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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Baritone)

정준극 2009. 5. 5. 05:00

바리톤(Baritone)


바리톤(Baritone: Barytone)은 테너와 베이스의 중간에 있는 가장 보편적인 남성 음성의 형태이다. 바리톤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의 바르토보스(Bartovos)에서 비롯한 것이다. ‘깊고 무거운 소리’라는 뜻이다. 바리톤의 음역은 대체로 저음의 경우 중간 C음의 아래에서 두 번째 A로부터 고음의 경우 중간 C의 위에 있는 F정도까지이다. 어떤 때에는 고음에서 G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바리톤은 프랑스에서 Baryton, 독일에서 Bariton, 이탈리아에서 Baritono라고 표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귀가 어두운 할머니에게 ‘할머니, 저는 바리톤 아무개라고 합니다.’라고 얘기하면 ‘뭐? 파리똥이라구?’라며 되묻는 경우가 많다. 어떤 할머니는 바리톤이 테너와 베이스의 중간에 있는 남성 음역으로 고음에서는 G까지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뭐? 파리똥이라고?’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테너와 베이스로 구분되어 있던 남성의 소리에 바리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후반이었다. 프랑스의 다성 종교음악에 주로 등장하였다. 처음에는 베이스와 마찬가지로 저음을 내는 파트로 활용되었다. 그러다가 17세기 이탈리아에서는 합창에서 평균적인 남성 음성을 내는 파트로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바리톤 음역이 정해진 것은 18세기에 들어와서이다. 실제로 18세기 헨델의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에서는 베이스라고 적어 놓았지만 저음 바리톤이 맡도록 한 경우가 많았다. 바리톤이 오페라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모차르트에 의해서였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와 알마비바 백작(피가로의 결혼), 구글리엘모(여자는 다 그래), 파파게노(마술 피리), 돈 조반니와  마세토(돈 조반니)는 모두 모차르트가 창조한 훌륭한 바리톤들이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마을 아가씨에게 둘러싸인 피가로 


벨칸토 바리톤


19세기에 들어와서 이탈리아에서는 카스트로가 주도권을 잡았던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를 밀어내고 대신 벨칸토 스타일의 오페라가 등장했다. 이로부터 바리톤도 베이스와는 별개의 음성 범주에 들어가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오페라에서 베이스는 권위있는 역할, 즉 왕이나 대제사장의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오페라에서 좀더 명랑하고 유쾌한 역할이 나오게 되자 베이스보다는 음성에 있어서 보다 유연성이 있는 바리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테너가 장악하고 있는 오페라의 주도권을 바리톤이 잡는 케이스도 생겼다. 하지만 바리톤은 대체로 악역을 맡게 되자 이들 악한을 주역으로 삼은 오페라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탈리아에서 벨칸토 오페라 작곡가라면 로시니, 도니제티, 벨리니를 말하지만 이밖에도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마이에르베르(위그노), 그리고 젊은 시절의 베르디(나부코, 에르나니, 맥베스,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도 벨칸토 오페라의 작곡가 범주에 넣을수 있다. 바리톤은 베르디의 후반기 오페라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돈 카를로스’, ‘시몬 보카네그라’(수정본), ‘아이다’, ‘오텔로’, ‘활슈타프’는 바리톤의 진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들 오페라에서의 바리톤을 베르디 바리톤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오페라에서 바리톤의 선구자는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피가로라고 한다. 하지만 베르디는 바리톤의 위상을 한층 격상하여 저음보다도 고음에서 얼마나 찬란한 음을 낼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었다. 베르디는 중간 C에서 5도 위에 있는 G까지는 바리톤의 음역이라고 보았다. 이어 바그너도 바리톤에 매우 큰 비중을 두었다. 바그너의 바리톤 역할은 표현이 복잡하기도 하지만 신체적으로 견디어 나갈수 있어야 했다.


