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1. 제이크 히기의 '데드 맨 워킹'

정준극 2008. 9. 7. 07:18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 ) - 사형수 입장

Jake Heggie (제이크 히기)

 

사형집행 직전의 로처

 

타이틀: Dead Man Walking (사형수가 사형당하기 위해 사형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마지막 걸음을 말한다: 사형수가 사형장으로 걸어 들어갈 때에는 일반적으로 간수가 앞장서서 ‘사형수 납시오’(데드 맨 워킹)라고 외친다). 수녀인 헬렌 프리진(Helen Prejean)이 쓴 실화 스토리를 테렌스 맥네일리(Terence McNally)가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었다. 프롤로그와 전2막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연: 2000년 10월 7일 샌프란시스코 워메모리얼(War Memorial) 오페라하우스

주요배역: 헬렌 프리진 수녀(Ms), 조셉 드 로처(사형수: Bar), 미세스 패트릭 드 로처(사형수의 어머니: Ms), 로우스 수녀(S), 하워드 부처(살해된 아이의 아버지: T), 제이드 부처(살해된 아이의 어머니: S), 오웬 하트(살해된 여자아이의 아버지: Bar), 키티 하트(살해된 여자아이의 어머니: S), 그렌빌신부(앙골라 국립형무소 신부: T), 조지 벤튼(간수: Bar)


피해자 가족의 절규


사전지식: 샌프란시스코 출신인 제이크 히기(1961-)는 원래 피아니스트로서 특히 성악 리사이틀의 반주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반주를 맡은 독창자들로서는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 수잔 그레이엄, 안나 네트레브코, 키리 테 카나와, 사무엘 레이미 등 허다하다. 작곡자 제이크 히기는 ‘데드 맨 워킹’을 만들기 위해 원작자인 헬렌 프리진수녀, 그리고 대본가인 테렌스 맥네일리와 오래동안 함께 지내면서 뜻을 같이 했다. ‘데드 맨 워킹’은 초연이후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아이디어와 감성의 완벽한 융합’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데드 맨 워킹’은 초연이후 미국 각지에서 1백회 이상 공연되었고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이탈리아, 아일랜드, 호주 등지에서 공연되었다. ‘데드 맨 워킹’은 미국 작곡가의 오페라로서 가장 빈번하게 공연되는 작품이 되었다.

에피소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초연에서는 작곡자인 제이크 히기와 음악활동을 함께 해온 수잔 그레이엄(Susan Graham)이 헬렌수녀역을 맡았으며 사형수인 조셉 드 로처역은 바리톤 존 패카드(John Packard)가 맡았고 사형수 패카드의 어머니역은 메조소프라노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Frederica von Stade)가 맡았다.

 

오페라의 실제 배경이었던 루이지애나주립 형무소

 

줄거리: 무대는 1980년대의 루이지애나 주이다. (프롤로그) 밤중에 어떤 십대 남녀가 데이트를 위해 한적한 호수가에 차를 파킹한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로처(Rocher) 형제가 재빠르게 뛰어나와 데이트하는 아이들을 공격한다. 안토니(Anthony)는 남자아이와 치고받으며 싸우고 있고 조셉(Joseph)은 여자아이를 강간하려 한다. 마침내 안토니는 소년을 쓰러트리고 권총을 꺼내어 마치 나치가 유태인을 참혹하게 처단하는 것처럼 남자아이의 머리에 총을 쏜다. 남자아이가 쓰러지자 여자아이가 비명을 지른다. 조셉은 정신이 나간듯 여자아이가 조용해 질 때까지 칼로 찌른다.

 

신시나티오페라 공연. 헬렌 수녀 역의 마가렛 제인 레이

  

제1막. 헬렌 수녀가 운영하는 작은 선교학교이다. 헬렌 수녀가 아이들에게 ‘He Will Gather Us Around’라는 찬송가를 가르친다. 이 찬송가의 멜로디는 오페라 전편에 걸쳐 헬렌 수녀의 라이트모티브(Leitmotiv)가 되고 있다. 아이들이 돌아간후 헬렌 수녀는 동료들에게 자기가 편지 왕래를 하고 있는 어떤 사형수로부터 정신적인 자문원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하면서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수녀들은 그런 일은 자칫 잘못하면 수녀로서 위험한 처지에 놓일수도 있으므로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지만 헬렌 수녀의 결심은 확고하다. 헬렌은 앙골라 주립교도소(Angola State Prison)에 도착한다. 교도소 신부인 그렌빌(Grenville)은 헬렌에게 제발 힘든 일을 맡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헬렌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한다. 헬렌은 간수 벤튼(Benton)의 안내를 받아 사형수동으로 들어선다. 죄수들이 ‘하나님이 있긴 뭐가 있냐?’는 따위의 신성모독적인 소리를 지른다. 그중에는 헬렌 수녀에게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사람도 있다. 드디어 면회실에서 로처를 만난다. 로처는 살인범답지 않게 유순한 모습이며 얼마 후면 사형을 당할 몸인데도 별로 걱정이 안되는 듯한 태도이다. 그는 헬렌 수녀에게 석방청문회에 들어가서 자기를 위해 변호해 달라고 부탁한다.

