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24. 에른스트 크레네크의 '독재자'

정준극 2008. 9. 7. 07:20

독재자(Der Diktator: The Dictator)

Ernst Krenek (에른스트 크레네크)

 

에른스트 크레네크


타이틀: The Dictator (Der Diktator). 단막의 비극이다. 작곡자인 크레네크가 대본도 썼다.


초연: 1928년 5월 6일 독일 뷔스바덴(Wiesbaden)

주요배역: 독재자(Bar), 샬로테(독재자의 부인: S), 관리(T), 마리아(장교의 부인: S)

사전지식: 크레네크의 단막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3부작은 ‘독재자’(Der Diktator), ‘비밀 왕국’(Das geheime Königreich), ‘헤비웨이트’(Schwergewicht)이다. 오페라의 타이틀인 독재자는 무쏠리니를 말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페라의 스토리는 정치적이라고만 볼수 없다. 크레네크는 단순히 ‘어떤 강한 남자의 사생활에서 생긴 일화’라고 설명했다. 크레네크는 ‘독재자’를 비극적 오페라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이 오페라를 단순히 비극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군사적인 것과 정치적인 위기를 독설적으로 합친 것이라고 볼수 있다.

에피소드: 음악은 푸치니 스타일이다. 특히 멜로디에서 그러하다. 크레네크는 라이트모티브(Leitmotive)를 최대로 사용하였다. 예를 들면 전쟁을 알리는 전보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베이스의 3연 음표에서 느낄수 있다.

 

 바바리아 슈타츠오퍼

줄거리: 그랜드 팰러스 호텔과 결핵환자 요양소를 양편에 두고 제네바 호수를 내려다보는 테라스이다. 장교의 아내인 마리아(Maria)는 요양소에서 여름밤의 아름다움을 감탄하고 있다. 그때 독재자가 호텔에서 나와 시종에게 선전포고를 발표하라고 명령한다. 마리아는 독재자의 무서운 눈빛 때문에 겁이 나서 위축되지만 독재자는 마리아를 보고 오히려 황홀해 한다. 독재자는 듣기 싫은 소리만 하는 부인 샬로테 대신에 젊고 아름다운 저 여자를 사랑하며 지내겠다고 생각한다. 독재자의 부인인 샬로테(Charlotte)는 전쟁을 선포했다는 소식을 듣고 침울해 하고 있다. 샬로테는 남편 독재자에게 ‘당신은 이미 너무 많은 적을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제발 전쟁을 중지하라고 말한다. 그러자 독재자는 샬로테에게 ‘당신이 겁을 먹고 있는 것은 나의 승리에 대한 질투 때문이요. 그러니 곧 있을 승리를 위해 축배나 듭시다’라고 말한다. 샬로테는 남편 독재자의 운이 다해야 자기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From left, Réka Kristóf, Boris Prýgl, Paula Iancic and Galeano Salas in 'Der Diktator'

독재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장교가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다.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며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장교는 마리아에게 전쟁에서 독가스 때문에 눈이 멀었다고 말한다. 마리아는 남편의 눈을 멀게 만든 사령관을 죽여 복수하겠다도 다짐한다. 장교와 마리아는 듀엣을 부른다. “군인들의 손들,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피를 흘리게 만든 손들, 죄악을 저지른 책임자의 피에 그 손들을 담그리”라는 내용이다. 독재자는 전쟁이 일어나고 나서 누가 자기를 죽일것만 같아 공포에 시달리고 있지만 내색을 하지 않는다.  


'독재자'의 무대가 된 스위스의 겐페르제(Genfer See)


장면은 바뀌어 독재자의 집무실이다. 독재자는 아내인 샬로테의 탄원이 듣기 싫어서 샬로테를 멀리 내보낼 생각이다. 독재자는 샬로테에게 ‘사전경고를 했으니 또 다시 이러니저러니 얘기를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윽박지른다. 마침 어떤 사람이 독재자를 찾아온다. 독재자는 방문자를 들어오도록 명령한다. 마리아이다. 마리아는 남편의 눈을 멀게한 장본인이 독재자라고 믿어서 그를 죽이려 왔다. 마리아는 독재자에게 ‘당신을 죽이고자 하니 기도나 해두라’고 말하고 황급히 권총을 꺼내든다. 독재자는 권총을 빼어 든 여자가 좀 전에 호텔 밖에서 보았던 매력적인 여자인 것을 알고 ‘아, 안됐구려, 내가 그대를 사랑하려 했는데! 이런 순간이 이렇게 빨리 오다니!’라고 말한다. 무대 한 쪽에 보이지 않게 숨어 있던 샬로테는 독재자가 마리아에게 한 말이 진정인지 또는 거짓 계략인지 몰라 잠시 더 기다린다. 독재자는 마리아에게 강자만이 승리할수 있다는 자신의 철학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독재자는 마리아가 자기를 이해하여 줄것으로 기대한다. 결국 마리아는 독재자의 말에 수긍하여 그의 편에 서기로 결정하고 권총을 내려놓는다. 권총을 본 샬로테는 독재자를 죽여야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수 있다고 생각하여 재빨리 권총을 집어 든다. 샬로테가 독재자에게 총을 겨누자 마리아가 갑자기 독재자의 앞을 가로 막으며 총알은 대신 맞는다. 독재자는 샬로테를 밖으로 내보내고 호텔 경비에게 경찰을 불러오라고 지시한다. 장교는 밖에서 마리아를 기다리다가 총소리가 들리자 방으로 들어온다. 장교는 마리아가 독재자를 죽인 줄로 알고 마리아에게 죽은 독재자의 시체 앞으로 데려 달라고 말한다. 독재자는 마침내 공포를 극복하고 소리 없이 도망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