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Grand macabre(르 그랑 마카브르) - 대종말, 거대한 멸망
György Ligeti (죄르지 리게티)
거대한 조형물을 세상의 종말로 표현한 무대
타이틀: Le grand macabre (르 그랑 마카브르: The Grand Macabre: 대종말). 전2막 6장. 미셀 드 겔더로드(Michel de Ghelderode: 벨기에)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작곡자 자신과 미하엘 멘슈케(Michael Menschke)가 공동으로 대본을 썼다.
초연: 1978년 4월 12일 스톡홀름 왕립오페라극장(Operan). 수정본은 1997년 7월 28일 잘츠부르크 그로쓰페스트슈필하우스(Grossfestspielhaus)
주요배역: 게포포(비밀경찰 서장: 콜로라투라 S), 비너스(S), 클리토리아(S), 스페르만도(Ms), 메스칼리나(Ms), 프린스 고고(보이 S 또는 카운터테너 애드 리비툼), 배불뚝이 피에트(부포 T), 네크로짜르(Bbar), 아스트라다모르스(B)
사전지식: 기요르기 리게티(1923- 죄르지 리게티)는 헝가리에서 태어난 유태인으로 지금은 오스트리아 시민이다. 그는 현대 전위(아방 갸르드)음악의 리더이다. 그는 ‘마이크로폴리포니’(Micropoliphony)라는 개념을 개발하였다. 강렬하고 복잡한 음악기조(텍스쳐)로서 멜로디와 하모니와 리듬이 모두 불분명한 것이다. 리게티는 미니말리스트(Minimalist)라는 평을 받았지만 실제로 그의 음악은 계속 진화하였다. 그는 작품에 연설과 같은 대사를 넣었으며 넌센스 소절들을 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르 그랑 마카브르에서는 잘 표현되어 있다.
르 그랑 마카브르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음악극이다. 하지만 사무엘 베케트의 극장작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르 그랑 마카브르의 핵심주제는 죽음이다. 극중에서 네크로짜르(Bbar)가 바로 인간들의 죽어야 할 운명을 대변한다. 그는 거리마다 쓰레기가 넘쳐흐르고 부랑자들이 우굴 거리는 대도시에 나타나 그날 밤 자정에 세계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발표한다. 모든 분위기가 죽음과 연계되어 우울하다. 하지만 리게티는 그런 분위기를 익살극으로 번안하였다. 마치 중세의 도덕극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로 만든 것이다.
리게티는 르 그랑 마카브르에 대하여 ‘모든 것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특히 피날레 부분이 그렇다. 관중들로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애매하도록 결말을 내 놓았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주인공들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는 다만 기쁨만이 있다고 주장한다. 베르디의 활슈타프(Falstaff)를 연상케 하는 결말이다. 팔슈타프는 ‘세상만사가 기쁨’(All is joy on earth)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리게티는 ‘두려움이 없는 생활, 즐거움만이 있는 생활은 정말로 슬픈 일이다’(Life without fear, a life only for pleasure, is profoundly sad)라는 결론을 내렸다.
에피소드: 20세기는 섬뜩한 공포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시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기말, 즉 세상의 종말에 사람들이 어떤 형태의 공포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더구나 르 그랑 마카브르를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사람들에게 혼돈의 센스를 확신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잘츠부르크의 공연에서는 연출진들이(미국인 감독 피터 셀라스) 현대적인 할리우드 환타지와 히에로니무스 보슈(Hieronymus Bosch)의 그림을 혼합하여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히에로모니무스 보슈는 현대감각의 공포를 작품 속에 훌륭하게 표현한 화가이다.