19세기 초반에 가장 유명했던 바리톤은 안토니오 탐부리니(Antonio Tamburini: 1800-1876)이었다. 탐부리니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로서 유명했다. 평론가들은 탐부리니의 소리가 미려하면서도 유연성이 있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에 넘쳐 있다고 말했다. 벨칸토 바리톤의 진수이다. 탐부리니의 뒤를 이은 바리톤은 조르지오 론코니(Giorgio Ronconi)와 프란체스코 그라치아니(Francesco Graziani)였다. 론코니는 나부코의 타이틀 롤을 창조했으며 그라치아니는 ‘운명의 힘’에서 돈 카를로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레오네 지랄도니(Leone Giraldoni)도 간과할수 없다. 그는 ‘가면무도회’에서 레나토의 이미지를 창조하였으며 이어 ‘시몬 보카네그라’의 세계 초연에서 타이틀 롤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이들의 활동으로 오페라에서 바리톤의 비중은 더할수 없이 고양되었다.


리릭 바그너 바리톤


19세기에 바리톤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고조되자 새로운 스타일의 바리톤도 선을 보였다. 바리톤-마르탱(Baryton-Martin)은 프랑스의 거장 바리톤 장-블레스 마르탱(Jean-Blaise Martin:1768-1837)이 개발한 스타일이다. 간단히 말해서 테너에 가까운 바리톤이다. 한편, 19세기에는 바그너 오페라에서도 전용의 바리톤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헬덴바리톤(Heldenbariton: 영웅바리톤)이라고 부른다. 더 깊고 드라마틱한 음성을 내는 바리톤이다. 가장 위대한 헬덴바리톤은 아마도 프란츠 베츠(Franz Betz)와 테오도르 라이히만(Theodor Reichmann)일 것이다. 베츠는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에서 한스 작스(Hans Sachs)의 이미지를 처음 창조하였으며 바이로이트에서의 ‘링 사이클’에서 보탄(Wotan)의 역할을 최초로 맡아하였다. 라이히만은 역시 바이로이트에서 ‘파르지팔’의 암포르타스(Amfortas)를 최초로 맡아하였다. 서정적 독일 바리톤(Lyric German Baritone: 리릭 바그너 바리톤)이라는 또 다른 분야는 비교적 가벼운 바그너 역할을 맡아한다. 예를 들면 ‘탄호이저’에서 볼프람(Wolfram),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쿠르베날(Kurwenal), ‘로엔그린’에서 텔라문트(Telramund)이다. 리릭 바그너 바리톤은 슈베르트의 연가곡을 부르는 데에도 최적이다. 그래서 슈베르트 바리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요한 미하엘 포글(Johann Michael Vogl),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등은 대표적인 ‘리릭 바그너(슈베르트) 바리톤’이다.


오페레타 바리톤


19세기에 꽃 피운 오페레타에서도 바리톤은 필수적이었다. 오페레타 바리톤들은 대체로 코믹한 역할을 맡아 인기를 끌었다. 길버트-설리반은 바리톤을 염두에 둔 오페레타를 여러편이나 제작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은 미카도(Mikado)이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오펜바흐가  바리톤을 악역으로 등장시켜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악마로 나오는 역할을 바리톤이 맡게 한 것은 대표적인 일이다. 프랑스 오페레타에서 바리톤들은 악역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과장될 정도로 큰 음성을 냈다. 19세기의 프랑스 작곡가들, 즉 마이에르베르, 베를리오즈, 생-생, 비제, 마스네 등도 바리톤을 위한 매력적인 파트를 작곡하였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의 여인’(마이에르베르의 마지막 오페라)에서 넬루스코(Nelusko), ‘파우스트의 저주’에서 메피스토펠레(Mephistopheles: 베이스가 맡기도 함), ‘삼손과 델릴라’에서 다곤 신전의 고승, ‘카르멘’에서 에스카미요(Escamillo), ‘진주잡이’에서 추르가(Zurga), ‘마농’에서 레스꼬(Lescaut), ‘타이스’에서 아다나(Athanael), ‘에로디아드’에서 에롯(헤롯)대왕 등이다. 러시아 작곡가들도 그들의 작품에서 바리톤이 중요한 역할을 맡도록 했다. 차이코브스키의 ‘유진 오네긴’에서 타이틀 롤과 보로딘의 ‘이고르 공’의 타이틀 롤이 그러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19세기에도 자주 공연되었지만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대단한 존경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만들어낸 위대한 남성인 돈 조반니는 언제나 존경을 받았다. 돈 조반니는 하이 베이스가 부르기 보다는 바리톤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가장 유명했던 돈 조반니는 안토니오 스코티, 빅토 모렐, 그리고 포르투갈 출신의 프란치스코 안드라데(Francisco d'Andrede)와 스웨덴 출신의 존 포어셀(John Foresell)이었다. 


