니틀라우슈소스(Schnittlauschsauce)는 마요네스와 묵은 빵으로 만든 골파 조미료이다. 비엔나의 음식에 대하여는 별도로 조금 자세히 소개코자 한다.

 

피아리스텐켈러

 

비엔나는 돼지고기로 유명한 식당들이 여럿 있다. 진짜 맛있게 구운 돼지고기를 맛보려면 8구 요셉슈타트 피아리스텐가쎄(Piaristengasse) 45번지의 피아리스텐켈러(Piaristenkeller), 1구 아우구스티너슈트라쎄에 있는 아우구스티너켈러(Augustinerkeller), 1구 존넨펠스가쎄(Sonnenfelsgasse) 3번지의 츠뵐프-아포스텔-켈러(Zwoelf-Apostel-Keller: 열두사도 식당)를 방문하기를 권고하고 싶다. 비엔나 교외에서는 마르헨펠트호프(Marchenfeldhof)가 유명하다. 23구 보크필레써슈트라쎄(Bockfilesserstrasse) 31 번지이다. 일설에 의하면 오스털릿츠 전투 당시 나폴레옹이 이 장소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그 장소에 마르헨펠트호프라는 유명한 식당이 들어서 있다. 비엔나에서 돼지구이 요리는 간단한 식사가 아니다. 점심시간에도 커다란 돼지갈비(Spare Ribs) 구이를 먹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돼지갈비 메뉴는 알테 도나우(Alte Donau)에 있는 몇몇 식당에서 즐길수 있다. 예를 들면 슈트란트카페(Stradcafe)이다. 닭고기는 버터나 기름에 바싹 구워서 바삭바삭하는 것이 제맛이다.  이런 식당들에서는 대체로 전통 악기인 지터(Zither)의 연주가 곁들이며 호이리거 스타일의 슈람멜 음악, 그리고 가끔씩은 집시 바이올린도 들을수 있다. 비엔나의 전통 식당 중에는 재미난 명칭들이 있어서 미각을 충동해 준다. 예를 들면 춤 훙거퀸스틀러(Zum Hungerkuenstler: 6구 Gumpendorfer Strasse 48)는 다이어트 전문가라는 뜻이며 굴라슈박물관(Gulaschmuseum: 1구 Schulerstrasse 20)이라는 이름의 식당은 실제로 박물관은 아니지만 온갖 굴라슈를 자랑하는 식당이다.

 

비엔나의 명물 슈파레 립스(알테 도나우의 슈트란드카페와 같은 전통 식당에서 전형적인 슈파레 립스를 맛볼수 있다.)

굴라슈무제움

 

비엔나는 전통적으로 케이크와 후식 과자로 유명하다. 특히 대표적인 것은 아펠슈트루델(Apfelstrudel: 사과를 반죽한 밀가루로 얇게 싸서 구어 만든 과자), 팔라친켄(Palatschinken: 설탕으로 만든 팬케이크), 크뇌델(Knoedel: 보통 아프리코트 과일로 속을 넣은 만두 스타일의 과자), 그리고 토르테(Torte: 아프리코트 잼으로 만든 케이크에 초콜릿을 두른 것)등이다. 토르테는 자허(Sacher)호텔에서 만드는 자허토르테와 임페리얼 호텔에서 만드는 임페리얼 토르테가 유명하며 카페 데멜에서 만드는 사크레 토르테도 알아준다.

 

자허 호텔의 자허 토르테

팬케이크 스타일의 팔라친켄. 설탕을 뿌리는 것이 특징

 

늦가을과 겨울철에는 거리에서 군밤과 군감자를 사서 먹는 것도 별미이다. 감자는 우리나라처럼 통감자가 아니라 보통 썰어서 굽는다. 밤중에 약간 출출 할 때에 거리의 임비쓰(Imbiss: 간이 식당)에서 소시지를 사 먹는 것도 즐거움이다. 길거리의 소시지 가게를 뷔르스틀(Wurstl) 또는 부르스텔슈탄트(Wurstelstand)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르스텔은 소시지를 말한다. 우리가 말하는 비엔나 소시지는 프랑크푸르터(Frankfurter)라고 말해야 한다. 물론 근자에는 자그마한 캔에 토마토 소스와 함께 넣은 미제 비엔나 소시지가 시장에 나와 있지만 비엔나의 거리에서 사먹는 비엔나 소시지는 이쑤시개로 찍어서 술안주로 먹는 그런 소시지는 아니다. 비엔나의 프랑크푸르터는 젠프(겨자 소스)에 푹 찍어 맥주 한잔과 함께 먹으면 입을 심심치 않게 만들수 있다. 다른 소시지로서는 부렌부르스트(Burenwurst: 거칠게 다진 소고기와 돼지고기 소시지: 보통 삶아서 먹는다), 케저크라이너(Kaserkrainer: 양념한 돼지고기에 작은 치즈 덩어리를 얹은 것) 등이 있다. 시내에는 양념을 비롯한 특별 식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 율리우스 마이늘(Julius Meinl)은 대표적이다.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만한 마땅한 식당이 없으면 샌드위치 가게인 노르드제(Nordsee)를 권한다. 해산물 요리도 많이 있다. 전에는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주 방문했는데 요즘은 노르드제도 값이 만만치 않아 주저하게 된다. 캐른트너슈트라쎄와 그라벤 거리에 노르드제가 있어서 시내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샌드위치 식당인 노르드제(Nordsee). 캐른트너슈트라쎄

