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낭만의 프라터

프라터의 봄

정준극 2009. 5. 31. 20:51

비엔나의 유원지 프라터(Prater)

알면 알수록 더 재미난 프라터

 

[프라터의 봄]

 

비엔나 사람이라고 하면 로베르트 슈톨츠(Robert Stolz)가 작곡한 ‘프라터의 나무에 꽃이 다시 피고’(Im Prater blühn wieder die Bäume)라는 낭만적인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노래의 가사처럼 프라터는 낭만이 깃든 장소이다. 프라터는 봄철의 종달새 처럼 기쁨에 넘쳐 있는 곳이다. 그런가하면 어스름한 가을 날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면서 한없이 걷고 싶은 곳도 프라터이다. 비엔나 사람들은 인생을 즐기기 위해 프라터를 찾아온다. 그리고 지나간 젊은 날을 회상하기 위해서도 프라터를 찾아온다. 그러한 프라터는 비엔나 사람들의 유원지이며 안식처이다. 프라터라고 하면 리젠라트(Riesenrad: 대회전관람차)를 비롯하여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유원지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리젠라트가 있는 유원지는 프라터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프라터에는 축구장도 있고 박람회장도 있으며 작은 관광기차도 있다. 그리고 곳곳에 넓은 풀밭과 우거진 숲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 있다. 한가지 재미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쿠겔무겔(Kugelmugel)이라는 비공식 독립국도 프라터 안에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프라터 안에는 식당이나 카페도 많이 있다. 놀이기구가 있는 지역에 먹고 마시는 집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식당이나 카페가 모여 있는 곳을 부르스텔 프라터(Wurstel Prater)라고 부른다. 부르스텔은 집에서 만드는 소시지를 말한다. 그러므로 부르스텔 프라터를 굳이 우리 식으로 번역해 보면 '먹자골목'이라고나 할까? 전통적으로 프라터라고 하면 바로 이 부르스텔 프라터만을 말한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프라터라고 하면 하우프트알레가 끝나는 곳까지이며 여기에 크리아우(Krieau)와 프라터슈타디움(Praterstadium)이 있는 곳까지를 포함한다. 프라터슈타디움은 에른스트 하펠 슈타디움(Ernst Happel Stadium)이라고도 부른다.

 

프라터에 있는 로베르트 슈톨츠 기념비 'Im Prater bluh'n wieder die Baume'(프라터의 나무에 다시 꽃이 피고)의 멜로디와 가사가 적혀 있다. 비엔나 시민들의 프라터에 대한 사랑을 대표적으로 표현한 노래이다.

                 

프라터는 넓다. 넓어도 너무 넓다. 비엔나 제2구인 레오폴드슈타트(Leopoldstadt)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프라터의 면적은 비엔나 시내 중심가인 1구 인네레 슈타트(Innere Stadt)의 전체 면적보다 4배 이상이나 넓다. 프라터의 중심에 뻗어 있는 대로인 하우프트알레(Hauptallee)는 아마 비엔나에서 가장 긴 곧바로 난 길일 것이다. 프라터의 하우프트알레는 비엔나 북부역(Wien Nord: 현재는 프라터역) 앞에서 시작하여 동남쪽으로 한 없이 내려가다가 루스트하우스(Lusthaus)라는 식당이 있는 곳에서 끝난다. 마로니에 가로수가 끝없이 늘어서 있는 하우프트알레는 주로 완전무장하고 자전거 타는 사람, 죽어라고 조깅하는 사람, 정말로 할 일이 없어서 무작정 걷기만 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길이기 때문에 자동차 금지구역이다. 프라터의 하우프트알레(대로)의 길이는 거의 6km에 이른다. 매년 비엔나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곳도 프라터의 하우프트알레이다. 프라터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 곳을 위해서 전차와 버스가 다닌다. 지하철도 있다. 지하철역은 프라터 내에서만 3개가 있다. 그것만 보아도 프라터가 얼마나 넓은지 알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프라터의 하우프트알레(대로) 

 

지하철 2호선(U2)은 비엔나 북부역/프라터슈테른(Wien Nord/Praterstern)역을 거쳐 박람회(메쎄)와 같은 대형 전시회가 열리는 곳에 있는 메쎄 프라터(Messe Prater)역, 메쎄 프라터 건물이 끝나는 곳에 있는 크리아우(Krieau)역, 축구장이 있는 슈타디온(Stadion)역을 지난다. 2009년 현재 U2의 종점은 슈타디온이지만 2010년에는 도나우강을 건너 슈타들라우(Stadlau)까지 연장되어 프라터 안에 한델스카이(Handelskai)역이 하나 더 생긴다. 한델스카이역은 도나우강변에 자리 잡게 된다. 이렇듯 광대무변한 프라터이지만 실제로 프라터라고 하면 비엔나 북부역(프라터역)에서 멀지않은 지역의 오밀조밀한 유원지를 말하는 것이 통상이다. 저 유명한 리젠라트(Riesenrad: 대회전관람차)를 비롯하여 수많은 놀이 기구가 있는 프라터 유원지 일대는 보통 부르스텔프라터(Wurstelprater)라고 부른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어떤 놀거리들이 있는지에 대하여는 나중에 얘기토록 하자.

