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44. 페루치오 부소니의 '할레퀸' - 어릿광대

정준극 2008. 9. 11. 18:41

Harlequin (할레퀸: 어릿광대)

Ferruccio Busoni (훼루치오 부소니)


페루치오 부소니


타이틀: Harlequin (Arlecchino 또는 Die Fenster [창문]). 단막의 카프리치오. 할레퀸은 무언극이나 발레에 나오는 어릿광대를 말한다. 보통 가면을 쓰고 얼룩빼기 옷을 입었으며 나무칼을 차고 있다. 대본은 작곡자 자신이 썼다.

초연: 1917년 5월 11일 취리히 슈타트테아터(Stadttheater)

주요배역: 할레퀸(알레키노: 대사 역할), 콜롬비나(콜롬바인: 알레키노의 부인: Ms), 네안드로(콜롬비나를 좋아하는 기사: T), 세르 마테오 델 사르토(양복장이: Bar), 코스피쿠오(수도원장: Bar)

사전지식: 부소니는 어떤 흥미 있으면서도 심미적인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이를 곧바로 고도의 인공적인 스타일로 가꾸는 재능이 있다. 인공적인 스타일이라는 것은 낭만적인 음악에 풍자적인 암시를 주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재치 있는 말이나 패로디(서툰 모방적인 문투)가 들어 있어서 원래의 지성적인 음악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이 오페라에서 양복장이가 단테를 읽을 때에 어릿광대가 양복장이의 아내를 유혹한다. 이 때의 음악적인 암시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를 연상케 하는 것이다. 부소니는 고전적이면서도 일견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그의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다. 이럴 경우, 그 아이디어가 우습고도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핵심적인 상황만이 암시된다.

에피소드: 부소니는 1917년 중국의 전설적 스토리인 투란도트를 소재로 푸치니보다 훨씬 먼저 오페라를 작곡했으나 푸치니의 투란도트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푸치니의 투란도트는 1926년 초연되었다. 부소니의 ‘할레퀸’은 일명 ‘창문’이라고 한다. 어려운 일이 생겨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사람들은 창문을 닫아 버리고 모른채 하기 때문에 그런 부제를 붙였다. 부소니의 ‘할레퀴’은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와 구성이 비슷하다.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는 부소니의 ‘할레퀸’보다 25년 전에 공연되었다.

 

알레퀸과 콜롬방

 

줄거리: 양복장이 마테오(Matteo)는 집 밖에서 바느질을 하며 틈틈이 단테의 신곡(Divine Comedy)를 읽고 있다. 그러나 마테오의 부인인 아눈치아타(Annunziata)는 방안에서 할레퀸(어릿광대)과 함께 노닥거리고 있다. 그런데도 마테오는 아무 것도 모르고 바느질만 하고 있다. 대담해진 할레퀴은 창문을 통해 마테오의 바로 앞으로 뛰어 내린다. 그러면서 야만인들이 성문 밖까지 쳐들어 왔다고 말한다. 놀란 마테오가 정신없이 허둥지둥 할때 할레퀸은 그의 주머니에서 집열쇠를 슬쩍하여 마테오가 집안으로 들어가자 문을 걸어 잠그고 달아난다. 할레퀸은 의사와 수도원장을 만나서도 똑같은 얘기를 한다. 겁에 질린 이들은 마을 주점으로 숨는다. 얼마후 할레퀸은 장교로 변장하고 양복장이 마테오의 집에 나타나 마테오에게 마을을 지키기 위해 어서 성문으로 나가라고 명령한다. 마테오가 급히 성문쪽으로 달려가자 그 틈을 이용하여 할레퀸은 마테오의 부인인 아눈치아타와 다시 랑데부한다. 하지만 이들의 랑데부는 마침 할레퀸의 아내 콜롬비나(Colombina)가 나타나는 바람에 중단된다.


콜롬비나는 아눈치아타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눈치아타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레안드로(Leandro)에게 접근하여 아눈치아타의 질투심을 일으키게 한다. 질투심에 불타 오른 사람은 아눈치아타가 아니라 할레퀸이었다. 할레퀸은 레안드로와 콜롬비나가 서로 붙어서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보자 그만 질투심에 눈이 어두워 레안드로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는 ‘살인이야!’라고 소리친후 숨는다. 수도원장이 ‘살인이야!’라는 외침을 듣고 뛰어나와 레안드로의 시체를 발견한다. 수도원장은 사람들에게 나와서 도와 달라고 부탁하지만 모두 창문을 닿으며 모른채 한다. 오로지 마을 주점에 숨어 있던 의사만이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밖으로 나온다. 수도원장이 당나귀 마차를 구해와서 레안드로의 시체를 싣고 묻으러 간다. 콜롬비나가 슬픈 마음으로 뒤따른다. 한편, 할레퀸은 결국 아눈치아타와 눈이 맞아 멀리 도망한다. 얼마후 양복장이 마테오가 성문 쪽에 갔다가 아무 일도 없어서 터더터덜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눈치아타가 없다. 마테오는 아눈치아타가 성당에 저녁기도를 드리러 간 것으로 짐작한다. 마테오는 단테의 신곡을 다시 집어 들고 읽는다.  

 

 할레퀸과 콜롬비나의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