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백과/천사의 품계

케루빔(Cherubim)은 아기 천사?

정준극 2008. 8. 5. 18:01
 

케루빔(Cherubim)은 아기 천사?


케루빔(또는 체루빔)은 천사에 대한 아홉 품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품계에 있는 천사들이다. 케루빔은 유태인의 경전인 토라(Torah: 창세기를 포함한 모세5경을 말함)와 에스겔, 이사야에도 등장한다. 신약에서는 묵시록에 등장하며 현대 문학작품들, 예를 들어 실낙원(Paradise Lost)과 같은 작품에 여러번 등장한다. 케루빔은 케럽(Cherub)의 복수형태이다. 문법적으로 케럽의 복수형태는 케루빔이라고 쓸수 있으며 케럽스(Cherubs)라고도 쓸수 있다. 케럽의 복수를 케루빔스(Cherubims)라고도 쓴 경우가 있다. KJV(흠정영어성경)에 그렇게 썼다. 하지만 케럽의 복수형태는 케루빔이 옳다. 우리나라 성경에서는 케루빔을 그룹이라고 번역하여 혼돈을 주고 있다. 창세기에 보면 여호와께서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내치시고 그룹들을 두어 에덴동산을 지키도록 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룹들은 불칼을 들고 아무나 에덴동산에 들어와서 선악과 또는 생명나무의 과실을 따먹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임무를 받았다. 그들이 바로 케루빔이다. 그룹이라고 하니까 여러 사람이 모인 그룹이라고 생각하는 교인들도 많이 있다. 그건 아니다. 케루빔은 나중에 어린천사로 변형되었지만 원래는 씩씩한 일반 천사였을 것이다. 어린 천사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일이 모두이다. 사람이 이 세상을 사는 목적은 무엇인가?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것이다. 그런고로 케루빔이야 말로 모든 피조물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높은 위치의 천사이다.

 

비엔나의 장크트 맑스 공동묘지에 있는 모차르트의 가묘. 아기 천사가 애통해 하고 있다.



[정통유태교가 보는 케루빔]

정통 유태교에서도 천사들의 존재를 믿고 있으며 유태적 천사품계에 케루빔을 포함하고 있다. 보수 유태주의자들도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다만, 케루빔에 대하여는 보다 전례적인 의미에서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유태인들은 식사후 기도에 ‘이스라엘의 하나님, 케루빔 사이에 거하시는 하나님, 우리 하나님 하셈(Ha-Shem)의 축복이 임하시기를’이라는 전례구절을 추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 기도문에서 볼수 있듯이 하나님이 케루빔 사이에 거하시는 것으로 믿고 있다.


솔로몬의 성전을 설명하는 구절 중에도 케루빔이 나온다. 솔로몬의 성전에 있는 언약궤(The Ark of the Covenant)에 두 케루빔의 조각이 있다는 것이다. 민수기에도 하나님의 음성이 모세에게 이르시되 언약궤 위에 있는 두 케루빔 사이에서 음성이 들렸다는 기록이 있다. 즉, 민수기 7장 89절에 보면 “모세가 회막에 들어가서 여호와께 말하려 할 때에 증거궤 위 속죄소 위의 두 그룹(케루빔) 사이에서 자기에게 말씀하시는 목소리를 들었으니 여호와께서 그에게 말씀하심이었더라”는 기록이 있다.

 

토라상자에 있는 케루빔

 

개혁 유태주의와 유태주의 재건파들은 천사에 대한 내용을 빠트리거나 또는 비유적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카발라(Kabbalah)등 다른 기록에는 케루빔에 대한 강한 믿음이 표현되어 있다. 또한 유태신비주의자들도 다른 천사들과 함께 케루빔의 존재를 믿고 있다. 유태신비주의자들의 총서인 조하르(Zohar)에는 케루비엘(Kerubiel)이라는 이름의 케럽이 케루빔을 인도한다고 적혀 있다.


[기독교에서의 케루빔]

가톨릭 신학에서도 디오니시우스의 천사품계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케루빔을 천사의 아홉 품계 중에서 세라핌 다음으로 두 번째의 높은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케루빔이 처음 기록으로 나타난 것은 창세기 3장 24절이다. 기록된바 ‘이같이 하나님이 그사람을 쫓아 내시고 에덴동산 동쪽에 그룹(케럽)들과 두루 도는 불칼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케루빔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아기 천사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임을 크게 받는 위엄이 있는 수문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세부터는 케루빔을 아기 천사로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유럽의 종교화 또는 조각을 보면 케루빔을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푸티(Putti: 복수는 Putto)처럼 표현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상 푸티와 케루빔은 완전히 다르다. 푸티는 마치 큐피드처럼 작은 날개를 가진 사랑스럽게 생긴 작은 아기들을 말한다. 모두 남자 아이들이다. 옛 그리스 신화를 그린 그림이나 조각에는 푸티들이 자주 등장한다.