베리스모 바리톤


20세기에 들어서서 오페라의 내용은 보다 실생활에 가까운 것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이탈리아의 베리스모는 대표적인 현상이었다. 이와 함께 바리톤의 역할도 그 어느 시기보다 강력하게 부각되었다. 베리스모 바리톤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애환을 가장 훌륭하게 표현하는 음성을 창조하여 감동을 주었다. 20세기 초반의 위대한 베리스모 바리톤으로서는 ‘나비주인’에서 샤플레스의 이미지를 창조한 주세페 데 루카(Giuseppe de Luca), ‘안드레아 셰니에’에서 제라르(Gerard)의 역할을 창조한 마리오 삼마르코(Mario Sammarco), ‘토스카’의 세계초연에서 스카르피아를 맡은 유제니오 지랄도니(Eugenio Giraldoni), ‘황금서부의 아가씨’에서 랜스(Rance)의 이미지를 창조한 파스쿠알레 아마토(Pasquale Amato), 그리고 가장 매력적으로 풍부한 음성을 지닌 리카르도 스트라키아리(Ricardo Stracciari), 사자가 포효하는 듯한 음성으로서는 티타 루포에 버금하는 도메니코 빌리오네-보르게시(Domenico Viglione-Borghesi)등이 있다. 티타 루포(Tita Ruffo)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탈리아 바리톤으로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다.


20세기 초반의 바리톤들은 오페라에서 바리톤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확고히 정립하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베리스모 작곡가들인 푸치니, 레온카발로, 마스카니, 조르다노, 칠레아 등이 베리스모 바리톤을 위한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 낸 열성이 담겨 있다. 베리스모 바리톤과는 별도로 베르디 바리톤도 계속적인 사랑을 받았다. 사실 새로운 베리스모 오페라의 등장으로 베르디의 작품은 위축되었다고도 볼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를 중심으로한 라틴어 계통의 국가들, 미국과 영국, 그리고 베를린에서는 베르디의 작품이 언제나 대환영을 받았다.


슈트라우스 바리톤


20세기에 들어서서 이탈리아 오페라에서의 바리톤과는 별도로 오스트리아-독일의 레퍼토리에서도 바리톤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살로메’(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등장은 그러한 변환의 대표적인 경우였다. 슈트라우스는 ‘살로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세례 요한을 바리톤으로 설정하였다. 소프라노와 바리톤이 주역의 콤비를 이룬 오페라였다. 1907년 메트로에서 ‘살로메’가 초연되었을 때 세례 요한의 역할은 바그너 전문가인 안톤 반 로이(Anton van Rooy)가 맡았다. 화란 출신의 반 로이는 엄청난 소리로 메트로의 무대를 압도하였다. 그러다가 1925년 독일의 레오 쉬첸도르프(Leo Schutzendorf)가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Wozzeck)에서 바리톤 역할을 맡았다. 현대오페라에서 바리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오스트리아-독일에서의 상황과는 별도로 프랑스에서도 바리톤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한번 부각되었다. 클로드 드빗시는 바그너 이후의 최대 걸작이라고 하는 ‘플레아와 멜리상드’에서 두명의 주역급 바리톤을 등장시켰다. 1902년의 초연에서는 두명의 바리톤인 장 페리어(Jean Perier)와 엑토르 뒤프란느(Hector Dufranne)가 무대를 압도하였다. 두 사람은 각각 음색이 달랐다. 페리어는 진정한 바리톤-마르탱 스타일이었고 뒤프란느는 보다 어둡지만 더 강력한 음성을 들려주었다.