 

휴스턴 그랜도 오페라의 공연

     

헬렌 수녀는 로처의 어머니와 두 동생들과 함께 석방청문회에 참석하여 로처의 석방을 탄원한다. 방청하고 있던 희생자 부모가 헬렌 수녀를 보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면서 큰 소리로 비난한다. 장면은 바뀌어 재판소 주차장이다. 희생자의 부모들이 로처의 어머니와 헬렌 수녀를 붙잡고 거세게 항의한다. 헬렌 수녀가 제발 참으라고 말하지만 희생자의 부모들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희생자의 부모들은 ‘당신이 우리의 고통과 슬픔을 알기나 하냐?’면서 비난한다. 주지사가 지나가자 희생자 가족들이 주지사를 붙잡고 정의를 주장한다. 주지사는 죄 값을 받아 사형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장면은 바뀌어 사형수동의 면회실이다. 로처는 헬렌 수녀가 나타나지 않자 자기를 포기했다고 믿는다. 로처는 매우 불안한 모습이다. 그러는데 헬렌 수녀가 들어와서 자기는 결코 로처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화가 난 로처는 헬렌 수녀가 하나님께 지은 죄를 고해하라는 제안까지도 거부한다. 면회실에서 나온 헬렌 수녀는 그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배고픔을 느끼고 자판기 앞으로 간다. 그러자 수많은 소리들이 헬렌 수녀의 머리에서 맴돈다. 죽은 아이들의 부모들의 소리, 수녀원의 선교학교에 있는 아이들의 소리, 그렌빌신부의 소리, 경찰관의 소리, 간수 벤튼의 소리, 동료 수녀들의 소리 등등...모두 로처를 돕는 일을 그만두라고 소리친다. 그때 간수가 들어와 헬렌 수녀에게 주지사가 로처의 석방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헬렌 수녀는 멍하니 서 있더니 이내 기절하여 쓰러진다.

                         

칼가리오페라의 공연


제2막. 간수가 들어와 사형수 방에 있는 조셉 로처에게 사형날짜가 8월 4일로 정해 졌다고 알린다. 로처는 깊은 생각에 빠진듯하다. 아마 자기의 운명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편, 헬렌 수녀는 한밤중에 악몽에 시달리다가 깨어난다. 옆에 있던 로우스(Rose)수녀는 헬렌 수녀가 로처를 돕기로 한 다음부터 잠을 못자고 있다고 털어 놓으며 제발 그 일을 그만두라고 간청한다. 헬렌 수녀는 지금 와서 그럴수는 없다고 하며 로우스 수녀와 함께 기도를 드린다. 시간을 쏜살같이 흘러 사형일 전날 밤이다. 헬렌 수녀가 면회를 와서 로처의 방에서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러자 로처는 겁이 난다고 처음으로 말한다. 헬렌 수녀는 어서 하나님께 고해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으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로처는 이를 거절한다. 간수가 들어와 로처의 어머니가 면회를 왔다고 전한다.


사형장의 모습


면회실에서 조셉 로처는 어머니에게 사죄하려고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무죄라고 생각하여 잘못했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과자를 만들어 왔는데 간수들이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고 불평한다. 어머니는 헬렌 수녀에게 마지막으로 가족들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며 카메라를 건넨다. 간수가 로처를 데리고 나간다. 어머니는 그의 뒷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제정신이 아닌듯한 어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다가 헬렌 수녀에게 모든 것을 감사한다고 말한다. 면회실 밖으로 나온 헬렌 수녀는 기다리고 있는 희생자들의 부모들과 얘기를 나눈다. 그중의 하나인 오웬 하트(Owen Hart)씨는 잠시 헬렌 수녀를 한쪽으로 데려가서 자기는 지금 자기가 실제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사건이 일어난후 스트레스 때문에 부인과 별거하고 있다고 말한다. 헬렌 수녀는 그를 위로한다. 그들은 ‘조셉 드 로처 석방 그룹’에 참여키로 한다.  


사형실로 가는 로처 

              

헬렌 수녀와 로처는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다. 헬렌 수녀는 다시 한번 로처에게 살인에 대한 죄를 뉘우치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라고 권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헬렌 수녀에게 먼저 얘기를 건넨다. 그는 헬렌 수녀가 자기를 증오할 것으로 기대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를 용서한다고 말하여 그로부터 어느 정도 삶에 대한 미련을 갖게 되었다고 털어 놓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헬렌 수녀에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잠시후 그렌빌 신부가 들어와 사형집행 직전의 종교의식을 진행한다.간수들, 죄수들, 보초들, 부모들, 신부님, 항의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헬렌 수녀가 이들 앞에서 이사야서를 읽어주자 이들은 ‘주의 기도’를 노래한다. 이들은 사형집행실로 가까이 다가간다. 간수는 로처에게 마지막으로 무슨 할 말이 없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로처는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희생자들의 부모들로부터 용서를 구한다고 말한다. 이어 사형이 집행된다. 로처는 헬렌 수녀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얘기를 하고 죽는다. 오페라는 헬렌 수녀가 로처의 시신 옆에 서서 찬송가를 부르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사형장으로 걸어가는 사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