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3. 프로코피에프의 '불같은 천사'

정준극 2008. 9. 8. 23:37

불같은 천사(The Fiery Angels)

Sergei Prokofiev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Sergei Prokofiev: 1891-1953)의 '불같은 천사'(The Fiery Angel: Ognenny angel)는 프로코피에프가 도전한 가장 규모가 큰 오페라이다. 대본도 프로코피에프가 썼다. 발레리 브류소프(Valery Bryusov)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삼았다. 프로코피에프가 작곡을 구상하여 완성할 때까지는 여러 과정이 있었다. 힘든 과정이었다. 더구나 그는 스탈린 정부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었다. 프로코피에프가 처음 '불같은 천사'를 오페라로 만들 생각을 한 것은 1918년이었다. 미국을 방문하고 있었던 그는 우연히 브류소프의 소설을 읽고 그 소설에 대하여 깊은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프로코피에프는 스토리에 대한 아이디어보다는 소설에 표현되어 있는 열정의 탐닉, 즉 어떤 일에 대한 지나친 탐익과 방탕에 대하여 더 관심을 가졌다. 그는 이를 Orgy라고 보았다. 브류소프의 이 소설은 작가가 니나 페트로브스카야라는 여자와의 실제 경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브류소프는 러시아 상징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니나라는 여자는 실상 러시아 상징주의 시인이며 소설가인 안드레이 벨리의 정부였다. 그러다가 브류소프를 알게 되어 뜨거운 관계가 되었다. 당연히 벨리와 브류소프는 라이발로서 심한 다툼을 하였고 결국에는 모스크바 교외의 한적한 도로에서 결투를 약속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행하게도 두 사람을 다 잘 아는 친구가 두 사람의 결투를 말리는 바람에 누군가 죽지 않으면 중상을 입어햐 하는 일을 막아 주었다. 니나, 벨리, 브류소프는 프로코프에프가 '불같은 천사'의 주인공을 설정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마법사의 집에서. 볼쇼이

            

미국에서 독일로 돌아온 프로코피에프는 우리나라에서 삼일독립만세 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에 바바리아의 에탈(Ettal)이란 곳에 머물면서 '불같은 천사’의 오페라 작업을 착수하였다. 그리하여 얼마후 피아노 스코어를 완성하였다. 그러나 오케스트레이션은 진척되지 못하였다. 오페라가 완성된 것은 프로코피에프가 브리유소프의 소설을 처음 읽은 때부터 9년후인 1927년이었다. 거장 브루노 발터(Bruno Walter)가 이 오페라를 바바리아 국립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시즌에 맞추지 못하여 취소되었다. 그나마 새로 지휘자로 온 세르게이 쿠쎄비츠키(Sergei Koussevitzky)가 ‘불같은 천사’에 도전하여 그 해에 우선 2막까지 초연하였다. 반응은 차가웠다. 1930년 프로코피에프가 다시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 메트로의 소프라노인 줄리오 가티-카사짜(Giulio Gatti-Casazza)가 ‘분노의 천사’의 미국 초연을 제안하였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그후로도 ‘불같은 천사’는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무대에 올려지지 못했다. 원래 이 오페라는 3막 7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초연될 때에는 5막 7장이 되었다. ‘불같은 천사’는 검은 예술을 상당히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다루고 있다. 음악은 어두으며 무언가를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노래, 특히 레나타의 노래는 얼음장처럼 차가우며 히스테리에 섞여 있다. 프로코피에프는 ‘불같은 천사’의 공연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데 대하여 실망하여 이 오페라에 나오는 음악을 그의 교향곡 제3번에 재활용하였다. 일부 성악파트는 그의 보컬 슈트(Vocal suit)인 작품번호 37a에 활용하였다. 프로코피에프가 죽은 후에 ‘불같은 천사’는 재평가를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세계적인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마리인스키 극장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 루프레헤트(Ruprecht Bar). 기사 또는 기사의 종자/또는 용병

- 여관집 여주인(Hostess of the Inn: Contralto)

- 레나타(Renata: S)

- 여관의 하인(Servant at the Inn: Bar)

- 마법사(Sorceress: Ms)

- 야콥 글로크(Jakob Glock: T)

- 아그리파 반 네텔스하임(Agrippa van Nettelsheim: T). 철학자/또는 마법사

- 하인리히 백작(Count Heinrich: 묵음). 불같은 천사 마디엘이라고 생각되는 인물

- 마티아스(Mathias: Bar)

- 의사(The Doctor: T)

-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eles: T)

- 파우스트(Faust: Bar)

- 쾰른의 여관 주인(The Innkeeper at Cologne: Bar)

- 수녀원장(Mother Superior: Ms)

- 종교재판관(Inquistor: B)

- 2명의 젊은 수녀(Young Nuns: Ss)

- 3명의 해골(Skeletons: S, T. B)

- 3명의 이웃(Neighbours Bar, 2 Bs)

- 수녀들. 소프라노와 알토의 합창

- 종교재판관의 종자들. 테너와 베이스의 합창


수녀원에서의 혼란스러움. 부에노스 아이레스 테아트로 콜론

                        

