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베스터 레브아이의 뮤지컬 '엘리자베트'
Musical Elisabeth
오스트리아제국(나중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왕비 엘리자베트. 프란츠 사버 빈터할트 그림
만일 거울에게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 왕비냐?'고 묻는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오스트리아제국(나중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엘리자베트 왕비지요'라는 대답을 들을 것이다. 엘리자베트 왕비는 유럽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왕비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알지도 못하는 청년의 흉기에 찔려 죽은 가장 비운의 왕비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월이 흘렀어도 씨씨라는 애칭의 엘리자베트를 연민의 정으로 잊지 못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아름다운 엘리자베트 왕비에 대한 스토리는 일찍이 1933년에 바이올리니스트이며 작곡가인 프릿츠 크라이슬러가 '씨씨'(Sissi)라는 타이틀의 오페레타를 만들어 감동을 주었지만 이번에는 뮤지컬 '모차르트!'를 작곡한 질베스터 레브아이(Sylvester Levay: 실베스터 르바이)가 콤비인 미하엘 쿤체의 대본으로 뮤지컬 '엘리자베트'를 만들어 다시 한번 엘리자베트 왕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그러나 크라이슬러의 오페레타 '씨씨'와 레브아이의 뮤지컬 '엘리자베트'는 비록 같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았지만 스토리는 사뭇 다르다. 오페레타 '씨씨'는 엘리자베트의 사랑과 결혼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뮤지컬 '엘리자베트'는 엘리자베트 왕비의 좌절과 죽음을 조명한 것이다. 다만, 두 작품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비엔나의 '테아터 안 데어 빈'(빈강변극장)에서 초연을 가졌다는 것이다. 오페레타 '씨씨'는 1933년 12월 26일 초연을 가졌으며 뮤지컬 '엘리자베트'는 1992년 9월 3일 초연을 가졌다. (엘리자베트를 엠프레스, 즉 황비라고 번역해야 마땅하겠지만 편의상 엠프레스는 여제라고도 번역할수 있기 때문에 편의상 왕비라고 번역할수도 있으니 양해 바람.)
비엔나의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의 '엘리자베트'의 화려한 무대. '죽음'(오른쪽)이 엘리자베트 왕비를 자꾸 끌고 가려고 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은 일찍이 1805년 11월 20일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인 '휘델리오'가 초연된 장소이며 요한 슈트라우스의 '박쥐'가 초연된 장소이다. 그리고 프란츠 레하르의 '메리 위도우'가 1905년 12월 30일 초연된 극장이다. 뮤지컬 '엘리자베트'는 유명한 해리 쿠퍼가(Harry Kupfer) 감독하였다. 해리 쿠퍼가 어떤 사람인지는 하단에 별도로 설명해 놓았다. 뮤지컬 '엘리자베트'는 1992년 9월 초연을 가진 이래 비엔나의 같은 극장에서 1997년 1월까지 연속 공연되었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후 1997년 9월 4일에 다시 같은 극장에서 무대에 올려져 이듬해인 1998년 4월 25일까지 연속공연되었다. 2002년 10월에는 초연 10주년을 기념하여 비엔나의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콘서트 형식의 연주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어서 뮤지컬 '엘리자베트'는 비엔나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의해 '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2003년 10월 3일 다시 공연을 시작하여 2005년 12월 4일까지 계속 공연되었다.