케루빔이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를 쫓아내고 있다.


[현대의 성경적 해석]

언어학자인 롤랑 드 보(Roland de Vaux)는 케루빔이라는 단어가 앗수르(아씨리아)의 카라부(Karabu), 아카디아의 쿠리부(Kuribu), 바벨론(바빌로니아)의 카라부(Karabu)라는 단어와 어원이 같다고 주장했다. 앗수르 말인 카라부는 ‘위대하고 전능한’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아카디아어와 바벨론어에서는 ‘신의 호의를 받은 자비롭고 상서로운  존재’라는 뜻이 있다. 어떤 언어학자들과 신학자들은 앗수르와 바벨론 문화가 융합된 지역에서 숭배의 대상이 된 셰두(Shedu)가 케루빔의 오리진이라고 내세웠다. 셰두는 인간의 머리에 날개가 달린 황소 모습의 존재로서 신들의 곁에서 신들에게 수종하고 수호하는 동물을 말한다. 셰두는 보통 장대한 기둥으로 된 건물의 입구 사이에 위치하여 안쪽에 있는 신성한 것을 수호한다고 한다. 

 

바벨론의 셰두


앗수르 사람들이 말하는 카라부가 셰두라는 주장도 있다. 오늘날 여러 성서학자들도 셰두라는 단어가 케루빔으로 발전했다는 주장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셰두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앗수르 제국과 바벨론 제국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고 생각할수 있다. 그러나 지중해 동부 연악 지역인 이른바 레반트(Levant) 지역에서는 셰두 신상이 전혀 발굴되지 않았다. 이스라엘도 레반트 지역에 속하므로 셰두가 유태교에서 말하는 케루빔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 어떤 학자들은 사람의 머리에 날개달린 사자 모양의 람마수(Lammasu)가 유태교와 기독교에서 말하는 케루빔의 오리진이라고 주장했다. 람마수는 고대 페니키아 예술에서 많이 등장하였던 것으로 이집트의 피라밋은 람마수의 변형이다. 므기도 상아조각(Megiddo Ivories)라는 것이 있다. 이스라엘의 므기도에서 발견한 것이다. 므기도 상아조각은 날개 달린 어떤 생물을 표현한 것으로 마치 람마수처럼 생겼다. 선지자 에스겔의 꿈에 어떤 왕이 날개 달린 생물들에 의해 보좌 위에 앉아 옮겨지고 있다고 하는 내용이 있다. 이때의 날개 달린 생물이 케루빔이라고 짐작된다는 것이다. 므기도는 가나안 땅에 있다.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을 정복하기 전에 가나안의 백성들은 그들의 수호신으로서 날개 달린 생물과 같은 신들을 섬겼다. 그 영향이 나중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도 미쳤다고 아니 할수 없는 노릇이다.


바벨론의 벽화


1906년에 발간된 유태백과사전에 따르면 람마수는 왕의 머리에 사자의 몸을 가졌고 독수리의 날개를 달고 있는 생물이라고 되어 있다. 이것이 나중에 의인화되어 사람의 형상을 한 천사의 모습으로 발전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핀(Griffin)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것으로 독수리의 머리에 사자의 몸과 날개를 가진 생물이다. 그리핀은 람마수와는 달리 왕의 머리가 아니라 독수리의 머리로 되어 있는 것이 다르다. 그리핀이 케루빔의 오리진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왜냐하면 그리핀은 소아시아의 옛 민족인 히타이트족(Hittite)들이 만들어 숭배했던 것으로 이스라엘과 지역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히타이트족의 그리핀은 공격적인 야수가 아니라 마치 무엇을 수호하듯 얌전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다. 어떤 학자들은 어원으로 볼때 케루빔이라는 말이 그리핀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그리핀이 케루빔과 관계가 있다는 설명은 유태백과사전에도 나온다. 그리핀이 어떤 사물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케루빔도 에덴의 동쪽에서 생명나무를 지키는 역할을 했으므로 무엇을 지킨다는 뜻에서 역할이 같다는 것이다.