전체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시기는 16세기이며 장소는 독일, 주로 라인강변의 쾰른이다.  브리유소프 소설의 풀 타이틀을 보면 이 오페라의 내용을 요약할수 있다. “불같은 천사: 또는 ‘진정한 스토리’(True Story)는 악마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악마는 처녀에게 ‘빛의 영’(Spirit of Light)이라는 이미지로 파고들어 처녀로 하여금 여러 가지 죄악을 범하도록 유혹한다. 악마는 신성에 반하는 마법을 시행하며 연금술을 행하고 점성술, 강신술, 마녀사냥을 행한다. 악마는 순진한 처녀를 호색의 기사(騎士)와 만나도록 하며 심지어는 파우스트 박사와도 만나도록 주선해 준다.”  프로코피에프의 192년대는 '불같은 천사'가 점령한 것이었다. 이 오페라에는 프로코피에프의 다른 오페라들인 '도박사'와 '세 오렌지 사랑'의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다. 집착과 마법이라는 두가지 주제를 말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어둠의 세계가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 스크리아빈이 힌트를 준 것과 마찬가지의 에로티시즘이 혼합되어 있다. 프로코피에프에 있어서 어둠이란 것은 그가 신비주의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의 결과물이라고 말할수 있다. 사실상 신비주의 과학은 당시 러시아에서 상징주의 운동을 하는 많은 한결같이 생각하고 있는 환상을 말한다. '불같은 천사'의 원작자인 브류소프도 그런 사상에 함께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프로코피에프의 오페라 '불같은 천사'에서 주인공인 레나타가 아주 순진하던지 그렇지 않으면 사악한 유혹하는 여인이던지 그것은 심리학적인 모호함이다. 레나타가 과연 어떤 성격의 사람이냐는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종교재판관의 화형선고를 받을 때까지도 분명하게 설명되고 있지 않다.   


 

 레나타. 메트로폴리탄

             

16세기에는 유럽에서 전쟁이 끊일 날이 없었다. 용병인 루프레헤트는 어떤 여관에 투숙하는데 바로 옆방의 어떤 젊은 여자 때문에 소란스럽고 성가시어서 모처럼 쉬려고 하는데 방해를 받는다. 레나타는 루프레헤트를 찾아와서 어릴 때부터 마디엘이란 이름의 불같은 천사가 자기를 길러 주었다는 얘기로부터 꺼낸다. 세월은 흘러 레나타는 16세의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한다. 레나타는 마디엘을 사모하여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 몸이 되는 것을 갈망한다. 그러자 그런 상황을 짐작한 마디엘은 레나타에게 속박되는 것이 싫어서인지 어느날 말도 없이 떠난다. 그로부터 또 세월이 흐른다. 레나타는 성숙한 여인이 된다. 레나타는 우연한 기회에 하인리히 백작이라는 지체 높은 청년을 만난다. 레나타는 그가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온 마디엘 천사의 변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하인리히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은 후에 하인리히는 역시 마디엘처럼 어느날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다. 이제 레나타는 정욕과 정신적인 사랑의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며 그 기회를 이용하여 악마들이 레나타를 괴롭힌다. 루프레헤트는 레나타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빼앗겨서 어느덧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자 레나타는 루프레헤트의 접근을 경멸하여 거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프레헤트는 레나타가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도록 도와 줄 생각이다.


악마들 . 볼쇼이


두 사람은 비교의 책을 통해서 얻은 지식으로 하인리히의 혼백을 불러오는 시도를 한다. 그러나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루프레헤트는 마법사 아그리파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한다. 아그리파는 진정한 마법이란 과학연구로부터 온다고 말한다. 얼마후 하인리히가 쾰른에 나타난다. 레나타의 기쁨에도 불구하고 하인리히는 레나타가 자기를 육체적으로 유혹하려 했다면서 경멸하고 비난한다. 멸시를 당한 레나타는 하인리히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레나타는 루프레헤트에게 하인리히와 결투하여서 그를 처치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레나타가 하인리히를 다시 만나서 보니 그가 어릴 때에 자기를 돌보아 주던 마디엘 천사가 분명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루프레헤트에게 하인리히를 해치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레나타를 사랑하고 있는 루프레헤트는 레나타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투는 남자로서의 약속이므로 피할수가 없으므로 루프레헤트는 스스로 부상을 입어서 결투를 마무리한다. 중상을 입은 루프레헤트를 본 레나타는 자기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루프레헤트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얼마후 루프레헤트가 부상에서 회복되자 레나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루프레헤트를 악마가 보낸 심부름꾼이라고 믿어서 루프레헤트와 한참이나 다툰 후에 어디론가 사라진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가 두 사람이 다투는 모습을 지켜본다. 메피스토펠레스는 루프레헤트에게 자기들과 함께 지내자고 말한다. 레나타는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이 많았음을 느끼고 참회하는 뜻에서 수녀원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수녀원에서 견습수녀인 레나타는 어쩐 일인지 악마적인 생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두렵게 만든다. 종교재판관이 레나타에게 씌여 있는 마귀를 퇴치하기 위해 퇴마행위를 하지만 별로 소용이 없다. 레나타는 무고함을 주장하지만 다른 수녀들은 레나타의 행동에 대하여 분노를 금치 못한다. 레나타는 점점 광기를 부리기 시작한다. 루프레헤트, 파우스트, 메피스토펠레스가 아무도 모르게 수녀원에 들어와서 레나타의 미친듯이 행동하는 모습을 본다. 레나타는 일부 수녀들과 함께 종교재판관을 공격한다. 종교재판관은 레나타에게 저주를 내리고 화형에 처하라고 지시한다.  


