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식당, 카페, 커피

비엔나의 커피하우스: 카페

정준극 2008. 4. 2. 17:10

 [비엔나의 커피하우스: 카페]

 

카푸치노와 케익

 

기왕 얘기가 나온 김에 비엔나의 카페에 대하여 좀 더 알아보자. 비엔나의 카페에 대하여는 1구 미하엘러플라츠에서 카페 그리엔슈타이들(Cafe Griensteindl)을 소개할 때에 설명하긴 했지만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일 것이다. 아울러 기왕에 비엔나 시내에서 어떤 카페를 한번쯤 둘러보아야 할 곳인지도 소개코자 한다. 그나저나 비엔나에 커피가 전파된 유래에 대하여는 또 다른 얘기도 있다. 비엔나에 살고 있던 쿨치키라는 사람이 터키군의 상황을 살펴 언제 공격할지를 알아내고 나아가 구원군인 폴란드의 조비에스키왕 군대가 어디쯤 왔는지 첩보를 알아내어 카를5세에게 보고함으로서 터키군 축출에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이다. 쿨치키가 보상으로 터키군이 버리고 간 커피 자루를 받아 커피하우스를 열었다는 얘기는 돔가쎄(Domgasse)편에서도 했다. 그러나 다른 버전에 따르면 프란시체크 예르치 쿨치키(Franciszek Jerzy Kulczycki)라는 사람은 상인이 아니라 신성로마제국의 장교로서 터키군의 비엔나 공성 때에 혁혁한 공을 세워 비엔나를 터키군의 공성으로부터 구원한 폴란드의 얀 조비에스키 왕으로부터 전공에 대한 포상으로 커피자루들을 받았다는 것이다. 쿨치키라는 이름 자체가 폴란드 이름이므로 처음 얘기보다는 더 신빙성이 있다.

 

터키의 비엔나 공성. 1683년. 멀리 보이는 슈테판 성당. 터키군이 비엔나를 완전 포위. 그러나 함락은 시키지 못했다.

 

오늘날 비엔나 스타일의 커피가 만들어진 것은 오로지 쿨치키의 업적이라고 한다. 그는 여러번의 실험을 통해 커피 원두를 어떻게 볶아야 하는지를 개발하고 크림과 설탕을 넣어 마시는 스타일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돔가쎄 편에서도 지적했듯이 비엔나에서 처음으로 카페를 연 사람은 아르메니아 사람인 요한네스 디오다토(Johannes Diodato)라는 주장을 상기해 보면 쿨치키에 대한 얘기는 다분이 재미있으라고 만든 얘기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 디오다토라는 사람도 터키군의 비엔나 공성때에 오스트리아를 위해 첩보활동을 하였으며 그 보상으로 커피 무역권을 독점하게 되었다고 한다.  쿨치키라는 사람은 오늘날의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으므로 아르메니아 사람인 요한네스 디오다토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엔나 사람들은 쿨치키에 대한 얘기를 더 믿고 있다. 아무튼 그로부터 비엔나에는 커피하우스 문화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비엔나는 합스부르크 제국으로서의 센터뿐만 아니라 더 광범위한 커피 제국으로서의 센터로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비엔나에서 볶은 커피 원두는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어 나갔다. 오늘날 사람들이 아직도 비엔나 로스트(Vienna Roast)라는 용어를 마치 지난 날의 아름다운 추억처럼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은 커피에 대한 비엔나의 공로 때문이다.

 

폴란드 왕 얀 조비에스키. 비엔나를 터키의 공성으로부터 구원하였다.


