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아가씨(The Snow Maiden) - Snegurochka(스네구로츠카)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
숲에서 새들의 합창을 듣고 있는 눈아가씨(그림)
타이틀: The Snow Maiden (눈아가씨) - Snegurochka(스네구로츠카). 러시아 민화인 ‘봄의 요정 이야기’(A Spring Fairy Tale: Vesennyaya Skazka)를 바탕으로 알렌산드르 오스트로브스키(Alexandr Ostrovsky)가 희곡으로 만든 것을 작곡자 자신이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었다. 서막을 포함하여 전4막.
초연: 1882년 1월 29일 생페터스부르크 마리인스키극장. 1898년 수정본 초연. 모스크바 볼쇼이 초연은 1885년.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눈아가씨’를 1880-1881년에 완성했다. 수정본의 초연은 1911년이었다.
주요배역: 눈아가씨(S), 서리할아버지(B: 눈아가씨의 아버지), 봄의 아름다움(Ms: 눈아가씨의 어머니), 짜르(T), 베르미아타(B: 짜르의 신하), 미즈기르(Bar: 상인청년), 쿠파바(S: 마을처녀), 렐(C: 마을청년), 보비리카(Ms: 눈아가씨의 양어머니), 보빌 바쿨라(T: 눈아가씨의 양아버지)
베스트 아리아: 눈아가씨의 아리아, 새들의 합창, 마슬레니짜와의 이별, 렐의 노래
사전지식: 러시아정교회에서는 율리안력(Julian Calendar)에 의해 크리스마스를 12월 25일이 아니라 1월 7일에 축하한다. 러시아의 최대 축제는 크리스마스와 함께 새해 첫날이다. 이 기간에는 모든 교회에서 성탄과 신년을 축하하는 미사가 거행된다. 그러나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러시아의 산타클로스인 프로스트(서리)할아버지와 눈아가씨(스네구로츠카)의 퍼레이드이다. 서리할아버지와 눈아가씨는 러시아 새해와 성탄절의 심볼이다. 뉴욕의 산타클로스처럼 백화점에도 나타나고 어린이집도 방문한다.
서리 아버지와 봄의 아름다움 어머니, 그리고 눈 아가씨
러시아의 전래 민화인 ‘눈아가씨’는 서로 상반된 영원한 힘의 상관관계를 그린 것이다. 초자연적인 신화적 존재로서는 서리, 봄, 나무의 정령 등이 등장한다. 인간으로서는 젊은 상인 미즈그리와 마을의 부자집 딸 쿠파바, 마을청년 렐(Lel) 등이 등장한다. 신화적 존재와 인간과의 관계를 그린 이야기들은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있지만 러시아 민화에서는 신화적 존재와 인간의 중간에 있는 존재들도 등장한다. 반(半)신화적, 반(半)사실적 존재들이다. ‘눈아가씨’에서는 주인공인 ‘눈아가씨’와 짜르(황제)인 베렌데이(Tsar Berendey) 등이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이 세가지 부류의 존재들에 대하여 각각 특징적인 멜로디를 부여하였다. 그래서 음악만 들어도 이들이 구분되도록 해 놓았다. 말하자면 바그너의 라이트모티브(Leitmotiv)와 같은 개념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라이트모티브가 있다. 마을사람들이다. 이들은 민속멜로디로서 표현하였다.
'눈아가씨'.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리인스키 무대. 현대적 연출
에피소드: 1952 구소련은 ‘눈아가씨’를 주제로 만화영화를 제작하였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Socialist Realism)를 표방하는 시기의 전형적인 작품이었다. 만화제작에 있어서는 포토스코프(Rotoscope)라는 새로운 동화(動畫) 개념을 도입하여 영상이 보다 사실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영화에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음악이 그대로 사용되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오페라 ‘눈아가씨’를 작곡함에 있어서 막간음악으로 차이코브스키의 음악을 사용하였다.
스노우 메이든의 한 장면. 러시아 사람들은 스네구로츠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심청이나 춘향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줄거리: 시기는 선사(先史)시대이며 장소는 짜르가 다스리는 베렌데이(Berendey) 왕국이다. 옛날 옛적에 ‘서리(Frost)할아버지’와 ‘봄의 아름다움’(Spring Beauty)이 서로 사랑하여 예쁜 눈아가씨(스네구로츠카)가 태어났다. 눈아가씨는 추운 북쪽 지방에서 살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무런 걱정 없이 지냈다. 어느덧 세월을 흘러 눈아가씨는 15살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되었다. 어느날 눈아가씨는 집에서 멀리 산책을 나갔다가 붉은 언덕까지 갔다. 눈아가씨는 언덕 위에서 베렌데이 왕국의 화려한 마을과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물건들을 팔고 사는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눈아가씨는 사람들이 즐겁게 지내는 것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돌아온 눈아가씨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마을로 가서 사람들과 함께 살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서리할아버지’와 ‘봄의 아름다움’은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딸이 간절하게 조르는 바람에 마침내 허락하지 않을수 없었다. 다만, 어떤 마음씨 좋은 사람의 집을 택하여 그 집에 당분간 양녀로 들어간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눈아가씨가 함께 살 사람으로서는 착한 보빌 바쿨라(Bobyl-Bakula)와 그의 아내가 선정되었다. 여기까지가 서막이다.
