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집중탐구/뮤지컬 스토리

헨리 몰리코네의 '호텔 에덴'

정준극 2009. 3. 30. 18:25

헨리 몰리코네(Henry Molicone)

 

  

호텔 에덴(Hotel Eden)


타이틀: Hotel Eden. 대본은 헐리우드의 대본가인 쥬디스 페인(Judith Fein).

초연: 1989 캘리포니아 산호세 오페라극장

주요 배역: (1막) 아담, 이브, 릴리스. (2막) 노아, 로잘린드. (3막) 아브라함, 사라, 하가르

베스트 송: It’s Paradise, Here!(T. 아담의 노래), Roz is Hot!(천사들: 뜨거운 로즈). 대중가요를 편곡하여 사용한 곡들이 많기 때문에 듣기에 편하고 재미난 뮤지컬 작품. 음악은 위트가 있는 반면 거부감이 없으며 경건할 필요도 없다. Miami Beach 템포, 리우 데 자네이로의 이파네마 스타일, Quiet Hospital Blues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전지식: 현대판 모차르트라고 불리는 다양한 재능의 헨리 몰리코네는 콜로로다 센트럴 시티 오페라 축제의 음악감독인 로버트 달링(Robert Darling)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3막의 호텔 에덴을 작곡하였다. 로버트 달링은 몰리코네의 첫 작품인 1976년도의 The Face on the Barromm Floor(바룸 마루에 비친 얼굴)에 깊은 인상을 받아 기왕에 나와 있는 단막의 Lilith(릴리스)에 창세기에 나오는 두가지 에피소드를 합하여 3막의 뮤지컬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리하여 아담과 이브가 신혼부부가 나오는 릴리스는 1막이 되었고 퇴역 선장 노아와 그의 부인 로잘린드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2막, 아브라함과 사라, 그리고 여종 하가르의 에피소드는 3막이 되어 선보이게 되었다.

 

아담의 첫 부인인 릴리스 (존 콜리어 작품)

 

에피소드: 스토리는 구약성경 창세기의 무대를 팜비치의 호화로운 ‘호텔 에덴’으로 옮겼다. 성경 내용을 현대적으로 개작하였기 때문에 엉뚱할수도 있으나 다만 비유적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정통 기독교(또는 유태교)로서 보면 큰일날 소리들이지만 뮤지컬은 뮤지컬! 억지로라도 줄거리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뮤지컬이라고 하면 스펙터클한 무대와 호화로운 출연진을 연상하지만 이 경우에는 매우 인간적인 스케일로 축소되어 있다. 소규모의 공간과 출연진, 소규모의 앙상블이 전부이다. 결론적으로 이 뮤지컬의 주제는 결혼에 대한 것이다. 부부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려준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또한 호텔 에덴은 강인한 여성들이 주위를 둘러 싼 여성위주의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여성들은 자기들이 더 강해질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남성보다는 강해져야 하겠다는 사실을 깊이 느끼는 내용이다.

 

호텔 에덴에 하니문온 아담과 이브가 체크인 하는 모습을 뒤에서 릴리스가 바라보고 있다.  


줄거리: (1막: 아담, 이브, 릴르스) 릴리스(Lilith)는 아담의 첫 아내이다. 하나님이 아담을 창조한후 아담에게 배필로서 릴리스를 연결해 주었다. 릴리스는 천사중 하나였다. 아담과 릴리스는 결혼하여 에덴동산에서 살았다. 그러나 아담은 상당히 권위주의 겸 남성우월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담은 아내 릴리스가 무조건 복종하고 고분고분할 것을 원하였다. 그러나 천사 중에서도 선택된 천사인 릴리스는 아담에게 순종만 할수 없었다. 릴리스는 남녀평등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릴리스는 하나님이 손수 창조하신 아담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었다. 하나님은 아내가 없는 아담이 측은하게 생각되어 이브를 만들어 짝이 되게 하였다. 이브는 완벽한 아내였다. 모든 일에 순종하고 헌신적이었다. 아담과 이브는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며 하니문을 가게 되어 팜비치의 호화스런 에덴 호텔에 체크인하게 되었다.

 

  이브에게 사과를 권하는 릴리스

 

아담은 호텔에덴이 에덴동산보다 훨씬 화려하고 호화스러운 것을 보고 It's Paradise here!(여기가 낙원!)라면서 감격해 한다. 남성우월주의자의 꿈이 열려지는 호텔이었다. 천사 세명이 호텔 직원이 되어 아담과 이브를 돌보아준다. 천사들은 각각 웨이트리스, 청소담당, 벨보이의 역할을 맡아한다. 한편, 열대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호텔의 정원에 뱀이 살고 있다. 아담의 전처인 릴리스이다. 릴리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유태 전설인 카발라(Kabbalah)에서 따온 것이다. 릴리스는 호텔에덴에 투숙하고 있는 이브를 찾아간다. 릴리스는 이브에게 자기를 소개하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 남자를 사냥하는 창녀생활을 하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릴리스는 아담이 자기를 학대한 것처럼 자기도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얘기도 한다. 착한 이브는 릴리스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며 동정한다. 릴리스는 고마움을 표시하기라도 하듯 이브에게 사과를 건네주며 먹으라고 한다. 이브가 사과를 한입 깨물어 먹자 이브의 낙원인 호텔에덴은 크게 파손된다. 이브는 호텔에덴을 떠난다. 어디 나갔다가 들어온 아담은 체크인했던 방이 파손되어 더 이상 투숙할수 없을뿐 아니라 아내 이브까지 떠난 것을 알고 역시 아무데로나 떠난다. 천사들이 아담과 이브를 재결합시키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두 사람이 스스로 해결해야할 사항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은 정직과 평등을 기본으로 재결합하였다. 두 사람은 선과 악을 구분할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호텔 에덴의 세 천사들(웨이트리스, 벨보이, 청소부)

