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아파트-왕궁아파트
동부이촌동 아파트 단지
동부이촌동에 공무원아파트가 처음 들어선 이래 그 일대에는 별별 이름의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더니 마침내 1970년대 후반에는 왕궁아파트라는 대단한 이름의 아파트까지 들어섰다. 공무원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당신 어디 사시나요?'라고 물으면 '공무원이요!'라고 대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왕궁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우린 왕궁에 살아요'라고 대답했다. 외국사람들에게는 '로얄 팰러스'(Royal Palace)에서 산다고 말해주면 으쓱하던 시기였다. 왕궁아파트는 온누리교회 건너편, 강변북로 쪽으로 한강을 내려다보는 위치이다. 아파트의 시설이야 다른 아파트들과 다를 바가 없겠지만 우선 이름이 왕궁이라서 약간의 위화감을 준다. 나는 1972년부터 1978년까지 6년동안을 동부이촌동의 공무원아파트에서 살았다. 나는 공무원이 아니었지만 어떤 공무원이 분양받아 살던 집을 매입하여 살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던 공무원아파트는 왕궁아파트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당시 나는 태능(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소에 다니고 있었다. 원자력연구소는 국가원자력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해외로부터 여러 과학자들을 유치하였다. 이들에게는 주택을 제공하는 특혜가 주어졌다. 원자력연구소는 동부이촌동의 왕궁아파트 여러 채를 매입하여 미국이나 유럽에서 유치(誘致)한 원자력 과학자들을 거주하게 했다. 이들 과학자들은 어떤 사람들은 웃으개 소리로 '유치한 과학자'라고 불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라본 동부이촌동의 아파트군. 동부이촌동의 거의 모두가 재개발 열풍에 휩싸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