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더 알기/동방박사 세사람

동방박사의 선물 이야기

정준극 2009. 7. 18. 19:22

동방박사들의 선물 이야기: 황금과 유향과 몰약

 

프랑스 샤트레 성당의 '동방박사의 경배' 조각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생일선물.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를 왕으로 간주하여 예물을 드렸다. 선물이야기를 하기 전에 동방박사들의 행동부터 살펴보자. 성경에 이들은 ‘엎드려 경배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영어로는 Falling down, Kneeling, Bowing이라고 표현했다. 엎드리고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경배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제스추어는 나중에 기독교의 전례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통적으로 유태인이나 로마인은 무릎을 꿇고 부복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노예나 죄수들만이 할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엎드려 부복하는 것은 자존심과 위엄의 상실을 의미했다. 유태교에서는 간혹 부복(俯伏)하는 일이 있지만 이는 여호와께 공현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므로 함부로 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페르시아에서는 최대의 존경을 의미했다. 특히 왕에게 경배할 때에는 부복하였다. 그래서 동방박사들이 엎드려 경배했다는 구절을 보고 혹시 이들이 페르시아에서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아무튼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에게 무릎 꿇고 경배했다는 전통으로부터 오늘날 가톨릭에서는 미사 시간에 무릎을 꿇는 관습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가톨릭에서는 사제들이 처음 서품을 받을 때에 대체로 온 몸을 바닥에 부복하는 경우가  있다. 왕중의 왕인 예수 그리스도를 무한히 경배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동방교회에서는 교회의 전례에서 비교적 자주 그런 행동을 한다. 하지만 개신교에서는 세례 받을 때에 무릎을 꿇는다.

 

가톨릭교회에서의 신부 서품(Ordination)

 

동방박사들은 황금과 유향(乳香: Frankincense)과 몰약(沒藥: Myrrh)을 드렸다. 하지만 어떤 동방박사가 어떤 물건을 증정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다만, 물건들은 예멘에서 쉽게 발견할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혹시 동방박사들이 예멘에서 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예물 중에서 황금의 목적은 분명하다. 가난에서 해방되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다른 선물의 용처는 분명치 않다. 어떤 사람들은 유향이 여호와에 대한 제사를 뜻하며 몰약은 예수의 죽음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세웠지만 근거는 없다. 어떤 학자는 그저 여러 가지 선물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위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라고 적었을 뿐이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어떤 학자는 동방박사 세 사람이 각각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대륙을 대표한다는 주장을 하고 이들이 가져온 선물들은 각 대륙과 민족을 상징하는 물건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신빙성이 있는 주장은 아니다.

 

예물에 대한 지금까지의 해설은 다음과 같다.

 

- 황금, 유향, 몰약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왕에게 바치는 일반적인 선물 품목이다. 황금은 귀중품으로, 유향은 향료로, 몰약은 상처에 바르거나 종교의식을 행할 때에 바르는 기름이다. 몰약은 죽은 자의 몸에 바르기도 한다.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를 왕으로 간주하여 왕에게 바치는 일반 예물인 황금, 유향, 몰약을 드렸다.

- 세 가지 예물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황금은 지상에서의 왕권을 의미하며 유향은 신과 교통할수 있는 제사장을 상징하고 몰약은 죽음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에는 보다 일반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황금은 덕성을, 유향은 기도를, 몰약은 고통 받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동방박사들이 드린 예물이 값비싼 귀중품이 아니라 의약품이라고 주장했다.

 

오만에서 만든 몰약(고체형). 주로 코미포라 미라(Comiphoira Myrrah)라는 나무의 수액으로 만든다.

 

실제로 몰약은 15세기까지 죽은 자의 몸에 바르는 기름으로, 장례식이나 화장할 때에 참회를 상징하는 기름으로 사용되었다. 동방정교회에서는 몰약을 ‘성유’(聖油)라고 하여 전통적으로 성만찬이나 세례와 같은 중요한 의식에서 사용하였다. 동방정교회에서는 몰약과 유향을 혼합하여 향을 냈다. 요즘은 몰약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 향을 피운다. 몰약을 바르는 성찬의식을 ‘몰약 전수’(Receiving the Myrrh)이라고 부른다. 예물 증정에 대한 에피소드는 이사야 60: 6과 시편 72: 10-11에도 기록되어 있다. 이에 의하면 황금과 유향과 몰약 등은 변방의 왕들이 이스라엘의 왕에게 바치는 조공물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방박사들도 단순한 점성술사들이 아니라 왕과 같은 귀한 지위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가하면 존 크리소스톰(John Chrysostom: 347-407)과 같은 신학자는 동방박사들의 예물이 아기 예수에게 드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게 드린 것이라는 상징성을 주장하였다. 이는 유태인들이 여호와에게 양이나 송아지를 제물로 드리는 것과 비교할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한편, 마리아와 요셉이 동방박사들로부터 귀중한 예물을 받은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성경에 없다. 그러나 몇가지 전설은 생겨났다. 황금은 나중에 두 도적에게 빼앗겼는데 이들은 훗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도적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전설은 예물들을 잘 보관하다가 예수께서 공생을 시작하실 때에 제자 중에 재무담당인 가롯 유다에게 맡겼으나 유다가 제멋대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성크리소스톰  비잔틴 조각

 

그리스 아토스(Athos)산의 성바오로수도원에는 15세기에 만들었다는 황금상자가 있다. 이 안에 동방박사들이 가져온 예물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 황금상자는 15세기에 세르비아왕의 공주인 마라 브란코비츠(Mara Brankovic)가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오토만의 술탄인 무라트(Murat)2세의 부인이며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메메트(Mehmet: 마호멧)2세의 대모였다고 한다. 황금상자는 4세기부터 콘스탄티노플 궁전에 전시되어 있던 유물이라고 한다. 4세기라고 하면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고 콘스탄티노플에 수도를 정하였던 시기라고 보면 된다. 한편, 1999년 9월 9일 아테네 지진이 일어났을 때 그리스 정부는 이 황금상자를 빌려와 신앙을 공고히 하는 방편으로 사용했으며 또한 지진희생자를 위해 모금하는 방편으로 사용했었다. 

 

그리스의 아토스산에 있는 성바오로수도원. 아토스산에는 20여개의 수도원이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수도원에 동방박사들이 가져온 황금, 유향, 몰약의 예물을 보관했었다고 한다.

 

사족: 옛날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몰약을 소합향(蘇合香)이라고 불렀다. 영어로는 Storax이다. 소합향은 소합향 나무의 수지를 채취한 것이다. 옛날에는 이란을 소합국이라고 불렀다. 이란에서 주로 소합향이 채취되었기 때문이었다. 소합향은 황갈색의 액체로 성경에서는 거룩한 향료라는 뜻에서 몰약이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동방박사들이 몰약을 가지고 왔으므로 이란에서 오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한다. 이란은 유대 땅의 바로 동쪽이다.

 

'성경 더 알기 > 동방박사 세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현축일의 전야  (0) 2009.07.18
동방박사, 그 후의 이야기  (0) 2009.07.18
베들레헴 별의 정체  (0) 2009.07.18
동방박사들의 일정  (0) 2009.07.18
동방박사들은 과연 몇명?  (0) 2009.07.18