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02. 로씨니의 '아르미다'

정준극 2010. 6. 28. 05:57

아르미다(Armida)

조아키노 로씨니 

 

타이틀: 아르미다(Armida). 전 3막. 이탈리아어 대본은 조반니 슈미트(Giovanni Schmidt). 원작은 16세기 르네상스 후기의 가장 위대한 이탈리아 시인인 토르쿠아토 타쏘(Torquato Tasso: 1544-1595)의 대서사시 ‘예루살렘 해방’(Gerusalmme liuberata).

초연: 1817년 11월 11일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Teatro di San Carlo)

주요 배역: 아르미다(Sop: 다마스커스의 공주, 마법사), 리날도(Ten: 샬레마뉴 대제의 12명 기사중의 한 사람. 이를 팔라딘기사라고 부름), 제르난도(Ten: 팔라딘 기사), 우발도(Ten: 팔라딘 기사), 카를로(Ten: 팔라딘 기사), 고프레도(Ten: 팔라딘의 대장), 이드라오토(Bass: 다마스커스왕, 아르미다의 삼촌), 아스타로테(Bass: 아르미다 지옥 정령군의 대장)

베스트 아리아: Sventurata! Or che mi resta?(아르미다의 카바티나), Non soffriro l'offesa(제르난도의 아리아), Amor, possente nome(리날도와 아르미다의 듀엣), Se pari agli accenti(리날도와 제르난도의 듀엣), D'amor al dolce impero(아르미다의 론도), Unitevi a gara(리날도, 우발도, 카를로의 트리오), Dove son?(아르미다, 아스타로테, 정령들의 피날레 곡)

 

전장에서 중상을 입은 리날도를 구해주는 아르미다. 뿌쌩 작품.

 

사전지식: 타쏘의 서사시 ‘예루살렘 해방’은 타쏘보다 앞서서 활약했던 이탈리아의 대서사시인 루도비코 아리오스토(Ludovico Ariosto: 1474-1533)의 최대 걸작인 ‘올란도 푸리오스’(Orlando Furioso)에서 많은 부분을 참고한 것이다. 샬레마뉴 대제와 기사 올란도의 대모험을 설명한 작품이다. 타쏘의 ‘예루살렘 해방’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주제로 삼은 것이었다. 오페라만 하더라도 몬테베르디, 헨델, 살리에리, 글룩, 하이든, 드보르작, 장-밥티스트 륄리, 그리고 로시니가 주제로 삼아 작곡하였다. 이밖에도 마드리갈, 발레, 무대음악 등이 여러 편 작곡되었다. 아마 그리스 신화인 오르페오에 대한 이야기의 다음으로 음악작품의 가장 많은 주제가 된 소재가 아닌가 싶다.

에피소드: 1817년 11월 11일 역사적인 초연에서 프리마 돈나인 아르미다역은 당대 최고의 소프라노인 이사벨라 콜브란(Isabella Colbran)이 맡았다. 그는 나중에 로시니의 부인이 되었다. 남자 주인공인 리날도역은 테너 안드레아 노짜리(Andrea Nozzari)가 맡았고 다마스커스(성경에서는 다메섹)왕인 이드라오테는 당대의 베이스 미켈레 베네데티(Michele Benedetti)가 맡아 대성공을 이룩하였다. 로시니의 오페라 ‘예루살렘 해방’의 아르미다역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서 가장 힘든 역할이라고 한다. 로시니의 전체 오페라 작품 중에서 가장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역할이라고 한다. 2막에 나오는 D'amore al dolce impero라는 아르미다의 론도 아리아는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 가장 힘든 곡이라고 한다. 그리고 피날레로 등장하는 아르미다와 아스타로테의 곡도 대단히 힘든 것이라고 한다.

 

로시니의 ‘예루살렘 해방’은 초연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인기를 끌었으나 무대의 방대함, 그리고 마땅한 출연진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하여 20세기에 들어서서는 완전히 잊혀진 작품이 되었다. 그러다가 1952녀 4월 26일 플로렌스의 시립극장(Teatro Communale)에서 현대적 무대로서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다. 플로렌스음악제(Maggio Musicale Florentino)의 일환이었다. 세계적인 지휘자 툴리오 세라핀(Tulio Serafin)이 지휘를 맡았으며 당대 최고의 디바인 마리아 칼라스가 아르미다역을 맡았고 역시 최고의 테너인 프란체스코 알바네세(Francesco Albanese)가 리날도역을 맡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 근년에 이르러 가장 성공적인 공연은 1988년 프랑스 액상프로방스 음악제에서였다. 준 앤더슨(June Anderson), 라크웰 블레이크(Rockwell Blake), 라울 기메네스(Raul Gimenez)가 출연하였으며 지안프랑코 마시니(Gianfranco Masini)가 지휘를 맡은 것이었다. 1993년 로시니오페라페스티벌에서는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Renee Fleming)과 테너 그레고리 쿤데(Gregory Kunde)가 주역을 맡아 기염을 토하였다. 가장 최근의 공연은 2010년 4월 12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르네 플레밍이 아르미다를 맡은 것이었다. 오늘날 르네 플레밍을 능가할 아르미다는 없다는 것이 정평으로 되어 있다.