 

대표적인 바그너 바리톤


20세기에 바그너 바리톤의 특징은 하이 바리톤에서 낮은 피치의 바리톤으로 옮겨가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한스 호터(Hans Hotter)의 경우가 그러했다. 호터는 1929년에 데뷔했다. 호터는 젊은 바리톤으로서 베르디에서 두각을 나타내다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자유의 날’(Friedenstag)의 초연에서 사령관(Commandant) 역할을 창조하고 이어 ‘카프리치오’에서 올리비에(Olivier)의 이미지를 창조하므로서 하이 바리톤에서 로우 바리톤으로 옮겼다. 한스 호터는 1950년대 세계 최고의 바그너 베이스-바리톤으로 존경을 받았다. 호터의 보탄(Wotan)은 특별히 찬양을 받았다. 역사상 호터만큼 훌륭하게 보탄역을 해낸 사람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호터의 뒤를 이어 바그너 바리톤으로 활동한 인물들은 레오폴드 드무스(Lepolod Demuth), 안토 반 로이(Anton van Rooy), 허만 봐일(Hermann Weil), 클레어렌스 화이트힐(Clarence Whitehill), 프리드리히 쇼르(Friedrich Schorr), 루돌프 복켈만(Rudolf Bockelmann), 한스 허만 니쎈(Hans Hermann Nissen) 등이다.


한편, 1차 대전이 시작된 1910년대 후반부터 2차 대전이 끝난 1940년대 중반까지 세계의 오페라 무대에서는 바그너풍의 중량급 바리톤 이외에도 서정적인 음성의 바리톤들이 기세를 올렸다. 특히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리릭 바리톤들이 대거 활동하였다. 예를 들면 요셉 슈봐르츠(Joseph Schwarz), 하인리히 슐루스누스(Heinrich Schlusnus), 허버트 얀센(Herbert Janssen), 빌리 돔그라프-화쓰밴더(Willi Domgraf-Fassbaender), 칼 슈미트-발터(Karl Schmidt-Walter), 게르하르트 휘슈(Gerhard Huesch) 등이었다. 이탈리아에서도 리릭 바리톤의 존재는 두드려졌다. 카를로 갈레피(Carlo Galeffi)를 비롯하여 주세페 다니세(Giuseppe Danise), 엔리코 몰리나리(Enrico Molinari), 움베르토 우르바노(Umberto Urbano)등 헤어릴수 없이 훌륭한 바리톤들이 활약했다.

 

대표적인 베르디 바리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이탈리아 최고의 베르디 바리톤은 마리아노 스타빌레(Mariano Stabile)였다. 그의 이아고, 오텔로, 활슈타프는 경이 그 자체였다. 특히 라 스칼라에서 토스카니니 지휘로 활슈타프를 공연한 것은 역사적이었다. 스타빌레의 뒤를 이어 등장한 바리톤이 티토 고비(Tito Gobbi)이다. 티토 고비는 참으로 재능이 많은 성악가였다. 코믹한 역할이든 비극적인 역할이든 탁월하게 표현하였다. 티토 고비는 1950년대로부터 60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바리톤을 대표한 인물이었다. 그는 생전에 1백여 역할을 소화할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뛰어난 역할은 토스카에서 스카르피아였다. 코벤트 가든에서 마리아 칼라스의 상대역으로 스카르피아를 맡았던 것은 오페라 역사에서 금자탑을 쌓는 일이었다.