1882년 '눈아가씨'의 모스크바 초연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소프라노 예프게니야 츠브루예바(Yevgeniya Zbruyeva). 오른 쪽은 1911년 모스크바 수정본 초연에서 짜르역을 맡은 테너 레오니드 소비노프(Leonid Sobinov)
제1막. 베렌데이 왕국의 마을이다. 한쪽에 강이 흐르고 있다. 마을 청년인 렐(Lel)이 강언덕에 앉아 있는 눈아가씨를 보고 그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사랑을 호소한다(렐의 역할은 메조소프라노가 맡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눈아가씨는 렐의 사랑의 호소에 대하여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를 모른다. 렐은 눈아가씨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하며 마침 나타난 다른 아가씨들과 함께 마을로 사라진다. 모두들 사라지자 눈아가씨는 마음이 슬퍼진다. 멋진 청년에게 왜 말도 건네지 못했을까라는 후회심 때문이었다. 눈아가씨가 마을에 온 이후 유일하게 알고 지내던 옆집 아가씨인 쿠파바(Kupava)가 나타나 자기는 상인인 미즈기르(Mizgir)와 곧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고 말하며 자랑한다. 마을의 부유한 집 딸인 쿠파바는 결혼 생각으로 마음이 온통 들떠 있다. 결혼식을 위해 신랑과 신부가 등장한다. 그런데 신랑인 미즈기르가 눈아가씨의 모습을 보자마자 첫눈에 눈아가씨를 사랑하게 된다. 미즈기르는 눈아가씨에게 달려가 자기를 사랑해 달라고 간청한다. 이 모습을 본 쿠파바는 참을수가 없다. 쿠파바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미즈기르와 눈아가씨의 뻔뻔스러움을 비난하고 이 문제를 황제(짜르)에게 호소하여 판결을 받기로 한다.
신년과 성탄 축제에 거리에서 퍼레이드하는 서리아버지와 눈아가씨. 러시아에서는 산타클로스가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서리 아버지가 눈아가씨가 함께 다닌다. 키르기즈스탄
제2막. 짜르가 있는 베렌데이 궁전이다. 쿠파바는 짜르에게 미즈기르의 행동을 비난하며 벌을 내려 달라고 말한다. 짜르는 미즈기르를 숲속으로 추방키로 결정한다. 이때 눈아가씨가 등장한다. 짜르와 신하들과 백성들은 눈아가씨의 아름다움에 모두 감탄한다. 짜르는 저렇게 아름답고 순수한 아가씨라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눈아가씨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짜르는 눈아가씨에게 누구를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눈아가씨는 ‘아무도’라고 대답한다. 짜르는 누구든지 눈아가씨의 사랑을 얻는 사람이 눈아가씨와 결혼하게 될 것이며 황제의 상도 받을 것이라고 발표한다. 마을 처녀들은 렐(Lel)이 눈아가씨를 사랑하고 있고 눈아가씨도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므로 렐이 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즈기르는 자기가 기어코 눈아가씨의 사랑을 얻어 결혼하겠다고 맹세한다. 짜르는 렐과 미즈기르의 경쟁을 허락한다. 백성들은 짜르가 솔로몬의 지혜를 가졌다고 하며 그를 찬양하는 노래를 소리 높이 부른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온 눈아가씨
제3막. 그날밤 숲속의 공터이다. 마을 사람들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짜르는 렐에게 그가 좋아하는 아가씨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전부터 렐을 좋아했던 눈아가씨는 렐에게 자기를 선택하면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렐은 눈아가씨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채 부자집 딸인 부파바와 키스하고 함께 사라진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 남은 눈아가씨는 왜 렐이 자기를 버리고 떠났는지 의아해 한다. 갑자기 미즈기르가 나타나 눈아가씨에게 자기의 사랑을 받아 달라고 다시한번 간청한다. 갑작스런 미즈기르의 등장에 눈아가씨는 놀라서 도망간다. 미즈기르가 쫓아간다. 이 모습을 본 나무의 정령은 눈아가씨가 위기에 처한줄 알고 눈아가씨의 허상을 만들어 미즈기르로 하여금 허상을 쫓아가도록 만든다. 한편, 무대에는 렐과 쿠파바가 등장하여 서로의 사랑을 다짐한다. 눈아가씨는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본다. 그리고 자기도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할수 있는 힘을 가지게 해 달라고 바란다.
서리 아버지와 눈아가씨
제4막. 야릴로(Yarilo)계곡이다. 태양신이 동이 트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눈아가씨가 호수 앞에서 어머니를 부른다. 어머니인 ‘봄의 아름다움’이 꽃에 둘러싸인 호수로부터 모습을 나타난다. ‘봄의 아름다움’은 눈아가씨에게 꽃목걸이를 건네주며 얼마 있으면 햇빛이 나타날 테니 햇빛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말한후 시녀들과 함께 연못 속으로 사라진다. 눈아가씨는 햇빛이 비추지 않는 숲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때 미즈기르가 나타난다. 눈아가씨는 미즈기르의 눈빛에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한다. 눈아가씨는 더 이상 미즈기르에게 저항하기가 어렵다. 눈아가씨는 드디어 미즈기르에게 자기도 그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백성들이 짜르와 함께 등장한다. 눈아가씨는 짜르에게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은 미즈기르라고 발표한다. 짜르는 눈아가씨를 미즈기르의 손에 넘겨주고자 한다. 백성들과 마을 사람들은 눈아가씨와 미즈기르의 결혼을 축하한다. 이때 한줄기 햇빛이 아침을 가르며 비친다. 눈아가씨는 마치 정신을 잃은 듯 허둥지둥 미즈기르와 작별을 고한다. 눈아가씨의 사랑의 힘은 자기의 소멸이었다. 사람들이 놀라는 가운데 눈아가씨의 몸은 녹아서 사라진다. 너무나 뜻밖의 일에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미즈기르는 호수 속으로 몸을 던진다. 짜르는 겁에 질린 백성들을 안심시키며 이로써 15년 동안 계속되었던 추운 겨울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말을 들은 백성들은 야릴로 신에게 감사하는 찬양을 높이 부른다.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 원작자인 알렉산드르 오스트로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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