 

(2막: 노아와 미세스 노아) 제2막이 시작될 즈음까지도 파손된 호텔에덴은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역시 세명의 천사가 인간의 모습으로 호텔에 주재하고 있다. 수리공인 첫 번째 천사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채 빈둥거리기만 하고 있다. 주방장인 두 번째 천사는 밥을 먹으로 오는 손님들을 중국집에나 가보라고 하면서 돌려보내고 있다. 세 번째 천사는 안내원이지만 손톱만 가다듬으며 People지와 National Enquirer지만 뒤척이고 있을뿐 사람들이 오건 가건 상관하지 않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 섣달 그믐날이다. 노아는 최근 선장에서 은퇴했다. 그런 노아의 기분을 북돋아 주려는 뜻에서 미세스 노아는 가기 싫다는 노아를 억지로 끌로 에덴호텔에 체크인하여 제2의 하니문의 로맨틱한 기분을 맛보려 했다. 그러나 일은 엉뚱하게 꼬여가기만 한다. 미세스 노아가 노아에게 술을 마시자 말라고 하며 술병을 빼앗자 노아가 취중에 술병을 다시 빼앗아 깨트린다. 노아 부부는 옥신각신하다가 점점 말다툼이 심해진다. 잔뜩 화가난 미세스 노아는 혼자 송구영신 파티장으로 가서 천사들과 어울려 즐긴다.

 

 미세스 노아가 남편 노아에게 술을 마시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세스 노아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미세스 노아라고 부르는 것에 불만을 품고 천사들을 비롯한 파티의 사람들에게 이제부터는 자기를 로잘린드(Rosalind)라고 부르라고 주장한다. 아무리 남녀평등이 뛰어나고 레이디 훠스트를 앞세우는 서양이지만 아직도 부인은 남편의 성을 따르며 종속아닌 종속을 해야 하는 것을 풍자하고 있다. 이어 파티장에서는 흥겨운 디스코 음악이 흘러나오고 모두들 몸을 흔들어 댄다. 신나는 춤은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는 바람에 중단된다. 윗층의 방에서는 술에 취한 노아 선장이 목욕한다고 욕조에 들어가 물을 틀어 놓았으나 정신을 잃고 욕조안에 누워 있다가 물이 흘러넘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노아 선장이 익사할뻔 했으나 천사들이 급히 달려가 겨우 구해주었다. 그러나 흘러내린 물이 전기와 쇼트되는 바람에 온 호텔은 암흑천지가 되었다. 그러자 마법의 터치가 있었던지 비상발전기가 금방 작동되어 전기가 들어왔다. 홀연히 호텔위로 무지개가 서며 물위에 어린다. 노아는 로잘린드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된다. 두 사람은 다시 인생을 시작하자고 다짐한다. 한편 천사들은 호텔을 정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기 시작한다.

 

 노아때문에 홍수가 일어난후 전기가 다시 들어오고 호텔에 무지개가 뜬다.


(3막: 아브라함, 사라, 하가르)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대로 아이가 없는 사라는 아브라함에게 몸종 하가르(Hagar)와 동침하여 후대를 이으라고 권유한다. 아브라함을 무척 숭모하고 있는 하가르는 사라의 제안에 은근한 기쁨이 충만하다. 그리하여 아들을 낳아 이스마엘(Ismae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제 전혀 아이를 낳을수 없는 사라는 하가르에게서 태어난 이스마엘을 아브라함의 장자권을 갖도록 허락하였다. 사라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럴 즈음에 천사가 나타나(의사와 간호원 2명) 사라를 진찰해 보더니 임신했다고 선언한다.

 

 천사들(의사와 두 간호원)이 사라에게 임신한 사실을 설명해 주고 있다.

 

사라와 아브라함의 기쁨은 말할수 없을 정도이다. 두 사람은 좋아서 어찌 할줄 몰라 하며 난리도 아니었다. 사라와 아브라함은 장차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이삭(Issac)이라고 미리 결정했다. 때가 차서 사라가 진통을 시작하였다. 천사들인 의사와 간호원들이 사라의 출산을 돕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하가르가 들이닥쳐 사라의 분만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사라가 아들을 낳으면 이스마엘에게 주어진 아브라함의 장자권을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었다. 천사들이 하가르를 억지로 내쫓지 않았다면 하가르의 방해로 정말로 이삭이 태어나지 못할 뻔했다. 그러나 성경말씀대로 이삭은 태어났다. 이삭은 온 유태족속의 조상이 되었다. 반면 이스마엘은 광야로 추방된후 아랍족속의 조상이 되었다. 스토리는 여기에서 끝난다.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천사들이 사라와 하가르가 서로 평화스럽게 함께 살며 이삭과 이스마엘도 형제로서 잘 지내기를 희망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다.

 

하가르가 이삭의 출산을 방해하자 천사들이 하가르를 추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