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궁 일화/창경궁의 영욕

5백년을 지켜본 옥천교

정준극 2009. 3. 29. 23:11

5백년을 지켜본 옥천교


홍화문을 지나자마자 나오는 옥천교(玉川橋)는 5백년 역사를 지켜본 증인이다. 성종 때인 1484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보물 386호로 지정되어 있다. 옥천교는 아름다운 아치형의 다리이다. 그러나 금천교로서 악귀를 쫒아낸다는 청룡 백호 따위의 사신상(四神像)은 없다. 다만, 다리의 난간 모퉁이에 서수(瑞獸)가 조각되어 있을 뿐이다. 해태(해치)같이 생겼는데 해태는 아니라고 한다. 그럼 무얼까? 산예? 옥천교의 아래를 흐르는 금천(禁川)은 춘당지로부터 발원하여 저 멀리 청계천까지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궁궐마다 금천이 있지만 모두 말라있는데 창경궁의 금천은 살아있다. 언제나 물이 흐르고 있다. 장마철에는 철철 흐른다고 한다.

 

창경궁의 금천과 옥천교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말하자면, 창경궁에는 우물이 많다. 옥천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커다란 우물이 있고 경춘정과 환경전 부근에도 우물들이 있으며 중전인 통명전 부근에도 우물이 있다. 경복궁에서 공식적으로 본 우물은 두 개이며 여기에 열상진원샘이 있을 뿐이었는데 창경궁에는 도합 10개쯤 되는 우물이 도처에 있다. 그만큼 물이 풍부한 지형이라는 것이다. 통명전 후면에는 열천이 있다. 열천이라는 말은 차가운 샘물을 한번 식힌다는 뜻이다. 창경궁의 열천에서 나오는 물은 여름철에도 무척 차갑다. 그래서 통명전 옆에 연지(蓮池)를 만들어 샘물이 한번 둘러서 나오도록 설계하여 놓았다. 열천에서 나오는 물의 양도 많다. 장마철에는 열천의 물이 넘쳐서 통명전 후원이 한강이라고 한다. 집복헌의 앞쪽 마당에는 우물 두 개가 나란히 있다. 그런데 한쪽 우물에서는 시원한 물이 넘쳐 있는데 바로 옆의 우물에는 별로 물이 없다고 한다. 형제처럼 붙어 있어도 물의 양이 차이가 나는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통명전 뒤편에 있는 열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