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셔가의 몰락 (Fall of the House of Usher, The)
Philip Glass (필립 글라스)
마델레느 역의 안티에 헤르초그(Antje Herzog)
어셔가의 몰락
타이틀: 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 에드가 알란 포의 단편을 바탕으로 작곡자 자신과 아서 요린크스(Arthur Yorinks)가 공동으로 대본을 썼다.
초연: 1988년 5월 18일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주요배역: 로데릭 어셔(T), 마델린느 어셔(그의 여동생: S), 윌리엄(그의 친구: Bar), 의사(대사 역할)
사전지식: 에드가 알란 포(Edgar Allan Poe)의 작품은 여러 시인, 음악가, 극작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예를 들면 클로드 드비시, 하이너 뮐러(Heiner Müller),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등이다. 필립 글라스는 에드가 알란 포의 ‘어셔가의 몰락’을 범죄적 혐의가 많은, 그리고 진실인지 거짓인지 또는 반진실(半眞實)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분위기의 오페라로 만들었다. 우리는 이 오페라에 혹시 근친상간, 동성애, 살인, 또는 초자연적인 파워가 관련되어 있는지 확실히 모른다. 어셔가의 사람들이 선조들이 지은 죄값을 치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오페라는 원작과는 거리가 있다.
로데릭은 병든 동생 마델레느와 함께 고가에서 지내기가 어려워 친구 윌리엄에게 함께 지내자고 당부한다.
줄거리: 시기는 19세기 후반 어느 해의 가을날이며 장소는 영국의 어떤 곳이다. 어셔가의 마지막 사람인 로데릭(Roderick)은 병든 여동생 마델리느(Madeline)와 함께 우중충한 고가(古家)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무언가 위협하는 듯한 그림자에 둘러싸여 불안하고 두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혹시 선조들이 저지른 어두운 사건들이 지금에 와서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 본다. 로데릭은 도저히 혼자서 이 집에서 지탱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의 친구인 윌리엄(William)을 불러서 함께 지내기로 한다. 로데릭은 윌리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기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병들어 있어서 친구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하소연한다. 윌리엄은 그 편지를 읽고 도저히 어셔가를 방문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하여 어느 가을 날 저녁, 윌리엄은 어셔가에 도착한다. 로데릭이 누이동생 마델리느와 함께 살고 있는 저택은 사람이 도저히 살고 있는 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건물이다. 마치 유령의 집처럼 생겼다. 지붕으로부터 벽을 타고 금이 갈라져 있어서 당장이라도 무너질것 같은 느낌도 준다.
윌리엄과 마델레느
하인이 윌리엄을 서재로 안내한다. 로데릭이 반갑게 맞이한다. 하지만 로데릭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얼굴이 너무 창백했다. 눈동자만 반짝이는 것 같았다. 로데릭은 윌리엄을 가장 친한 단 한 사람의 친구라고 얘기하지만 윌리엄으로서는 그런 느낌이 없다. 왜냐하면 로데릭을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기는 했지만 그가 워낙 말이 없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윌리엄은 어셔가의 사람들이 오래동안 외부와 단절된채 근친결혼을 해왔기 때문에 유전적인 질환까지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였다. 과연, 로데릭은 윌리엄에게 자기의 병은 유전적인 정신질환이라고 설명해 준다. 로데릭은 자극이 없는 부드러운 음식만 먹을수 있으며 옷도 어떤 특정한 천으로 만든 옷만 입을수 있다고 한다. 꽃냄새만 맡아도 토할것 같고 밝은 빛을 보면 눈이 아파 견딜수 없다는 것이다. 음악은 어떤 것을 들어도 공연히 공포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다만, 기타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는 예외였다. 윌리엄은 친구 로데릭이 알수 없는 공포의 노예가 되어 있다고 믿는다. 로데릭은 자기가 병으로 얼마 있으면 죽을 것이라고 말하며 죽음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두렵다고 말한다.
로데릭은 마넬리느의 병세가 악화되자 독방에 가둔다.
