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 이야기/가브리엘의 수태고지

동정녀 잉태

정준극 2008. 8. 20. 17:14

[동정녀 잉태]

사도신경에는 마리아를 ‘동정녀(처녀)’라고 표현하였다. 이말은 마리아가 예수님을 성령의 역사(役事)하심으로 낳은 것이며 요셉, 또는 어느 누구와의 관계를 통해 낳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하기 전까지 동정녀(처녀)였다는 것은 로마 가톨릭은 물론 대부분 개신교, 그리고 동방교회들도 인정하고 확인한 사항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기독교에서는 만일 마리아가 동정녀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며 그는 이단으로 간주하였다.


마태복음에서는 마리아를 구약성경 이사야 7장 14절의 말씀, 즉 “그러므로 주께서 친히 징조를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이라)이라 하리라”라는 말씀을 성취하는 바로 그 처녀로 표현하였다. 기왕 얘기가 나온 김에 반복하자면, 이사야서와 마태복음에 인용한 ‘처녀’라는 말은 원래 히브리어의 알마(almah)라는 단어를 그리스어-라틴어-독일어-영어로 번역한 과정을 거쳐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히브리어로 된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하기 위해 모인 ‘70인 위원회’(Septuagint)는 히브리어의 알마(almah)를 그리스어로 파르테노스(parthenos)로 번역하였고 이것을 영어로 버진(virgin)이라고 번역하였기 때문에 우리말로 번역할 때에 ‘처녀’라고 한 것이다. 히브리어의 알마라는 단어는 ‘처녀’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젊은 여자’라는 뜻이다. 만일 히브리 원본에서 ‘처녀’라는 말을 반드시 쓰고자 했다면 베툴라(betulah)라는 단어를 썼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젊은 여자’라는 뜻의 알마(almah)라는 단어를 굳이 사용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것이 논란의 초점이다.


유태인들은 이사야 7장 14절의 말씀이 마리아와 예수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영어와 우리말에서는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라고 되어 있지만 히브리어로 보면 ‘알마, 즉 젊은 여자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라고 되어 있으므로 마리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예수도 임마누엘, 즉 메시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어쨋든 마리아가 단순히 ‘젊은 여인’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또는 ‘처녀’라고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놓고 수세기 동안 논란을 거듭하고 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물론 신약성경의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서는 예수를 잉태한 것이 남자와의 관계를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2세기의 말많은 논쟁가인 첼서스(Celsus)는 마리아가 로마 군인과 강제로 관계를 맺었으며 그후 요셉과 결혼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당시에는 로마 군인들이 점령군으로서 유태 여인들에게 성폭행을 자행하여도 감히 입을 열어 항거하지 못하는 시대였고 한편 간음한 여인은 유태의 법에 따라 돌로 쳐서 죽이는 것이 관습이었다. 의로운 요셉은 불명예스럽게 임신한 마리아를 보호하기 위해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그저 근거 없는 허튼 소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영화 '탄생 이야기'(The Nativity Story)에서 마리아(케이샤 캐슬-휴스)와 요셉(오스카 이삭)

 

어떤 학자들은 예수 강탄(降誕)에 대하여 마리아가 처녀 잉태하여 예수님이 태어났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 학자들은 초대교회들이 예수님을 모세와 같은 훌륭한 민족지도자로 부각하기 위해 강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즉, 모세가 태어났을 때에 애급의 바로(Paraoh)왕이 히브리족의 새로 태어난 어린아이들을 죽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이 태어났을 때에도 헤롯이 베들레헴의 무고한 어린아이들을 죽였다는 공통점을 만들어 내어 예수님이 모세와 같은 지도자였음을 부각시키고자 했다는 것이다. 애굽(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온다는 얘기도 초대교회 사람들이 구약의 예언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 낸 이야기라는 주장이 있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애급에서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여(출애굽) 돌아온 것과 마찬가지로 예수님도 헤롯의 박해를 피하여 애급으로 갔다가 헤롯이 죽은 후에야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왔다는 공통점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예수님의 육신의 아버지가 요셉일수도 있고 마리아를 유혹했거나 강간한 다른 남자일수도 있다는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모두 한귀로 들을만한 가치도 없는 얘기이지만 그저 그런 얘기가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될 것이다.