티토 고비의 뒤를 이어 경재자로 등장한 바리톤으로서는 지노 베키(Gino Bechi), 주세페 발덴고(Giuseppe Valdengo), 파올로 실베리(Paolo Silveri), 주세페 타데이(Giuseppe Taddei), 에토레 바스티아니니(Ettore Bastianini), 지안지아코모 귈피(Giangiacomo Guelfi)등이 있다. 티토 고비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또 하나의 세계적 바리톤은 웨일스 출신의 게랭 에반스(Geraint Evans)가 있다. 그가 글린드본에서 맡았던 활슈타프는 지금까지 두고두고 얘기가 되고 있다. 에반스는 벤자민 브리튼의 작품에 자주 출연하여 사랑을 받았다. 또 한 사람의 웨일스 출신 바리톤을 지나칠수는 없다. 브린 터펠(Bryn Terfel)이다. 터펠은 활슈타프로서 정상에 올랐지만 모차르트와 바그너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1920년대에는 미국에서도 뛰어난 바리톤들이 등장하였다. 메트로에 거점을 두었던 베르디 바리톤인 로렌스 티베트(Lawrence Tibbett)는 단연 거성이었다. 로렌스 티베트는 말하자면 노래하는 배우였다. 이밖에도 리챠드 보넬리(Richard Bonelli), 존 챨스 토마스(John Charles Thomas), 레오나드 워렌(Leonard Warren), 로버트 메릴(Robert Merrill)을 들지 않을수 없다. 이들은 베르디 전문이지만 프랑스 오페라의 바리톤을 미국에 소개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했다. 1930년대에 비엔나와 런던과 뉴욕에 걸쳐 베르디 바리톤으로서 이름을 떨쳤던 헝가리 출신의 산도르 스베드(Sandor Sved)도 잊지 못할 인물이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주도했던 이탈리아 베르디 바리톤으로는 레나토 브루손(Renato Bruson), 피에로 카푸칠리(Piero Cappuccilli), 미국출신의 셰릴 밀네스(Sherill Milnes), 스웨덴의 인그바르 윅셀(Ingvar Wixell)을 들수 있다. 영국의 토마스 알렌경(Sir Thomas Allen)은 현대 오페라의 세계에서 가장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바리톤이었다. 그는 모차르트와 베르디로부터 영국의 현대 음악은 물론 프랑스 오페라, 그리고 러시아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바리톤의 제왕이었다. 또 다른 영국의 바리톤으로 노만 베일리(Norman Bailey)가 있다. 베일리는 당대에 한스 작스와 보탄으로서 견줄 사람이 없었다. 다만, 가벼운 음성의 바그너 라이발이 있었다면 미국의 토마스 스튜어트(Thomas Stewart)가 있을 뿐이었다. 전후(戰後)의 뛰어난 바그너 바리톤으로서는 캐나다의 조지 런던(George London), 독일의 허만 우데(Hermann Uhde), 그리고 비교적 최근의 인물로는 미국의 제임스 모리스(James Morris)를 꼽을수 있다.