뮤지컬 '엘리자베트'가 초연된 비엔나의 테아터 안 데어 빈(빈강변극장)
뮤지컬 '엘리자베트'는 독일어 대본으로 되어 있지만 7개국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세계의 9백만 이상의 인구가 관람하였다. 그리하여 독일어로 된 뮤지컬 중에서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지금까지 뮤지컬 '엘리자베트'는 세계의 수많은 극장에서 공연되었지만 현재까지도 공연되고 있는 극장이 있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토쿄에 있는 타카라츠카(東京寶塚)극장, 역시 일본 효고현(兵庫縣)에 있는 타카라츠카 그랜드극장(寶塚大劇場), 독일 베를린의 테아터 데스 베스텐스(Theater des Westens) 등이다. 일본 토쿄의 타카라츠카 극장에서는 1996년 6월에 공연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계속 공연하고 있으며 효고현의 타카라츠카 그랜드 극장에서는 1996년 2월에 공연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계속 공연하고 있다. 베를린의 베스텐극장에서는 2008년에 5개월간 공연한바 있으며 현재는 뮤지컬 '엘리자베트'를 공연했던 팀이 스위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지를 순회하며 공연하고 있다. 이쯤되면 뮤지컬 '엘리자베트'가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뮤지컬 '엘리자베트'가 2012년 2월 9일-5월 13일 한남동의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옥주현 등의 주연으로 공연되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왕비로 대관식을 가진 후의 사진
뮤지컬 '엘리자베트'의 주요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엘리자베트는 오스트아제국(나중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왕비이다. 프란츠 요셉은 오스트리아제국(나중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황제로서 엘리자베트의 남편이다.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인 68년 동안 제국의 군주로서 재직했던 양반이다. 이 뮤지컬에는 특별히 '죽음'(Tod)이 의인화하여 등장한다. '죽음'은 청년 시절에 바바리아에서 엘리자베트를 사랑한 남자이지만 엘리자베트가 프란츠 요셉 황제와 결혼하는 바람에 사랑이 증오로 변하여 마침내 엘리자베트의 주위를 맴돌며 죽음을 몰고 다니는 역할을 한다. 루이지 루케니(Luigi Lucheni)는 이탈리아의 이름없는 무정부주의자로서 스위스의 제네바 호반에서 엘리자베트를 살해한 인물이다. 조피(Sophie) 대공녀는 프란츠 요셉 황제의 어머니이며 엘리자베트의 시어머니이다. 그러면서 실은 엘지자베트의 이모이다. 대부분 시어머니가 그렇듯 조피도 어린 며느리인 엘리자베트를 핍박한다. 조피는 또한 엘리자베트의 이모이기도 하다. 루돌프는 프란츠 요셉 황제와 엘리자베트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유일한 아들로서 나중에 애인과 함께 자살한다. 막스(Max: Maximilian)는 바바리아의 왕족으로서 엘리자베트의 친정 아버지이다. 실상 딸이 시집가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별로 관심도 없는 인물이다. 루도비카는 엘리자베트의 친정 어머니로서 엘리자베트의 시어머니인 조피의 여동생이기도 하다. 헬레네(네네)는 엘리자베트의 언니로서 원래는 양가 어머니들의 합의에 따라 프란츠 요셉 황제와 결혼키로 되어 있었지만 젊은 프란츠 요셉 황제가 엘리자베트를 우연히 만나고 나서 마음을 바꾸어 엘리자베트에게 청혼하는 바람에 오스트리아 제국의 왕비가 되지 못한 인물이다. 이밖에 에스터하지 백작부인은 황실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가정부이며 그륀네 백작은 프란츠 요셉 황제의 자문관이고 슈봐르첸버그 공자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수상이다. 그리고 라우셔(Rauscher) 대주교는 오스트리아교회의 수장이다. 모두 실존인물이다.
비엔나 시내 중심지의 카푸친교회 지하의 황실영묘에 있는 엘리자베트 왕비(왼쪽), 프란츠 요셉 황제(가운데), 루돌프 황태자(오른쪽)의 관
뮤지컬 '엘리자베트'는 죽은 사람들과 꿈속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어두운 밤으로부터 시작한다. 가상의 심판관들이 아직도 교수대에서 목이 밧줄에 매어 있는 루이지 루케니에게 어찌하여 엘리자베트 왕비(1837-1898)를 살해했느냐고 심문한다. 루케니는 엘리자베트 왕비를 살해한 이래 오늘날 까지 거의 1백년 동안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어둠의 세계에서 고통스러운 심문을 받아왔다. 100년이라는 세월동안 똑 같은 재판을 받아온 루케니는 이번에도 짜증을 내며 엘리자베트 왕비를 살해한 것은 자기의 뜻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엘리자베트 왕비의 뜻에 의한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왕비는 평생을 '죽음'이라는 존재를 사랑해 왔다고 덧 붙인다. 이같은 주장에 대하여 심판관들은 증인들을 불러와 루케니와 함께 현장검증을 위해 당시의 상황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루케니는 뮤지컬의 전편을 통하여 풍자적인 내레이터(해설자)가 되어 사랑스럽고 순진한 엘리자베트 왕비가 어떻게 하여 비운의 왕비가 되었는지, 그리고 생애의 말년에 어떻게 하여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엘리자베트 왕비를 살해한 이탈리아의 이름없는 무정부주의자인 루이지 루케니
엘리자베트(씨씨)는 장미와 같은 소녀시절을 아무런 슬픔도 없는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랐다. 그러는 중에 어떤 젊은이를 만났는데 그 젊은이가 씨씨를 무척 사랑하였다. 그러나 씨씨는 그와 결혼할수 없었다. 프란츠 요셉 황제의 청혼을 받았기 때문이다. 청년은 사랑과 증오가 교차된 존재가 되어 씨씨가 살해당하기 까지 '죽음'이라는 역할로서 씨씨의 평생을 속박한다. 뮤지컬에서 해설자 역할을 맡기도 한 루케니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인 프란츠 요셉이 처음으로 자기 어머니인 조피 대공녀의 의사에 반대하여 엘리자베트를 황비로 선택한 것 자체가 합스부르크 황실의 몰락을 가져오게 한 첫번째 계단이었다고 설명한다. 엘리자베트는 자기의 '동화와 같은 결혼'이 결국은 자기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엘리자베트는 정치에만 관심이 있는 남편의 무관심 속에서 지내야 했으며 아들 프란츠 요셉 황제에 대하여 지나치게 집착하는 시어머니로부터 정신적인 학대를 받아야 했다. 결국 엘리자베트는 계속되는 외로움 속에서 지내야 했다. 그런 중에도 엘리자베트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할 곳이 생겼다. 그것은 어둠과 죽음의 그림자였다. 하지만 엘리자베트는 아직 이들에게 완전히 동화될 생각은 없었다. 물론 '죽음'에 유혹에 끌려 들어갈뻔한 경우도 여러번 있었다. 예를 들면 어린 첫딸이 죽었을 때였다. 젊은 황비는 극도로 비통하여서 죽음의 손을 잡을 뻔했다. 그러나 끝내는 '죽음'의 지배를 받지 않고 거부했다.
