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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Soprano)

정준극 2009. 5. 5. 04:51

소프라노(Soprano)


푸치니의 '토스카'를 맡은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소프라노의 음역은 합창의 경우, 보통 중간 C로부터 하이 A(A5)정도까지이지만 오페라에서는 고음의 경우에는 통상 ‘소프라노 C6'까지 소리를 낼수 있어야한다. 물론 그 이상의 소리를 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C6는 중간 C에서 두 옥타브 위로 일반적으로 하이 C라고 부르는 음이다. 소프라노는 여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으로서 아직 변성을 하지 않은 소년의 소리도 소프라노에 속한다. 이를 트레블(Trebles)이라고 부른다. 최고음이라는 뜻이다. 보이 소프라노(Boy Soprano)라는 용어도 간혹 사용하지만 이는 단지 편의상 부르는 용어일 뿐이며 정확한 것은 아니다. 보이스 소프라노와는 달리 남성으로서 소프라노처럼 높은 음을 내는 성악가를 카운터테너(Counter-tenor)라고 부른다. 카운터테너는 소프라니스트(Sopranist) 또는 남성 소프라노(Male soprano)라고도 부른다. 역사적으로 볼때 암흑의 중세에는 여성이 교회에서 노래를 부를수 없었다. 여성은 이브의 원죄를 짊어진 존재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신약성경에 보면 사도 바울이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할 지니라'라는 내용으로 두어번 말한 것이 있다. 그런저런 이유로 여성은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지 못하도록 한 것 같다. 그래서 교회음악에서는 소프라노 파트를 변성이 안된 어린 소년, 또는 어른이 되어 카스트라토가 된 남성들이 맡았다. 그같은 관례가 세속음악에도 적용되었다. 예를 들어 오페라 공연에서 여성파트를 남자가 맡았으니 잘 아는 대로 카스트라토라는 사람들이 주로 맡았다. 카스트라토는 미안하지만 아빠 되기를 포기한 남자 성악가들을 말한다. 이들은 거세(去勢)라는 과정을 거쳐 후두를 변성기 이전처럼 유지되도록 했다. 이같은 전통이 오페라의 세계에서도 한동안 유지된 일이 있다. 그래서 카스트라토(복수는 카스트라티)를 위한 별도의 오페라가 나오기까지 했다. 오늘날 카스트라토를 위해 작곡한 오페라에서는 역시 남성 카스트라토가 등장해야 제격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예전과 같은 위대한 카스트라토를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 그 누가 거세까지 하면서 남성 소프라노가 되려고 하겠는가? 별로 출연의 기회도 많지 않으며 더구나 아빠가 될수 없는 핸디캡이 있는데! 그래서 어쩔수 없이 소프라노가 카스트라토의 역할을 대신한다.


합창에서는 멜로디를 이끄는 높은 음의 파트를 통틀어서 소프라노라고 하지만 오페라에서는 음역과 음색, 그리고 역할에 따라 소프라노를 여럿으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수브레트 소프라노, 리릭 소프라노, 스핀토 소프라노,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나눈다. 여기에 바그너의 오페라에 등장하는 소프라노는 특별히 영웅적 소프라노(헬덴 소프라노: Heldensopran), 또는 바그너 소프라노라고 부르며 특별대우를 한다. 하지만 바그너 소프라노를 따로 분류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며 요즘에는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범주에 포함한다. 소프라노를 음역과 음색 등에 따라 몇가지로 구분하지만 실제로 오페라의 프로그램에는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무개는 드라마틱 소프라노, 아무개는 리릭 소프라노라고 적어 놓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소프라노이면 되기 때문이며 그들의 특성을 구분하는 것은 청중들의 몫이다. 소프라노의 음역은 하이 C(C6)로부터 중간 C(C46) 정도라고 했지만 D6, Db6 또는 Eb6까지를 내야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레퍼토리에서는 보통 Eb6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마술 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비록 스타카토이기는 하지만 F6를 여러번 내야 한다.

   

라 트라비아타에서 제르몽이 비올레타(마리아 칼라스)를 설득하고 있는 장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는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와 ‘드라마틱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나눌수 있다. 물론 반드시 그렇게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오페라 전문가들은 그렇게 나누기를 좋아한다.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는 고음에서 대단히 빠르고 경쾌한 소리를 낸다. 마치 하늘 높은 곳에서 종달새가 지저기는 것 같다.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음역은 대체로 중간 C(C4)로부터 하이 F(F6)까지로 볼수 있다. F6이라면 대단히 높은 소리이다.