 

[슈니첼 이야기]

슈니첼이란 단어는 영어의 Cutlet 와 같은 의미이다. Cutlet가 Cut의 축소형인것과 마찬가지로 Schnitzel은 Schnit의 축소형이다. 남부 독일에서는 Schnit의 축소형을 슈니첼이라고 하지 않고 Schnittchen(슈니트헨)이라고 한다. 그런데 의미는 다르다. 슈니트헨은 빵 한 조각으로 된 샌드위치를 말한다. 원래 Cutlet의 독일어 형태는 Kotelette이다. Kotelette와 Cutlet는 어원이 같다. 한편 독일에서 슈니첼이라고 하면 소의 궁둥이 살(rump)이나 넓적다리 살(round)을 말한다. 그리고 코텔레트는 일반적으로 쇠고기의 목과 어깨의 살을 말한다. 요즘에는 슈니첼이라고 하면 쇠고기, 돼지고기, 또는 송아지 고기를 말하지만 코텔레트라고 하면 돼지고기만을 의미한다.] 앞에서도 약간 설명했지만, 비엔나의 전통 슈니첼은 얇게 썬 송아지고기를 고기 두드리는 망치로 두들겨 더 부드럽게 만든 후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반죽하여 두른후 맑은 버터 또는 라드에 튀겨서 만든다. 빵가루에 후추를 갈아 넣어 양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돼지고기 또는 칠면조 고기로 만든 슈니첼이 더 많다. 원래 오스트리아 식당규정에 따르면 슈니첼을 송아지고기로 만들지 않고 돼지고기로 만들면 슈봐인슈니첼(Schweineschnitzel)이라고 부르도록 했고 칠면조고기로 만들면 푸텐슈니첼(Putenschnitzel)이라고 부르도록 했다. 그러므로 메뉴에 이렇게 표기한 식당이 있으면 일단 아하, 이 식당은 고급의 전통식당이구나!라고 생각하여 알아 모실 필요가 있다. 전통의 비너슈니첼은 감자 샐러드에 레몬 한 쪽을 곁들여 서브된다. 어떤 경우에는 구운 감자, 감자 칩, 쌀밥(정확히는 뜨거운 물에 데친 쌀)중에서 택하여 주문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존중의 사람들은 구운 감자, 프렌치 프라이스(감자 칩), 쌀밥 등을 주문하는 것을 요리 에티켓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비너 슈니첼 

 

슈니첼이 처음 비엔나에 소개된 17-18세기에는 축제나 파티용의 특별 메뉴였다. 왕실에서나 돈 많은 귀족 집에서 슈니첼을 만들 때에는 빵가루에 금가루를 섞어 슈니첼의 빛깔이 화려한 금빛이 되도록 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슈니첼이 오스트리아의 대표 음식이 되었으며 심지어 햄버거 집처럼 슈니첼을 파는 가게도 생겼다. 슈니첼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전래 되었다고 하며 이에는 라데츠키장군의 기여가 컸다고 한다. 요한 슈트라우스(아버지)의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유명한 라데츠키 장군은 합스부르크 제국이 지배하던 이탈리아 북부지방에서 항쟁이 일어나자 이를 평정한 인물이다. 라데츠키 장군이 이탈리아 전선에서 비엔나로 돌아 올때에 슈니첼도 함께 왔다는 것이다.

 

요한 슈트라우스(아버지)의 '라데츠키 행진곡'의 주인공인 요한 요셉 라데츠키 장군(1766-1858) 기마상. 링슈트라쎄의 슈투벤링에 있다. 정부종합청사 앞이다.

 

비엔나에서 가장 전통이 있고 가장 유명한 슈니첼 집은 아마 1구 볼차일레(Wollzeile) 5번지, 슈테판스플라츠로 나가는 통로에 있는 피글뮐러(Zum Figlmueller)일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접시보다 슈니첼이 더 크다. 그러므로 한국 사람들이 멋모르고 각자 하나씩의 슈니첼을 주문하면 반도 먹지 못하고 남긴다. 슈니첼에 체한 사람들, 특히 채식주의자들이라면 1구 바우에른마르크트(Bauernmarkt) 1번지의 브렌크(Wrenkh)로 피난가기를 권장한다. 전좌석 금연 식당이다. 깨끗한 분위기에서 건강식품을 즐길수 있다. 이 식당의 후식 케이크나 파이들은 부르겐란트(Burgenland)에서 나온 꿀로 만든 것이다. 꿀이라면 헝가리 꿀도 유명하지만 요즘엔 벌에게 설탕을 먹인다고 해서 인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부르겐란트 꿀은 순수 자연산이라서 사랑을 받고 있다.