비엔나에 커피하우스가 등장하자 이국적인 것, 특히 동양적인 것에 막연한 동경심을 갖고 있던 비엔나 사람들은 '이것이 무엇인가? 커피라고 하는데 왜 이리 씁쓸한가?'라면서도 그 거부하기 힘든 커피의 맛을 은근히 좋아하게 되었고 따라서 여러 곳에  커피하우스(카페)가 인기절찬리에 등장하게 되었다. 비엔나에서 제일 처음 문을 연 커피하우스(카페)가 어디냐는데 대하여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현재 모차르트하우스 기념관이 있는 집의 앞인 돔가쎄 골목의 도이체하우스 건물도 상당히 유력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쿨치키가 터키와의 전쟁이 끝난후 상으로 받은 커피를 가지고 처음으로 커피하우스를 연 장소라는 설이 있으며 아르메니아 출신의 디오다테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커피하우스를 연 장소라는 설도 있다. 비엔나의 커피하우스가 전성기를 누리게 된 것은 19세기로 접어들고부터였다. 유명한 작가인 페터 알텐버그(Peter Altenberg)를 비롯하여 알프레드 폴가르(Alfred Polgar), 카를 크라우스(Karl Kraus), 헤르만 브로흐(Hermann Broch), 프리드리히 토르버그(Friedrich Torberg)등이 시간만 있으면 커피하우스에 모여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담소를 하기 시작하고부터였다. 이어 에곤 쉴레(Egon Schiele), 구스타브 클림트(Gustave Klimt), 아돌프 로스(Adlof Loos), 테오도르 헤르첼(Theodor Herzel), 아르투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 슈테판 츠봐이크(Stefan Sweig), 그리고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같은 예술가, 사상가들이 커피하우스의 단골이 되자 커피하우스는 비엔나를 대표하는 문화, 정치, 사회, 철학의 공간으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비엔나에서 커피하우스가 인기를 끌자 합스부르크에 속하여 있는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지에서도 비엔나 스타일의 커피하우스가 속속 문을 열었다.

 

현존하는 카페 중에서 비엔나에서 가장 오래된 도로테어가쎄의 카페 하벨카. 도로테르가쎄 6

 

그러다가 1950년경부터 이른바 커피하우스의 죽음(Kaffeehaussterben)이 시작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카페에 대한 인기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주요 원인은 TV가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커피하우스에 가서 신문을 뚫어져러 보는 대신 집에서 TV를 보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현대식의 멋진 에스프레소 카페 겸 바(Bar)가 생기게 되어 비엔나 전통의 카페는 설 땅을 잃게 된 것이다. 더구나 노란색의 맥도날드가 전통의 도시 비엔나에도 상륙하자 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아메리카 스타일의 커피가 판을 치게 된것도 무시할수 없는 사연이다. 게다가 스타벅스는 또 무엇이며 커피 베네는 또 무엇인지 놀랍도록 무섭게 침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아직도 여러 곳의 비엔나 전통 카페가 명맥을 유지하여 왔으며 최근에는 관광상품으로서, 그리고 전통을 사랑하는 비엔나 시민들의 마음에 고무되어 비엔나 커피하우스들이 제법 활발하게운영되고 있다. 비엔나의 몇몇 전통적인 카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카페 무제움. 아돌프 로스의 설계 

 

●알테 바크슈투베(Alte Backstube): 8구 랑게 가쎄 34번지. 카페라기 보다는 박물관 같다. 250년이상이나 된 오븐이 있으며 벽에는 프라이팬이나 냄비와 같은 주방용품들이 줄줄이 걸려 있다.

카페 브로이너호프(Cafe Braunerhof): 1구 슈탈부르크가쎄 2번지. 유명한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단골 카페. 여러 종류의 토르테가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 도심이면서도 한적하다.

카페 센트랄(Cafe Central): 1구 헤렌가쎄 14번지의 훼르슈텔(Ferstel)궁전내. 페터 알텐버그의 단골 카페(페터 알텐버그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으면 이곳으로 보내면 되었다.) 아무튼 가끔 유명인사들을 우연히 만날수 있는 카페이다.


카페 센트랄


카페 데멜(Cafe Demel): 콜마르크트 14번지. 달콤한 케익으로 더 유명한 집.

카페 디글라스(Cafe Diglas): 1구 볼차일레 10번지. 슈테판스플라츠 인근에 있는 구식 전통의 카페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놀랄만큼 맛있게 생긴 케이크들이 줄줄이 진열되어 있다.

          

카페 디글라스


●카페 드레흐슬러(Cafe Drechsler): 6구 링케 빈차일레 22번지. 초라한 곳이지만 오는 사람들만은 유명인사들이다.