뮤지컬 엘리자베트에서 '죽음'이 엘리자베트의 손을 이끌고 있는 장면
엘리자베트가 낳은 아이들은 황태자 루돌프를 비롯하여 모두 아주 어릴 때부터 시어머니의 손에 길러졌으며 엘리자베트는 어머니로서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엘리자베트는 마음이 허탈함 속에서모진 마음의 여인으로 변모하여 갔다. 엘리자베트는 공허함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비엔나의 궁전을 탈출하여 정처 없이 여행을 다녔다. 한때는 남편 프란츠 요셉에게 돌아가 잠시뿐이지만 평화스런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것은 오스트리아가 헝가리와 통합하여 새로운 제국이 되었을 때였다. 하지만 이로 인하여 황태자인 루돌프는 심리적으로 낙심하여 절망속에서 끝내는 '죽음'에게 구속되는 지경이 되었다. 결국 루돌프 황태자는 아버지 프란츠 요셉 황제의 지나치게 근엄하고 보수적인 황포 아래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고 애인 마리아 베체라와 함께 마이엘링에서 자살하였다. 이 사건으로 엘리자베트는 말할수 없는 충격을 받아 '죽음'에게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으나 이번에는 '죽음'이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면서 거절한다.
프란츠 요셉 황제와 엘리자베트의 왈츠
또 다시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엘리자베트는 아직도 이곳에서 저곳으로 방황하며 지내고 있다. 엘리자베트는 아들 루돌프가 죽은 후부터 줄곧 검은 상복을 입어왔다. 프란츠 요셉이 간혹 엘리자베트를 찾아와 어떤 슬픔이든지 사랑으로서 치유될수 있다고 말하며 제발 비엔나로 돌아가자고 간청했으나 엘리자베트는 아무리 사랑이라고 해도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데에는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마침내 '죽음'은 이 불쌍한 왕비를 데려가기로 한다. 합스부르크 황실이 몰락하는 무서운 환상이 보이는 가운데 프란츠 요셉은 마침내 그의 신비한 라이발인 '죽음'을 만난다. 프란츠 요셉은 '죽음'이 루이지 루케니라는 사람에게 송곳처럼 뾰족한 단검을 건네주는 것을 본다. 그러나 프란츠 요셉은 머리에 쓴 무거운 왕관 때문에 움직이기가 어려워서 루케니라는 남자가 자기의 부인인 엘리자베트에게 다가가 단검으로 찌르는 것을 막지 못한다. 그날은 1898년 9월 10일이었다. 엘리자베트가 제네바 호반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려던 참이었다. 엘리자베트는 단검에 찔려 숨을 거두면서 그때야 자기의 진정한 사랑인 '죽음'을 포옹하듯 감싸 안는다.
1898년 9월 10일, 엘리자베트 왕비는 제네바 호반에서 배를 타러 가는 중 살해된다.
전 2막의 뮤지컬 '엘리자베트'에는 약 50곡의 노래가 나온다. 이들 노래는 공연장소에 따라서 빼기도 하고 추가로 넣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두가지 버전이 있다. 독일 버전과 비엔나 버전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공연되는 것은 비엔나 버전이다. 뮤지컬 '엘리자벳'(우리나라에서는 엘리자베트가 아니라 엘리자벳이라고 번역)은 2011년 11월에 드디어 한국 공연을 갖는다. '죽음'의 역할은 시아준수(김준수)가 맡는다고 한다.
'죽음'이 엘리자베트를 데려가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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