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 이야기/가브리엘의 수태고지

마리아의 어머니는 안나

정준극 2008. 8. 20. 17:06

[마리아의 어머니는 안나]

 

마리아의 가족사항 및 경력에 대한 이야기는 신약성경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다만, 외경(外經)에 마리아의 아버지는 요아힘(요아킴: Joachim)이고 어머니는 안나(Anna: 안느: 한나)라고 기록되어 있다. 마리아는 제사장 스가랴(Zechariah)의 부인인 엘리사벳(Elizabeth)과 친척간이라고 되어 있다. 누가복음 1장 36절에 ‘보라 네 친족 엘리사벳도 늙어서 아들을 배었느니라...’라는 기록이 있어서 마리아와 세례 요한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이 친족 사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례 요한과 예수님도 친족간이 된다. 엘리사벳의 남편인 스가랴는 레위족속으로 아론의 후손이라고 한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마리아는 모세와도 먼 친척관계에 있다고 할수 있다.


이러한 족보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마리아가 약혼자 요셉과 마찬가지로 다윗의 집안이며 유다지파라는 주장이 있다. 요셉의 족보에 대하여는 마태복음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마태복음 1장 1절로부터 16절까지가 요셉의 족보이다. 그런데도 마리아의 내력에 대하여는 복음서의 어느 곳에도 설명되어 있지 않어서 일약 신비감을 던져준다. 복음서에는 마리아가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과 친족이라는 언급만이 유일하다.


마리아는 부모와 함께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에서 살았을 것이다. 마리아는 어릴 때부터 나사렛에 살지는 않았다고 해도 요셉과의 약혼 기간 중에는 나사렛에서 살았을 것이다. 약혼은 유태인들의 결혼에 있어서 첫 단계이다. 결혼이 완성되는 것은 약혼녀를 집으로 데려오는 의식을 거쳐야 한다(Home-taking). 그 약혼기간 중에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 성령으로 잉태하여 메시아의 어머니가 될 것을 전하였다. 마리아는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누가복음 1장 34절)라며 두려워하였다. 이에 대하여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고 설명해 주었다. 마리아에게는 진실로 놀라운 얘기였다. 하나님의 아들을 낳는다니! 그러나 마리아는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라고 순종하였다.


한편, 요셉에게도 꿈에 천사가 나타나 마리아가 메시아를 낳을 것이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이 소리를 들은 요셉은 깜짝 놀랐다. 약혼자인 자기와 동침하지도 않은 마리아가 임신하여 아기를 낳는다는 얘기가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요셉에게 천사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며 마리아를 어서 아내로 맞아들이라고 권했다. 그래서 요셉은 속히 결혼의 마지막 단계인 약혼녀를 집으로 데려오는 의식을 치루고 마리아와의 결혼을 완성하였다. 그런데 4복음서 중에서 마가복음과 요한복음, 그리고 바울의 서신에는 마리아의 처녀 수태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안나가 마리아를 출산한 장면 그림

 

마리아는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수태고지를 받은 직후 산골에 살고 있는 친족 엘리사벳을 찾아간다. 마리아는 엘리사벳과 함께 산골에서 석달동안 지낸다.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보자마자 ‘주의 어머니’라고 부르며 환영한다. 그래서 마리아는 ‘마리아의 찬가’로 알려진 감사의 노래를 부른다. ‘마리아의 찬가’는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신앙고백이다. ‘마리아의 찬가’는 첫 문장의 라틴어 첫 글자를 따서 마그니피카트(Magnificat)라고 부른다. 모차르트와 하이든 등 여러 작곡가들이 ‘마리아의 찬가’를 주제로 하여 Magnificat라는 타이틀의 작품을 작곡하였다. 한편, 마리아가 석달동안 엘리사벳의 집에서 지낸 것을 일반적으로 The Visitation(성모방문)이라고 부른다. The Visitation은 여러 화가들이 성화를 그리는 주제가 되었다. 예를 들어 15세기 자크 다레(Jacques Daret)의 The Visitation은 유명하다. 현재 베를린 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마리아가 친족인 엘리사벳을 방문함. 자크 다레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