 

환락의 궁전에 있는 아르미다와 리날도. 프랑수아 부셔 작품

 

줄거리: 배경은 팔레스타인 유대 지방의 어느 곳이며 시기는 1099년, 즉 1차 십자군전쟁으로 예루살렘이 터키로부터 해방되기 직전이다. 십자군전쟁은 성지 예루살렘을 이교도인 무슬림들로부터 탈환코자 하는 전쟁으로 1095년 교황 우르반2세가 클레르몽(Clermont)에서 감동적으로 주장하여 군대가 편성되고 성지로 진격하여 시작된 것이다. 이를 제1차 십자군전쟁이라고 부르며 부이용(Bouillon: 현재의 벨기에 지방)의 영주인 고프레도(Goffredo: 부이용의 고드프리)가 십자군 기사단의 대장으로 선발되었고 그 휘하의 기사로서 주인공인 리날도를 비롯하여 우발도, 제르난도, 카를로 등이 참여하였다. 4년동안 끈 제1차 십자군전쟁은 1099년에 예루살렘을 함락함으로서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그후 터키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군의 공격으로 예루살렘은 여러번에 걸쳐 함락과 해방을 거듭하였다.

 

제1막. 무대는 예루살렘 성밖이다. 몇 년 동안 끈 전쟁의 상흔이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십자군 대장인 고프레도가 진지를 돌며 병사들을 위로하고 앞으로 있을 결전에 대비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십자군들은 얼마전에 그들의 지휘관이 전사하였기 때문에 낙심하고 있는 처지였다. 잠시후 어떤 귀부인이 십자군 진영을 찾아온다. 다마스커스의 통치자라고 소개한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통치하고 있지만 자기야 말로 적법한 군주라는 주장이다. 귀부인은 자기의 이름이 아르미다로서 사악한 삼촌인 이드라오테가 강제로 왕관을 빼앗았으며 만일 이를 되찾아 준다면 십자군을 위해 도와주겠다고 제안한다. 아르미다는 실은 이드라오테와 비밀리에 단합하여서 십자군의 진영을 파괴시킬 목적으로 잠입한 여인이었다. 아르미다는 뛰어난 마법사이기도 했다. 아르미다는 십자군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기사 몇 명을 유혹하여 마치 노예처럼 삼아 십자군을 무력화시킬 생각이다.

 

진지에 있던 십자군의 기사들은 아르미다의 뛰어난 미모에 모두들 넋을 잃는다. 기사들은 십자군 대장인 고프레도에게 저 귀부인을 도와주어 어서 다마스커스를 함락시키자고 간청한다. 고프레도는 전체 기사 중에서 열명의 특공대원을 선발하고 이들을 이끌 대장을 새로 뽑아 적진에 보내기로 결심한다. 리날도가 특공대의 대장으로 선발된다. 동료인 제르난도가 리날도를 시기한다. 이때 제르난도가 부르는 아리아가 Non soffriro l'offesa이다. 질투와 시기의 심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사실상 아르미다는 오래전에 리날도를 우연히 만난 일이 있다.아르미다는 전쟁터에서 중상을 입은 리날도의 목숨을 구해준 일이 있다. 아무튼 그로부터 아르미다는 가장 훌륭한 십자군 기사인 리날도를 몰래 흠모하여 왔다. 리날도를 만난 아르미다는 자기가 그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제 자기의 사랑을 받아 달라고 간청한다. 리날도가 이교도의 여인을 사랑할수 없다고하며 거절하자 아르미다는 목숨을 구해준 사람을 배반한다면서 리날도를 저주한다.