 

지하철 2호선(U2) 슈타디온 종점역 

                

우선 프라터라는 말의 뜻부터 살펴보자. 프라터라는 단어는 라틴어의 프라툼(Pratum)이란 단어에서 비롯한 것이다. 초원(Meadow)이라는 뜻이다. 스페인어의 프라도(Prado)도 같은 의미이다. 마드리드에 가면 프라도미술관이 있다는 것이 생각난다. 원래의 프라터는 도나우 북쪽의 프로이데나우(Freudenau)라는 마을에 있는 작은 초원만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점점 확장되어 오늘날의 초대형 공원이 되었다. 프라터가 기록에 처음 등장한 것은 일찍이 1162년이다. 우리나라는 무신의 난이 일어난 고려 의종시대이다. 당시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1세 황제가 현재 프라터에 속하여 있는 지역에서 가까운 도나우 북쪽의 프로이데나우(Freudenau)에 있는 도나우 연안의 섬처럼 생긴 작은 땅을 드 프라토(De Prato) 백작에게 하사하였다는 기록이다. 그후 그 땅을 '프라토 백작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프라터라고 부르게 되었다지만 근거는 희박하다. 반면, 다른 기록에 따르면 그 지역을 프라터(Pratter)라고 부르게 된 것은 1403년부터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자 Pratter 라는 지명은 Prater로 변경되었다는 것이며 비단 프라토 백작의 땅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까지 포함하는 지명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후 땅 주인이 여러번 바뀌었으며 마침내 1560년에는 막시밀리안 2세 황제가 그 땅을 사서 사냥터로 만들었다. 드넓은 사냥터여서 그런지 이곳은 황실 사냥터로서 자주 사용되어 극히 최근인 1920년까지도 이곳에서 사냥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건그렇고 프라터는 1766년에 계몽군주로 유명한 요제프 2세(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큰 아들) 황제의 관할 아래에 있을 때에 요제프 2세 황제는 이토록 드넓은 지역을 황실에서만 어쩌다가 사냥을 위해서 이용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니 모든 백성들이 언제라도 휴식할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라고 지시하였다.

 

부르스텔 프라터에 있는 카페 노이차이트

 

그때로부터 프라터에는 누구나 출입할수 있게 되었고 유원지로서 차츰차츰 명색을 갖추기 시작하여 볼링장, 영화관, 카페, 메리 고 라운드 등이 설치되었다. 오늘날 프라터 유원지는 하루 24시간, 1주일에 7일간을 오픈한다. 물론 프라터 유원지 자체의 입장료는 없다. 다만, 주차는 만만치 않아서 주차료를 내야한다. 그리고 대부분 놀이시설은 돈을 내야 이용할수 있다. 놀이시설이나 관람동굴 같은 곳은 대체로 아침 10시에 문을 열어서 새벽 1시까지 운영한다. 그러나 날씨가 나쁘면 입장객도 없는 마당에 일찍 문을 닫는다. 프라터카드라는 것이  있다. 놀이시설 입장료를 일일히 돈을 내지 않고 선지불 카드로 대신하는 것이다. 시내의 웬만한 담배가게, 관광안내소 등지에서 판다. 인터넷으로 프라터카드를 사면 10% 싸게 살수 있다. 카드의 이용액이 100 유로를 넘을 때마다 공짜로 하나의 놀이시설을 이용할수 있다. 주차는 프라터의 전구역에서 최장 2시간 동안 잠시주차가 가능하다. 그러나 세상엔 공짜가 없는 법이다. 잠시주차라고해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주차요금을 내야한다. 선지불한 주차 파우치를 사서 이용할수 있다. 주차 파우치는 담배가게에서 판다. 2012년 현재 주차요금은 10분까지는 무료이고 30분에 1유로, 1시간에 2유로, 1시간 반에 3유로, 2시간에 4유로이다. 길거리가 아닌 전용주차장들도 있다. 시간당 4유로에서 8유로까지로 요금이 다르다.