드라마틱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는 고음의 파싸지를 상당히 유연하게, 그러면서도 힘차게 처리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를 말한다. 이들은 마치 풀 스핀토 소프라노 또는 드라마틱 소프라노처럼 음성을 드라마틱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 드라마틱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음역 역시 중간 C(C4)로부터 하이 F(F6)까지라고 볼수 있다. ‘마술 피리’에서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들어보면 ‘이것이 드라마틱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아리아구나’라는 느낌을 가질수 있다. 
 

수브레트(Soubrette)


오페라에서 수브레트라고 하면 소프라노 음성의 여러 형태 중에서 하나를 말하기도 하지만 수브레트라고 하는 특별한 역할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원래 수브레트라는 말은 연극에 등장하는 하녀(시녀)를 말한다. 재치가 많아서 주인마님을 위해서는 그럴듯한 계략으로 도움을 주면서도 자기 몫은 잊지 않고 챙기는 명랑하고 쾌활한 젊은 여성을 말한다. 수브레트는 이탈리아의 레제로(Leggero)와 같은 의미이다. 수브레트 음성은 가벼우면서도 밝으며 감칠맛이 있다. 대표적인 수브레트는 ‘피가로의 결혼’에서 수잔나이다. 음역은 중간 C(C4)로부터 하이 D(D6)까지라고 볼수 있다. 수브레트는 콜로라투라처럼 소리를 연계하여 화려하게 내지는 않는다.

 

리릭 소프라노


리릭 소프라노의 음성은 따듯하며 밝다. 그러면서도 슬프게 들릴 때도 많다. 동정심을 갖게 한다. 음량이 풍부하여 오케스트라를 뚫고 멀리까지 나간다. 일반적으로 리릭은 수브레트보다 음역이 높다. 보통 중간 C(C4)로부터 하이 D(D6)까지라고 볼수 있다. 오페라에서 리릭 소프라노는 주로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을 맡는다. 그래서 가장 동정을 받는다. 리릭 소프라노는 ‘가벼운 리릭 소프라노’와 ‘풀 리릭 소프라노’로 나눌수 있다.


비록 가벼운 리릭 소프라노(Light lyric soprano)이지만 수브레트보다 음성과 음량이 크다. 그러면서도 젊음에 넘친 밝고 맑은 음색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마술 피리’에서 파미나이다.

 

풀 리릭 소프라노(Full lyric soprano)는 라이트(가벼운)리릭 소프라노에 비하여 보다 성숙한 음성을 낸다. 게다가 음량이 커서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반주도 충분히 뚫고 나간다. 예를 들면 구노의 파우스트 중에서 마르게리트의 역할이다.

 

스핀토 소프라노(Spinto soprano)


스핀토라는 말은 ‘밀어 붙인다’라는 뜻이다. 스핀토는 리리코-스핀토(Lirico-spinto)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핀토는 리릭 소프라노의 음역이지만 보다 밝은 음색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드라마틱한 클라이막스에 이르면 주저하거나 긴장하지 않고 음을 밀어 붙여 놀라운 감동을 준다. 스핀토 소프라노의 음색은 어떤 경우 좀 무겁고 어두운 면도 있다. 스핀토의 음역은 중간 C(C4)로부터 하이 D(D6)까지라고 보면 된다.

 

드라마틱 소프라노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음성은 강력한 힘이 있다. 그래서 4관 편성인 풀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뚫고 멀리 나갈수 있다. 이처럼 드라마틱 소프라노는 성량이 풍부하지만 감성적인 면도 풍부하다. 드라마틱 소프라노는 호소하는 듯하면서도 자기의 감정을 폭발하듯 내뿜는다. 보통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음역은 다른 소프라노보다 낮으며 음색도 어두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음역은 중간 C(C4_로부터 하이 D(D6)까지라고 할수 있다. 요즘에는 바그너 소프라노를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범주에 포함하는 경향이다. 바그너 소프라노는 풍부한 성량과 강력한 음색으로 풀 오케스트라를 충분히 뚫고 나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에너지가 충분해야 한다. 영웅적인 노래를 오랜 시간동안 부르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바그너의 '발퀴레'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