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추억 따라/서울

보문사

정준극 2009. 1. 19. 21:01

보문사(普門寺)

 

보문사는 서울 성북구 고대 근처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성북구 보문동3가의 동망봉터널 옆에 있다. 보문사는 찾아가기가 쉽다. 지하철 6호선 보문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저만치 앞에 보인다. 보문사가 있기 때문에 보문동이란 이름이 생겼던것 같다. 보문사는 지금으로부터 약900년 전, 고려시대에 담진국사라는 분이 세웠다. 고려시대에는 서울이 개성이었고 서울은 한적한 지역임에 틀림 없을 터인데 담진국사라는 분은 무슨 생각을 했던지 앞으로 조선왕조가 펼쳐질 서울의 한 구석에 절을 창건하였다. 보문동의 보문사이다. 선경지명! 

 

내가 보문사를 생전 처음 갔던 것은 1960년대 초반, 4.19 직후였다. 당시 나의 셋째 형이 모교인 고대에 조교 비슷한 신분으로 다니고 있어서 무슨 심부름을 하러 고대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길을 잘못 들어 헤매던중 한참 가다 보니 보문사 입구라는 팻말이 있어서 기왕 시간도 있는 터에 잠시 들려서 절을 구경한 일이 있다. 당시에는 주변에 집들이 많지 않아 그나마 한적한 절이었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절을 찾아 가는 것을 좋아한다. 절에는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절에 가면 다양한 건축, 미술, 조각 등의 문화를 살펴 볼수 있으며 불교를 이해하는 것도 나에게는 즐거움이었다. 1960년대 초반의 보문사는 바위산 비탈에 층층이 자리 잡고 있는 범상치 않은 절이었다. 산비탈에 있기 때문에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또 다른 건물이 나오는 미로와 같은 절이었다. 당시에 절 부근에는 소나무와 아카시아 나무가 무척 많아서 경치도 그럴듯했다. 지금은? 2009년 1월에 남는 것이 시간이라서 우정 가보았더니 시내 한복판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마 담진국사께서 지금의 모습을 보셨다면 '아니, 무슨 집들이 이렇게 많이 들어섰나? 이거 완전히 시내 한복판이잖아? 지하철도 생기고! 유치원도 있네!'라고 말씀하실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무튼 주위에 별별 집들이 많이 들어 섰지만 비탈길은 옛날 모습대로 구절양장이어서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도 건물들이 낡았는지? 단청은 거의 모두 벗겨지고 널판지와 담벽들도 풍상에 허덕인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어떤 건물은 단청을 새로 하여 산뜻해 보였지만 말이다. 예를 들면 비구니 스님들의 수련장 건물! 단청을 새롭게 하여 보기에 좋았다. 하지만 대체로 내가 다시 찾아간 보문사는 낡고 훼손되어 가고 있었다. 더구나 크게 청결하지도 못했다. 우리가 보통 그리는 산사는 마당에 낙엽조차 없는 깔끔한 모습인데...아무튼 겨울이어서 그런것 같았다.

 

보문사는 옛날부터 탑골승방으로서 유명했다.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에 전념하는 사찰로서 유명했다. 지금도 그런것 같다. 보문사는 세계 유일의 비구니 종단인 대한불교보문종의 본산이다. 보문사의 보(普)는 부처님의 한없는 진리를 말하며 문(門)은 널리 펼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제 보문사의 모습을 살펴본다. 지하철로 쉽게 갈수 있으므로 여러분들도 일차 방문해 보시기를 권면한다.

 

 산비탈의 큰 바위를 깎아 만든 천연 바위 계단이 인상적

 정문 격인 호지문(護持門). 그런데 마침 '생전예수재'라는 플라카드가 걸려 있어서 부질 없이 '예수?'라고 고개를 갸우뚱 해보았다. 청룡와 황룡이 여의주를 놓고 다투는(?) 조각이 대단하다.

 대웅전의 규모는 작지만 위풍당당. 팔작지붕 형태를 갖추고 있다.

대웅전에는 삼존불과 후불탱화와 신중탱화가 봉안되어 있다. 그중에서 후불탱화는 영산회상도로서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밥화경을 설하시던 장면을 나타낸 유명한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보기가 어렵다.

 단청이 현란하다. 단청은 자꾸 벗겨지기 때문에 문제.

이른바 감로천(甘露泉). 이런 바위산에 샘물이 있다니! 그런데 누가 자꾸 동전을 던져 넣는 모양이다. 

 관음전. 단청이 많이 훼손되어서 민망.

 호랑이 벽화. 오랜 풍상에 희미해졌다.

사천왕 같지는 않고...누굴까? 수문장?

 극락전. 벽돌로 된 것을 보니 개축한 모양.

 

 선불장. 역시 타일을 이용하여 보수한듯.

 범종루. 너무 퇴색되어 보기에 민망. 독지가가 없을까?

 범종루. 보문사의 범종은 매우 아름답다. 우리나라 범종의 전형이다. 지금은 거의 타종하지 않는듯!

 돌부터와 동자승들. 동자승들은 비구니 스님의 모습이다. 열심 공부의 정신! 

비구니 보암당 비. 비석위의 용 장식이 화려하다. 

 산령각. 부처님께도 빌고 산신령님에게도 빌고...

 삼성각

 민화와 같은 벽화. 소가 약간 화가 난듯. 올해가 소띠인데.

 보문사의 자랑인 석굴암 전경. 경주 석굴암을 재현한 것이다. 다만, 팔부신장이 생략되어 있고 또한 출입문의 구조가 다를 뿐 감동을 주는 부처님의 모습은 토함산의 것과 다를바가 없다.

 석굴암 입구 양측에는 경주 석굴암과 마찬가지로 나한상들이.

 보문사 석굴암 정면

 돌부처

 비구니 스님들의 수련장. 큰 목탁이 눈을 끈다.

 건물에서 건물로 가려면 이런 대문들을 지나야. 

 정수천(靜水泉). 겨울이라서 그런지 용두에서 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팔각구층 사리석탑 앞의 석등

 팔각구층 사리석탑. 부처님의 치아정골사리가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

 팔각구층 사리석탑의 하단 조각. 각방위의 사천왕과 팔부신장이 부처님 진신사리와 불법을 호지(보호)하고 있는 형상이다.

 호지문 현판과 화려한 단천 문양. 보문사는 다른 절들과는 달리 사천왕문을 호지문과 결합하여 루(樓)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문에 들어서서 천정에 그려진 것은 청룡과 황룡이 불타오르는 여의주를 어르는 그림으로 대단히 인상적이다.

 향운각. 향운각의 문이 호지문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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