케루빔과 셰두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측은 셰두가 원래 폭풍의 신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케루빔도 세찬 바람과 관련이 있다. 에스겔의 꿈에 케루빔이 야훼(Yahweh) 하나님의 병거(兵車)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내용이다. 사무엘하 22장 11절에는 그같은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룹(케럽)을 타고 날으심이여 바람 날개 위에 나타나셨도다”라는 구절에서 케루빔(케럽)을 타고 날으셨다고 표현한 것이다. 시편 18장 10절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하나님께서) 그룹을 타고 다니심이여 바람 날개를 타고 높이 솟아 오르셨도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케루빔(그룹들)이 언약궤를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기록도 있다. 사무엘상 4장 4절의 “...그룹 사이에 계신 만군의 여호와의 언약궤를 거기서 가져왔고...”라는 구절에서 볼수 있듯 그룹들이 언약궤를 지키고 있음을 알수 있다. 이는 앗수루와 바벨론의 셰두가 어떤 중요한 것을 지키고 있는 생물이라는 것과 같은 내용이다. 사무엘하 6장 2절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즉, “다윗이 일어나 자기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바알레유다로 가서 거기서 하나님의 궤를 매어 오려 하니 그 궤는 그룹들(케루빔) 사이에 좌정하신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라”라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레반트 지역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람마수이므로 케루빔의 형상이 람마수에서 비롯되었다는 학설이 현재로서는 유력하다.


[케루빔의 모습]

헤롯이 재건한 성전에는 케루빔의 형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성전 성벽에는 케루빔의 형상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 중세 이후, 케루빔의 형상은 기독교 미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되었다. 기독교의 성화(聖畵)에서 케루빔의 형상은 어떤 경우 사자, 황소, 또는 독수리의 얼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사람의 형상으로 네 개의 날개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무엇을 지키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에스겔에 기록된 바를 표현한 것이다. 케루빔의 형상은 에스겔 1장 5절부터 14절까지의 기록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기록된바 “5 그 속에서 네 생물의 형상이 나타나는데 그들의 모양이 이러하니그들에게 사람의 형상이 있더라 6 그들에게 각각 네 얼굴과 네 날개가 있고 7 그들의 다리는 곧은 다리요 그들의 발바닥은 송아지 발바닥 같고 광낸 구리 같이 빛나며 8 그 사방 날개 밑에는 각각 사람의 손이 있더라 그 네 생물의 얼굴과 날개가 이러하니 9 날개는 다 서로 연하였으며 갈 때에는 돌이키지 아니하고 일제히 앞으로 곧게 행하며 10 그 얼굴들의 모양은 넷의 앞은 사람의 얼굴이요 넷의 오른쪽은 사자의 얼굴이요 넷의 왼쪽은 소의 얼굴이요 넷의 뒤는 독수리의 얼굴이니 11 그 얼굴은 그러하며 그 날개는 들어 펴서 각기 둘씩 서로 연하였고 또 둘은 몸을 가렸으며 12 영이 어떤 쪽으로 가면 그 생물들도 그대로 가되 돌이키지 아니하고 일제히 앞으로 곧게 행하며 13 또 생물들의 모양은 타는 숯불과 횃불 모양 같은데 그 불이 그 생물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그 불은 광채가 있고 그 가운데에서는 번개가 나며 14 그 생물들은 번개 모양 같이 왕래하더라”이다.


에스겔 10장에는 케루빔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 있다. 특히 10장 14절에는 “그룹들에게는 각기 네면이 있는데 첫째 면은 그룹의 얼굴이요 둘째 면은 사람의 얼굴이요 셋째는 사자의 얼굴이요 넷째는 독수리의 얼굴이더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보다 앞서 12절에는 “그 온 몸과 등과 손과 날개와 바퀴 곧 네 그룹의 바퀴의 둘레에 다 눈이 가득하더라”고 적혀 있다. 그런즉 케루빔은 바퀴의 형태를 지니기도 하며 그 바퀴에는 눈이 가득하여 사방을 지키기에 충분하다고 풀이할수 있다. 눈이 많다는 설명은 요한계시록 4장 8절에도 나와 있다. 즉, “네 생물은 각가 여섯 날개를 가졌고 그 안과 주위에는 눈들이 가득하더라 그들이 밤낮 쉬지 않고 이르기를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여 전에도 계셨고 이제도 계시고 장차 오실 이시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로 인하여 중세 이후 성화에서 케루빔을 그릴 때에는 많은 눈을 가진 형상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에는 케루빔을 아기 천사로 그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푸티와 같은 모습이었다. 아기 천사들은 종일토록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였다. 이같은 모습은 성당 프레스코와 스투코 그리고 라파엘과 같은 거장의 작품에 자주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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