20세기 후반에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베르디 바리톤으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로는 구소련의 블라디미르 체르노프(Vladimir Chernov)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구소련에서 메트로로 자리를 옮긴 체르노프의 뒤를 이은 바리톤으로서는 동유럽의 뛰어난 바리톤인 요아힘 타르타코프(Joachim Tartakov), 러시아의 바스티아니니라고 불리는 오스카르 카미온스키(Oskar Kamionsky), 폴란드의 바스티아니니라고 불리는 봐클라브 브르체친스키(Waclaw Brzezinski), 그리고 게오르기 바크라노프(Georgy Baklanov)등이 있다. 현대에 있어서 러시아 출신의 초특급 바리톤으로서는 드미트리 흐보로스토브스키(Dmitri Hvorostovsky)와 세르게이 레이퍼쿠스(Sergei Leiferkus)가 있다. 이들은 서구의 무대에서 베르디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들은 ‘유진 오네긴’, ‘스페이드의 여왕’과 같은 차이코브스키의 오페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바리톤으로서는 신이 내려준 베이스-바리톤인 호세 반 담(Jose van Dam)이 있으며 가벼고 매력적인 음성의 제라르 수제이(Gerard Souzay)가 있다. 수제이의 레퍼토리는 장-밥티스트 륄리와 같은 바로크 작품으로부터 프란시스 풀랑크(Francis Poulenc)와 같은 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폭이 넓다. 독일에서는 하인리히 슈루스누스 등의 뒤를 이어 헤르만 프라이(Hermann Prey),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가 혜성처럼 등장하였다. 이들은 전후 독일 오페라 무대뿐만 아니라 세계오페라의 무대를 석권하였다. 프라이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와 바그너의 가벼운 바리톤 역할(볼프람 등)에서 뛰어남을 보였다. 피셔-디스카우는 독일 가곡은 물론, 베르디와 바그너 등 표준적인 오페라에도 등장했지만 페루치오 부소니(Ferruccio Busoni) 및 파울 힌데미트(Paul Hindemith)와 같은 현대작품의 해석에 있어서도 놀랄만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프라이와 피셔-디스카우의 뒤를 이어 오스트리아-독일의 오페라계에서는 두드러진 바리톤들이 다수 등장하여 기쁨을 안겨주었다. 예를 들면 올라프 배르(Olaf Baer), 마티아스 괴르네(Matthias Goerne), 볼프강 홀츠마이르(Wolfgang Holzmair), 토마스 크봐스토프(Thomas Quasthoff), 슈테판 겐츠(Stephan Genz) 등이다. 마치 바리톤은 독일계의 전유물이라는 퍼레이드와 같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에서 바리톤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탈리아의 조르지오 찬카나로(Giorgio Zancanaro)와 네오 누치(Neo Nucci)는 세계적인 바리톤이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르 루(Francois le Roux), 캐나다의 제랄드 핀리(Gerlad Finley), 미국의 다재다능한 토마스 햄슨(Thomas Hampson)은 대표적이다.


이제 오페라에 있어서 바리톤의 구분에 대하여 살펴보자. 크게 보면 리릭 바리톤과 드라마틱 바리톤으로 대별할수 있지만 오페라 전문가들은 좀 더 세분하고 있다. 즉, 프랑스의 테너와 같은 바리톤-마르탱, 이탈리아의 벨칸토 바리톤, 리릭 바리톤, 기사 바리톤(카발리어바리톤), 베르디 바리톤, 드라마틱 바리톤, 리릭 베이스-바리톤, 드라마틱 베이스-바리톤, 프랑스 오페라에서 요구하는 바리톤-노블 등으로 나눌수 있다. 너무 세분한 것이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래야 재미있기 때문에 그렇게 구분한 것 같다. 간혹 주요 역할에 있어서는 베이스와 중복이 될수도 있다. 베이스가 불러도 되고 바리톤이 불러도 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라 트라비아타의 제르몽은 베르디 바리톤으로 구분할수 있고 신사바리톤(카발리어바리톤)에 포함시킬수도 있다.


바리톤-마르탱(Baryton-Martin)


일반적인 음역은 C3에서 Ab4까지이다. 바리톤-마르탱은 테너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가벼운 음색이다. 그래서 G2-B2의 음역인 중량급 바리톤의 음역을 커버하기가 어렵다. 바리톤-마르탱은 프랑스의 전설적인 성악가인 장-블레이스 마르탱(Jean Blaise-Martin)의 이름에서 따론 분류로서 일반적으로 프랑스 오페라에서만 찾아볼수 있다. 장-블레이스 마르탱은 19세기에 바리톤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바리톤의 비중이 확대되는 것과 관련하여 활세토에 가까운 발성을 하는 새로운 기법의 바리톤을 개발하여 후진들에게 교습했다. 바리톤-마르탱은 베르디 바리톤과 구별하기 위해 부르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있다. 바리톤-마르탱은 기본적으로 흉성을 보다 높은 위치에서 내는 테크닉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오페라에서 바리톤-마르탱의 역할은 클로드 드빗시의 ‘플레아와 멜리상드’에서 플레아(Pelleas), 모리스 라벨의 ‘어린이와 마법’(L'enfant et les sortileges)에서 로를로즈 콩투아스(L'Horloge Comtoise)가 대표적이다. 바리톤-마르탱에 속하는 성악가로서는 자크 얀센(Jacques Jansen), 카미유 모레인(Camille Maurane), 피에르 베르나크(Peirre Bernac), 볼프강 홀츠마이르(Wolfgang Holzmair)등이 있다.