메피스토펠레스. 비엘키 국립극장


각 막에 따른 간단한 시놉시스를 소개한다.

[1막]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헤매는 젊은 여인 레나타가 여관에 투숙한다. 기사의 종자인 루프레헤트가 같은 여관에 묵는 바람에 레나타와 만난다. 레나타는 루프레헤트에게 어린 시절부터 한 천사를 사랑해 왔다고 말한다. 마디엘이란 이름의 이 천사는 레나타에게 착한 일만 하면서 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레나타는 17세의 처녀가 되자 마디엘에게 육체적인 사랑을 요구한다. 그 천사는 레나타의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분노에 넘쳐 붉게 달아오르더니 그렇다면 인간의 형태로 돌아오겠다고 말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메디엘이 그렇게 약속하고 떠났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다시 오지는 않는다. 그러는 중에 레나타는 오터하임의 하인리히 백작을 만난다. 레나타는 하인리히 백작이 이 세상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난 마디엘 천사라고 확신한다. 레나타는 이제 마디엘 천사가 인간으로 내려 왔으므로 자기와의 육체적 결합을 원할 것으로 믿어서 그에게 몸을 바친다. 1년 후 하인리히 백작은 레나타를 떠난다. 그리고 레나타는 하인리히를 찾으로 다니다가 쾰른 까지 오게 되고 이 여관에 묵게 되어서 루프레헤트를 만나게 된 것이다. 레나타는 루프레헤트에게 하인리히를 함께 찾자고 부탁한다.


하인리히의 혼백을 불러오기 위해 마법의 약을 만들고 있는 레나타. 볼쇼이 극장 무대


[2막] 두 사람이 하인리히를 찾아 헤매지만 찾지 못한다. 그러는 사리에 루프레헤트는 아름다운 레나타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레나타는 루프레헤트에 대하여 그런 감정을 갖지 않고 있다. 루프레헤트는 어쨋든 레나타에게 하인리히 찾는 것을 도와 주겠다고 했으므로 약속을 지키기로 한다. 두 사람은 아무래도 찾기가 어려우니까 마법사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마법의 주문이 외워진다. 잠시후 문에서 세번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레나타는 마법이 효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레나타는 하인리히가 돌아 왔다고 믿어서 거의 정신이 환각 상태에 있는다. 하지만 문을 열어보나 아무도 없다. 레나타와 루프레헤트는 마법의 주문이 약해서 그렇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유명한 마법사인 네테스하임의 아그리파를 찾아간다. 그러나 아그리파는 두 사람을 돕지 못하겠다고 선언한다. 왜냐하면 종교재판관의 권세가 너무 막강하여서 자칫 마법을 사용했다가 이단으로 몰려서 곤혹을 치루게 되면 곤란하다는 이유에서이다.


주점에서. 비엘키 극장


[3막] 루프레헤트는 레나타가 마침내 하인리히의 찾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하인리히는 레나타를 단번에 거부한다. 레나타는 너무나 실망하여서 복수를 다짐한다. 레나타는 하인리히가 결코 어린시절에 자기를 돌보아 주던 천사가 아닌 것을 깨닫는다. 루프레헤트는 레나타를 위해 복수해 주기로 결심한다. 루프레헤트는 하인리히를 죽이거나 적어도 불구자로 만들려면 결투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한다. 결투는 일방적이었다. 하인리히가 루프레헤트를 아주 쉽게 제압하여 부상을 입힌다.


수녀원에서의 레나타. 수녀원장은 레나타에게 악마가 씌어 있다고  주장한다. 뒤셀도르프


[4막] 레나타는 이제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루프레헤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레나타는 지금까지의 사악한 감정을 참회하려면 루프레헤트와의 사랑을 완성하는 것보다는 수녀원에 들어가서 영혼의 구원을 위해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잠시 코믹한 장면이 나온다.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가 주막에 나타난 것이다. 이들의 등장은 지금까지 어둡기만 했던 오페라의 분위기를 코믹하고 명랑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기도 하다.


[5막] 수녀원의 원장수녀는 레나타가 아직도 사악한 마음을 품고 있다면서 비난한다. 레나타를 고치고자 하는 시도가 뒤따른다. 종교재판관이 레나타를 위해 퇴마행위를 한다. 그러나 별로 효력이 없다. 지옥의 광기가 무대에 넘쳐 흐른다. 오케스트라의 음악도 그러하다. 레나타로 인하여 다른 수녀들도 사악함에 물든다. 이에 종교재판관은 레나타를 저주하고 그에게 화형으로 다스릴 것을 명령한다.  


레나타를 화형시키기 위한 논란. 로마의 테아트로 델로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