 

영화 '탄생이야기'에서 아기 예수를 낳은 마리아와 기뻐하는 요셉

 

다른 학자들, 예를 들어 바트 에어만(Bart Ehrman)같은 학자는 예수님의 처녀탄생이라는 역사적인 방법을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말할수는 없는 일이라고 얘기했다. 자연의 세계에는 단성생식(單性生殖: Parthenogenesis), 또는 처녀생식(處女生殖: Virginal conception)이라는 현상이 있다. 주로 하등동물에서 그런 현상이 있다. 하지만 인간이나 다른 포유동물에게는 그런 현상이 자연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하등동물에서 단성생식이 일어날 경우에는 여성만 생산한다. 유전적으로 어머니를 복제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분지계(分枝系)라고 한다. 그러므로 하등동물에서나 어쩌다가 일어날 수 있는 단성생식이 만의 하나로 인간에게도 일어나 마리아가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낳았다면 아들이 아니라 딸이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방박사들의 경배. 발타자르(Balthasar)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며 유향을 드렸고, 멜히오르(Melchior)는 유럽을 대표하며 몰약을 드렸으며, 카스파르(Caspar)는 아시아를 대표하며 황금을 드렸다고 한다. 동방박사는 정확히 3명이 아니라 최소 2명에서 12명까지가 베들레헴에 와서 경배했다는 설도 있다. 예수께서 세속적인 선물을 처음으로 받으신 사실에 대하여도 신학적인 논란이 많다. 

 

(영원한 동정녀라는 주장은?)

마리아가 영원한 동정녀라는 주장은 로마 가톨릭, 동방정교회, 동방기독교정교회 등의 교리이다. 이들은 마리아가 비록 하나님의 아들을 인간으로서 낳았지만 실제로 영원한 동정녀임을 확실히 주장하고 있다. 이들 교회의 교리에 따르면 마리아는 성령으로 잉태하여 예수님을 육신을 입은 유일한 아들로서 낳았으며 그 후에 남은 생애를 영원한 동정녀로 살았다는  것이다.

 

마리아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처녀였는가? 기독교는 마리아가 예수님을 수태하였을 당시에 처녀였으며 적어도 예수님이 태어나실 때까지는 처녀였다는 견해이다. 가톨릭백과사전의 ‘수태고지’(Annunciation)편과 ‘복자 성모 마리아’편(The Blessed Virgin Mary)에 그같은 견해를 밝히고 있으며 그 기본은 마태복음 1장 25절과 누가복음 1장 34절에 두고 있다. 마태복음 1장 25절에는 “아들을 낳기까지 동침하지 아니하더니 낳으매 이름을 예수라 하니라”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누가복음 1장 34절에는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되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라고 기록되어 있다. 한편, 로마 가톨릭, 동유럽 정교회, 동방정교회, 그리고 일부 개신교 종파는 마리아가 전생애를 통하여 처녀였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모든 주장들은 신앙생활에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한다. 우리는 만물의 주재가 되시는 하나님의 위대하신 뜻을 이해할수 없기 때문이다.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수태고지를 하고 있는 장면(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코란에서는동정녀 잉태를 어떻게 보나?)

코란은 예수님이 처녀 강탄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코란의 수라(Sura) 3과 19에는 예수 수태고지(Annunciation)와 예수의 강탄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코란에는 하나님이 마리아에게 천사를 보내어 마리아가 처녀의 몸이지만 곧 아들을 낳을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고 적혀있다. 다음은 코란의 수라 3에 기록된 마리아의 잉태에 대한 내용이다. 신약성경 누가복음의 내용과 거의 같다.


수라 3:45에는 “(기억하라) 천사가 ‘오 마리아여, 알라께서 그의 말씀을 통하여 그대에게 아들에 대한 좋은 소식을 주었노라. 그의 이름은 메시아요, 마리아의 아들 예수요, 이 세상과 장차 올 세상에서 영광을 받을 것이며 알라에게 가까이 있음을 허락받은 사람들에게서 영광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수라 3:46에는 “그는 요람에서 백성들에게 말할 것이요 나이가 들면 공의(公義: Righteous)가 될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수라 3:47에는 “마리아가 ‘나의 주여, 어떤 남자도 나와 접촉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아들을 낳을수 있겠나이까’라고 말하니 그가 말씀하시되 ‘그렇게 되리라. 알라는 그가 기뻐하시는 것을 창조하시느니라. 그가 무슨 일을 선포하시면 그렇게 될지니라.”라고 적혀 있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수태고지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