벨칸토 바리톤(Bel Canto Baritone)


벨칸토 바리톤은 콜로라투라 바리톤이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인 음역은 B2에서부터 G4까지이다. 즉, 중간 C의 아래에 있는 B로부터 중간 C의 위에 있는 G까지라고 보면 된다. 벨칸토 바리톤의 음성은 리릭 바리톤과 다를바가 없다. 다만, 콜로라투라 파싸지(소절)을 매우 경쾌하게 부른다는 차이가 있다. 주로 벨칸토 오페라에서 코믹한 역할을 맡는다. 대표적인 역할은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피가로, ‘라 체네렌톨라’에서 단디니(Dandini), ‘사랑의 묘약’에서 벨코레(Belcore), ‘해적’의 에르네스토, ‘돈 파스쿠알레’의 말라테스타 등이다. 


리릭 바리톤(Lyric Baritone)


일반적인 음역은 벨칸토 바리톤에서와 마찬가지로 B2에서 G4까지이다. 리릭 바리톤의 음색은 감미롭고 온화하며 거칠지 않다. 드라마틱 바리톤에 비하여 가볍고 성숙한 면도 있다. 리릭 바리톤은 바리톤 음성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주로 코믹한 역할을 맡는다. 예를 들면, ‘피가로의 결혼’에서 알마비바 백작, ‘여자는 다 그래’에서 구글리엘모, ‘돈 조반니’에서 돈 조반니, ‘마술 피리’에서 파파게노,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피가로가 이에 속한다. 피가로를 벨칸토 바리톤으로 보느냐 또는 리릭 바리톤으로 보느냐는 것은 순전히 상황에 따라서이다. 돈 조반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평론가는 돈 조반니를 심지어 드라마틱 바리톤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제멋대로이다.


대표적인 리릭 바리톤으로서는 프랭크 과레라(Frank Fuarrera), 토마스 알렌(Thomas Allen), 토마스 햄슨(Thomas Hampson), 볼프강 홀츠마이르(Wolfgang Holzmair), 드미트리 흐보로스토브스키(Dmitri Hvorostovsky) 등이다.


카발리에바리톤(Kavalierbariton)


갑자기 카발리에(騎士)바리톤은 또 무엇이냐고 그럴지 모르지만 평론가들은 리릭도 부를수 있고 드라마틱도 부를수 있는 바리톤으로서 강력한 남성적 음성의 바리톤을 카발리에바리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카발리에바리톤이라고 하니까 거부감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실은 남성다운 고귀한 바리톤 음색을 말한다. 카발리에바리톤은 이름이 표현하는 대로 생기기도 잘 생겨야 한다. 베르디 바리톤처럼 음성이 그렇게 강력하지는 않지만 무대 위에서는 오히려 남성적인 강력한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역할은 ‘돈 조반니’의 돈 조반니, 안토니 데이비스의 ‘와콘다의 꿈’(Wakonda's Dream)에서 저스틴 라벨르(Justin Labelle),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에서 토니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카프리치오’에서 백작, ‘라 트라비아타’에서 제르몽이 이에 속한다. 제르몽과 돈 조반니는 여기에도 낄수 있고 저기에도 낄수 있어서 편리하다. 대표적인 카발리어바리톤은 에버하르트 배흐터(Eberhard Waechter)이다. 기사바리톤의 일반적인 음역은 A2에서 G4까지이다.


