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 이야기/가브리엘의 수태고지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Visitation)

정준극 2008. 8. 20. 17:07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Visitation)]

 

가톨릭교회는 마리아가 친족인 엘리사벳을 방문한 날을 ‘성모방문축일’(The Visitation)이라고 하여 기념하고 있다. 마리아가 세례 요한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을 방문한 날은 교회에 따라 다르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5월 31일이라고 주장하여 축일로 지킨다. 그러나 1263년부터 비교적 최근인 1969년까지는 가톨릭 달력에 의해 7월 2일로 지켰었다. 동방교회들은 3월 30일을 축일로 지키고 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 수태고지를 한 날을 3월 25일로 간주하므로 며칠후인 3월 30일에 엘리사벳을 방문하러 갔다는 것이 5월 말에 방문했다는 주장보다 설득력이 있다. 가톨릭의 The Nuns of the Visitation은 ‘성모방문 동정회(童貞會)’를 말하며 이에 속한 수녀들은 빈민이나 병자를 위문하고 여성에 대한 교육을 수행한다. 그만큼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은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성모의 엘리사벳 방문은 누가복음 1장 39-56절에 기록되어 있다.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수태고지를 받은 마리아는 곧 엘리사벳을 만나러 간다. 그 때 엘리사벳은 임신 6개월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엘리사벳과 복중의 세례 요한은 마리아의 방문을 함께 기뻐했다고 한다. 누가복음 1장 44절에 보면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말하되 “보라 네 문안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에 아이가 내 복중에서 기쁨으로 뛰놀았도다”라고 되어 있다. 이를 두고 신학자들은 엘리사벳은 물론 복중의 세례 요한까지 성령에 감화되어 마리아의 방문을 기뻐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마리아는 유명한 ‘마리아의 찬가’(Magnificat)를 소리 내어 말하였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집에서 석달동안 체류하다가 나사렛으로 돌아왔다.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 


‘성모방문축일’을 지키기 시작한 것은 중세 때인 13세기 초부터였다. 기록에 의하면 1263년 이전에 성보나벤쳐(St Bonaventure)가 프란체스코 수도회에 ‘성모방문축일’을 지키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하였고 이 권고를 받아들인 프란체스코 수도회는 이를 다른 교회에 널리 알렸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1389년 교황 우르반 6세(Urban VI)는 서방교회가 분열코자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스추어로서 로마 가톨릭의 달력에 7월 2일을 성모방문축일로 넣어 놓았다. 16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트리덴트 공의회(Tridentine Council)에서 정한 새로운 교회력에 의하면 성모방문축일은 복송(復誦)의 축일이었다. 1604년 교황 비오 5세(Pius V)의 미사전서가 교황 클레멘트8세(Clement VIII)의 미사전서로 대체될 때 ‘성모방문축일’은 제2급의 복송축일로 되었다. 그리하여 1962년 교황 요한 23(John XXIII)세가 제2급 축일로 재분류하기까지 그대로 지켰다. 1962년만 해도 ‘성모방문축일’은 7월 2일로 지켰다. 세례 요한이 탄생한지 1주일 후이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보다 대강 6개월전에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세례 요한이 탄생한지 1주일 후에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했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리하여 1969년에 교황 바오로 6세(Paul VI)가 5월 31일로 옮겼다. ‘성모방문축일’을 마리아 수태고지축일인 3월 25일과 ‘세례요한 탄생축일’인 6월 24일 사이에 둠으로서 성경에 기록된 정황과 그런대로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동방정교회에서 ‘성모방문축일’을 축하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근세인 19세기부터였다. 예루살렘에 대한 러시아교회선교단장인 안토닌 카푸스틴(Antonin Kapustin)의 주장에 의해서 실시되었다. ‘성모방문축일’은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만났다는 예루살렘 인근에 있는 역사적인 장소에 세워진 고르네예(Gorneye)수도원에서 율리안력으로 3월 30일을 지키기 시작했다. 율리안력으로 3월 30일은 그레고리안력으로 4월 12일이다. 러시아정교회에서는 만일 ‘성모방문축일’인  3월 30일이 라사로 토요일(Lazarus Saturday)과 부활절(Pascha: Easter) 사이에 있게 되면 ‘성모방문축일’은 브라이트  금요일(Bright Friday)로 옮겨진다. ‘성모방문축일’은 모든 정교회가 지키는 축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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