로데릭의 여동생인 마델리느는 어셔가에서 로데릭과 함께 유일하게 생존하여 있는 사람이다. 마델리느는 로데릭의 유일한 말 상대였다. 윌리엄이 마델리느와 얘기를 나누게 되면 마델리느는 언제나 어두운 벽면으로 가서 얘기를 듣다가 어둠속으로 슬며시 사라지곤했다. 윌리엄은 마델레느의 모습에서 두려움을 느끼지만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른다. 마델리느의 주치의는 마델레느의 병이 무슨 병인지 도무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델레느는 이유도 없이 자주 정신착란을 일으킨다. 마치 그의 몸에 붙어 있는 병마가 그의 몸을 서서히 깎아 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마델레느의 병세가 상당히 악화된다. 완전히 미친 여자처럼 보였다. 로데릭은 어쩔수 없이 마델레느를 독방에 가두고 문을 잠근다.
오페라 내쉬빌 2009.
윌리엄은 어셔가에 도착한 이래 이 집안의 우울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개선해 보려고 노력한다. 윌리엄은 로데릭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함께 그림도 그린다. 윌리엄이 보기에 로데릭의 그림은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알수 없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표현한 것 같았다. 어떤 때는 로데릭이 기타를 들고 즉흥적으로 가사를 만들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윌리엄은 로데릭이 지었다는 여러 편의 시(詩)중에서 특히 ‘유령의 궁전’(The Haunted Palace)을 자주 함께 읊었다. 마치 어셔가의 저택을 묘사한 것 같은 시였다. 실제적인 건물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의 저택을 묘사한 것 같았다. 두 사람은 간혹 비술이나 이단종교에 대한 서적을 함께 읽기도 했다. 그러한 윌리엄이었지만 마델레느에 대하여는 어떻게 할수 없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신비한 분위기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마델리느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델리는 마치 오빠 로데릭을 죽음의 세계로 함께 끌고 들어가고 싶은 것 같았다. 윌리엄은 몰락해가는 이 집에서 이들 남매를 구원할 힘이 없다.
마델리느의 죽음
어느 날 저녁, 로데릭이 윌리엄의 방을 급히 찾아와 마델레느가 죽었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공공연히 장례를 치루면 의사들이 사인(死因)이 무엇이냐는 등 귀찮은 질문을 많이 할 것이므로 둘이서 간단히 묻자고 제안한다. 윌리엄은 로데릭과 함께 마델레느의 시신을 관에 넣고 지하실에 묻는다. 그리고 지하실의 철문을 단단히 걸어 잠가 놓는다. 마델레느를 지하실에 매장한 후, 윌리엄과 로데릭은 극도로 신경이 쓰여서 정신을 집중하지 못한다. 마델레느가 죽은지 1주일쯤 후의 어느날, 무서운 폭풍이 분다. 정신적으로 긴장되어 있던 윌리엄은 폭풍으로 두려운 마음이 생겨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때 로데릭이 갑자기 찾아와 창문 밖 들판에서 번쩍이는 것을 보았느냐고 묻는다. 로데릭이 보았다는 것은 번개이지만 로데릭은 악마의 장난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윌리엄은 로데릭을 안정시키기 위해 책을 읽어준다. 그런데 우연히도 책의 제목이 ‘미친 트리스트’(Mad Trist)라는 공포소설이었다.
마델리느의 장례식
윌리엄이 소설 중에서 어떤 무시무시한 장면을 읽을 때에 현관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설이 현실처럼 되는 것 같은 소리였다. 윌리엄은 그 소리가 폭풍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믿고 계속 책을 읽는다. 그런데 책을 읽어 갈수록 책의 내용이 마치 어셔가의 으스스한 분위기와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윌리엄은 도저히 책을 계속해서 읽을 수 없어서 책을 덮어놓고 로데릭을 바라보니 로데릭은 언제부터인지 정신을 잃고 중얼거리며 쓰러져 있다. 그러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마담! 지금 그 여자가 열려 있는 문을 통해서 들어 왔어요!’라고 소리친다. 그러자 이 무시무시한 순간에 놀랍게도 마델레느가 방으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마델레느는 마치 지하실의 땅바닥을 힘들게 뚫고 나온듯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다. 마델레느는 큰 소리로 울부짖더니 오빠인 로데릭에게 쓰러진다. 두 사람 모두 바닥에 쓰러진다. 로데릭이 죽는다. 윌리엄은 정신없이 어셔가에서 도망쳐 나온다. 그때 하늘에서 벼락이 치더니 어셔가의 저택을 불태운다. 어셔가의 저택은 마치 핏빛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 저택은 윌리엄이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보았던 지붕에서부터 벽까지의 금이 갈라지더니 힘없이 무너진다.
혼자 남은 로데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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