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동산 집중탐구/에덴동산의 현주소

낙원으로서의 에덴동산

정준극 2008. 7. 22. 07:57

 [낙원으로서의 에덴동산]

 

에덴동산이라는 말은 낙원(Paradise)이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파라다이스라는 말은 원래 페르시아어인 파이리다에즈(pairidaez)에서 유래된 말이다. 페르시아어의 파이리다에즈라는 말은 ‘담장을 둘러친 과수원’ 또는 ‘방책으로 막아 놓은 사냥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히브리어로 파르데스(PaRDeS)라고 한다. 파르데스라는 말은 신의 뜻을 해석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계획'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구약 성서에는 파라다이스라는 말이 세 번 나온다. 그러나 창세기의 에덴동산과 연결되어 언급되지는 않았다.

 

천사가 사도 요한을 새 예루살렘 성전으로 인도하고 있다. 성전 가운데에는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 새예루살렘 성전은 파라다이스로 알려져 있다.


솔로몬의 노래인 아가서 4장 13절에는 ‘네게서 나는 것은 석류나무와 각종 아름다운 과수와 고벨화와 나도풀과’라고 적혀 있다. 여기게 ‘네게서’는 흠정영역성서에 ‘가든’(garden)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어 15절에는 ‘너는 동산의 샘이요 생수의 우물이요 레바논에서부터 흐르는 시내로구나’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도 ‘동산’은 파라다이스를 의미한다. 잠언(Ecclesiastes) 2장 5절에는 ‘여러 동산과 과원을 만들고 그 가운데에 각종 과목을 심었으며’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동산’은 파크(park)로 되어 있다. 느헤미아 2장 8절에는 ‘또 왕이 삼림감독 아삽에게 조서를 내리사....’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삼림감독은 흠정영역성서에서는 the keeper of the king's orchard라고 되어 있다. 즉 왕의 과수원이지기를 말한다. 과수원(orchard)라는 말도 원래에는 파크(park)로 표현되어 있었다.


한편, 바울서신과 유태교의 탈무드에는 파라다이스를 죽은 자들이 가는 ‘축복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축복의 나라’ 또는 ‘축복의 왕국’은 ‘저주의 나라’ 또는 ‘저주의 왕국’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러한 표현은 아마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된다. 그리스신화에서 헤스페리데스(Hesperides)라고 하는 네 자매의 요정이 지키는 황금 사과밭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에덴동산과 흡사한 개념이다. 16세기에 활동했던 크라나하(Cranach)의 그림에서 보면 그는 에덴동산을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스페리데스의 과수원처럼 그려 놓았다. 에덴동산에 대한 헬레니즘의 영향은 중세에까지 깊숙이 스며 있었다고 볼수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헤스페리데스 정원에서 헤라클레스가 황금사과를 훔치는 장면 모자이크

 

알란 밀라드(Alan Millard)라는 학자는 ‘에덴동산을 지리적인 장소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에덴동산은 원시 인간이 단순한 생활을 했던 당시의 문화적 기억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당하다.’라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이 농사를 짓기 이전의 원시 시대에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시대를 에덴동산의 시대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농사를 짓게 된 것은 하나님의 속박의 틀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 이전의 인간으로서 사냥으로 생활했던 시대가 에덴동산의 시대라는 설명이다. 그는 계속하여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것은 문명의 생활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에덴동산은 문명 이전의 시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도 유태교-기독교 학자들과 일반 학자들 사이에서는 인간이 농사를 언제부터 짓기 시작했는지에 대하여 논란이 많다. 에덴동산 시절에도 농사를 지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하나님의 저주를 받고 난 후부터라는 주장이 있다. 에덴동산 시절부터 농사를 지었다는 주장은 하나님께서 아담과 이브에게 ‘내가 온 지면에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거리가 되리라’(창 1:29)라고 말씀하셨다. ‘너희’라는 것은 아담과 이브를 말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말씀은 아담과 이브가 기초적인 농사는 지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할 수밖에 없다.


에덴동산을 ‘하나님의 왕국’(Kingdom of God)으로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의 왕국은 이 세상을 말한다. 에덴동산에서의 체제와 규칙은 하나님의 왕국에서의 체제와 규칙과 다를바가 없다. 창세기 1: 28의 말씀인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며 아울러 하나님의 왕국에서 인간의 역할을 규정해 주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에덴동산=낙원=하나님의 왕국’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면 ‘하나님의 왕국=이 세상’이라는 등식도 성립된다. 그러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야 말로 에덴동산이 아닐수 없고 낙원이 아닐수 없다. 나중에 창세기 3장에서 인간은 죄를 짓고 타락의 길에 들어서며 하나님으로부터 저주를 받는다. 이는 하나님의 왕국과 인간과의 반목과 불화의 시작을 뜻한다. 나아가 이것은 창세기 1: 28에서 하나님이 인간에서 축복하시고 다스리라고 하신 모든 사항이 잘못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풀이할수 있다.

 

브뤼겔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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