카페 아인슈타인(Cafe Einstein): 라트하우스플라츠 4번지

●카페 엥글랜더(Cafe Englander): 1구 포스트가쎄 2번지. 아침에는 여러 종류의 식사를 할수 있다. 점심에는 샌드위치 종류를 먹을수 있고 저녁에는 따듯한 식사를 늦게까지 서브한다. 그저 아무나 마음 편하게 드나들수 있는 카페이다.

카페 프라우엔후버(Cafe Frauenhuber): 1구 힘멜포르트가쎄 6번지. 비엔나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의 한 곳. 모차르트가 단골로 다니던 곳. 베토벤의 동생 카를이 처음에 문을 열었음. 카페의 2층에는 소규모 연주회장이 있으며 베토벤이 자주 연주 했음. 우리가 보통 상상으로 생각하던 비엔나 카페는 바로 이런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곳이다.

●카페 골데그(Cafe Goldegg): 4구 아르겐티너슈트라쎄 49번지. 한적한 분위기에서 마음 편하게 멜랑즈를 즐길수 있는 곳이다.

카페 그리엔슈타이들(Cafe Griensteindl): 미하엘러플라츠 2번지. 1990년에 새롭게 오픈한 유서깊은 카페. 미하엘러플라츠 설명 참고 요망.

●카페 하르타우어(Cafe Hartauer): 1구 리머가쎄 9번지. 오페라 팬들이 자주 오는 곳이다.

카페 하벨카(Cafe Hawelka): 1구 도로테어가쎄 6번지. 전통있는 도심의 카페. 예전에는 예술가 또는 유명인사들이 드나들던 곳이지만 현재는 주로 관광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세련되고 학구적인 분위기이다. 밤 10시 이후에는 부흐텔른(Buchteln)이라고 하는 발효시킨 밀가루로 만든 만두 스타일의 음식을 구워서 서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카페 코르브(Cafe Korb): 1구 브란트슈태테 9번지. 전설이 깃든 집.

카페 란트만(Cafe Landmann): 1구 독토르 칼-뤼거-링(2012년부터는 우니페어지태트링) 4번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단골 카페. 부르크테아터(궁정극장)에서의 공연이 끝난후 들르는 곳. 배우, 정치가, 출판가 들이 들르는 곳으로 유명하다.

카페 모차르트(Cafe Mozart): 알베르티나플라츠 2번지. 슈타츠오퍼가 끝나고 들르는 곳.


카페 모차르트


카페 무제움: 카페 무조임(Cafe Museum): 1구 프리드리히슈트라쎄 6번지. 비엔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카페. 근처의 시각예술아카데미에서 온 예술가, 학생, 교수들이 북적대는 곳이다.

카페 프뤼켈(Cafe Prueckel): 1구 슈투벤링 24번지. 가장 전통있으며 가장 멋있는 카페. 1950년대의 카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주말에는 피아노 음악이 손님들을 끈다.

카페 라이문트(Cafe Raimund): 1구 무조임슈트라쎄 6번지. 한적하고 전통적 분위기.

카페 자허(Cafe Sacher): 1구 필하모니커슈트라쎄 4번지. 유서깊은 자허호텔의 카페

카페 사보이(Cafe Savoy): 6구 링케 빈차일레 36번지. 고색창연한 내부

카페 쇼텐링(Cafe Schottenring): 1구 쇼텐링 19번지

카페 슈봐르첸버그(Cafe Schwarzenberg): 1구 캐른트너링 17번지. 슈봐르첸버그플라츠 소재

카페 티롤러호프(Cafe Tirolerhof): 휘리히가쎄(Fuehrichgasse) 8번지

카페 알트빈(Cafe Alt Wien): 1구 벡커슈트라쎄(Baeckerstrasse) 9번지. 철학자, 예술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다. 자기가 뭐라도 된듯한 사람들이 온다.

클라이네스 카페(Kleines Cafe): 1구 프란치스카너플라츠 3번지

카페 짜르틀(Cafe Zartl): 3구 라스모프스키가쎄(Rasmofskygasse) 7번지. 프라터 부근. 라이브 음악이 나오며 읽을 꺼리가 많이 준비되어 있는 곳이다.

 

 자허 호텔 커피 숍. 자허 토르테가 유명하다.