베르디 바리톤(Verdi Baritone)


베르디 바리톤은 특별히 베르디의 오페라에 적합한 바리톤을 말한다. 음색의 변화가 거의 없이 신중하게 지속적으로 노래를 부를수 있는 바리톤을 말한다. 고음에서 특히 쉽게 소리를 내야 한다. 일반적인 음역은 A2에서 G4까지 이지만 고음에서 Bb까지도 무난히 낼수 있어야 한다. 베르디의 바리톤 주역들은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아이다’의 아모나스로, ‘에르나니’의 돈 카를로, ‘일 트로바토레’의 루나백작, ‘운명의 힘’의 돈 카를로, ‘활슈타프’의 타이틀 롤과 포드(Ford), ‘라 트라비아타’의 제르몽, ‘맥베스’의 타이틀 롤, ‘가면무도회’의 레나토, ‘리골레토’의 리골레토, ‘돈 카를로스’의 로드리고(포사), ‘시몬 보카네그라’의 타이틀 롤이 이에 속한다. 대표적인 베르디 바리톤으로서는 티타 루포(Tita Ruffo), 에토레 바스티아니니(Ettore Bastianini), 셰릴 밀네스(Sherrill Milnes), 레나토 브루손(Renato Bruson) 등을 꼽을수 있다.


드라마틱 바리톤(Dramatic Bariton)


리릭 바리톤에 비하여 성량이 풍부하며 어두운 음색의 바리톤이다. 일반적인 음역은 F2에서 F4까지로 리릭이나 베르디 바리톤에 비하여 고음의 음역이 조금 낮다. 독일의 헬덴바리톤(Heldenbariton)도 드라마틱 바리톤의 범주에 속할수 있지만 베르디 바리톤은 일반적으로 드라마틱 바리톤이다. 그러므로 굳이 베르디 바리톤으로 구별하지 않았다면 드라마틱 바리톤으의 범주에 속하다록 하고 있다. 오페라에서의 역할은 ‘토스카’에서 스카르피아가 대표적이다. 베르디의 역할로서는 리골레토, 나부코, 이아고(Iago) 등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인 바리톤 성악가는 노만 베일리(Norman Bailey), 세르게이 레이퍼쿠스(Sergei Leiferkus), 레나토 브루손(Renato Bruson), 티토 고비(Tito Gobbi)를 꼽을수 있다.


리릭 베이스-바리톤(Lyric Bass-baritone)


리릭 로우 바리톤(Lyric Low Baritone)이라고도 부른다. 베이스 바리톤 중에서 보다 리릭한 음성을 내는 바리톤을 말한다. 다음 역할들은 일반적으로 하이 베이스보다는 로우 바리톤을 캐스팅하고 있다. ‘휘델리오’에서 돈 피짜로, ‘카르멘’에서 에스카미요, ‘플레아와 멜리상드’에서 골로드(Golaud),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 ‘여자는 다 그래’에서 돈 알폰소, ‘피가로의 결혼’에서 피가로가 대표적인 역할이다. 토마스 크바스토프(Thomas Quastoff)는 대표적인 리릭 베이스-바리톤이다.


드라마틱 베이스-바리톤(Dramatic Bass-baritone)


글자 그대로 로우 바리톤(Low Baritone)을 말한다. 음역은 보통 저음의 G에서 고음의 F#까지이다. 대표적인 역할은 ‘이고르 공’의 타이틀 롤, ‘토스카’의 스카르피아, 바그너의 ‘방랑하는 화란인’에서 화란인,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에서 한스 작스(Hans Sachs), 역시 바그너의 ‘링 사이클’에서 보탄(Wotan), ‘파르지팔’에서 암포르타스(Amfortas) 등이다. 대표적인 드라마틱 베이스-바리톤으로서는 프리드리히 쇼르(Friedrich Schorr)와 조지 런던(George London)을 들수 있다.


바리톤-노블(Baryton-noble)


프랑스 오페라에서 볼수 있는 귀족적인 바리톤이다. 고귀한 멋이 있으며 부드러운 음색의 바리톤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때에는 힘찬 음성으로 노래를 부른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균형을 가진 바리톤이다. 바리톤-노블이라는 용어는 처음에 파리의 오페라극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베르디의 오페라에도 영향을 주었다. ‘운명의 힘’과 ‘에르나니’에서 돈 카를로(Don Carlo), ‘일 트로바토레’에서 루나(Luna)백작, ‘시몬 보카네그라’가 이에 속한다. 바그너의 보탄(Wotan)과 암포르타스(Amfortas)도 바리톤-노블의 범주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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