 

 누스도르프의 호이리거에서 정겨운 민속음악 연주

                          


[타펠슈피츠 이야기]

타펠슈피츠(Tafelspitz)라는 단어는 '식탁의 포인트(점)'라는 뜻이지만 식사메뉴로서는 비엔나 스타일의 삶은 쇠고기를 말한다. 어린 수소(ox)의 궁둥이 살을 매달아 놓아 조금 건조시킨 것을 뜨거운 물에 푹 삶아서 내놓는 요리이다. 삶을 때에는 보통 야채의 뿌리(무, 당근 등)를 함께 넣는다. 쇠고기는 여러 부위로 나눌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푸줏간 사람들은 특히 그 방면에 도사들이다. 뒷다리 고기만 하더라도 16개 부위로 나눈다. 히퍼르셰르츨, 휘퍼르슈반츨, 누쓰, ?트슈툿첸, 게슈나터, 슈봐르체스 셰르츨, 봐이쎄스 셰르츨, 뒤네스 퀴게를, 샬블라텔 등등 아주 세분화 되어 있다. 샬블라텔(Schalblattel)은 플레더마우스(Fledermaus: 박쥐)라고 부르기도 한다. 타펠슈피츠를 만들려면 이상의 어느 부위를 사용해도 상관없다. 다만 삶아서 맛이 있어야 한다. 살코기에 붙어 있는 지방(기름)은 떼어내지 않고 함께 삶는다. 그래야 접시에 올려 놓았을 때 쇠고기가 마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오스트로-헝가리 제국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사람인 프란츠 요셉황제는 타펠슈피츠의 열렬 팬이었다고 한다. 매일 타펠슈피츠가 식탁에 오르지 않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먹고도 전혀 물리지를 않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프란츠 요셉 황제는 타펠슈피츠를 다른 사람보다도 빨리 먹었다고 한다. 매일 먹기 때문에 그 습관이 빨리 먹는 솜씨로 발전하였다는 얘기다. 그래서 호프부르크에서 황제와의 공식 만찬이 있으면 황제가 어찌나 빨리 먹는지 다른 사람들이 음식을 서브받을 쯤해서는 이미 황제가 식사를 마친후가 된다고 한다. 관례상 황제가 숟가락을 놓으면 모두 함께 숟가락을 놓아야 하므로 나중에 음식을 서브 받는 사람들은 먹어 보지도 못하고 그냥 일어서야 했다. 때문에 배들이 고파 괴로웠으며 만찬이 끝나 호프부르크 궁전에서 나온 후에는 늦은 시간이지만 주로 자허(Sacher)호텔에 가서 주방장을 깨워 음식을 만들게 하여 먹었다는 후일담이 있다.

 

타펠슈피츠

 

[가볼만한  케이크 상점들]

비엔나에서 콘디토라이(Konditorei)라고 쓴 케이크 상점들은 카페하우스보다 좀 더 가족적이라고 볼수 있다. 좀 더 친근한 느낌을 가질수 있다. 실제로 콘디토라이들은 대개 오래전부터 가족들이 운영해 온 것이 많다. 그러므로 요즘의 프렌차이즈 카페하우스들과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그래서 기왕에 케이크를 먹으려면 카페에서 먹지 말고 콘디토라이에서 먹으면 어쩐지 맛이 더 좋은 것처럼 생각되며 마음도 푸근해 진다.

   

- 데멜(Demel): 1구 콜마르크트 14번지. 단 것을 좋아한다면 절대로 찾아가 보아야 할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데멜 앞거리

                       

- 게르슈트너(Gerstner): 1구 캐른트너슈트라쎄 11-15번지. 예전에는 궁전에 케이크 등을 납품한 전통있는 집이다. 비엔나에서 가장 훌륭한 파스트리를 만든다. 어떤 파스트리는 만드는 법이 비밀이다. 비엔나에 와서 이 집의 케이크를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면 곤란하다.

 

캐른트너슈트라쎄의 명소 게르슈트너

 

- 하이너(Heiner): 1구 캐른트너슈트라쎄 21-23번지. 특제 머랭으로 유명하다. 머랭은 설탕과 달걀 흰자위로 만든 과자이다.

 

캐른트너슈트라쎄의 하이너

                         

- 레만(Lehmann): 1구 그라벤 12번지. 비엔나 숙녀들이 아침에 쇼핑으로 시간을 보낸 다음에 잠시 들려서 간단히 케이크로 점심 요기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자허(Sacher): 1구 필하르모니커슈트라쎄 4번지. 크림 케이크가 유명하다. 과거에는 비엔나 상류층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며 먹었던 케이크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허토르테의 본점이다. 멋있게 포장된 자허토르테를 사가지고 집에 들어 간다면 부인으로부터 찬사를 받을 것이며 직장에 가지고 가면 동료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이다.                                 

- 슬루카(Sluka): 1구 라트하우스플라츠 8번지. 시청 옆에 있다. 슈트루델이 훌륭하다. 그것 하나만 먹어도 온 보람이 있다.

 

카페 콘디토라이 슬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