 

- 배커슈트라쎄에 있는 카페 알트 빈(Alt Wien)은 1936년에 레오폴드 하벨카와 그의 부인 요세피네가 결혼식을 치룬 다음날 문을 연 카페이다. 하벨카 부부는 1939년까지 알트 빈을 운영하다가 도로테르가쎄로 자리를 옮겨 유명한 카페 하벨카를 오픈했다. 오늘날 카페 알트 빈은 그다지 사랑받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어둑컴컴하여 괴기한 느낌마저 주는 곳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비엔나의 괴상한 예술가들이 자주 찾아온다. 1976년 이 카페에서 전위예술가인 고트프리트 헬름봐인이 해프닝 전시를 연출한 것은 유명하다.

 

카페 알트 빈

 

- 가장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아마 1구 칼스플라츠 부근 프리드리히슈트라쎄(Friedrichstrasse) 6번지에 있는 카페 무제움(Cafe Museum)일 것이다. 가죽 소파나 안락의자에 몸을 던진 시의회 의원들 또는 학생들이 신문을 읽거나 체스를 두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하면 인근 미술아카데미(Academy of Fine Arts)에서 나온 화가들이나 조각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볼수 있다. 온통 극장 포스터로 덮여 있는 벽면은 해묵은 담배 연기때문에 누렇게 배어 있다. 재수가 좋아서 창가에 앉게 된다면 길건너 제체시온(Secession)의 황금색 돔(양배추 머리)을 바라볼수 있다. 웨이터들의 서비스는 팁에 따라 달라진다.

 

카페 사보이

 

- 1구 부르크테아터 옆에 자리잡고 있는 란트만(Landmann: Karl Lueger-Ring 4)은 점심시간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이다. 란트만은 비엔나에 있는 커피하우스 중에서 가장 영광스럽고도 찬란한 곳일 것이다. 시청과 의사당이 가깝게 있기 때문에 이름난 정치인들이 많이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손님들 중에는 기자(언론인)들도 있어서 유명 정치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귀를 쫑긋하게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볼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르크테아터 인근에 있기 때문에 인기 배우들도 심심찮게 드나든다. 개중에는 신인배우들도 있어서 극장 사람들에게 요행으로 발탁되기를 바라는 모습도 눈치챌수 있다. 음식은 훌륭하고 가격도 적당하다. 날씨가 좋으면 길거리에 나와 앉아 파란 하늘을 쳐다보며 커피를 마신다. 란트만카페 앞 광장의 리벤베르크 기념상은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리벤베르크는 터키의 비엔나 공성 때에 비엔나를 지켜낸 시장이었다.

 

 란트만 카페(부르크테아터에서 내려다본 란트만 카페) 펠라 리벤 아우스피츠(Palais Lieben-Auspitz)에 있다.

 

- 비엔나 시내에 있으면서 옛 전통을 맛볼수 있는 곳인 1구 볼차일레(Wollzeile) 10번지의 디글라스(Diglas)에는 언제나 커다란 케이크가 전시되어 있어서 한조각 먹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나게 만든다. 1구 힘멜포르트가쎄(Himmelpfortgasse) 6번지의 프라우엔후버(Frauenhuber), 1구 슈탈부르크가쎄(Stallburggasse) 2번지의 브로이너호프(Braunerhof)도 진짜 비엔나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 카페이다.

  

카페 슈페를

 

- 예술적 분위기를 맛보고 싶으면 3구 라수모프스키가쎄(Rasumofskygasse) 7번지의 짜르틀(Zartl)이 제격이다. 저녁이면 시인들의 시낭송회와 작은 콘서트도 열린다. 8구 요셉슈타트 랑게 가쎄(Lange Gasse) 34번지의 알테 박슈투베(Alte Backstube: Old Bakehouse)는 카페이면서 박물관이다. 커피와 제빵에 대한 아기자기한 도구들이 옛추억을 되살리게 만든다. 영광스러운 과거를 되새겨 보는데에는 1구 도로테어가쎄(Dorotheergasse) 6번지의 하벨카(Hawelka) 만한 곳이 없다. 이곳에 가면 반드시 부흐텔(Buchtel)을 주문해 보기 바란다. 일종의 파이같은 것인데 밤 10시 이후에 주문하면 화로에서 갓 구어낸 뜨거운 부흐텔을 맛볼수 있다. 단것을 좋아하면 하벨카의 길건너에 있는 트르체스니에브스키(Trzesniewski: 도로테어가쎄 1번지)를 가면 된다. 이 집에서는 빵(Roll) 안에 매운 양념을 넣은 파스트리(Pastry: 구워서 만든 파이 등 과자)도 유명하다.

