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35. 스티브 챤드라 살브의 '가다피'

정준극 2008. 9. 9. 05:35

Gaddafi (가다피)

Steve Chandra Salve (스티브 챤드라 살브)

 

가다피역의 Ramon Tikaram과 레이건 역의 Martin Turner

 

타이틀: Gaddafi: A Living Myth. 리비아의 지도자 가다피의 원명은 무아마르 알-가다피(Muammar al-Gaddafi)이며 아랍어로는 Mu'ammar al-Qaddafi라고 쓴다.

초연: 2006년 9월 8일. 런던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 극장

주요배역: 가다피, 화티마, 레이건

사전지식: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ENO)가 아시아더브재단(Asian Dub Foundation)과 합작하여 만든 오페라 ‘가다피: 살아있는 신화’는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다. 물론 ‘아니, 그것도 오페라란 말인가? 돈이 아깝다, 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떤 사람들은 ‘영국의 자존심인 ENO에서 그런 형편없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아니, 어쩌다가 영국이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언론들은 대체로 획기적이라고 보았다. 하기야 전통의 영국에서 비틀스가 여왕의 훈장까지 받은 것도 획기적이면 획기적이다.


오페라 ‘가다피’는 이탈리아 군인들이 리비아 저항운동 지도자인 오마르 알-무크타르(Omar Al-Mukhtar)를 교수형에 처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교수형으로 죽은 그는 신들이 사는 곳으로 올라간다. 이렇듯 이 오페라는 시작부터가 섬뜩하다. 오디오-비디오 장치의 활용도 놀랍다. 인물들의 뒷모습만을 벽면에 크게 투영한다든지, 카메라를 무대에 올려 현장중계식의 촬영을 하고 그 자리에서 볼수 있도록 하는 것등은 새로운 시도이다. 병사들은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천막 막사는 피에 얼룩져 있다. 가다피의 친위대격인 젊은 용병들이 무대를 휩쓸면서 쿵푸 스타일의 훈련을 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오페라 ‘가다피’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음악과 가사이다.  



음악은 기본적으로 힙합으로부터 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빠른 펑크 로크 스타일의 음악은 마치 낙살라이트(Naxalite)와 같다. 또한 느릿하게 퉁퉁거리는 음악은 ‘1000 Mirrors’를 듣는 것과 같다. 이 두가지 형태의 음악이 전편을 짓누른다. 오케스트라는 중동의 실내밴드와 같다. 가사는 멜로디와 맞는 것이 하나도 없다. 대신, 주인공인 가다피를 비롯한 출연자들은 생각나는 대로의 서투른 가사를 듣기 거북한 악센트로 지껄인다. 병사들의 합창이라는 것은 구호를 소리 지르는 것과 같다. 오페라 ‘가다피’는 세계무대에서 리비아와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된 순간들도 다루었다. 1986년 미국의 리비아 공습, 1988년 록커비(Lockerbie) 재난, 1984년 런던의 리비아대사관 앞에서 경찰관 이본느 플레처(Yvonne Fletcher)를 총으로 사살한 사건 등이다.

에피소드: 초연에서 가다피 역은 성악가가 아니라 39세의 아일랜드-인도 혼혈로서 나이트클럽 MC를 맡고 있는 사람이 맡았다. JC-100 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초연의 티켓은 런던주재 리비아 대사관에서 대량으로 사갔다. 


 Gaddafi: A Living Myth at the English National Opera

 오페라 '가다피'의 한 장면


줄거리: 거의 1백년에 가까운 리비아의 최근 역사를 간헐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탈리아의 침공, 이디리스(Idris)왕의 괴뢰 왕국, 유전의 발견, 1969년 가다피의 군사혁명, 가다피의 진보적 정치와 잔혹한 독재정치가 흥미롭게 혼합되어 있는 모습, 국제 테러 지원, 1986년 미국의 트리폴리 폭격 등이 조명된다. 리비아의 최근 역사는 이러하지만 오페라 중에서는 이런 장면들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모든 사건을 마치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처럼 교훈적인 형태로서 대사를 통해 전달토록 했다. 레이디버드(Ladybird: 무당벌레) 출판물 형태이다. 단 하나의 예술적 센스에 의한 표현이 있다면 그것은 미국 대통령 레이건을 만화의 주인공처럼 표현한 것이다. 가다피는 미국의 폭격과 경제 제재조치에 대하여 조건부 항복과 같은 제스추어를 쓴다. 즉, ‘테러와의 전쟁’을 펼치겠다고 하며 매파적인 입장을 보여준 것이다. 가다피는 모든 테로를 포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대에서 가다피는 ‘여성들이여 이맘(Iman: 이슬람 종교지도자)으로부터 자유스러워 지라!’고 소리치며 ‘무기는 아름다운 것이다. 총을 든 그대는 혁명적 순수성으로 무장한 천사다’라고 외친다. ‘혁명의 수녀’라고 하는 가다피의 여성 경호원들은 ‘신이여 우리의 지도자를 보호하소서. 그를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과 아름다움을 포기하였사옵나이다!’라고 소리치는 것도 인상적이다. 

 

가다피와 아마존 경비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