 

리날도는 그러한 아르미다를 보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변하여 아르미다를 사랑하게 된다. 아마도 아르미다의 마법의 힘이 효과를 본 모양이었다. 서로 사랑을 다짐하는 두 사람의 듀엣이 Amor...possente nome!이다. 이때 제르난도가 우연히 아르미다와 리날도가 서로 사랑을 다짐하는 모습을 본다. 리날도를 질투하고 있던 제르난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든 병사들 앞에서 리날도가 거룩한 전쟁에는 관심이 없으며 여자들만 추구한다며 모욕한다. 모욕을 당한 리날도가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칼을 뽑아 제르난도를 찌른다. 제르난도가 숨을 거둔다.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리날도는 십자군의 대장 고프레도가 나타나 자기를 벌주기 전에 피하기로 하고 아르미다와 함께 무작정 멀리 도망간다.

 

아르미다 역의 전설적인 소프라노 펠리아 리트비네(Felia Litvinne)

 

제2막. 예루살렘 성밖의 어떤 숲속이다. 지옥세계의 완자인 아스타로테(Astarotte)는 아르미다를 도와주기 위해 일단의 악마(정령)들을 이끌고 숲속에 머물고 있다. 아르미다가 리날도와 함께 숲속에 도착한다. 이제 리날도는 아르미다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완전히 노예처럼 되어 있다. 리날도와 아르미다가 부르는 듀엣 Dove son lo!가 매력적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듀엣이다. 아르미다가 사실은 다마스커스의 왕인 이드라오테와 함께 십자군 기사들을 무력하게 만들기 위해 리날도를 이곳까지 데려왔다고 말해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날도는 아르미다와 함께라면 지옥이라도 가겠다면서 집착한다. 그러자 아르미다는 숲을 거대한 궁전으로 만들며 리날도를 더욱 환락으로 빠져 들어가게 만든다. 이때 부르는 아르미다의 아리아가 D'Amore al dolce impero로서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곡이다. 아르미다는 계속하여 님프들로 하여금 리날도를 유혹하여 정신을 빼앗아 놓는다. 기사로서의 명예고 무어고를 모두 팽개친 리날도는 환락의 궁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3막. 십자군 기사의 대장인 고프레도는 리날도의 동료인 우발도와 카를로로 하여금 리날도를 찾아오도록 한다. 지나간 실수는 용서하겠으니 어서 나와서 성스러운 전쟁의 앞장을 서라는 뜻에서이다. 우발도와 카를로는 어떤 현자로부터 아르미다의 마법에 대하여 조심하라는 경고를 받고 길을 떠난다. 마침내 두 사람의 기사는 아르미다의 환락의 정원에 도달한다. 이들은 환락의 정원이 아르미다의 마법에 의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꿈과 같이 아름다운 정원에 대하여 놀람을 금치 못한다. 아름다운 반라의 님프들이 나타나 두 사람의 기사를 유혹한다. 우발도와 카를로는 황금 지팡이로 님프들을 물리친다. 잠시후 리날도와 아르미다가 나타난다. 얼마후 리날도가 혼자 있을 때 두 사람의 기사가 홀연히 나타나 리날도에게 정신차리고 어서 떠나자고 간청한다. 하지만 리날도는 아직도 아르미다의 매력에 빠져 있어서 떠나기를 거부한다. 우발도와 카를로가 방패를 내밀자 리날도는 방패에 비친 자기의 참모습을 보고 놀람을 금치 못한다. 용맹스럽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덧 환락에 물든 추한 모습만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부르는 트리오 In quale aspetto imbelle는 과거의 용맹함을 되찾자는 소원이다.

 

리날도는 자기에게 용기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후 동료들과 함께 과감히 환락의 정원을 떠난다. 아르미다가 지옥의 힘에 의지하여 리날도가 되돌아오기를 바라지만 사랑의 힘을 잃은 아르미다로서는 이제 아무런 힘도 쓸수 없다. 절망에 빠진 아르미다는 마지막으로 혼신을 다해 리날도를 만나러 달려간다. 아르미다는 세 사람의 기사들이 배를 타기 위해 해안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와있는다. 그리고 리날도에게 제발 자기를 버리지 말고 다시 돌아가자고 간청한다. 옆에 있던 우발도와 카를로가 리날도를 아르미다의 손에서 겨우 떼어 놓는다. 아르미다는 사랑과 복수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때 부르는 아르미다의 아리아가 Dove son lo?...Fuggi!이다. 아르미다는 복수를 택한다. 환락의 궁전을 파괴하고 분노에 넘쳐서 멀리 날아간다. 십자군들을 멸망시키기 위해 멀리 하늘로 날아간다. 막이 내린다. 그 다음의 얘기는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르네 플레밍의 아르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