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추억 따라/강화-인천

공화춘의 사연

정준극 2009. 4. 28. 23:02

우리나라 자장면의 원조 공화춘


일찍이 1905년에 산동에서 온 어떤 중국인이 인천 차이나타운에 산동회관(山東會館)이라는 식당을 열고 인천부두 노동자들을 위한 값싼 메뉴를 개발했다. 면(麵)에다가 자장(煮醬 또는 炸醬)을 얹어 주어 비벼 먹도록 하는 간이식이었다. 자장면(짜장면)의 시초였다. 자장면이 등장하자 부두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값싸고 손쉽게 먹을수 있는 이 음식을 좋아했다. 산동회관은 날로 번창했다. 그러다가 1911년, 중국에서 신해혁명으로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하자 산동회관 주인은 무슨 생각을 했던지 공화국의 앞날이 밝아오는 아침처럼 찬란하라는 의미에서 식당 이름을 공화춘(共和春)으로 바꾸었다. 공화춘은 명실공히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장면을 개발하여 보급한 자장면원조식당이다. 오늘날 국내에는 수많은 자장면 집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 있는 한국식당에서도 자장면을 만들어 팔고 있다. 모두 공화춘의 덕분이다. 세월이 흘러 공화춘은 주인이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1984년 문을 닿게 되었다. 현재 공화춘이었던 건물은 너무 오래 되어 폐가처럼 되어 있다. 인천시 당국은 옛 공화춘 건물을 복원하여 자장면박물관으로 만들 계획이다. 한편, 차이나타운의 중심지역에 공화춘이란 간판을 내건 식당이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으나 옛 공화춘과는 관련이 없고 이름만 빌렸다는 것이다. 옛 공화춘의 맥을 잇고 있는 식당은 차이나타운 초입에 있는 신승반점(新勝飯店)이라는 주장이다. 옛 공화춘 주인의 외손녀가 나중에 新勝飯店을 열었다는 것이다. 최고의 전통자장면집이라는 사연 때문인지 옛 고객들이 많다. 특히 노인네들이 많이 온다. 옛 공화춘을 기억하는 세대이기 때문인것 같다. 이집의 자장면을 먹기 위해 서울에서 지하철타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신승반점에 가서 자장면을 먹어보니 다른 집들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2009년 5월 현재 자장면 보통 3,500원. 간짜장 보통 4,500원.

 

원조 공화춘 건물. 지금은 곧 무너질것만 같은 폐가가 되었고 공화춘이라는 간판만 부서진채 걸려 있다.

 

우리나라의 중국집들은 거의 모두 한국인이 주인이다.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 맨 먼저 들어서는 식당이 중국집이다. 그 중국집으로부터 마라도에 자장면을 배달하는 중국집의 주인 역시 한국인이다. 이제 바야흐로 중국인이 주인인 중국집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예전에는 소공동 일대에 중국인이 주인인 중국집이 수두룩했다. 플라자호텔 뒤편의 물만두집 주인들도 모두 중국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들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수 없다. [을지로 2가 안동장은 오리지널 중국인이 경영하는 참으로 오래된 중국식당이다.] 하지만, 인천 차이나타운의 중국집들은 모두 중국인이 주인이다. 그나저나 왜 중국식당을 중국집이라고 부르는지 잘 모르겠다. 중국식당을 중국집이라고 부른다면 일본식당은 일본집이라고 불러야 하며 양식당은 서양집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 우리는 ‘야, 점심 먹으로 일본집에 가자!’라든지 ‘우리 모두 저녁 먹으로 서양집에 가자!’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국음식에 대하여는 ‘야, 오늘 점심은 중국집에 전화해!’라고 말한다. 아마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 집들은 모두 식당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부르지 않나 싶다.

 

원조 공화춘 주인의 딸이 운영하고 있는 신승반점. 식당 앞에서 전화를 걸고 있는 청년은 아마 옛 공화춘 주인의 외손주사위인듯 싶었다. 지팡이를 짚은 어떤 노인이 자장면 한 그릇을 천천히 해 치운후 신승반점을 나서고 있다. 신승반점의 단골 중에는 옛날부터 공화춘에 대하여 알고 지내던 노인들이 많다. 인천에 살다가 나이 들어 서울의 딸네 집에 얹혀 사는 어떤 노인도 신승반점의 자장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우정 찾아온다고 한다. 자장면 한 그릇을 먹은 후에는 자유 공원(구 만국공원)에 올라가 한국전쟁의 영웅인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한번 보고 내려온다고 한다.  

 

새로 생긴 공화춘. 중국요리집들이 한곳에 몰려 있으니 서로 비교도 되고 구경꺼리도 되어 미상불 기분이 좋다, 옛 공화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한다.

 자장면 거리의 자장면 모형. 자장면에 계란 후라이를 얹어 놓았는데 원래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요즘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옆에는 만두 모형. 빼갈병의 모형인줄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의선당 건너편에 있는 자장면 모형은 이른바 차이나타운의 자장면 거리의 포토 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