 

리젠라트에서 내려다 본 부르스텔프라터의 모습 

                  

예전에 프라터는 숲이 우거지고 초원이 넓으며 물도 많았기 때문에 사슴이나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의 천국이었다. 그러자 밀렵꾼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루돌프 2세 황제 시대에는 밀렵꾼들이 너무 기승을 부려서 부득이 프라터 출입금지령을 내려야 했다. 황제의 명령이었으므로 프라터에 들어갔다가 발견되면 매우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 세월이 또 흘렀다. 1766년, 계몽군주인 요셉 2세 황제는 모든 사람들이 인생을 즐기기 위해 프라터 지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요셉 2세 황제는 프라터를 찾아오는 비엔나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프라터 안에 식당이나 카페를 두어도 좋다고 허락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시설들도 들어서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 설치된 것은 인형극장이었다. 어른이나 어린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하는 인형극이었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뚱뚱하게 생긴 익살광대가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익살광대의 별명은 한스부르스트(Hanswurst)였다. 한스는 가장 평범한 남자를 일컫는 이름이며 부르스트는 소시지처럼 뚱뚱하게 생겼다고 해서 그런 단어가 붙었다. 한스부르스트는 독일에서 중세부터 인기를 끌었던 유랑극단의 인형극에 나오는 코믹한 인물이었다. 오늘날 프라터의 유원지 구역을 부르스텔프라터(Wurstelprater)이라고 부르는 것은 인형극의 주인공인 한스부르스트의 이름에서 비롯한 것이다. 부르스텔은 부르스트(Wurst: 소시지)의 비엔나식 사투리이다. 19세기에 이르러 프라터는 단지 즐거운 놀이를 하고 식사를 하는 유원지일뿐만 아니라 청춘남녀들이 연애를 하고 내친김에 창녀들이 장사를 하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더구나 북부역(노르트반호프)이 가깝기 때문에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등 동쪽으로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아 간혹 객기를 부리는 곳으로도 이름나 있었다.  

 

프라터 안을 흐르는 호이슈타들봐써(Heustadlwasser) 강 

             

1873년에는 프라터의 한 지역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를 위해 많은 건물들을 세웠다. 둥근형태의 로툰다(Rotunda) 건물은 세계박람회의 중심건물이었다.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정식으로 합병하기 1년 전인 1937년에 로툰다는 대화재로 잿더미가 되었다. 오늘날 로툰다와 같은 대형 건물은 재건되지 않았지만 각종 박람회를 열수 있는 다목적 건물들은 줄이어 들어서 있다. 식당과 놀이기구들이 있는 곳을 부르스텔이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각종 전시회를 할수 있는 이곳은 메쎄겔랜데(Messegelände)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프라터의 한쪽 지역에 대형 경기장이 들어섰다. 처음에는 프라터슈타디온(Praterstadion)이라고 불렀다. 현재는 ‘에른스트 하펠 슈타디온’(Ernst Happel Stadion)이라고 부른다. 에른스트 하펠(1925-1992)은 오스트리아의 축구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였으며 은퇴 후에는 오스트리아 축구팀을 유럽의 강호로 만든 위대한 코치였다. 프라터의 동남쪽으로는 고속도로가 들어섰다. 비엔나에서 브라티슬라바 방향으로 가는 고속도로로서 교통량이 많기로 유명한 도로이다. 이처럼 고속도로가 연계된 프라터의 지역을 쥐드오스트탄덴테(Südosttandente)라고 부른다. 탄젠테라는 단어는 수학에서 접선(接線)을 말한다. 또 프라터의 남쪽 끝에는 경마나 자동차 레이스를 할수 있는 경기장(Rennbahn)이 들어섰다. 이처럼 원래 프라터의 면적은 세월이 지나감과 함께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넓은 국립공원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에른스트 하펠 축구장(슈타디온) 

                    

2004년에는 부르스텔프라터(유원지 지역)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 작업의 일환으로 2008년 5월, 프라터에 지하철역들이 들어섰다. 부르스텔프라터에서 가까운 북부역(프라터슈테른역이기도 함)에서부터 U2(2호선)를 연장한 것으로 프라터 내에 3개의 지하철역을 만들었다. 메쎄-프라터(Messe Prater), 크리아우(Krieau), 슈타디온(Stadion)역이다. 2010년까지는 슈타디온에서 도나우를 건너 아슈페른슈트라쎄(Aspernstrasse)와 하르데그가쎄(Hardeggasse)를 거쳐 슈타들라우(Stadlau)에 이르는 노선이 연장된다.

 

프라터 인근 신시가지의 대표적 건물인 T-Mobil 센터. 대단하다. 3구 란트슈트라쎄의 장크트 마르크스에 있다. 2004년에 도이체 텔레콤(Deutsche Telekom)회사의 본부로서 지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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