세상의 종말 파티에 참석하여 술을 마시는 네크트로짜르
줄거리: 제1막. 남녀 두 사람이 등장한다(실은 두명의 여성이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섹스에 대하여 갑자기 열정적인 욕망이 치솟은 듯 자기들의 욕구를 처리해야 할 장소를 찾는다. 무대의 한쪽에 있는 무덤에서 네크트로짜르(Nektrotzar)가 솟아 나온다. 그는 두 사람에게 세상이 이제 곧 종말을 보게 될 것이며 자기는 그 일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세상의 종말을 일으키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네크트로짜르는 술주정꾼인 배불뚝이 피에트(Piet)를 고용한다. 세상의 종말과은 자기들과 관계 없다고 생각한 두 남녀는 그들의 쾌락을 위한 가장 안전한 장소로서 무덤을 선택한다. 점성술사인 아스트라다모르스(Astradamors)의 아내 메스칼리나(Mescalina)는 남편과의 부부관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편을 학대한다. 아내의 섹스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남편 아스트라다모르스는 대신에 여러 가지 집안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원래 임무는 왕궁의 점성술사이다. 아스트라다모르스는 천문망원경을 들여다보다가 혜성 하나를 발견한다. 그는 그 혜성이 그날 밤 자정에 일어날 지구 종말의 전조라고 믿는다. 한편, 아내 메스칼리나는 정력이 좋은 남자를 꿈에 그리고 있다. 그러다가 정력이 무척 좋게 생긴 네크트로짜르를 만난다. 무덤에서 나온 네크트로짜르는 과연 실력을 과시하며 메스칼리나의 욕구를 만족시켜 준다. 그러나 네크트로짜르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네크트로짜르는 메스칼리나와 섹스를 할 때에 지나칠 정도로 가학적이 된다. 심지어 그는 메스칼리나의 목을 입으로 물으며 흡혈귀와 같은 키스까지 한다. 메스칼리나가 ‘이게 아닌데...’라며 겁을 먹자 네크트로짜르는 브로이겔란트(Breugelland)라는 나라의 통치자에게 도망치듯 달려간다. 그곳이 세상의 종말이 일어날 장소였던 것이다. 남편 아스트라다모르스는 네크트로짜르를 자기를 메스칼리나로부터 구해준 인물로 보고 그를 뒤따라간다. [브로이겔란트는 죽음의 승리를 표현한 바벨탑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페터 브뤼겔을 암시한 명칭이다.]
제2막. 브로이겔란드의 통치자인 고-고(Go-Go)는 오로지 먹고 마시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고-고의 장관들은 각각 자기가 속해 있는 정당을 후원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한 때에 네크트로짜르가 세상 종말이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온다고 하자 백성들은 절박한 마음에서 나라를 뒤엎을 봉기를 서두른다. 이와 함께 도처에서 백성들의 참회와 후회가 잇따른다. 하지만 이 나라의 관례에 따르면 세상의 종말에는 술잔치를 벌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백성들은 관례에 따라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떠들썩한 분위기가 마치 축제와 같다. 네크트로짜르는 와인이 인간의 피라고 생각하여 이 술잔치에 참여한다. 자정쯤 되었지만 네크트로짜르는 술이 너무 취해 세상의 종말을 일으키지 못한다.
1992년 취리히 무대.
제3막. 다음날이 된다. 백성들은 너무나 술에 취하여 세상의 종말이 과연 이루어졌는지 일어나지 않았는지 확실히 모르고 있다. 메스칼리나는 세상의 종말이 와서 자기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하지만 누구에게도 묻지 않는다. 다만 네크트로짜르를 보자, 그가 자기의 첫 애인이었다고 믿어 격분하여 공격한다. ‘대종말’(그랑 마카브르)은 갑자기 온순해지더니 곧이어 사라진다. 다른 사람들은 계속 술을 퍼마신다. 제1막에서 무덤에 들어가 재미를 보려던 두 남녀도 참지 못하고 무덤에서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함께 술을 퍼마신다. 두 남녀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모두들 다시 한번 죽음에서 도피했다는 사실을 자축한다.
무덤에서 나온 사람들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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