 

 카페 차르틀

 

-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국은 콘디토라이(Konditorei)이다.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너무 단 케이크와 과자를 먹어서인지 이가 썩을대로 썩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빨이 썩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비엔나에서는 치과의사들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고관대작들을 만나는 것보다 어렵다. 그렇지만 콘디토라이의 단 맛을 어찌 잊을수 있단 말인가? 간혹 콘디토라이는 파티쎄리스(Patisseries)라고 간판을 내걸기도 하지만 그게 그것이다.

 

비엔나는 케이크와 과자의 왕국이다. 먹고 싶어서 죽을 지경이지만 참아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엔나에서 카페하우스와 콘디토라이를 구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오는 손님들이 다르다고나 할까? 추억에 잠긴 우아하고 점잖은 노부인들이 오는 곳이면 콘디토라이이고 정치인, 언론인, 예술가 등 어중이 떠중이들이 오는 곳이면 카페하우스이다. 1구 그라벤(Graben) 12번지의 레만(Lehmann)은 대표적인 콘디토라이이다. 예전엔 '검은 숲'이라는 굉장히 큰 케익을 팔았다. '검은 숲' 케익을 다시한번 쳐다보고 아인슈팬너와 함께 한조각 맛을 보는 일!  영광스러운 비엔나의 과거를 회상하는데 그보다 더 운치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1구 캐른트너슈트라쎄 15번지의 게르스트러(Gerstner)는 한때 왕궁에 케익을 납품했다는 데에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콘디토라이이다.

 

카페 데멜

 

- 그러나 진짜 단것의 메카는 1구 콜마르크트(Kohlmarkt) 14번지의 데멜(Demel)이다. 역사도 오래 되어서 18세기 후반에 문을 열었다. 케이크,  파이, 초콜릿, 과자, 그리고 섬세한 살라드는 비엔나 최고의 수준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데멜에는 365 종류의 케익을 만들수 있다. 그렇지만 모두 전시할수는 없어서 1주일에 7개 정도의 케익을 진열장에 내놓고 있다. 손님들은 아직도 제3자에게 말하는 스타일로 주문을 한다. 예를 들면 웨이트레스에게 '마담께 주문해도 되는지요?'(Is Madam ready to be served?)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곳의 웨이트레스들은 마치 수도원의 수녀들처럼 검은 옷을 입고 있다. 그러면서 소란하고 점잖지 못한 관광객들을 마치 조소하는 듯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어서 계산이나 하고 나가라는 투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개중에 한두 명의 웨이트레스가 그런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하기야 비엔나 어느 카페나 식당을 가더라고 특히 점잖지 못하게 떠들기나 하고 화장실만 들낙거리며 나프킨이나 코스터까지 집어가는 관광객들을 최상의 고객으로 떠받드는 곳은 없을 것이다. 데멜의 윈도우에는 오스트리아 유명 인사들의 모습을 그린 케이크들이 있어서 눈길을 끌게하고 있다. 예를 들면 프란츠 요셉 황제, 브루노 크라이스키(Bruno Kreisky) 수상 등이다

    

 카페 센트랄의 문을 밀고 들어서면 마주치는 시인 페터 알텐버그의 모습.(사진: 정준극)

 

- 비엔나 특유의 머랭(Meringue)으로 유명한 집은 1구 캐른트너슈트라쎄 21-23번지의 하이너(Heiner)이다. 쇼윈도에 장식해 놓은 화려한 머랭을 보면 구미가 당겨서 도무지 그대로 지나칠수 없을 정도이다. 머랭은 주로 설탕과 달걀 흰자위로 만든 케익이다. 1구 라트하우스플라츠(Rathauplatz) 8번지의 슬루카(Sluka)에는 맛있는 슈트루델(Strudel)과 롤라드(Roulades: 잘게 다진 고기를 얄팍한 반죽에 싸서 만 든 만두 스타일의 음식)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있어서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비엔나의 또 하나 명물은 아펠 슈트루델(Apfel Strudel)이다. 애플 파이라고 보면 된다. 명물이라기 보다는 가장 흔한 후식이다.

 

카페 프뤼켈

 

- 슈타트파르크 쪽 1구 슈투벤링(Stubenring) 24번지에 있는 유서깊은 프뤼켈(Prueckel)은 현존하는 비엔나 카페중 가장 오래된 곳이라는 인정을 받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카페 안의 이곳 저곳 테이블에서 브릿지 놀이가 열린다. 누구나 참여할수 있다. 한쪽에 있는 피아노는 아무나 나와서 마음대로 칠수 있다. 프뤼켈은 슈타트파르크 건너편에 있기 때문에 한적하면서도 운치가 있다. 모차르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허 호텔에 붙어 있는 카페 모차르트에서 기분을 내도 좋을 것이다.  자허 호텔 내부의 카페도 반드시 들려 보기를 권하고 싶은 곳이다. 우선 멜란쥬에 자허 토르테를 한 입 먹는 것도 역사적인 일이다. 자허 호텔의 카페에는 엘리자베트 왕비의 초상화가 걸려 있어서 k.u.k에 대한 은근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 준다. 자허 호텔의 카페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남아 있는 곳이지만 지면 관계로 생략. 사족: 캐른트너 링에서 슈베르트 링으로 넘어가는 곳에 있는 임페리알 호텔의 토르테도 유명하다. 임페리알 토르테이다. 임페리알 호텔 카페의 종업원에게 자허 토르테와 임페리얼 토르테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맛이 있냐고 물으면 웃으면서 당연히 임페리알 토르테라고 자랑한다.  

 

 카페 모차르트 (슈타츠오퍼 뒤편 자허호텔과 붙어 있다.) 

 

- 비엔나에 있는 카페 중에서 신문과 주간지를 가장 많이 구비하고 있는 곳은 아마 1구 슈탈부르크가쎄(Stallburggasse) 2번지에 있는 카페 브로이너호프(Cafe Braunerhof)일 것이다. 주인의 말에 의하면 매달 신문 잡지를 구매하기 위해 1천6백불을 지불한다고 한다. 카페 브로이너호프는 유명한 작가인 토마스 베른하르트(Thomas Bernhardt)가 즐겨 찾아오던 곳으로 이름나 있다. 카페에는 베른하르트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소규모 오케스크라가 비엔나 왈츠와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여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카페 슈봐르첸버그

 

 

이밖에 1구가 아닌 외곽에 있는 유명 카페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Cafe Berg(카페 버그: 9구 Bergasse 9), Cafe Eiles(카페 아일레스: 8구Josefstadter Strasse 2), Cafe Falk(카페 활크: 22구 Wagramer Strasse 137), Cafe Florianhof(카페 플로리안호프: 8구 Florianigasse 45), Cafe Hummel(카페 훔멜: 8구 Josefstadter Strasse 66), Cafe Ritter(카페 리터: 6구 Mariahilferstrasse 73, Amerlingstrasse의 코너에 소재), Cafe Sperl(카페 슈페를: 6구 Gumpendorfer Strasse 11), Cafe Stein(카페 슈타인: 9구 Wahringer Strasse 6), Cafe Weimar(카페 봐이마르: 9구 Wahringer Strasse 68, 폭스오퍼 부근), Cafe Weidinger(카페 봐이딩거: 16구 Lerchenfelder Guertel 1), Cafe Wilder Mann(카페 빌더 만: 18구 Wahringer Strasse 85), Cafe Westend(카페 베스트엔트: 7구 Mariahilferstrasse 128, 서부역 건너편), Cafe Dommayer(카페 돔마이어: 13구 Dommayergasse 1-3, 요한 슈트라우스-플라츠)

 

카페 돔마이어. 요한 슈트라우스가 밤마다 연주했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